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n read]새로운 복고 '영트로'의 도래

최근 몇 년 간 이어져오고 있는 강력한 메가 트렌드 중 하나는 ‘복고’입니다. 복고는 경기 불황기에 늘 떠오르는....

Trend새로운 복고 '영트로'의 도래


2024.02.21ㅣ 5 min read

글 : 마크로밀엠브레인 채선애 수석연구원



불황기에 더 강력한 ‘복고 소비’
젊은층 합류하며 ‘영트로’로 진화



  • 레트로, 뉴트로 이은 또 다른 복고의 등장
  • 복고 소비 콘텐츠의 다변화, 지속화
  • 세대 발전과 함께 진화하는 복고 세계관


최근 몇 년 간 이어져오고 있는 강력한 메가 트렌드 중 하나는 ‘복고’입니다.  
복고는 경기 불황기에 늘 떠오르는 트렌드 현상이죠. 암울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에 소비자들이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며 위안을 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고’라는 키워드로 등장한 최근의 트렌드 현상은 과거의 ‘복고’ 열풍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지금의 ‘복고’, 어떤 점이 다를까요? 복고 문화의 주 소비층, 소구 포인트, 소환 의미와 이유까지 모두 다른 새로운 복고 문화, ‘영트로(Young-tro)’를 낱낱이 파헤쳐 보았습니다.





복고 콘텐츠의 끊임없는 재소환
경기 불황시대를 입증하듯 최근 들어 과거에 유행했던 제품, 콘텐츠들이 재소환되면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장수 브랜드는 물론 탄생 스토리가 거의 전설급인 제품들, 이른바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의 합성어)’로 통칭되는 ‘약과’, ‘쑥’, ‘흑임자’ 등의 전통 디저트들이 구하기도 어려운 핫한 디저트가 되더니, 이제는 아재 술 이미지가 강한 막걸리도 힙하디 힙한 술, ‘힙걸리(hip+막걸리)’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큰 인기입니다. 
그런가 하면,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등장한 초 디지털 시대에 ‘빈티지 캠코더’, ‘필름 카메라’, ‘레코드판(LP)’ 같은 아날로그 제품들이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특별하고 쿨한 굿즈로 거듭나고 있죠.
음식과 패션은 물론 복고풍 음악, 문화, 콘텐츠까지 재소환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아이돌들의 복고 스타일링, 과거 인기 스타였던 여성 가수들이 그 때 그 시절의 무대와 의상으로 공연하는 콘텐츠까지 큰 화제를 몰기도 하죠.
그야말로 대중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서 ‘과거’, ‘옛 것’이 적용되지 않은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약과, 막걸리의 재탄생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 유행


아이돌 그룹
복고 스타일링


과거 전성기를 누렸던
여성 가수들의 무대


이러한 복고 열풍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복고 현상이 주목 받고 있는데요. 바로, ‘쇼와 레트로(昭和レトロ) 붐’입니다. ‘빛나는 일본’이라는 뜻의 쇼와(昭和) 시대(1926~1989년대)는 많은 일본인들에게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시대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아픔이 있었지만요. 어쨌든 지금 일본에서는 Z세대를 중심으로 쇼와 레트로 감성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나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오락실 거리가 큰 인기를 끄는 관광 명소로 부상했습니다. 

‘쇼와 레트로’를 즐길 수 있는 도쿄의 도키와소 거리 (사진:도쿄 관광 공식 사이트)



‘복고’는 돌고 도는 유행?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처럼 핫한 ‘복고’ 유행 현상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2011년, TV 예능에 등장하자마자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왔던 ‘쎄시봉’ 열풍을 꼽을 수가 있죠. 60, 70년대 활동하던 가수들이 무려 40년 만에 TV 프로그램에 잠깐 등장했을 뿐인데, 그 때 그들과 함께 한 문화들이 한 시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았죠. 
그것이 바로 ‘레트로(retro)’ 현상입니다.

당시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중들은 ‘복고’ 트렌드가 우리의 일상 속에서 ‘추억(69.5%)’, ‘그리움(64.6%)’, ‘따뜻함(49.0%)’, ‘편안함(48.2%)’ 등의 감정을 소환한다고 응답했어요(중복 응답). 
특히 중장년층에서 그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 때 그 시절을 기억하는 중장년층들이 ‘노스탤지어·향수·추억’이란 이름으로 아이템들을 소환해냈는데, 그 소환된 콘텐츠들이 사회·문화·예술 전반을 휩쓸었어요.
 
그런데 그로부터 5~6년 후, ‘레트로’ 열풍과 아주 유사하면서도 뭔가 미묘하게 다른 또 하나의 복고 문화가 등장합니다.

2018~2019년의 대표적인 문화 현상, 바로 ‘뉴트로(New-tro)’입니다. ‘레트로’와 ‘뉴트로’ 둘 다 과거의 것을 소환하는 ‘복고’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환의 주체가 다릅니다. ‘뉴트로’ 현상에서 과거를 소환하는 층은 중장년층이 아니라 1020 젊은 세대예요. 그들이 ‘새로움과 참신함’에 이끌려 중장년층이 향유했던 과거의 것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복고 문화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 예가 30년 전 출시된 제품이나 초기 모델이 최근 재출시되는 현상이예요. 한 마디로, 주 소비층, 소구 포인트, 의미 면에서 비슷하면서도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죠.


이번에는 뭐가 다르지?
2030 주축으로 10대 합류
그렇다면, 2024년에 등장한 복고는 ‘레트로’, ‘뉴트로’와 어떤 다른 점이 있을까요?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실시한 ‘복고 문화를 향유하는 소비층’ 조사결과를 보면, ‘중장년층’은 생각보다 그 비중이 낮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뉴트로 문화의 주 소비층인 1020세대보다 연령대 범주가 좀 더 ‘넓어지고’ 더욱 ‘하향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어요.
복고 인기에 따른 문화적 지속성을 감안하면 2024년의 복고 문화는 2030 연령대가 소비 주축이 되면서 10대가 합류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습니다. 주 소비 연령층이 달라진 셈이에요.

복고 문화를 향유하는 세대가 달라진 만큼 그 이유도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중장년층이 추억과 향수라는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 복고 콘텐츠를 향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젊은층은 달라요. 이들이 복고 문화에 기대하는 것은 ‘위로’보다는 ‘재미’입니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복고 아이템으로 현실을 위로받는 것에 대해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낮은 공감대를 보이고 있어요. 대신 이들이 호응하는 것은 과거의 것이 안겨주는 희귀함과 생경함. 즉, ‘재미’ 요소입니다. 
 

  • 그림 1 : 복고문화 주 생산 연령층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2023. 07)'
조사대상 : 2015년 2천명, 2023년 1천 명


  • 그림 2 : 복고문화 주 향유 연령층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2023 복고 문화 관련 인식 조사(2023. 07)'
조사대상  : 2015년 2천명, 2023년 1천 명



더욱 중요한 사실은 젊은층이 복고 유행을 단순히 ‘마케팅 상술’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예요. 이는 복고 문화의 주 소비층인 젊은 세대가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복고 문화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스스로의 학창시절’을 회고하는 경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죠.
 





정리하면, 2024년의 복고 흐름은 10~30대들이 그들에게 재미로 기억되는 ‘자신들의 옛 것(성장문화 등)’을 능동적으로 소환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요즘 유튜브에는 10대들이 자신들의 어린시절 유행했던 노래들을 모아 놓은 ‘0n년생 플레이리스트’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해당 영상의 댓글에는 고작해야 몇 년 되지 않은 ‘그때’가 그립다는 10대들의 ‘추억 회상’ 글들이 가득한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소환될 복고의 성공 여부는 생경함과 희귀함이 어느 정도의 ‘재미’를 주는지, 그리고 능동적으로 소환해낸 그들만의 문화가 또래들에게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는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마디로 젊은 세대에 의해 주도되는 새로운 복고 문화, 즉 영트로(Young-tro)가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 표 1 : 복고 키워드 비교




신(新) 복고
‘영트로’의 등장

10~30대가 어린시절 갖고 놀던 추억의 ‘시크릿 쥬쥬’ 인형이 최근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출시되기도 하고, 2000년대 피처폰 게임 ‘미니게임천국’이 앱 마켓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하는 등 2024년 신(新) 복고 ‘영트로(Young-tro)’의 움직임이 벌써부터 심상치가 않습니다.


카카오 이모티콘샵
'시크릿쥬쥬 리미티드 에디션'


2023년 7월 출시된
'미니게임천국'


롯데웰푸드 풍선껌
‘왓따’ X 산리오캐릭터즈


오뚜기쨈X위글위글



이러한 제품들이 이색 콜라보를 통해 새롭게 재출시되는 사례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어요. 어린 시절 추억의 껌 ‘왓따’와 요즘 가장 핫한 캐릭터인 ‘산리오 캐릭터즈’가 콜라보를 통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고요, 오뚜기는 MZ세대에서 인기가 높은 ‘위글위글’ 브랜드를 오뚜기 병쨈에 콜라보 디자인을 도입하는 등 젊은층의 이목을 끌기 위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같은 이색 콜라보 흐름은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통주 브랜드 ‘마오타이’가 주류와는 전혀 생뚱맞아 보이는 ‘아이스크림’을 런칭해 화제가 된 바 있는데요. ‘노인들의 술’이라는 인식을 벗고 젊은층에게 다가가고자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네요. 중국의 젊은 인플루언서들이 마오타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을 SNS에 올리면서 이제는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중국 내 ‘힙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합니다. 영트로(Young-tro)라는 복고 문화가 또다른 이색 콜라보 제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진화하는 新복고 세계관

'레트로', '뉴트로' 복고 문화와는 다르게 2024년의 '영트로(Young-tro)' 현상과 관련해서는 독특한 특징 한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복고 콘텐츠의 ‘세계관’이 지속적으로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영트로’는 주 소비층인 10~30대가 '그들에게 익숙한 옛 것'을 소환하는 데에서 파생하는 복고 문화입니다. 그만큼 과거 세계관에 몰입하면서 즐기는 놀이 문화가 하나의 메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높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콘텐츠 세계관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어린 시절 보던 만화 속 캐릭터가 나와 같이 성장해 함께 '직장인의 애로사항'을 공유한다던지, 어릴 땐 얄밉게 느껴지던 캐릭터가 다시 보니 ‘대단한 어른’으로 재평가되는 등의 사례가 대표적 예입니다.



'‘아기공룡 둘리’ 40주년 고길동의 편지


‘쿵야 시리즈’ 캐릭터 양파쿵야



더 나아가, 최근에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주체적으로 콘텐츠 세계관을 이어 나가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기록적 성과를 보이면서 그야말로 흥행 열풍에 올라탄 적이 있습니다. 콘텐츠에 ‘과몰입’한 팬들이 만화 속 캐릭터 송태섭의 생일을 맞아 전시회를 열기도 했어요. 이 갤러리에는 원작에서는 볼 수 없는 2차 창작물이 많이 전시됐는데, 예를 들면 ‘NBA 선수로 거듭난 송태섭’, ‘유명 잡지 화보를 찍은 송태섭’ 등으로, 캐릭터의 상상 속 미래 모습이 창작물로 재탄생되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 유행하던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하며 복고문화는 진화를 거듭하고, 변화를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영트로’라는 복고 콘텐츠로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옛 것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이들이 공유한 세계관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최대 170 만여 명의 소비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 리서치 회사로, 연 6천여 개가 넘는 정성·정량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다양한 소비자 분석 방법을 통해 깊이 있는 소비자 이해를 지향합니다.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적 이슈를 읽을 수 있는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패널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앱, 방문, 결제)를 수집, 조사와 결합해 다각적인 소비자 이해를 돕는 패널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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