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신을 더 정밀하게 이해하고 싶은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한 ‘셀프분석’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요. 끊임없이 확장되고 정교해지는 셀프분석.....

2025. 05. 28ㅣ 5 min read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채선애 총괄 부서장
‘나’를 해독하는 소비자들,
‘셀프분석’ 트렌드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

- “나를 제대로 알자” 셀프분석 트렌드 확산
- 셀프분석은 소비 결정을 위한 핵심 기준
- 기업들, 초개인화 전략으로 최적화 니즈에 대응
“난 O형이라 성격이 이래”, “너 정말 사자자리 같다.”
지금처럼 MBTI가 유행하기 전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을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지만, ‘나’를 간단히 규정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통용됐었죠. 하지만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개인 역시 단순한 기준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갈증이 커졌습니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기질과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인데요.
바로 이런 니즈를 겨냥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개인을 나노 단위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셀프분석’ 서비스인데요. 성격은 물론 외형과 신체, 정체성까지 끊임없이 확장되고 정교해지는 ‘셀프분석’ 트렌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은 왜
MBTI 열풍에 빠졌나
대면 접촉이 제한되고 관계가 단절됐던 코로나 19 시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MBTI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성격유형검사 도구로, 이제는 자신의 MBTI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검사가 됐죠.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이 검사가 왜 갑자기 열풍을 일으키게 된 걸까요?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기회가 줄어든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어요. 나의 ‘정체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개념인데 코로나로 그 과정이 막히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MBTI라는 프레임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코로나 19 이후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MBTI가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실제 당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서도 MBTI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MBTI 성격 유형 검사’ 경험률은 2021년 31.6%에서 2023년 52.8%로 급증했고, 2023년 당시 응답자 10명 중 8명이 ‘MBTI 열풍’을 체감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MBTI가 단순한 성격 테스트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는 많은 이들이 재미와 흥미를 넘어 ‘자아 정체성’을 탐구하는 도구로 MBTI를 활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 그림 1 : MBTI 성격 유형 검사 경험 및 의향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
메이크업, 패션, 헤어까지
퍼스널 컨설팅 전성시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굳이 타인과의 관계를 넓히지 않고 ‘혼자여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어요. 타인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는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 예가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 체형이나 골격에 맞는 ‘패션 스타일링 컨설팅’, 얼굴형에 맞는 ‘헤어 컨설팅’ 등입니다.
외모 관리와 개성 표현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러한 수요는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며, 이제는 ‘일상적인 자기관리’의 영역으로 자리잡을 정도입니다.
뷰티, 패션업계에서는 발 빠르게 이러한 니즈를 포착, ‘퍼스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고객의 퍼스널 컬러에 맞춰 웜톤, 쿨톤용 제품을 나눠 출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브로우, 아이라이너, 쉐딩 같은 단색 계열 제품도 피부톤별로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일대일 전문 컨설팅을 통해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고객 만족도와 구매 전환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죠. 패션 플랫폼도 ‘체형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코디를 제안하며 소비 경험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은 최근 남성 소비층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체형별 코디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요. 론칭과 동시에 일일 이용자가 6천 명을 넘어설 정도로 남성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유튜버 '레어리' 컨설팅 서비스와 에스쁘아 일대일 메이크업 컨설팅 사례.최근 퍼스널 컨설팅은 ‘신체건강'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도 한데요. 자신의 사상 체질이나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별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맞춤 영양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필리, 아이엠, 핏타민 등이 대표적인 곳이죠. 이처럼 기업들은 이제 ‘나를 더 잘 알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간파해 보다 정교하고 세분화된 ‘초개인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요. 이제 개인 맞춤형 상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개인별 건강상태와 니즈를 기반으로 맞춤 영양제를 제안하는 '필리(Pilly)'
"16가지도 부족해"
더 촘촘해진 ‘나’ 찾기
셀프분석이 소비의 출발점이 된 지금, 이제 사람들은 기존의 분류법에서 한 단계 더 깊고 구체적인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 타입 경우 예전에는 ‘건성’, ‘지성’, ‘복합성’으로 나눴다면, 이제는 ‘민감성 수부지(수분이 부족한 지성피부)’, ‘트러블성 복합성’처럼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는데요.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수분 밸런스, 피부 탄력, 민감도 등 피부 상태를 세분화해서 마치 MBTI처럼 피부 타입을 16가지로 분류한 ‘피부 MBTI’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16가지로 구분한 피부 MBTI(사진 : 더시그니처매거진)
성격 분석에서도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더욱 더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바로 MBTI 다음으로 떠오르고 있는 ‘HSP 테스트’입니다. HSP는 ‘매우 민감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자로, 감각이나 감정,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해 자신이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입니다. 단순한 성격 유형 구분을 넘어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 특성을 기반으로 사람의 성향을 구분하는 ‘테토-에겐’ 테스트도 화제입니다. 예를 들어 섬세하고 감정적인 성향의 남성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강한 ‘에겐남’, 반대로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성향의 여성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테토녀’로 분류하는 식인데요.
최근 배우 한가인과 80만 유튜버 찰스엔터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자신을 ‘테토녀’라고 지칭하며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리스닝마인드 소셜 검색 트렌드 분석에서도 최근 한 달간 ‘테토’, ‘에겐’ 언급량이 폭증할 정도로 이 테스트는 일상 속 ‘밈(meme)’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ESTJ, OSPT 같은 알파벳 네 글자만으로는 ‘나’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죠.
불확실성의 시대,
"나 자신만이라도 제대로 알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셀프분석’에 빠진 걸까요?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큰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넘쳐 나는 정보와 무수히 많은 선택지 속에서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셀프분석’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이해하면, 나와 맞지 않는 선택은 빠르게 거르고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지에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내 피부 타입이 ‘여드름 고민이 있는 수분 부족 지성’이라면 그에 맞는 성분의 화장품을 고르고, 내가 ‘감정 변화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식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요.
또한 ‘셀프분석’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 선호와 기피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일상 생활, 소비 패턴, 건강 관리, 업무 방식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나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죠. 즉, ‘셀프분석’은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시선이 아니라 객관적인 ‘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대중 소비자들의 니즈가 만들어낸 중요한 흐름이자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셀프분석'은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비 결정의 핵심 기준이자, 개인의 선택을 이끄는 강력한 필터가 되고 있습니다.
- 그림 2 : 셀프분석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기술과 결합되며,
초개인화 시장 열린다
별자리나 혈액형부터 시작된 ‘셀프분석’의 역사는 이제 외형부터 내면, 신체건강, 심리까지 ‘나’를 파고드는 깊이와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지금, 자기 이해를 통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셀프분석’은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까요? 우선, 객관적인 분석 도구로 수집된 개개인의 데이터는 빅데이터와 AI 등의 기술과 결합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소비 패턴, 건강 정보, 심리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가 통합 분석되면서 ‘나’를 위해 최적화된 솔루션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실제로 뷰티 업계에서는 AI 기반 피부 진단을 통해 개인 맞춤형, 즉 ‘초개인화’ 화장품을 제작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주요 뷰티 기업들이 이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뷰티뿐 아니라 패션, 식품, 유통, 의료, 여행 등 다양한 산업에서 초개인화 상품개발로 이어지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제 단순한 개인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디테일한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수준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 그림 3 : AI 기반 맞춤형 화장품 출시 현황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나아가 ‘셀프분석’ 흐름은 외면에서 내면으로 이어지면서 ‘멘탈케어’ 시장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AI 기반의 멘탈케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 일기장 등을 분석해 개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개인의 성향과 기질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서 케어, 맞춤 심리 상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어요.
바로 ‘개인 데이터 활용’에 따른 명암입니다. 성격 유형, 소비 습관, 신체 정보, 유전자 정보, 심리 상태 등 나노 단위로 수집되는 개인 데이터는 대단히 민감하고 사적인 정보예요. 이러한 정보가 기업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과도한 타깃팅,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의 비의도적 유출 등 소비자 거부감과 윤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셀프분석’ 트렌드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보만큼 데이터 윤리, 보호, 투명한 사용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관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개인의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 결국 사회 전체의 ‘우리’를 해치지 않도록 그 균형을 고민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야 ‘셀프분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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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5. 28ㅣ 5 min read글 : 마크로밀 엠브레인 컨텐츠사업부 채선애 총괄 부서장
‘나’를 해독하는 소비자들,
‘셀프분석’ 트렌드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
“난 O형이라 성격이 이래”, “너 정말 사자자리 같다.”
지금처럼 MBTI가 유행하기 전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성격을 설명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지만, ‘나’를 간단히 규정하고 표현하는 수단으로 오랫동안 통용됐었죠. 하지만 사회가 점점 더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개인 역시 단순한 기준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는 갈증이 커졌습니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기질과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 것인데요.
바로 이런 니즈를 겨냥해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 있습니다. 개인을 나노 단위로 세밀하게 분석하는 ‘셀프분석’ 서비스인데요. 성격은 물론 외형과 신체, 정체성까지 끊임없이 확장되고 정교해지는 ‘셀프분석’ 트렌드를 들여다보겠습니다.
대면 접촉이 제한되고 관계가 단절됐던 코로나 19 시기,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MBTI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MBTI는 개인의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는 성격유형검사 도구로, 이제는 자신의 MBTI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검사가 됐죠. 국내에 도입된 지 30년이 훌쩍 넘은 이 검사가 왜 갑자기 열풍을 일으키게 된 걸까요?대한민국은 왜
MBTI 열풍에 빠졌나
전문가들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혼자 있는 시간’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는 기회가 줄어든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어요. 나의 ‘정체성’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는 개념인데 코로나로 그 과정이 막히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MBTI라는 프레임에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실제 당시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조사 결과에서도 MBTI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MBTI 성격 유형 검사’ 경험률은 2021년 31.6%에서 2023년 52.8%로 급증했고, 2023년 당시 응답자 10명 중 8명이 ‘MBTI 열풍’을 체감한다고 응답할 정도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MBTI가 단순한 성격 테스트를 넘어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인데요. 이는 많은 이들이 재미와 흥미를 넘어 ‘자아 정체성’을 탐구하는 도구로 MBTI를 활용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조사대상 : 1천 명
메이크업, 패션, 헤어까지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는 굳이 타인과의 관계를 넓히지 않고 ‘혼자여도 충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계기가 됐어요. 타인보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졌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니즈는 보다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기 시작했습니다.퍼스널 컨설팅 전성시대
대표적 예가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을 찾아주는 ‘퍼스널 컬러’ 진단, 체형이나 골격에 맞는 ‘패션 스타일링 컨설팅’, 얼굴형에 맞는 ‘헤어 컨설팅’ 등입니다.
외모 관리와 개성 표현에 적극적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러한 수요는 실질적인 소비로 이어지며, 이제는 ‘일상적인 자기관리’의 영역으로 자리잡을 정도입니다.
뷰티, 패션업계에서는 발 빠르게 이러한 니즈를 포착, ‘퍼스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요.
고객의 퍼스널 컬러에 맞춰 웜톤, 쿨톤용 제품을 나눠 출시하는 것은 기본이고, 아이브로우, 아이라이너, 쉐딩 같은 단색 계열 제품도 피부톤별로 다양화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일대일 전문 컨설팅을 통해 자사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고객 만족도와 구매 전환율을 동시에 높이고 있죠. 패션 플랫폼도 ‘체형과 취향’을 반영한 맞춤형 코디를 제안하며 소비 경험을 최적화하고 있습니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은 최근 남성 소비층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체형별 코디 추천 서비스’를 선보였는데요. 론칭과 동시에 일일 이용자가 6천 명을 넘어설 정도로 남성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최근 퍼스널 컨설팅은 ‘신체건강'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기도 한데요. 자신의 사상 체질이나 유전자 분석을 기반으로 개인별 건강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맞춤 영양제를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필리, 아이엠, 핏타민 등이 대표적인 곳이죠.
이처럼 기업들은 이제 ‘나를 더 잘 알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간파해 보다 정교하고 세분화된 ‘초개인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요. 이제 개인 맞춤형 상품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6가지도 부족해"
더 촘촘해진 ‘나’ 찾기
셀프분석이 소비의 출발점이 된 지금, 이제 사람들은 기존의 분류법에서 한 단계 더 깊고 구체적인 기준을 찾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 타입 경우 예전에는 ‘건성’, ‘지성’, ‘복합성’으로 나눴다면, 이제는 ‘민감성 수부지(수분이 부족한 지성피부)’, ‘트러블성 복합성’처럼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는데요. 최근에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유수분 밸런스, 피부 탄력, 민감도 등 피부 상태를 세분화해서 마치 MBTI처럼 피부 타입을 16가지로 분류한 ‘피부 MBTI’까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16가지로 구분한 피부 MBTI(사진 : 더시그니처매거진)
성격 분석에서도 자신의 성향과 기질을 더욱 더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바로 MBTI 다음으로 떠오르고 있는 ‘HSP 테스트’입니다. HSP는 ‘매우 민감한 사람(Highly Sensitive Person)’의 약자로, 감각이나 감정,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분석해 자신이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를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입니다. 단순한 성격 유형 구분을 넘어 자신의 타고난 성향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 특성을 기반으로 사람의 성향을 구분하는 ‘테토-에겐’ 테스트도 화제입니다. 예를 들어 섬세하고 감정적인 성향의 남성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강한 ‘에겐남’, 반대로 도전적이고 직설적인 성향의 여성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강한 ‘테토녀’로 분류하는 식인데요.
최근 배우 한가인과 80만 유튜버 찰스엔터가 유튜브, 방송 등에서 자신을 ‘테토녀’라고 지칭하며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리스닝마인드 소셜 검색 트렌드 분석에서도 최근 한 달간 ‘테토’, ‘에겐’ 언급량이 폭증할 정도로 이 테스트는 일상 속 ‘밈(meme)’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ESTJ, OSPT 같은 알파벳 네 글자만으로는 ‘나’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죠.
불확실성의 시대,
"나 자신만이라도 제대로 알자"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토록 ‘셀프분석’에 빠진 걸까요?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큰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분석하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전략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넘쳐 나는 정보와 무수히 많은 선택지 속에서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실패를 최소화하는 수단으로 ‘셀프분석’이 주목받게 된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이해하면, 나와 맞지 않는 선택은 빠르게 거르고 가장 가능성 높은 선택지에 집중할 수가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내 피부 타입이 ‘여드름 고민이 있는 수분 부족 지성’이라면 그에 맞는 성분의 화장품을 고르고, 내가 ‘감정 변화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나와 성향이 잘 맞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 식으로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어요.
또한 ‘셀프분석’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최적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나의 강점과 약점, 선호와 기피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은 일상 생활, 소비 패턴, 건강 관리, 업무 방식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을 나에게 맞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주죠. 즉, ‘셀프분석’은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시선이 아니라 객관적인 ‘나’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효율과 행복을 추구하려는 대중 소비자들의 니즈가 만들어낸 중요한 흐름이자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셀프분석'은 단순한 자기 이해를 넘어 어떤 제품을 구매할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할지에도 영향을 미치는 소비 결정의 핵심 기준이자, 개인의 선택을 이끄는 강력한 필터가 되고 있습니다.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기술과 결합되며,
초개인화 시장 열린다
별자리나 혈액형부터 시작된 ‘셀프분석’의 역사는 이제 외형부터 내면, 신체건강, 심리까지 ‘나’를 파고드는 깊이와 범위를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지금, 자기 이해를 통해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앞으로 ‘셀프분석’은 어디까지 진화하게 될까요? 우선, 객관적인 분석 도구로 수집된 개개인의 데이터는 빅데이터와 AI 등의 기술과 결합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개인화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소비 패턴, 건강 정보, 심리 상태 등 다양한 데이터가 통합 분석되면서 ‘나’를 위해 최적화된 솔루션이 자동으로 추천되는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실제로 뷰티 업계에서는 AI 기반 피부 진단을 통해 개인 맞춤형, 즉 ‘초개인화’ 화장품을 제작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데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한국콜마 등 주요 뷰티 기업들이 이 시장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뷰티뿐 아니라 패션, 식품, 유통, 의료, 여행 등 다양한 산업에서 초개인화 상품개발로 이어지고 있어요.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제 단순한 개인화 마케팅을 넘어서, 소비자의 ‘디테일한 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반영하는 수준의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나아가 ‘셀프분석’ 흐름은 외면에서 내면으로 이어지면서 ‘멘탈케어’ 시장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최근 AI 기반의 멘탈케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개인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 일기장 등을 분석해 개인의 정신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개인의 성향과 기질 분석을 바탕으로 한 정서 케어, 맞춤 심리 상담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료 : 마크로밀 엠브레인
하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 있어요.
바로 ‘개인 데이터 활용’에 따른 명암입니다. 성격 유형, 소비 습관, 신체 정보, 유전자 정보, 심리 상태 등 나노 단위로 수집되는 개인 데이터는 대단히 민감하고 사적인 정보예요. 이러한 정보가 기업의 마케팅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 과도한 타깃팅, 프라이버시 침해, 데이터의 비의도적 유출 등 소비자 거부감과 윤리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셀프분석’ 트렌드가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진보만큼 데이터 윤리, 보호, 투명한 사용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책임 있는 관리가 반드시 전제돼야 합니다.
개인의 ‘나’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기술이, 결국 사회 전체의 ‘우리’를 해치지 않도록 그 균형을 고민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그렇게 해야 ‘셀프분석’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진정으로 의미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최대 170 만여 명의 소비자 패널을 보유하고 있는 종합 리서치 회사로, 연 6천여 개가 넘는 정성·정량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다양한 소비자 분석 방법을 통해 깊이 있는 소비자 이해를 지향합니다. 대중 소비자들의 일상적 이슈를 읽을 수 있는 트렌드모니터(trendmonitor.co.kr)를 운영하고 있으며, 패널들의 실제 행동 데이터(앱, 방문, 결제)를 수집, 조사와 결합해 다각적인 소비자 이해를 돕는 패널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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