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천연 핑크가 접시를 물들이다
- 올해의 컬러 ‘비바 마젠타’ 등에 업고 핑크 트렌드 확산
- 이색 소스부터 영역을 뛰어넘는 콜라보까지 식품업계의 핑크 혁신
- 식품에 입힌 핑크빛 자연재료로 건강과 지속가능 소구
거리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고, 공기 속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무려 4년 만에 제대로 즐기는 따뜻한 계절입니다.
팬톤사(Panton)가 선정한 올해의 컬러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는 유례없이 길고 힘들었던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 끝에서 따뜻하고 희망찬 일상을 맞고 싶은 모든 이들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품 트렌드 분석 전문기업인 민텔코리아는 선명한 핑크로 대변되는 비바 마젠타 컬러가 식품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제안했어요.
유통 및 제조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라면 팬톤사의 '올해의 컬러(The color of the year)'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디자이너나 마케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글로벌 색조 전문 회사인 팬톤사는 매년 연말, 그 다음해에 적용될 올해의 컬러를 선정합니다. 올해의 컬러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특히 패션 및 가전업계 경우 많은 상품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올해의 컬러에서 영감을 얻죠.
온기, 희망, 설렘을 담은 ‘선명한 핑크’
당연하게도 올해의 컬러는 늘 그 해의 정서를 반영합니다.
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두웠던 2021년은 차분한 회색 계열의 '얼티미트 그레이'를,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2022년에는 퍼플 계열인 '베리페리'를 선택했어요.
| 그리고 2023년에 팬톤이 선정한 컬러는 '비바 마젠타(Viva Magenta)'입니다. '살아있는' 혹은 '생동감 있는'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vivus'에서 유래한 'Viva'. 화사함의 상징인 핑크와 정열의 퍼플이 만난 컬러 'magenta' 두 단어가 합쳐져 탄생한 '비바 마젠타'는 레드에 가까운 선명한 핑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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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을 타고 온 ‘핑크’ 바람
사실 ‘핑크’ 트렌드가 글로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습니다.
2022년 패션계에 가장 핫한 트렌드는 '바비코어(Barbiecore)'였어요. 온 몸을 핑크 컬러로 꾸며 '핫핑크 룩'이라고 불렸죠. 밝고 경쾌한 바비코어 트렌드는 지난해 패션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쳤어요. 즉, 올해의 컬러 ‘비바 마젠타’는 지난해의 바비코어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합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여성스러운(feminine)’ 컬러로 대변됐던 핑크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트렌디한 코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올해를 넘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해요. 리테일톡이 올 여름을 앞둔 시점에 핑크 컬러를 집중 다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또 하나의 ‘핑크’ 아이템이 있어요. 미국인 요리사이자 틱톡 유저인 ‘Chef Pii(본명 : 베로니카 쇼, Veronica Shaw)’가 개발한 ‘핑크소스(Pink Sauce)’입니다. 핑크소스 역시 바비코어의 핫핑크 트렌드를 활용했어요.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입소문을 많이 탄 이 제품은 관련 영상이 SNS 틱톡(Tiktok)에서 6억 뷰를 넘기며 지난해 틱톡이 선정한 ‘탑 텐 식품 트렌드(The top ten food trends)’에 이름을 올렸어요. 치킨 위에 선명한 핑크빛 소스를 뿌려먹는 Chef Pii의 영상을 본 전 세계인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열광했죠.
핑크소스는 성공한 만큼 위생과 품질 면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를 기회로 본 소스 제조사 데이비스 구르메(Dave's Gourmet)사와 만나 제대로 상품화되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월마트(Walmart)에도 입점하면서 더욱 대중화됐습니다.
- 2022년 패션업계에 영향을 미친 ‘바비코어’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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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품업계의 핑크 활용 포인트 4가지
Point 1. 강렬한 핑크, 시각적 감성 높은 Z세대의 취향저격
| - 제조사 : 중국 패밀리마트(Family Mart China)
- 제품명 : 컬러풀 드래곤 프루츠 냉면(Colorful dragon fruit cold nood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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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속 면발의 저 강렬한 핑크빛 보이시나요? 화사한 핑크 색감의 라벨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중국 패밀리마트(Family Mart)에서 판매하는 냉면이에요. PB(Private Brand), 즉 패밀리마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죠.
편의점 핵심 타깃인 젊은층은 강렬한 핑크빛에 반응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Z세대는 유아시절부터 다양한 시각적 감각에 노출됐어요. 점점 더 강렬한 감각적 자극을 원하죠. 특히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숏폼 특유의 재기발랄하면서도 감각적인 미학에 매우 익숙합니다. 대담하고 인상적인 비바 마젠타 컬러, 즉 선명한 핑크는 Z세대의 시각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젊은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핑크 컬러를 차용한 제품은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고 있어요.
| - 제조사 : 한국 하이트진로(Hitejinro)
- 제품명 : 제로 슈가 소주(Zero Sugar So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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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기업 하이트진로(Hitejinro)는 올해 2월 기존 진로소주 제품을 '제로 슈거 소주(Zero Sugar Soju)'로 리뉴얼하면서 한정판으로 핑크 에디션을 출시했어요. 최근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이 제품은 알코올 도수도 16도로 낮춘 무가당 제품이에요. 하이트진로는 핑크에디션을 출시하며, 좀 더 다양한 소비자층과 소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어요. 즉 젊은 세대 포섭용이란 의미죠.
하지만 연령대가 높다고 해서 핑크색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바 마젠타의 선명함을 조금 덜어낸 파스텔 핑크를 차용한 제품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여전히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컬러 제조사인 GNT에 따르면, 파스텔 색조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컨셉을 담은 제품에 많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Point 2. 평범함을 탈피하다. 색다름을 위한 장치, 핑크 포인트
| - 제조사 : 미국 프레시잭스(FreshJax)
- 제품명 : 페어리 블러시 히말라야 솔트 블렌드(fairy blush himalaya salt blend)
식품 패키지에 약간의 핑크 포인트만 가미해도 드라마틱한 효과가 연출됩니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든, 형광톤의 강렬한 핑크톤이든 상관없어요. |
| - 제조사 : 영국 아스다(Asda)
- 제품명 : 저그 호무스(Zhoug Houmous)
영국 유통기업 아스다(Asda) 매장에서 판매하는 '저그 호무스(Zhoug Houmous)'는 병아리콩과 참깨로 만든 디핑소스입니다. 핑크빛 나는 절인 양파를 토핑으로 사용하고, 패키지에 강렬한 핑크빛소용돌이 패턴을 가미해 이를 강조했어요. |
- 제조사 : 멕시코 사토루(SATORU)
- 제품명 : 핑크 스시 라이스(Pink Sushi Rice)
식품 제조사 사토루(Satoru)가 만든 핑크 스시입니다. 일식이지만, 멕시코 회사가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테마 파티를 겨냥해 출시됐죠. 핑크와 쌀의 조합이야말로 컬러의 고정관념을 깨는 공식입니다. | - 제조사 : 인도네시아 와라사(Warasa)
- 제품명 : 핑크 커리 페이스트(Pink Curry Paste)
컬러의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은 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와라사(Warasa)라는 식품회사는 핑크 색감의 일본식 카레를 출시했어요. 핑크 커리 페이스트(Pink Curry Paste)라는 이 제품은 인도식의 강한 커리향을 덜어내고 약간의 고기와 양파, 당근에 할랄식 와라사(WARASA) 양념이 추가되어 진한 핑크빛을 띱니다. 이렇게 핑크는 식품 혁신의 상징적 요소로 활용됩니다. |
Point 3. 식품에 입힌 자연주의 핑크
| - 사진 : Unsplash의Alexander Schimm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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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프루트는 식품에 핑크 트렌드를 접목하기에 좋은 자연재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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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라즈베리, 크랜베리, 핑크래디쉬, 자색양파, 열대과일 리치, 오미자, 셀러리, 히비스커스 등 전통적인 식재료부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식물까지 핑크는 자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컬러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노믹(Technomic)에 따르면 핑크 컬러는 즐겁고 포토제닉한 색으로 여겨지며,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맛있고 건강한 식물성 재료임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컬러인 셈이죠.
세계적인 향료 기업인 '퍼미니치(Firmenich)'는 2023년 '올해의 맛'으로 대표적인 핑크푸드인 드래곤 프루트(Dragon Fruit)를 선정했어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과일은 피타야(Pitahaya)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단어 뜻 그대로 ‘용과’라고도 부르죠. 선명한 핑크빛의 과육과 외피를 갖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핑크 트렌드를 접목하기에 매우 적합한 천연원료입니다.
보통 드래곤프루트는 디저트로 많이 활용돼요. 실제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59%가 드래곤프루트 성분이 들어간 디저트나 과자를 먹어본 적 있다고 해요. 하지만 드래곤푸르츠가 꼭 달달한 식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예요.
예를 한번 볼까요?
| - 제조사 : 인도네시아 모카핀(Mocafine)
- 제품명 : 미카사(Mieca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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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미카사(Miecassa)'란 제품은 모카프(Mocaf)로 만든 라면입니다. 모카프는 카사바(Cassava)라는 식물로 만든 밀가루인데 일반 밀가루에 비해 글루텐 성분이 적게 함유돼 있죠.
이 제품은 모두 4가지 맛으로 출시됐는데 그 중 하나가 드래곤프루트에요.
핑크 빛의 단단한 외피를 벗긴 드래곤프루트는 부드러운 맛을 갖고 있어요. 메론이나 키위의 식감을 떠올리시면 돼요. 이 제품은 드래곤프루트에 비타민 A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해 건강한 라면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호치민시 식품산업대학 연구원들이 제조사와 공동연구해 드래곤프루트 라면을 출시했어요. 연구원들은 드래곤프루트 고유의 색과 영양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나노 기술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 글로벌 식음료 시장에서 드래곤프루트 성분이 함유된 신상품의 출시 지수 추이
| - 주 : 2011년 지수 = 100 기준
- 자료 : 민텔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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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뿌리 역시 비타마젠타 컬러를 연출하는 데 있어 최고의 건강 색소입니다.
- 제조사 : 프랑스 '미암 리퍼블릭(Miam République)'
- 제품명 : 그래놀라(Granola)
프랑스 기업 '미암 리퍼블릭(Miam République)'의 그래놀라(Granola)는 내용물부터 패키지까지 온통 핑크입니다. 글루텐프리, 비건 코드를 내세운 이 제품은 약간의 비트뿌리 분말을 첨가해 선명한 핑크빛을 만들어냈어요. 포인트가 되는 핑크 그래놀라는 야채 웍 요리나 수프의 토핑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 - 제조사 : 독일 피자(Pizz'ah)
- 제품명 : 베지베이스피자(Veggi Base Pizza)
모짜렐라 치즈, 시금치, 염소치즈, 꿀로 만든 이 비건피자는 비트 뿌리 퓨레와 파우더를 활용해 만든 피자베이즈를 사용했어요. 제품부터 패키지까지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제품들 중 가장 비바 마젠타에 가깝습니다. |
Point 4. 뷰티코드 접목해 美각의 영역을 확장하다
늘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식품 제조업계는 다양한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제품을 기획합니다.
최근에는 식품의 미각과 뷰티의 미적 코드가 결합된 협업 제품이 늘고 있어요. 보통 화장품 브랜드가 활용하는 색상과 질감에서 영감을 얻어 식품에 반영하는 식이죠.
핑크는 푸드와 뷰티를 잇는 최적의 컬러입니다.
| - 제조사 : 한국 팔도모카핀(Mocafine)
- 제품명 : 미카사(Miecas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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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국내 라면 브랜드 팔도(Paldo)가 한정판으로 출시한 '팔도 BB크림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팔도는 기존 비빔면에 크림분말스프를 추가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Missha)와 협업했어요. 핑크빛 패키지에 제품명도 비빔면에서 BB면으로 살짝 바꾸고, 마지막 'ㄴ' 받침은 비비크림의 질감의 차용했죠.
그런가 하면 2019년 출시된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와 킷캣(KiKat)의 협업은 정반대 사례입니다. 에뛰드는 '플레이컬러아이즈미니키트'라는 한정판 아이섀도 제품을 출시하며 킷캣 초콜릿의 형태와 달콤한 향을 적용했어요. 그리고 핑크 패키지로 마무리했죠. 이 제품은 당시 초콜릿 마니아들로부터 '역대급 콜라보 제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출시하자마자 품절됐습니다.
이처럼 핑크를 가교로 한 두 이종산업 간의 협업은 뷰티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셀프케어, 웰빙 루틴 등의 코드를 미각, 즉 식품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더 과감하게, 더 다채롭게
2023년 핑크 컬러는 패션, 인테리어, 뷰티업계뿐 아니라 식품업계의 화사한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핑크는 틀에서 벗어난 혁신을 상징하며, 건강과 환경을 위해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트렌드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파괴와 혁신의 미학 아래 컬러 머천다이징의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2023년 남은 6개월 좀 더 과감하게 핑크 활용법을 고민해 보세요.
핑크푸드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인식도
채소나 과일을 활용하세요
40%일본 소비자의 40%는 식품을 구입할 때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을 중요한 기분으로 삼습니다.
| 대담하고, 다채롭게 접목하세요
44%태국 소비자의 44%는 다양한 컬러의 음식을 즐깁니다.
| 건강한 자연주의로 소구하세요
8%전세계적으로 지난 5년간 출시된 식품의 8%가 인공 색소나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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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텔은 1972년에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신제품 정보와 애널리스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전세계 86개국에서 출시되는 신제품들을 구입, 현재까지 800여만 개의 제품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품 DB와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 민텔GNP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핑크 #비바마젠타 #올해의컬러 #펜톤 #드래곤프루트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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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5. 22ㅣ 7 min read정리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자료제공 : 민텔코리아 (T : 02-554-7833, E-mail : infokorea@mintel.com)
2023년, 천연 핑크가 접시를 물들이다
거리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마주 걸어오는 사람들의 표정이 보이고, 공기 속에 활기가 느껴집니다. 무려 4년 만에 제대로 즐기는 따뜻한 계절입니다.
팬톤사(Panton)가 선정한 올해의 컬러 '비바 마젠타(Viva Magenta)'는 유례없이 길고 힘들었던 코로나라는 어두운 터널 끝에서 따뜻하고 희망찬 일상을 맞고 싶은 모든 이들의 바람을 담고 있습니다.
글로벌 상품 트렌드 분석 전문기업인 민텔코리아는 선명한 핑크로 대변되는 비바 마젠타 컬러가 식품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분석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키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제안했어요.
유통 및 제조업계에 몸담고 있는 분들이라면 팬톤사의 '올해의 컬러(The color of the year)'에 대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거에요. 디자이너나 마케터라면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글로벌 색조 전문 회사인 팬톤사는 매년 연말, 그 다음해에 적용될 올해의 컬러를 선정합니다. 올해의 컬러가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합니다. 특히 패션 및 가전업계 경우 많은 상품 기획자와 디자이너들이 올해의 컬러에서 영감을 얻죠.
온기, 희망, 설렘을 담은 ‘선명한 핑크’
당연하게도 올해의 컬러는 늘 그 해의 정서를 반영합니다.
코로나로 사회적 분위기가 어두웠던 2021년은 차분한 회색 계열의 '얼티미트 그레이'를, 코로나가 끝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2022년에는 퍼플 계열인 '베리페리'를 선택했어요.
2022년을 타고 온 ‘핑크’ 바람
사실 ‘핑크’ 트렌드가 글로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였습니다.
2022년 패션계에 가장 핫한 트렌드는 '바비코어(Barbiecore)'였어요. 온 몸을 핑크 컬러로 꾸며 '핫핑크 룩'이라고 불렸죠. 밝고 경쾌한 바비코어 트렌드는 지난해 패션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산업에 영향을 미쳤어요. 즉, 올해의 컬러 ‘비바 마젠타’는 지난해의 바비코어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합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여성스러운(feminine)’ 컬러로 대변됐던 핑크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트렌디한 코드로 대두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올해를 넘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해요. 리테일톡이 올 여름을 앞둔 시점에 핑크 컬러를 집중 다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크게 히트한 또 하나의 ‘핑크’ 아이템이 있어요. 미국인 요리사이자 틱톡 유저인 ‘Chef Pii(본명 : 베로니카 쇼, Veronica Shaw)’가 개발한 ‘핑크소스(Pink Sauce)’입니다. 핑크소스 역시 바비코어의 핫핑크 트렌드를 활용했어요.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가장 입소문을 많이 탄 이 제품은 관련 영상이 SNS 틱톡(Tiktok)에서 6억 뷰를 넘기며 지난해 틱톡이 선정한 ‘탑 텐 식품 트렌드(The top ten food trends)’에 이름을 올렸어요. 치킨 위에 선명한 핑크빛 소스를 뿌려먹는 Chef Pii의 영상을 본 전 세계인들은 당황해하면서도 열광했죠.
핑크소스는 성공한 만큼 위생과 품질 면에서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도 많았어요. 하지만, 이를 기회로 본 소스 제조사 데이비스 구르메(Dave's Gourmet)사와 만나 제대로 상품화되어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월마트(Walmart)에도 입점하면서 더욱 대중화됐습니다.
글로벌 식품업계의 핑크 활용 포인트 4가지
Point 1. 강렬한 핑크, 시각적 감성 높은 Z세대의 취향저격
패키지 속 면발의 저 강렬한 핑크빛 보이시나요? 화사한 핑크 색감의 라벨도 한 눈에 들어옵니다. 중국 패밀리마트(Family Mart)에서 판매하는 냉면이에요. PB(Private Brand), 즉 패밀리마트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죠.
편의점 핵심 타깃인 젊은층은 강렬한 핑크빛에 반응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Z세대는 유아시절부터 다양한 시각적 감각에 노출됐어요. 점점 더 강렬한 감각적 자극을 원하죠. 특히 유튜브보다 틱톡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숏폼 특유의 재기발랄하면서도 감각적인 미학에 매우 익숙합니다. 대담하고 인상적인 비바 마젠타 컬러, 즉 선명한 핑크는 Z세대의 시각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이에요.
젊은 세대에 다가가기 위해 핑크 컬러를 차용한 제품은 우리나라에도 등장하고 있어요.
주류기업 하이트진로(Hitejinro)는 올해 2월 기존 진로소주 제품을 '제로 슈거 소주(Zero Sugar Soju)'로 리뉴얼하면서 한정판으로 핑크 에디션을 출시했어요. 최근 건강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이 제품은 알코올 도수도 16도로 낮춘 무가당 제품이에요. 하이트진로는 핑크에디션을 출시하며, 좀 더 다양한 소비자층과 소통하기 위함이라고 밝혔어요. 즉 젊은 세대 포섭용이란 의미죠.
하지만 연령대가 높다고 해서 핑크색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비바 마젠타의 선명함을 조금 덜어낸 파스텔 핑크를 차용한 제품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해 여전히 전 세대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글로벌 컬러 제조사인 GNT에 따르면, 파스텔 색조는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컨셉을 담은 제품에 많이 활용된다고 합니다.
Point 2. 평범함을 탈피하다. 색다름을 위한 장치, 핑크 포인트
식품 패키지에 약간의 핑크 포인트만 가미해도 드라마틱한 효과가 연출됩니다. 부드러운 파스텔톤이든, 형광톤의 강렬한 핑크톤이든 상관없어요.
영국 유통기업 아스다(Asda) 매장에서 판매하는 '저그 호무스(Zhoug Houmous)'는 병아리콩과 참깨로 만든 디핑소스입니다. 핑크빛 나는 절인 양파를 토핑으로 사용하고, 패키지에 강렬한 핑크빛소용돌이 패턴을 가미해 이를 강조했어요.
식품 제조사 사토루(Satoru)가 만든 핑크 스시입니다. 일식이지만, 멕시코 회사가 할로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테마 파티를 겨냥해 출시됐죠. 핑크와 쌀의 조합이야말로 컬러의 고정관념을 깨는 공식입니다.
컬러의 고정관념을 깨는 제품은 또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와라사(Warasa)라는 식품회사는 핑크 색감의 일본식 카레를 출시했어요. 핑크 커리 페이스트(Pink Curry Paste)라는 이 제품은 인도식의 강한 커리향을 덜어내고 약간의 고기와 양파, 당근에 할랄식 와라사(WARASA) 양념이 추가되어 진한 핑크빛을 띱니다.
이렇게 핑크는 식품 혁신의 상징적 요소로 활용됩니다.
Point 3. 식품에 입힌 자연주의 핑크
드래곤프루트는 식품에 핑크 트렌드를 접목하기에 좋은 자연재료입니다.
비트, 라즈베리, 크랜베리, 핑크래디쉬, 자색양파, 열대과일 리치, 오미자, 셀러리, 히비스커스 등 전통적인 식재료부터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식물까지 핑크는 자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컬러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테크노믹(Technomic)에 따르면 핑크 컬러는 즐겁고 포토제닉한 색으로 여겨지며,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는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합니다. 맛있고 건강한 식물성 재료임을 강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컬러인 셈이죠.
세계적인 향료 기업인 '퍼미니치(Firmenich)'는 2023년 '올해의 맛'으로 대표적인 핑크푸드인 드래곤 프루트(Dragon Fruit)를 선정했어요.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이 과일은 피타야(Pitahaya)라고도 불리며, 우리나라에서는 단어 뜻 그대로 ‘용과’라고도 부르죠. 선명한 핑크빛의 과육과 외피를 갖고 있어 이국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핑크 트렌드를 접목하기에 매우 적합한 천연원료입니다.
보통 드래곤프루트는 디저트로 많이 활용돼요. 실제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59%가 드래곤프루트 성분이 들어간 디저트나 과자를 먹어본 적 있다고 해요. 하지만 드래곤푸르츠가 꼭 달달한 식품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예요.
예를 한번 볼까요?
인도네시아의 '미카사(Miecassa)'란 제품은 모카프(Mocaf)로 만든 라면입니다. 모카프는 카사바(Cassava)라는 식물로 만든 밀가루인데 일반 밀가루에 비해 글루텐 성분이 적게 함유돼 있죠.
이 제품은 모두 4가지 맛으로 출시됐는데 그 중 하나가 드래곤프루트에요.
핑크 빛의 단단한 외피를 벗긴 드래곤프루트는 부드러운 맛을 갖고 있어요. 메론이나 키위의 식감을 떠올리시면 돼요. 이 제품은 드래곤프루트에 비타민 A와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점을 활용해 건강한 라면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호치민시 식품산업대학 연구원들이 제조사와 공동연구해 드래곤프루트 라면을 출시했어요. 연구원들은 드래곤프루트 고유의 색과 영양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나노 기술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비트 뿌리 역시 비타마젠타 컬러를 연출하는 데 있어 최고의 건강 색소입니다.
프랑스 기업 '미암 리퍼블릭(Miam République)'의 그래놀라(Granola)는 내용물부터 패키지까지 온통 핑크입니다. 글루텐프리, 비건 코드를 내세운 이 제품은 약간의 비트뿌리 분말을 첨가해 선명한 핑크빛을 만들어냈어요. 포인트가 되는 핑크 그래놀라는 야채 웍 요리나 수프의 토핑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모짜렐라 치즈, 시금치, 염소치즈, 꿀로 만든 이 비건피자는 비트 뿌리 퓨레와 파우더를 활용해 만든 피자베이즈를 사용했어요. 제품부터 패키지까지 지금까지 소개한 다른 제품들 중 가장 비바 마젠타에 가깝습니다.
Point 4. 뷰티코드 접목해 美각의 영역을 확장하다
늘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식품 제조업계는 다양한 산업과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제품을 기획합니다.
최근에는 식품의 미각과 뷰티의 미적 코드가 결합된 협업 제품이 늘고 있어요. 보통 화장품 브랜드가 활용하는 색상과 질감에서 영감을 얻어 식품에 반영하는 식이죠.
핑크는 푸드와 뷰티를 잇는 최적의 컬러입니다.
지난 2020년 국내 라면 브랜드 팔도(Paldo)가 한정판으로 출시한 '팔도 BB크림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팔도는 기존 비빔면에 크림분말스프를 추가한 신제품을 출시하며,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Missha)와 협업했어요. 핑크빛 패키지에 제품명도 비빔면에서 BB면으로 살짝 바꾸고, 마지막 'ㄴ' 받침은 비비크림의 질감의 차용했죠.
그런가 하면 2019년 출시된 에뛰드하우스(Etude House)와 킷캣(KiKat)의 협업은 정반대 사례입니다. 에뛰드는 '플레이컬러아이즈미니키트'라는 한정판 아이섀도 제품을 출시하며 킷캣 초콜릿의 형태와 달콤한 향을 적용했어요. 그리고 핑크 패키지로 마무리했죠. 이 제품은 당시 초콜릿 마니아들로부터 '역대급 콜라보 제품'이라는 평을 들으며, 출시하자마자 품절됐습니다.
이처럼 핑크를 가교로 한 두 이종산업 간의 협업은 뷰티업계에 확산되고 있는 셀프케어, 웰빙 루틴 등의 코드를 미각, 즉 식품 영역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어요.
더 과감하게, 더 다채롭게
2023년 핑크 컬러는 패션, 인테리어, 뷰티업계뿐 아니라 식품업계의 화사한 변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핑크는 틀에서 벗어난 혁신을 상징하며, 건강과 환경을 위해 자연주의를 지향하는 트렌드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파괴와 혁신의 미학 아래 컬러 머천다이징의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입니다. 2023년 남은 6개월 좀 더 과감하게 핑크 활용법을 고민해 보세요.
핑크푸드에 대한 글로벌 소비자 인식도
채소나 과일을 활용하세요
40%
구입할 때 과일이나 채소 섭취량을
중요한 기분으로 삼습니다.
대담하고, 다채롭게 접목하세요
44%
다양한 컬러의 음식을 즐깁니다.
건강한 자연주의로 소구하세요
8%
식품의 8%가 인공 색소나 감미료 등
첨가물을 넣지 않았다고 강조합니다.
민텔은 1972년에 영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트렌드 리서치 전문기업으로, 글로벌 신제품 정보와 애널리스트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전세계 86개국에서 출시되는 신제품들을 구입, 현재까지 800여만 개의 제품정보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제품 DB와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플랫폼 ' 민텔GNPD'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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