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n read]월마트의 미래 비전 '적응형 소매업'

월마트는 최근 미래비전을 발표하며 '적응형 소매업'이란 키워드를 언급했어요. 옴니채널을 넘어서는 적응형 소매업의 개념...

Strategy월마트의 미래 비전 '적응형 소매업'

2024. 02. 21ㅣ 5 min read

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월마트는 옴니채널을 뛰어넘어
'적응형 소매업'을 지향합니다


  • 월마트, 미래 소매 모델로 '적응형 리테일' 제시
  • 채널, 단계 통합해 고객 맞춤형 쇼핑경험 제공 
  • AI, VR, AR 등 신기술이 적응형 소매업 실현 



월마트가 미래 소매 비전으로 옴니채널(omni channel)을 뛰어넘는 '적응형 소매업(adaptive retail)을 제시했어요. 
월마트가 그리는 '적응형 소매업'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근 선보인 기술 혁신과 함께 그 의미를 짚어보겠습니다. 




월마트는 최근 몇 년 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다른 소매기업들에 비해 탁월한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바로 어제 밤에 발표된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 성장한 6,481억 달러를 기록했어요(2024년 회계연도 1월 27일 기준, 그림 1 참고).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는 결과로, 발표 직후 월마트 주가는 5% 넘게 상승했습니다. 

월마트 성장세가 더욱 의미있는 것은 매장 리뉴얼과 온라인 쇼핑경험 개선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동반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이예요(그림 2 참고). AI, 데이터, 로봇 공학, 스마트 공급망 구축 등 디지털 기술을 혁신하는 동시에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 리뉴얼에도 수십 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 월마트는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힘을 잃고 있다고 밝혔어요. 2024년은 지난해 같은 견고한 성장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내포돼 있습니다. 


  • 그림 1 : 월마트 연도별, 분기별 매출현황

자료 : 월마트
주 : 2023년 연간 매출 2024년 1월 31일 기준
2022년 1분기는 2022년 4월 29일 기준, 2023년 1분기는 2023년 4월 23일 기준


  • 그림 2 : 월마트 분기별 기존점 및 이커머스 성장률 

자료 : 월마트
주 : 2022년 1분기는 2022년 4월 29일 기준, 2023년 1분기는 2023년 4월 23일 기준



월마트가 말하는 '적응형 소매업'이란 

전세계 1위 소매기업 월마트는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2024)에서 월마트는 '적응형 리테일(Adaptive Retail)'이라는 개념을 등장시켰습니다. 이 말은 CES 연설자로 나선 월마트 CEO 더그 맥밀란(Doug McMillon)과 월마트 글로벌 기술책임자 수레시쿠마(Suresh Kumar)의 발표내용 속에서 언급됐는데요. 

간단히 개념을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월마트가 정의한 '적응형 소매업'은 쇼핑과 관련한 모든 과정이 유기적으로 상호 연결되어 마찰이 없으며,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새로운 유형의 커머스를 의미합니다. 월마트 기술 책임자 수레시쿠마는 "제품을 발견하고(discovery), 구매하고(purchase), 수령하는(receive) 전체 쇼핑여정에서 고객들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따라서 온-오프 구분 없이 고객이 월마트의 어떤 채널을 이용하든, 쇼핑의 어떤 단계에 있든 최상의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라고 부연 설명했어요.  

즉, 앞으로 소매업은 고객이 처할 수 있는 모든 쇼핑환경과 상황에 맞춰 그때그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옴니채널 전략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온-오프를 통합한 최상의 경험은 온라인 채널의 장점인 '간단하고 빠른 검색 및 발견', '개인화된 추천', '계산대 줄 서지 않기' 등을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누릴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또한 직접 체험, 점원들의 서비스, 즉시 구입과 같은 매장의 장점 역시 이커머스 채널에 적용되어야 하죠. 

이렇듯 온라인 채널의 강점을 오프라인에 이식하고, 오프라인만의 이점을 온라인에 적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술'입니다. 




월마트 5가지 최신 기술혁신

지난 몇 년 간의 기술 투자와 노력으로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을 뛰어넘는 디지털 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월마트는 어떤 신기술을 통해 '적응형 소매업'의 모습을 구현해가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① 생성AI 기반의 검색 경험
자연어 검색으로 원하는 상품 한 번에 

월마트는 지난달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찾고 자신있게 구매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생성AI 기반의 검색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새로운 검색기능의 특징은 자연어 입력이 가능하다는 것과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준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풋볼 경기 관람을 위한 파티 계획을 도와주세요(Help me plan a football watch party)'라고 입력하면 '치즈 스낵', '풋볼 데코', '탄산음료', '포크', '접시' 등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품목별 추천제품이 추천이유와 함께 노출됩니다. 고객이 일일이 '치즈 스낵', '탄산음료'를 검색해야 했던 과거 방식에 비해 검색 프롬프트 하나로 해결되니 상품검색 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보통 미국 가정이 가족행사 계획과 쇼핑에 쓰는 시간이 매주 6시간 정도인데 월마트의 새로운 검색기능은 이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죠. 이 때문에 월마트는 새로운 검색기능을 가리켜 '쇼핑 지니(shopping genie)'와 같다고 표현합니다. 

월마트가 고객의 니즈를 정밀하게 이해하고 맞춤형 답변과 제품을 제안할 수 있는 비결은 정교하게 조정된 오픈소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월마트는 60년 이상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왔어요. 바로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소매기술 인텔리전스가 월마트의 독보적인 차별화 경쟁력입니다. 여기에 쿼리, 세션 등은 고객의 의도에 더욱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레버리지 역할을 하죠. 

월마트는 그동안 갈고 닦은 AI 기술로 미국 중서부의 휴가 트렌드는 어떤지, 동부 해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간식은 무엇인지와 같은 데이터를 모두 고려해 고객의 니즈를 예측하고 고객이 어느 지역에 살든 개인화된 맞춤제안을 할 수 있어요. 

검색창에 '풋볼 경기 관람을 위한 파티 계획을 도와주세요'라고 입력하면 카테고리를 넘나들며 품목별 추천제품이 추천이유와 함께 노출됩니다. 


② 샘스클럽의 자동 체크아웃 
줄 설 필요 없이 통과

온라인의 장점인 '줄 설 필요 없는' 쇼핑공간은 회원제 매장인 샘스클럽(Sam's Club)에 구현됐어요. 
기존에 샘스클럽 회원은 계산대나 스캔앤고 기능을 활용해 이미 계산을 마친 후에도 매장을 나갈 때에는 출구에서 구매물품과 결제물품이 일치하는지 영수증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어요. 이 때문에 계산을 끝내고도 길게 줄을 섰어야 했고, 이는 샘스클럽 회원들의 큰 불만사항이었어요. 

하지만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이제 이런 과정이 필요 없어졌어요. 
샘스클럽에 도입된 AI 기반의 출구장치 덕분인데요. 매장 출구 쪽에 배치된 컴퓨터 비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카트 안 이미지를 캡처하고 모든 품목이 제대로 결제됐는지 자동 확인이 이루어집니다.
AI 기반의 출구장치는 현재 샘스클럽 매장 열 곳에서 테스트 중이며, 올해 연말까지 600개점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매장 출구 쪽에 배치된 컴퓨터 비전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카트 안 이미지를 캡처하고 모든 품목이 제대로 결제됐는지 확인하게 됩니다. 



③  온라인에서 친구와 쇼핑하기 
VR, AR 활용한 소셜커머스

지난 몇 년 간 월마트는 웹과 모바일 플랫폼 상에서도 제품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AR(증강기술)과 VR(가상기술)에도 크게 투자해 왔어요. 구체적으로 구현된 기능 중 하나가 '친구와 함께 쇼핑하기(Shop with Friends)'입니다. 
친구와 함께 쇼핑하기는 증강현실, 가상착장, 생성AI, 커머스 API 등 여러 기술이 접목된 소셜커머스 플랫폼이예요. 
고객은 이 기능을 활용해 원하는 의류 아이템을 가상환경에서 쉽게 믹스매치해 입어볼 수 있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의견도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체험을 온라인에 구현한 월마트의 '적응형 소매업'의 일환입니다. 


월마트의 '친구와 쇼핑하기'는 증강현실, 가상피팅, 생성AI 기능이 결합된 소셜커머스 플랫폼입니다. 



④  드론배송 확대
미국 내 10분 배송도 가능 

배송기간 단축을 위해 드론배송 역량을 확대하는 데에도 투자하고 있는 월마트는 미국 소매업체 중 드론배송 가능 지역이 가장 넓은 기업이기도 합니다. 1월 기준, 달러스 포트워스(Dallas Fort-Worth) 전 지역을 포함해 최대 180만 가구에 드론배송이 가능해요. 
월마트는 드론배송 기술 확보를 위해 전문 업체인 윙(Wing), 지플린(Zipline)과 협력하고 있어요. 윙은 2018년 7월에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에서 독립한 스타트업으로, 오세아니아, 북유럽, 북미 3개 대륙에서 커피, 쿠키, 책, 의약품 등의 드론배송에 성공했습니다. 
배송용 드론을 설계, 제조 운영하는 지플린 역시 드론 공항 역할을 하는 드론 유통센터까지 구축한 전문기업으로 월마트와는 2021년부터 파트너십 체결했습니다. 
월마트는 드론배송을 통해 30분 이내, 일부 지역은 10분 이내 배송 등 빠른 배송 옵션이 가능하다며, 지난 2년간 드론배송 시험을 통해 2만 개 이상의 배송을 안전하게 완료했다고 발표했어요. 

월마트의 드론배송은 달라스 지역을 포함해 미국 내 180만 가구를 커버합니다. 



⑤ 생성AI 기반의 직원 도우미
간단한 문서작성은 바로바로 

월마트는 직원들을 위한 기술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8월 선보인 생성AI 기반의 업무 툴 '마이 어시스턴트(My Assistant)'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마이 어시스턴트는 문서 초안 작성 등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 직원들이 더 중요한 일에 시간을 배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이 어시스턴트는 월마트 미국 외에도 캐나다, 멕시코, 칠리 등 8개국 본사 직원 5만 명에게 배포되었으며 각국의 직원들은 모국어로 사용할 수 있어요. 

생성AI 기반의 월마트 마이 어시스턴트는 문서 초안 작성 등 단조롭고 반복적인 업무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여줍니다.


기술을 지향하지만 사람이 중심   

월마트가 지향하는 적응형 소매업은 고객뿐 아니라 직원과 사회도 포함됩니다. 직원의 업무개선을 위한 생성AI 비서 개발에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죠. 
올해 1월, 월마트는 슈퍼센터 점장들의 급여를 연간 114,000달러에서 128,000달러로 인상하고 목표를 달성한 경우 연봉의 200%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어요. 얼마 전에는 직원과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웰니스 센터도 오픈했죠. 
하루가 멀다하고 인원감축 소식이 들려오는 미국 소매업계에서 월마트의 직원 투자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월마트에서 하역일부터 시작해 30년간 근무한 CEO 더그 맥밀란은 "월마트는 어떤 기업입니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월마트는 사람 중심의 기술 기반 옴니채널 소매기업으로,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전념합니다. 그 일은 사람들이 돈을 절약하는 것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궁극적으로 월마트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헌신합니다." 
 

사람, 즉 고객과 직원, 지역사회가 모두 더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월마트가 지향하는 적응형 소매업의 가치입니다. 





월마트의 혁신허브, '스토어 넘버 8'의 폐쇄


지난 1월 말, 월마트는 그동안 사내 테크 인큐베이팅 허브인 '스토어 넘버 8(Store No 8)'을 폐쇄한다고 밝혔어요. 
스토어 넘버 8은 2017년 5월 설립된 조직이에요. 당시 아마존의 세력 확대와 기술을 앞세운 신흥 이커머스 주자들의 공략에 긴장한 월마트가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만들었죠. '8호점'이라는 명칭 역시 월마트 창업자인 샘 월튼이 다양한 테스트들을 한 것으로 알려진 아칸소주의 한 지점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고객의 집 안에 있는 냉장고까지 상품을 배송해주는 '월마트 인홈(In Home)' 서비스와 2021년 론칭한 '대화형 커머스'도 스토어 넘버 8의 성과입니다.
이렇듯 수 차례의 성공과 실패사례를 반복하며 월마트 혁신 이니셔티브를 주도해온 스토어 넘버 8의 폐쇄는 표면적으로만 보면 월마트가 혁신과 실험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이에 대해 월마트 CEO 더그 맥밀란은 아래와 같이 폐쇄 배경을 설명했어요. 

"당시 스토어 넘버 8을 설립한 것은 옳은 결정이었고, 월마트 혁신에 기여한 것이 사실입니다.  기업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챗GPT과 같은 서비스를 연구하고 실험하는 지금 이 시대에, 혁신은 더 이상 한 팀, 한 조직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기술 혁신에 대한 책임이 핵심 비즈니스마다 스며들지 않고 따로 격리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앞으로 소매업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책임은 특정 조직이 아니라 월마트 전사가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7년간 월마트 혁신 허브 역할을 했던 스토어 넘버 8의 폐쇄는 이제 월마트가 과거에는 없었던 신기술 전문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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