[7 min read]'시성비'가 바꾸는 소비행태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 중 하나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 많은....

Trend'시성비'가 바꾸는 소비행태


2024.04.24ㅣ 7 min read

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채선애 부서장



오프라인 채널, ‘팝업스토어’로
'시성비' 니즈 충족



  • 콘텐츠 소비시장을 뒤바꾼 ‘시성비’ 니즈
  • 유통가, '시성비' 노린 상품 및 서비스 증가
  • 오프라인, '경험 두 배' 콜라보 전략 증가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무엇보다 중요한 자원 중 하나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사회에서 남보다 많은 정보, 많은 경험, 많은 능력을 쌓아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최근 시간을 아껴주거나 투입된 시간 대비 높은 효율을 보여주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즉 시간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시성비’가 중요한 소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이 같은 ‘시성비’ 트렌드는 점차 전 영역으로 확대되며 소비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시성비’ 니즈가 가져올 시장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트렌드 분석 전문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 채선애 부서장이 전달해 드립니다. 






‘빨리감기’, ‘요약본 보기’가 
대세인 시대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콘텐츠를 ‘10초 건너뛰기’하거나 ‘2배속’으로 시청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TV나 영화관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즐기던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특이한 시청 방식이 이제는 보편적인 모습이 되었어요. 엠브레인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69.9%)에 이르는 사람들이 영상을 ‘빨리감기’로 시청한다고 응답했어요. 
영상을 ‘빨리감기’로 시청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36.5% 응답자가 ‘봐야 할 작품이 많은데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31.9%는 ‘다른 할 일이 많은데 봐야 할 영상이 많아서, 23.7%는 ‘영상을 가성비 있게 소비하는 방법이라서(23.7%) 등 ‘시간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니즈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어요.



  • 그림 1 : ‘빨리 감기’ 시청여부 및 이유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여 명


영상뿐 아니라 음악도 ‘배속 감상’이 유행하면서 숏폼 콘텐츠를 기반으로 기존 노래를 2배속한 ‘스페드 업(Sped-up)’ 버전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워너뮤직 코리아 등 대형 음원 유통사들이 소속 아티스트들의 스페드 업 버전을 공식 발매할 정도로 업계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데요. ‘속도’뿐 아니라 ‘압축’된 형태의 K팝 히트곡들이 많아지고 있는 점도 독특합니다. 노래 길이가 2분 30초대로 짧아지는 것은 물론, 아예 전주가 생략되거나, 인트로부터 율동이 바로 등장하는 노래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압축해서 소비하는 흐름은 영화, 드라마의 ‘요약본’ 시청이 대세가 될 만큼 주류 트렌드가 되고 있어요. 영상을 짧게 요약해주는 ‘지무비’나 ‘고몽’ 등 유튜버들은 구독자 수가 2~3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도서 역시 요약본을 즐겨 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간편한 방식’으로 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는데요. 독서 플랫폼 기업 ‘밀리의 서재’는 원작 도서를 15~20분 분량으로 각색해 채팅 형태로 제공하는 ‘챗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요약본 콘텐츠’ 분야가 소비자들의 ‘시성비’ 니즈에 힘입어 앞으로 더욱 확산되고 세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K팝 히트곡의 'Sped up' 버전 영상


챗GPT 열풍은
‘시성비’ 니즈의 반영
콘텐츠 시장에서 시작된 ‘시성비’ 트렌드는 이제 산업 전 분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일상에서도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서비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결과에서도 ‘시간 절약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는 60%로 매우 높게 나타났어요. 특히 4050세대보다 2030세대에서 시간 절약에 대한 니즈는 더 높았습니다.
학습이나 일과 같이 필수로 해야 하는 ‘의무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다양한 ‘여가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요. 최근 활용률이 급증하고 있는 챗GPT 같은 생성AI 서비스들 역시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성비 니즈에 부합한 것이 성장의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역시 ‘효율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성비 니즈에 부합한 것이 성장의 한 요인으로 꼽힙니다. 실제 엠브레인이 지난해 7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72.5%가 ‘업무, 일, 학습에 들어가는 공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있다’고 답했어요.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 챗GPT는 효율성과 정확성을 담보한 새로운 차원의 ‘시간 절약 서비스’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 그림 2 : ‘시간 절약’ 서비스에 대한 니즈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가사 노동시간 줄여주는
가전제품 판매 급증
‘시성비’ 니즈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소비재 시장은 가전업계입니다. 갈수록 집안일이나 식사 준비 같은 ‘비필수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면서 관련제품에 대한 인기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오늘의집’이 지난해 발표한 ‘2023 검색어 트렌드’를 살펴보면 시간을 아껴주는 식기세척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에어드레서 등에 대한 검색량이 이전에 비해 급증했다고 합니다. 특히 가전제품 경우 시성비는 물론 가성비까지 챙기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저렴한 가격대에 기능까지 두루 갖춘 중국산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빠른 배송, 초저가를 무기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는 중국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의 무서운 성장세와 함께 앞으로도 시성비와 가성비를 모두 잡은 중국산 프리미엄 가전 제품이 우리네 가정에 빠르게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비단 ‘가사 노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전반에서 ‘시간을 아껴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맛집에 줄 서는 시간을 아껴주는 원격 웨이팅 앱 ‘캐치테이블’, ‘테이블링’ 등은 이제는 현대인에게 거의 필수에 가까운 앱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합니다.  
 


  • 그림 3 : 시간 절약 앱 이용 의향


가성비와 시성비를 갖춘 로봇 청소기로 평가받는 ‘로보락’



‘시성비’ 트렌드는 글로벌 공통
시성비를 추구하는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특히 일본 경우 ‘타임 퍼포먼스’의 줄임말인 ‘타이파(タイパ)’라는 신조어가 특히 일본 경우 ‘타임 퍼포먼스’의 줄임말인 ‘타이파(タイパ)’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시성비 니즈가 높은데요. 장보고 요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문화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별도의 조리 없이 흔들어 바로 먹는 ’마루가메쉐이크’와 같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일본에서 가장 많은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온라인으로 제품을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어요.
식사 시간이 길기로 유명한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며 먹는 ‘와인’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고, 젊은 층 사이에서는 끼니를 빨리 때울 수 있는 ‘맥도날드’ 이용률이 급증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시성비를 중시하는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 그림 4 : 프랑스 와인소비 현황



우리나라도 식음료 분야에서 시성비 니즈가 촉발한 다양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바로 ‘밀키트’가 대표적입니다. 엠브레인 조사 결과 ‘식사 준비나 식사에 드는 시간은 짧은 것이 좋다’는 의견이 56.3%에 이르렀어요.
이러한 니즈를 반영한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주로 맛보다 ‘편리함’에 좀 더 초점을 맞춘 밀키트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유명 맛집(레스토랑)’, ‘유명 쉐프’ 등과 협업하면서 편리함과 맛을 동시에 잡는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제는 정성이 중요하다는 명절 음식에도 고가의 재료를 사용해 주부들의 심적 죄책감을 낮춰주는 ‘초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시간의 효율성을 따지는 움직임이 앞으로 이 같은 소비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호텔 서울에서 판매하는 추석 명절 '패밀리 3단 세트'

메이필드호텔 서울 '봉래헌 설 상차림 세찬'



시성비 덕에 뜨는 라이징 스타
‘프랜차이즈 반찬 전문점’
‘시성비’ 트렌드에 편승해 향후 성장 가능성이 기대되는 시장이 또 있습니다. 바로 ‘반찬 전문점’인데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집밥’에 대한 로망이 있고, 특히 1인 가구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1인 가구가 반찬을 직접 조리해 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할 때 가성비가 떨어지는 소비이기 때문이에요.
이 때문에 최근 고물가 현상과 맞물려 ‘외식’을 하기보다는 반찬만 구매해서 저렴한 가격에 빠르지만 든든한 한끼를 먹으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주로 동네 반찬가게나 재래시장, 마트를 통해 반찬을 구매하고 있는데요. 이 같은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주된 이유는 역시나 ‘시간 절약(57.8%, 엠브레인 조사, 중복응답)’이었습니다. 시성비 니즈가 갈수록 커지는 최근 흐름을 감안할 때 향후 맛과 안전성, 합리적인 가격대를 갖춘 ‘프랜차이즈 반찬 전문점’의 이용률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그림 5 : ‘반찬’ 구매경험률 및 구매경로



오프라인 채널,
시간대비 최대, 최다 ‘경험’ 제공
시성비 트렌드 확산은 유통기업들의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채널 경우 시성비 면에서 온라인 채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오프라인 기업들이 내건 전략이 바로 ‘경험 확대’입니다.
고객들에게 시간 대비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팝업스토어’입니다. 실제 팝업스토어 성지라 일컫는 ‘성수동’에서는 한달 평균 100여 개 정도의 팝업스토어가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팝업스토어는 다양한 상품과 경험을 직접 체험하고, 특별한 상품까지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방문하는 시간대비 매력적인 장소가 되는 것이죠.

CU 라면 라이브러리 홍대상상점(사진 : BGF리테일)

CU 스낵 특화 편의점 ‘인천공항점’(사진 : BGF리테일)



같은 맥락에서 최근 오프라인 채널은 매장 규모나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채널이 ‘편의점’이에요. 이미 시성비 니즈에 최적화된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편의점은 더 이상 급할 때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 아니라 자사에서만 판매하는 이색 PB상품과 산지직송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택배, 은행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그야말로 종합생활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체험 요소를 더욱 확대하고 있는데요. 편의점 CU는 지난해 홍대 인근에 ‘라면’만 판매하는 특화 매장 ‘라면 라이브러리’를 선보인 데 이어 바로 지난주에는 ‘스낵’ 특화 매장까지 선보이는 등 이색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서로 다른 상품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업종간의 콜라보 매장으로 ‘시성비’를 만족시키는 곳들도 늘고 있어요. 매장 안에 또 다른 매장이 들어서는 형태로, 편의점 ‘이마트24’와 음료 매장 ‘스무디킹’이 함께 구성된 복합매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편의점 안에 온라인몰 코너가 입점한 ‘CU컬리특화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GS더프레시 내에 신한은행 지점이 입점한 'GS더프레시 광진화양점' 등도 시성비 니즈를 만족시키는 숍인숍 전략입니다. 


이마트24가 치즈 전문 브랜드 '유어네이키드치즈'와 협업한 ‘이마트24 R광안리센터점’



업계에서는 이러한 복합매장이 짧은 시간에 다양한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시성비 니즈와 더불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요, 과연 어떤 매장들이 소비자들의 ‘시간’과 ‘이목’을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시간 관리’에 대한 니즈가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핵심 지침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이러한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기업들의 유연한 전략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을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최대 170 만여 명의 소비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 리서치 회사로, 연 6천여 개가 넘는 정성·정량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다양한 소비자 분석 방법을 통해 깊이 있는 소비자 이해를 지향합니다.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적 이슈를 읽을 수 있는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패널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앱, 방문, 결제)를 수집, 조사와 결합해 다각적인 소비자 이해를 돕는 패널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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