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린아 애널리스트 인터뷰 - 2024 유통업계 이슈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저서 ‘유통의 귀환’과 유튜브채널 ‘오린아의 유통귀환’을 통해 대중...


Issue오린아 애널리스트 인터뷰 - 2024 유통업계 이슈


2023. 11. 15ㅣ 5 min read
글 · 사진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만난사람 :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




2024년, 소비의 파편화 속에
네이버 존재감 더 커질 것

  • 불리한 소비환경, 2024년에도 지속
  • 근거리 슈퍼마켓, 안정적 성장 기대 
  • 데이터와 AI 장착한 플랫폼 영향력 커질 것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오린아 애널리스트는 저서 ‘유통의 귀환’과 유튜브채널 ‘오린아의 유통귀환’을 통해 대중에게 유통산업을 친근하고 쉽게 전달하는 데 기여하고 있어요. 쿠팡의 플랙서(배송기사)로도 활동하고, 동대문 의류를 직접 사입해 판매도 해보면서 직접 체험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들을 분석 리포트에 녹여내는 애널리스트죠.  
데이터에 능하고 현장에 밝은 오린아 연구원을 만나 내년도 국내 유통산업의 주요 이슈와 향방에 대해 들어봤어요. 

이베스트투자증권 
오린아 애널리스트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 유통 및 플랫폼 업종을 담당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유통의 귀환'이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오린아의 유통귀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4년, 극단적 소비패턴 심화


   

2024년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세 가지 이슈를 말씀해주세요.

우선 소비 여건이 악화되면서 극단적 소비패턴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을 꼽겠습니다.
2023년은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극단적 소비가 이어진 한 해였어요. 연초만 해도 상반기에 금리가 정점을 찍은 뒤 소비 환경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하반기 들어 오히려 더 힘을 잃었습니다.

2024년에도 소비환경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무엇보다 가계신용 잔액(가계대출 + 판매신용)이 2023년 상반기 기준 1,863조 원에 이릅니다. 2022년 최고점 수준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고, 특히 가계대출은 10월 말 기준 전년대비 28.5%나 증가했어요. 금액 면에서도 약 1,086조 6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죠. 이자 부담이 늘면서 국민처분가능소득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분기 국민처분가능소득은 전년대비 2.8% 역신장했어요(그림 1 참고)
그동안 저금리, 코로나19, 자산가치 상승 등으로 가계 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소비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따라서 2024년에는 극단의 가성비 또는 극단의 가심비를 추구하는 소비패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여요. 소비자들이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고 또 이미 수년 전부터 소비자들은 합리적 소비 패턴을 학습해 왔거든요. 
저렴하면서도 좋은 상품을 추구하는 '가격 추구' 성향과 꼭 소유하고 싶은 제품은 아무리 비싸도 구매하는 ‘상품 추구’ 성향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짠테크’나 ‘무지출 챌린지’로 극도의 절약패턴을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플렉스’와 ‘욜로’를 외치는 것으로 설명되죠.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우리보다 먼저 저성장기에 접어든 일본 사례에서도 드러납니다. 불황기에 일본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의 품질을 요구하면서도 저렴한 것을 찾고, 동시에 소비 규모는 줄이면서도 마음에 드는 물건이나 서비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일점(一点) 호화 소비’ 패턴을 보였어요. 앞으로 국내 유통업계도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실적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림 1 : 국민처분가능소득 추이

자료 : 한국은행


두 번째 이슈는 소비가 파편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콘텐츠 채널이나 출처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접하게 되는 정보도 거의 무한해졌어요. 
그만큼 취향도 세분화되고 있죠. 취향의 세분화는 더 이상 대중적인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해 최대한 많은 채널에 유통시키는 전략이 어려워졌다는 것을 의미해요. 거의 모든 소비재가 취향에 맞게 잘게 쪼개져 소비되고 있어요.
즉, 수요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급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브랜드를 론칭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공급의 파편화’가 진행되고 있어요. 브랜드가 늘어나면 히트상품 주기는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유통업계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대응하고, 지속적으로 집객을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백화점 업계의 팝업스토어 시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이처럼 수요와 공급이 모두 파편화되면서 제품 노출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확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개성을 중시하고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는 잘파세대가 향후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세 번째로는 이커머스 업계의 경쟁 구도 변화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2023년은 코로나19 종식 후 리오프닝과 물가상승 영향으로 오프라인 채널 성장이 두드러졌어요.
2023년 이커머스 판매액은 전년대비 7.4% 성장이 예상되는데 주목할 점은 최근 이커머스 판매액 성장을 이끌고 있는 품목은 상품이 아닌 서비스 부문이라는 점이에요.
2023년 물가 및 배달비 상승, 여행 증가로 음식 서비스, 쿠폰 거래액, 여행 및 교통서비스 거래액이 크게 증가했어요.
이 부분을 제외하면 올해 실질 상품 부분의 커머스 성장률은 9월 누계 기준, 전년대비 3.3% 성장하는 데 그쳤습니다.
즉 7.4%라는 성장률은 서비스 커머스가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요.

2024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6.8% 증가한 240조 원 정도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 내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컬리, 오아시스, 11번가 등이 계획된 상장을 연기했고, 이 중 11번가는 상장 추진에서 지분 매각 쪽으로 방향을 바꿨어요.
여기에 중국발 이커머스 업체들의 한국 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 이 부분도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가 올해 3월 국내에 1천억 원 투자를 결정했고, 7월에는 핀둬둬의 자회사 티무가 국내 시장에 진출했죠. 두 업체 모두 중국 셀러를 기반으로, 롱테일의 다양한 품목들을 매우 저렴한 가격에 한국까지 배송해준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024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6.8% 증가한 240조 원 정도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 내 경쟁 구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2024 기대주, ‘네이버’


 

 올해 가장 두각을 보였던 유통업체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해의 유통기업은 단연 ‘BGF리테일’입니다.
편의점 시장이 2강 구도로 굳혀지는 가운데 BGF리테일과 GS리테일 모두 올해 점포 수 900개 점 추가는 무난히 달성할 전망입니다. 특히 BGF리테일은 최근 본부임차 형태의 점포를 늘리면서 주요 입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더불어 올 한 해 동안 주요 품목들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편의점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았습니다. 물가인상으로 객단가가 상승했고, 배달비와 외식비도 오르면서 HMR,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의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BGF리테일이 이러한 트렌드의 파도에 몸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은 2020년부터 운영해온 센트럴키친의 기여도가 큽니다. BGF리테일의 센트럴키친은 밀키트와 도시락 등을 반조리 상태로 제조해 각 지역 협력사로 보내는 역할을 해요.
기존에 지역별로 산재된 협력사들이 제조했던 식품들을 센트럴키친이라는 중앙집중조리 시설로 일원화했죠.
이로 인해 원재료 구매에 대한 바잉파워가 생겼고, 조달 비용도 낮출 수 있었어요.
자회사 BGF푸드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레시피와 상품 R&D를 확대하면서, 신상품 및 히트상품들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BGF리테일의 성과에 한몫 했다고 봅니다.


  

 내년도 행보가 기대되는 기업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최근 커머스 관련 서비스 과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수익개선이 기대됩니다.
동시에 2022년 10월 인수한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Poshmark)’를 통해 해외사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은 2020년 3월 서비스 출시 이후 2년 간 수수료 인상없이 운영하다 2022년 4월 처음으로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고, 이후 1~2개월마다 수수료를 인상했어요.
올해 10월부터는 부가세 포함 판매수수료 5.5%, 구매수수료 3.3%로 정책을 바꿨고, 그동안 무료였던 브랜드스토어의 도착보장 서비스도 10월 2일부터 과금을 시작됐습니다. 네이버의 브랜드스토어 수는 2023년 3분기 기준 2,000여 개인데 이 가운데 도착보장관 입점업체가 2분기 기준, 약 30%에요. 1분기 대비 1.7배 정도 증가했죠.
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한 업체들의 성과가 좋다 보니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아마존 FBA 채택률이 86%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착보장 서비스를 도입하는 업체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에 선전할 것으로 기대되는 업태는 무엇인가요?

내년에 유의미하게 성장이 기대되는 업태는 없습니다.
다만, 슈퍼마켓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율이 올해 7월 바닥을 찍긴 했지만, 이후 계속해서 오르고 있고, 이는 대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업체들에게는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요.
실제 올해 백화점 업체들의 수익이 감소한 주 원인은 수도광열비, 전기료 등의 비용 상승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높아진 비용부담을 상쇄할 만큼의 매출이 나올 수 있는 소비 환경도 아니죠.

반면, 올해 각 유통업체들의 SSM(기업형 슈퍼마켓) 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으며, 기존점 신장률 또한 유례 없이 높은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고물가로 내식 수요가 증가하고 근거리 소량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분석되는데요. 내년에도 이 같은 소비환경은 지속될 전망이고, 슈퍼마켓 업태가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이 유통업계에 미칠 영향을 말씀해 주세요.


그동안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유통업계에 또 다른 신규 진입자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갈수록 커머스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첫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둘째,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자체 AI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과거 오프라인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온라인 커머스가 시장점유율을 넓혀 왔던 것이 이커머스 1차전, 코로나19 이후 플랫폼 업체들이 이커머스 사업을 가속화했던 경쟁이 2차전이었다면, 데이터를 활용한 소비자 접점 및 구매 확대 경쟁이 새로운 3차전으로 떠오를 것입니다. 

따라서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업체들은 데이터 확보는 물론, 무엇보다 이를 가공해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졌습니다. 더불어 플랫폼 기업 대비 강점인 경험 및 체험, 취식 등의 기능을 통해 집객을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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