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트렌드보다 마이크로 트렌드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트렌드 주기도 짧아지면서 트렌드를 따라잡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Trend | 2025 주목해야 할 소비트렌드 - 팬본주의 |
2024.11.20ㅣ 5 min read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채선애 총괄 부서장
1% 팬덤이 바꾸는 소비 지형
팬덤이 자본이 되는
‘팬본주의’ 시대
- 팬덤이 ‘근본’이자 ‘자본’ → '팬본주의' 시대
- 팬덤의 국소화, ‘1% 팬덤을 잡아라’
- 메가히트보다 ‘소수완판’이 더 주목받는 시대
특정 분야나 연령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팬덤(fandom)’ 문화가 대중의 관심과 소비를 원하는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좁지만 강력한 ‘1% 팬덤’이 확산되면서 소비패턴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업계에서는 높은 충성도와 구매력을 가진 팬덤을 공략하는 밀착 마케팅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팬덤이 핵심 타깃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팬덤의 유무가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할 정도인데요. 팬덤이 곧 근본이자 자본으로 자리잡은 ‘팬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현상들을 목격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대상의 팬(Fan)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뜻의 ‘팬덤(Fandom)’이 최근 높은 충성도와 구매력을 갖춘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주로 아이돌이나 배우 같은 문화예술 분야에 국한되었던 팬덤 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이들의 강력한 소비력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팬덤의 충성도가 바로 소비지표로 연결되면서 이제는 스타에 한정되기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처럼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분야 역시 기업들의 새로운 핵심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팬덤을 활용한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집중하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팬덤 마케팅을 가장 선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입니다.
‘야덕’, ‘축덕’ 끌어 모으는
편의점 업계
편의점은 팬덤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유통채널로 주목받고 있어요. 아이돌 앨범이나 굿즈 등을 매장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e스포츠(게임) 및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협업(collaboration) 상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는 등 ‘충성 덕후’가 많은 팬덤을 전략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며 야덕(야구 덕후), 축덕(축구 덕후)들을 끌어 모으고 있죠.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KBO 야구 팬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포토카드가 히트를 치며 큰 이슈와 화제를 모았어요. 덕분에 동기간 다른 편의점을 압도할 정도로 검색량이 폭증하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기도 했죠. 또 7월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를 열고, K리그X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선보였는데요. 전국 축구팬들이 몰리며 25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았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편의점 업계는 스포츠 특화 매장을 늘리고, 구단과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스포츠 팬덤’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팬덤을 단순한 소비층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편의점 업계 전략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올해 7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축덕'을 타깃으로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최근 금융업계에서도 ‘팬덤’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팬들의 ‘덕심’을 겨냥한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아이돌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와 협업, ‘기록 통장’이라는 특별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이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저축액 1억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토스(toss)도 미국 가수 칸예 웨스트(Kanye West) 내한 공연의 단독 좌석을 확보하며 자사 멤버십 서비스와 연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했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팬덤 성향을 이용해 관련 상품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금융업계도 충성도 높은 팬층을 공략하며, 이들을 핵심 소비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팬덤의 힘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금융업계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뱅크가 그룹 엔시티 위시와 협업해 출시한 ‘기록 통장’
작지만 알찬
‘1% 팬덤’ 마케팅
팬덤 마케팅은 이제 패션, 뷰티, 식품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깊숙이 침투하며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셀럽의 영향을 받아 소비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팬덤 문화가 집단에서 개인 중심으로 움직이며 점차 ‘국소화(局所化, localization)’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스타보다 각 개인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나 브랜드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들은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팬들과 높은 친밀감, 신뢰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도 높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전체 10명 중 6명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구독하고 있었고,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자신의 관심사와 일치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그림 1 참고).
- 그림 1 : 소셜 미디어 인플루언서에 대한 인식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중복 응답)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중복 응답)
최근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유튜버’ 팬덤도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은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인 '침착맨'의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는데요. 온라인 사전 예약이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기도 했죠.
저연령대를 중심으로 인플루언서 팬덤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마이크로 팬덤’ 현상은 더욱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개최된 유튜버 ‘침착맨’ 팝업스토어에 몰린 팬들.
인플루언서 인기 힘입어
소셜커머스 급성장
사회 전 영역에서 1% 팬덤 영역이 확산되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중심으로 ‘SNS 커머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SNS 커머스 경우 인플루언서의 견고한 팬덤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아마존이나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 시장이 2024년 2,500억에서 2027년 4,8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유튜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함께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국내에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제품 구매 사이트로 따로 이동할 필요 없이 영상을 보면서 관련 상품이나 굿즈 등을 즉시 구매할 수 있게 됐는데요. 실제 293만 구독자를 가진 ‘1분요리 뚝딱이형’ 채널은 최근 유튜브 전용 스토어 ‘뚝딱이형 푸드몰’을 열고 영상에서 노출된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24 측은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와 이커머스를 연계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렇게 SNS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최근 홈쇼핑, 면세점, 라이브방송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에서도 팬덤을 보유한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콘텐츠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유튜브 <소신사장> 자사 상품 노출 콘텐츠 | CJ온스타일X한예슬 모바일 라이브쇼 | 롯데인터넷면세점 ‘셀럽샵’ |
팬본주의 시대
‘찐팬’을 공략하라
이처럼 지금의 소비시장은 팬덤의 관심과 열정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른 바 ‘팬본주의’ 사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팬덤이 시장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다수가 반응하는 ‘메가히트’보다 특정 팬덤을 공략한 ‘소수완판’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찐팬’을 적극 활용해 팬덤을 공략하는 사례도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팬덤은 ‘스위프트 노믹스(Swiftonomics ; 스위프트 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글로벌 콘서트 투어인 '이라스 투어(Eras Tour)'를 하며 가는 곳마다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를 일으켰는데요. 이에 대해 영국 소매업계는 올 여름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국 공연은 런던에만 3억 파운드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분석했어요.
콘서트 관람 전 테일러 스위프트의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팬들.
그런가 하면 올해 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 왕립 박물관이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성팬, ‘스위프티(스위프트 팬의 별칭)’를 찾는 공고문을 올려 화제가 됐는데요.
런던 소재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은 올해 2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스위프트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스위프티’를 채용한다”는 공고문을 올렸고, 실제 이 공고를 통해 채용된 스위프트 열혈 팬의 자문으로 2024년 7월, ‘테일러 스위프트’를 테마로 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전시회를 찾은 팬들은 오직 찐팬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가득 채워진 전시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호평했어요.
팬덤을 이해하고 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V&A 박물관 채용 공고 | ‘테일러 스위프트’ 전시회 |
유행의 '단속화'로
절실해지는 '팬덤의 힘'
그렇다면, 유독 지금 이렇게 찐팬을 활용한 팬덤 공략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유행의 ‘단속화(斷續化)’ 현상이 갈수록 더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속화는 소규모 화제성들이 단발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이제 소비시장은 초대형 흥행보다 짧고 강렬한 화제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해 그에 적합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소규모, 단기간이라도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 수단이 된 것이죠.
최근 유통업계가 팝업 스토어나 팝콘형 체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올해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이 영화 개봉 전 프리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기존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면서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성공 요소로 작용했어요.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은 팬들을 대상으로 영화 개봉 전 프리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유행의 국소화 현상이 짙어지면서 이렇게 단기적이지만 강력한 팬덤의 힘을 활용하는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진 시대가 찾아오고 있는 건데요.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행의 ‘국소화(局所化)’, ‘단속화(斷續化)’ 현상이 강화되면서 아무리 견고한 충성 팬덤을 가진 분야나 브랜드도 한 순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건데요.
거대한 팬덤을 기반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명성을 떨쳐 온 디즈니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SNS 콘텐츠에 친숙한 Z세대가 비디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크리에이터가 재편집한 콘텐츠’를 더 선호하면서 Z세대 ‘디즈니’ 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최근 디즈니가 개최한 글로벌 팬 이벤트 참석자 중 Z세대 비중이 제일 낮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제, 영원한 주류 팬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캔슬컬처’,
한 순간에 등 돌리기도
더불어, 이제는 팬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나아가 사회적 올바름의 잣대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올바름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해당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에게서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캔슬컬처(cancel culture)’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단 한번의 실수로 팬심은 빠르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례로 얼마 전 300만 구독자를 자랑했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 일대를 여행한 뒤 올린 영상에서 ‘할매 맛’, ‘똥물’ 같은 지역 비하성 발언을 유머로 소비하며 큰 논란에 휩싸였죠.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 영상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구독자 수는 급감하며 채널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인기 채널이었지만 ‘선을 넘는 콘텐츠’ 하나로 위기에 빠진 사례입니다.
반면 좋은 의미로 화제가 된 사례도 있죠.
바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안성재 쉐프가 등장하는 서브웨이 광고인데요.
이 광고는 솔직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안성재 쉐프는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쉐프로, 방송에서 보여준 깐깐한 입맛과 날카로운 심사평이 그의 시그니처가 되었을 정도인데요. 광고는 바로 그의 이러한 시그니처를 살렸어요.
광고 속에서 샌드위치를 맛본 안성재 쉐프는 “프랜차이즈치고는 맛있네요”, “가끔 가서 먹을 것 같아요”와 같은 멘트를 하는데요. 얼핏 악평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들이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해당 광고에 호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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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재 쉐프가 출연한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서브웨이’ 광고 영상 |
결국 지금의 팬본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그리고 ‘적절한 선’을 지키며 ‘예민한 사회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팬덤이 시장의 중심 동력이 된 이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팬덤의 가치와 감정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는 접근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 Retai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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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0ㅣ 5 min read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채선애 총괄 부서장
1% 팬덤이 바꾸는 소비 지형
팬덤이 자본이 되는
‘팬본주의’ 시대
특정 분야나 연령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팬덤(fandom)’ 문화가 대중의 관심과 소비를 원하는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좁지만 강력한 ‘1% 팬덤’이 확산되면서 소비패턴 역시 변화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업계에서는 높은 충성도와 구매력을 가진 팬덤을 공략하는 밀착 마케팅이 점점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팬덤이 핵심 타깃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팬덤의 유무가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할 정도인데요. 팬덤이 곧 근본이자 자본으로 자리잡은 ‘팬본주의’ 시대에 우리는 어떤 새로운 현상들을 목격하게 될까요?
그리고 이러한 흐름이 산업 전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팬덤의 충성도가 바로 소비지표로 연결되면서 이제는 스타에 한정되기보다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처럼 확고한 팬층을 보유한 분야 역시 기업들의 새로운 핵심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팬덤을 활용한 마케팅과 브랜딩 전략에 집중하며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데요. 팬덤 마케팅을 가장 선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곳이 바로 편의점입니다.
‘야덕’, ‘축덕’ 끌어 모으는
편의점은 팬덤 마케팅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유통채널로 주목받고 있어요. 아이돌 앨범이나 굿즈 등을 매장에서 판매하기도 하고, e스포츠(게임) 및 애니메이션과 협업한 협업(collaboration) 상품을 발빠르게 출시하는 등 ‘충성 덕후’가 많은 팬덤을 전략적으로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스포츠 마케팅을 확대하며 야덕(야구 덕후), 축덕(축구 덕후)들을 끌어 모으고 있죠.편의점 업계
세븐일레븐은 올해 6월, KBO 야구 팬들을 대상으로 출시한 포토카드가 히트를 치며 큰 이슈와 화제를 모았어요. 덕분에 동기간 다른 편의점을 압도할 정도로 검색량이 폭증하는 등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얻기도 했죠. 또 7월에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FC 세븐일레븐’ 팝업스토어를 열고, K리그X산리오 캐릭터즈 굿즈를 선보였는데요. 전국 축구팬들이 몰리며 25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았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편의점 업계는 스포츠 특화 매장을 늘리고, 구단과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스포츠 팬덤’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팬덤을 단순한 소비층이 아닌 핵심 자산으로 활용하는 편의점 업계 전략이 앞으로 얼마나 더 진화할지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도 ‘팬덤’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핀테크 업계를 중심으로 팬들의 ‘덕심’을 겨냥한 마케팅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지난 5월 아이돌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와 협업, ‘기록 통장’이라는 특별 상품을 출시했는데요. 이 상품은 출시 하루 만에 저축액 1억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토스(toss)도 미국 가수 칸예 웨스트(Kanye West) 내한 공연의 단독 좌석을 확보하며 자사 멤버십 서비스와 연계한 할인 혜택을 제공했죠.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투자하는 팬덤 성향을 이용해 관련 상품의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금융업계도 충성도 높은 팬층을 공략하며, 이들을 핵심 소비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데요. 팬덤의 힘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금융업계의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카카오뱅크가 그룹 엔시티 위시와 협업해 출시한 ‘기록 통장’
작지만 알찬
‘1% 팬덤’ 마케팅
팬덤 마케팅은 이제 패션, 뷰티, 식품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깊숙이 침투하며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일상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나 셀럽의 영향을 받아 소비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는 팬덤 문화가 집단에서 개인 중심으로 움직이며 점차 ‘국소화(局所化, localization)’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는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스타보다 각 개인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나 브랜드에게서 더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이들은 긴밀한 소통을 기반으로 팬들과 높은 친밀감, 신뢰감을 형성하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도 높습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전체 10명 중 6명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를 구독하고 있었고,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자신의 관심사와 일치하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인플루언서를 팔로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그림 1 참고).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중복 응답)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중복 응답)
최근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유튜버’ 팬덤도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신세계백화점은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인 '침착맨'의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는데요. 온라인 사전 예약이 오픈과 동시에 마감되기도 했죠.
저연령대를 중심으로 인플루언서 팬덤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마이크로 팬덤’ 현상은 더욱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개최된 유튜버 ‘침착맨’ 팝업스토어에 몰린 팬들.
인플루언서 인기 힘입어
소셜커머스 급성장
사회 전 영역에서 1% 팬덤 영역이 확산되며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을 중심으로 ‘SNS 커머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SNS 커머스 경우 인플루언서의 견고한 팬덤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고, 아마존이나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덕분에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크리에이터 경제 시장이 2024년 2,500억에서 2027년 4,8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유튜브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와 함께 ‘유튜브 쇼핑 전용 스토어’ 기능을 국내에 선보였습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제품 구매 사이트로 따로 이동할 필요 없이 영상을 보면서 관련 상품이나 굿즈 등을 즉시 구매할 수 있게 됐는데요. 실제 293만 구독자를 가진 ‘1분요리 뚝딱이형’ 채널은 최근 유튜브 전용 스토어 ‘뚝딱이형 푸드몰’을 열고 영상에서 노출된 상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카페24 측은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와 이커머스를 연계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죠.
이렇게 SNS를 기반으로 한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최근 홈쇼핑, 면세점, 라이브방송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에서도 팬덤을 보유한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를 앞세운 콘텐츠를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유튜브 <소신사장> 자사 상품 노출 콘텐츠
CJ온스타일X한예슬 모바일 라이브쇼
롯데인터넷면세점 ‘셀럽샵’
팬본주의 시대
‘찐팬’을 공략하라
이처럼 지금의 소비시장은 팬덤의 관심과 열정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이른 바 ‘팬본주의’ 사회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팬덤이 시장의 동력으로 작용하면서 다수가 반응하는 ‘메가히트’보다 특정 팬덤을 공략한 ‘소수완판’이 더욱 부각되는 시대가 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요즘은 ‘찐팬’을 적극 활용해 팬덤을 공략하는 사례도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팬덤은 ‘스위프트 노믹스(Swiftonomics ; 스위프트 경제)’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소비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테일러 스위프트는 올해 글로벌 콘서트 투어인 '이라스 투어(Eras Tour)'를 하며 가는 곳마다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를 일으켰는데요. 이에 대해 영국 소매업계는 올 여름 테일러 스위프트의 영국 공연은 런던에만 3억 파운드 경제효과를 창출했다고 분석했어요.
콘서트 관람 전 테일러 스위프트의 굿즈를 구입하기 위해 줄 서 있는 팬들.
그런가 하면 올해 초,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 왕립 박물관이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열성팬, ‘스위프티(스위프트 팬의 별칭)’를 찾는 공고문을 올려 화제가 됐는데요.
런던 소재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은 올해 2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스위프트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스위프티’를 채용한다”는 공고문을 올렸고, 실제 이 공고를 통해 채용된 스위프트 열혈 팬의 자문으로 2024년 7월, ‘테일러 스위프트’를 테마로 한 전시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전시회를 찾은 팬들은 오직 찐팬들만 알 수 있는 디테일로 가득 채워진 전시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호평했어요.
팬덤을 이해하고 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영국 V&A 박물관 채용 공고
‘테일러 스위프트’ 전시회
유행의 '단속화'로
절실해지는 '팬덤의 힘'
그렇다면, 유독 지금 이렇게 찐팬을 활용한 팬덤 공략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유행의 ‘단속화(斷續化)’ 현상이 갈수록 더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속화는 소규모 화제성들이 단발적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해요.
이제 소비시장은 초대형 흥행보다 짧고 강렬한 화제성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해 그에 적합한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소규모, 단기간이라도 충성도 높은 팬덤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접근 수단이 된 것이죠.
최근 유통업계가 팝업 스토어나 팝콘형 체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인데요.
올해 개봉한 디즈니∙픽사의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이 영화 개봉 전 프리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기존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면서 후속작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는 데 성공 요소로 작용했어요.
인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은 팬들을 대상으로 영화 개봉 전 프리 팝업스토어를 열었어요.
유행의 국소화 현상이 짙어지면서 이렇게 단기적이지만 강력한 팬덤의 힘을 활용하는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진 시대가 찾아오고 있는 건데요. 한 가지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유행의 ‘국소화(局所化)’, ‘단속화(斷續化)’ 현상이 강화되면서 아무리 견고한 충성 팬덤을 가진 분야나 브랜드도 한 순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건데요.
거대한 팬덤을 기반으로 콘텐츠 업계에서 명성을 떨쳐 온 디즈니의 위상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SNS 콘텐츠에 친숙한 Z세대가 비디오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 ‘크리에이터가 재편집한 콘텐츠’를 더 선호하면서 Z세대 ‘디즈니’ 팬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최근 디즈니가 개최한 글로벌 팬 이벤트 참석자 중 Z세대 비중이 제일 낮았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이제, 영원한 주류 팬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늘어나는 ‘캔슬컬처’,
한 순간에 등 돌리기도
더불어, 이제는 팬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나아가 사회적 올바름의 잣대도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근 올바름의 기준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해당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에게서 가차없이 등을 돌리는 ‘캔슬컬처(cancel culture)’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팬덤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단 한번의 실수로 팬심은 빠르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례로 얼마 전 300만 구독자를 자랑했던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이 경북 영양군 일대를 여행한 뒤 올린 영상에서 ‘할매 맛’, ‘똥물’ 같은 지역 비하성 발언을 유머로 소비하며 큰 논란에 휩싸였죠.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 영상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지만 구독자 수는 급감하며 채널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인기 채널이었지만 ‘선을 넘는 콘텐츠’ 하나로 위기에 빠진 사례입니다.
반면 좋은 의미로 화제가 된 사례도 있죠.
바로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로 유명해진 안성재 쉐프가 등장하는 서브웨이 광고인데요.
이 광고는 솔직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안성재 쉐프는 국내 유일의 ‘미슐랭 3스타’ 쉐프로, 방송에서 보여준 깐깐한 입맛과 날카로운 심사평이 그의 시그니처가 되었을 정도인데요. 광고는 바로 그의 이러한 시그니처를 살렸어요.
광고 속에서 샌드위치를 맛본 안성재 쉐프는 “프랜차이즈치고는 맛있네요”, “가끔 가서 먹을 것 같아요”와 같은 멘트를 하는데요. 얼핏 악평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들이지만 대중들은 오히려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표현으로 받아들이며 해당 광고에 호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안성재 쉐프가 출연한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서브웨이’ 광고 영상
결국 지금의 팬본주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팬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정성’, 그리고 ‘적절한 선’을 지키며 ‘예민한 사회적 감수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팬덤이 시장의 중심 동력이 된 이 시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팬덤의 가치와 감정을 존중하고 신뢰를 쌓는 접근방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국내 최대 170 만여 명의 소비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 리서치 회사로, 연 6천여 개가 넘는 정성·정량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다양한 소비자 분석 방법을 통해 깊이 있는 소비자 이해를 지향합니다.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적 이슈를 읽을 수 있는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패널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앱, 방문, 결제)를 수집, 조사와 결합해 다각적인 소비자 이해를 돕는 패널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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