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min read]미래 소비자 ‘잘파세대’를 잡아라

연령대, 소득수준, 거주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기준으로 소비자를 그룹화하고 공략하는 전략이 더이상...

Trend미래 소비자 ‘잘파세대’를 잡아라


2023. 07. 13ㅣ 7 min read

글 : 문경선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총괄 매니저




모든 정해진 공식을 거부한다
‘Zalpha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소비공식



  • 소비력 낮아도 ‘꽂히면’ 아낌없이 지출
  • 사회적 통념보다 자신만의 가치 중시
  • 밀레니얼 세대 가치관 물려받은 알파세대



연령대, 소득수준, 거주지역 등 인구통계학적 요소를 기준으로 소비자를 그룹화하고 공략하는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입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를 이어 미래의 소비자로 주목받고 있는 '잘파세대(Zalpha Generation)'는 역대 그 어떤 세대보다 공식에 없던 소비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소비층입니다.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이자 마켓 인텔리전스 전문기관인 유로모니터가 잘파세대 소비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잘파세대(Z+Alpha)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와 알파세대(2010년대 초반~2020년대 초반)를 합친 신조어로, 
잘파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매우 능숙하고, 정보 습득도 매우 빠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유로모니터는 매년 ‘글로벌 10대 소비 트렌드’를 발표하는데요. 올해 발표된 10가지 트렌드 중 절반인 5개가 Z세대 소비 패턴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만큼 현재 소비시장에 미치는 Z세대 영향력은 막대해요. 
소득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에는 거침없이 돈을 쓰는 Z세대와 이러한 현상이 더 강하게 포착되는 알파세대.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예측과 대응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몇 가지 분명히 드러나는 소비 패턴을 통해 작은 팁은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짠테크’ 소비자

2022년은 2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을 기록한 한 해였습니다.
고물가와 고금리, 경기불황 상황 속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짠테크’ 소비경향을 강하게 보였죠.
유로모니터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소비자들 가운데 ‘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감소한 반면, ‘지출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증가했습니다.
반면, 국내 소비자 경우 ‘지출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3년 연속 감소하고 있어요(그림 1, 2 참고).


  • 그림 1 : 글로벌 소비자 지출변동 계획
  • 그림 2 : 국내 소비자 지출변동 계획

자료 :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짠테크’ 소비패턴이 잘 드러나는 곳이 편의점입니다.
유로모니터 외식산업 데이터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외식메뉴* 구입을 위해 지출하는 1인당 평균금액은 2020년 3만 3,243원에서 2023년 4만 3,270원으로 3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요.
최근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하나의 유행이 된 편의점 외식 문화는 다양한 메뉴 확대와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소소한 ‘편의점 플렉스’를 선사하며, 올해 편의점 내 외식메뉴 상품의 객단가 역시 전년대비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 편의점 외식메뉴 : 편의점 내에서 취식할 수 있는 음식을 말하며, 주로 도시락, 끓여먹는 라면, 즉석 핫푸드, 테이크아웃 커피 등을 포함합니다.
** 런치플레이션 : 물가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점심값 지출이 늘어난 상황을 말해요. 런치플레이션 영향으로 직장에 도시락을 싸오거나 저렴한 메뉴를 선택하는 이들이 확연히 증가했어요.

짠테크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또다른 예로 중고거래 시장의 급성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중고시장 확대에는 Z세대가 큰 영향을 미쳤어요. 특히 ‘취향 거래’를 강조한 번개장터 경우 Z세대의 중고거래 소비 패턴을 잘 파악해 성공한 사업모델로 꼽히죠.
Z세대 소비자가 중고 거래를 많이 하는 이유는 지출을 아끼면서 그린(Green) 소비에도 동참할 수 있는, 매우 스마트한 소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중고거래는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되고 있습니다.
가구업체인 한샘리바트는 지난 3월 중고가구 플랫폼 ‘오구가구’를 론칭하고, 기존가구 철거, 배송, 설치 서비스를 본사 서비스센터에서 직접 처리하고 있어요. 새 제품 구입 못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리셀 소비에 민감한 명품 브랜드들도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멀버리는 중고품을 매장에서 수거해 복원한 뒤 재판매하고 있고, 알렉산더 맥퀸은 중고품을 반환한 고객에게 신상품을 살 수 있는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갓생을 사는 나’를 위해 돈을 쓴다

중고거래 산업은 Z세대 소비자가 원하는 아이템과 타이밍에 보다 적극적으로 돈을 쓰는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유로모니터가 ‘선호하는 쇼핑 패턴’을 조사한 결과 ‘제품 구입보다 경험 활동에 더 많이 소비할 것’이라고 응답한 소비자는 국내와 글로벌 모두 2016년에 비해 증가했어요. 반면, ‘종종 나를 위한 선물을 산다, 나는 그런 그럴 자격이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글로벌은 감소한 반면, 국내 소비자는 증가했어요(그림 4 참고). Z세대가 종종 과감성을 보이는 소비패턴은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갓생***’을 살고 있는 스스로를 인정하고 칭찬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즉, ‘가치 소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중고거래는 그 가치 소비의 범위를 스몰 럭셔리 굿즈에서 나아가 고가의 한정판 제품 및 다양한 서비스로 넓혀가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 ‘갓’(God)과 ‘인생(生)’을 합친 합성어로,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지향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 그림 3 : 소비시 선호하는 가치

자료 :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The voice of Consumer : Lifestyle’ 


갓생을 사는 Z세대의 ‘나를 위한 소비 패턴’은 최근 급변하는 주류 트렌드에서도 감지됩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소소하게 럭셔리를 누리는 그들의 혼술 문화는 서민 주류를 대표하는 소주의 개념도 프리미엄으로 바꿔놓았습니다.
원소주는 출시 10개월 만에 5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2020년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이던 위스키 및 칵테일 베이스 주류들은 2021년부터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또 Z세대가 즐기는 하이볼의 베이스로 사용되는 토닉워터는 지난해 무려 47%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 도표 4 : 카테고리별 주류 성장률

자료 :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알코올 드링크 소프트드링크 2023’



Z세대 가치관 반영한 상품, 속속 출시

Z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행어로 ‘조용한 퇴사’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에게 워커홀릭은 부정적 단어로 인식됩니다. 이들의 가치관은 기성 세대에도 영향을 미쳐 유로모니터 조사에서 글로벌 소비자 38%가 ‘앞으로 지금보다 일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최근 워라밸을 중시하는 Z세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근무환경과 조건에 특별히 신경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에 재택근무 증가로 업무와 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업무량이 더 늘어났다는 불만들이 나오기도 했죠.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흥미로운 제품을 론칭한 사례가 있습니다. 글로벌 맥주기업 하이네켄은 지난해 6월, 블루투스 맥주 오프너 ‘더 클로저(The Closer)’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습니다. 오프너와 랩탑이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오프너로 맥주 뚜껑을 따면, 자동으로 랩탑이 꺼지도록 했죠. 이제 업무를 끝내고 맥주 한잔과 함께 ‘진정한 휴식’을 취하자는 취지였습니다.

  • 하이네켄은 오프너와 랩탑이 블루투스로 연결되어 오프너로 맥주 뚜껑을 따면, 자동으로 랩탑이 꺼지도록 하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사진 : 하이네켄).



Z세대는 갓생의 삶을 추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번아웃되지 않기 위해 워라밸을 맞춰가며 다양한 경험들을 시도합니다. 이러한 Z세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소비자가 직접 주도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 기업에게 더욱 요구될 것으로 보입니다.

Z세대에 이어 불과 5년 후, 소매시장의 주소비층으로 떠오르게 될 알파세대는 ‘워라밸을 중시한다’는 개념을 넘어 일(Work)과 삶(Life)이 경계를 넘나드는 것을 아예 허락하지 않는 세대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어떠한 소비 패턴을 만들어 낼지가 기업에게는 미래의 난제이기도 합니다.

유로모니터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초등학생으로 대표되는 알파세대는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기보다 단기간에 많은 수입을 확보해 가능한 한 빨리 경제적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희망 직업과 진정으로 내가 꿈꾸는 나의 미래가 완전히 별개인 셈입니다.
단적인 예로 웹툰작가나 음악가가 되어 돈에 얽매이지 않고 창작 활동을 하기 위해, 우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전문직 타이틀을 갖겠다는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분명하게 예측할 수 있는 알파세대 소비패턴은 경제적 자유 속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기기 위해 필요한 소비를 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자신의 만족을 위해 때로는 통 크게 지출하는, 스스로에게 관대한 소비 트렌드가 현재 Z세대보다 더욱 심화된 버전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쟁없이 자란 알파세대, ‘랜덤’ 소비 즐겨

랜덤소비도 알파세대의 성향을 반영한 트렌드입니다.
제조사나 유통사가 효율적인 재고관리를 위해 만들어낸 ‘랜덤(random)‘은 소소하게 사치를 즐기는 요즘 알파세대에게 효율성을 극대화한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자리잡은 대표적인 소비 패턴입니다.
알파세대의 교육환경은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릅니다. 경쟁보다는 각기 다른 재능을 발휘하며 서로 어울려 지내는 교육환경에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죠. 그들은 소위 ‘인싸’가 되기 위해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 하는 것 보다 희소성 있는 랜덤 아이템으로 친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랜덤 구매를 통해 인기 캐릭터를 확보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죠.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는 얻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진정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요.
터치와 스크롤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인지발달과 함께 내재화되어 있죠.
원하는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에요.

이런 알파세대는 학습부터 결혼, 육아까지 자신의 의지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를 부모로 두고 있습니다.
책과 미디어를 통해 습득된 전문 지식을 기반으로 육아에 임하는 밀레니얼 부모는 공감하고 소통하며, 아이를 인정해주는 육아 방식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육아방식은 사회 통념상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미래보다 자신이 행복하고 가치있다고 여기는 미래를 선택하게 하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Z세대와 알파세대 모두 소비 패턴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빠른 변화, 완판에 대한 욕구, 적은 금액으로 소소한 사치의 재미를 느끼는 랜덤 소비 등이 현재 그들의 소비패턴을 보여주는 현상이지만, 이조차 영원하지 않습니다.
기업이 수립한 계획과 전략이 크게 통하지 않는 이 소비 시장은 실제로 생각보다 가까이 와 있습니다.
미래성장을 위해 Z세대와 알파세대를 타깃으로 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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