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n read]유통혁신을 주도하는 4가지 기술분야

2022년 11월에 등장한 챗GPT(ChatGPT)를 시작으로 생성AI(generative AI)가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우리....

Strategy유통혁신을 주도하는 4가지 기술분야

2023. 09. 13ㅣ 5 min read


글 : 정연승 단국대 교수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연구분야는 마케팅, 유통채널 전략, B2B, 서비스입니다.
현재 한국서비스마케팅학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무인화부터 드론배송까지
기술이 바꾸는 미래의 유통지도


  • 리테일테크, 유통산업의 미래 성장동력
  • 아마존, 월마트 중심으로 신기술 테스트 중
  • 무인매장, 채산성 개선이 과제



생성AI 출현으로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부터 가상현실, 증강현실, 핀테크, 사물인터넷, 블록체인에 이르기까지 유통 분야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도입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어요. 
2016년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은 “미래의 유통은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네트워크, 데이터 그리고 첨단 물류시스템이 융합되는 신유통(New Retail) 모델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견했죠. 그 주장은 지금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단국대 경영학과 정연승 교수가 기술 발달이 가져올 유통산업의 미래 모습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신기술들은 유통업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새로운 유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있어 트리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리테일(Retail)’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리테일테크(Retail Tech)’라는 용어가 생겨나기도 했죠. 기업들은 리테일테크와 관련된 글로벌 트렌드를 주시하면서 각 기술별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기업 환경에 맞게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유통산업의 어떤 분야에 어떤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는지 국내외 사례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무인매장/비대면 기술
상용화 코앞, 비용이 문제



무인매장(Unmanned Stores)은 현재 가장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전자태그, 가상현실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이 집약된 것으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변화시키는 주 동력이 되고 있죠. 
무인점포는 아직 도난이나 계산 오류 등 취약점을 갖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과 고객들의 비대면 쇼핑 선호 현상 등으로 인해 증가 추세입니다. 
무인매장에 적용되는 기술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RFID, 컴퓨터 비전(이미지 및 영상분석), 고객 동선인식 시스템 등 데이터를 모으는 센서들을 비롯해 키오스크, 스마트 사이니지, 스마트 쇼룸 등 다양한 디지털 스크린 기술 등이 활용됩니다. 

아마존은 아마존고(Amazon Go) 매장 내 설치된 센서로 인식한 정보를 바탕으로 컴퓨터 비전 기반 기계학습과 AI 시스템을 통해 통합적으로 매장을 운영합니다. 카메라 외에 압력 센서, 적외선 센서, 로드셀, 라이트 커튼, 인공지능 기반 학습, 동일인 추적 등 다양한 기술이 하나의 신경망과 같이 서로 작동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되어 누가 무엇을 사고 나갔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저스트워크아웃 매장인 ‘DT 랩스토어’는 통합인증 단말기와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해 고객 출입을 확인하고, 3D라이다(LiDAR ; 레이저 기반 사물측정 센서)로 고객 동선을 분석합니다. 매장에 설치된 AI 카메라는 매대에 진열된 상품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결품이 발생하면 매장 관리자에게 즉시 알리는 역할도 합니다. 

완전 무인매장의 기술 자체는 이미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어요. 하지만, 비용이 문제입니다. 설치 비용이 유인매장의 열 배에 이르는 상황이라 무인매장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채산성 면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아마존도 아마존고 매장 일부를 폐쇄하는 등 초기 계획과 달리 무인매장 사업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무인매장을 도입하는 유통기업들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폴란드 1위 유통기업 자브카(Żabka) 역시 인공지능 기반의 무인매장을 50여 개점 운영하고 있습니다. 


  •  폴란드 유통기업 자브카(Żabka)가 운영하는 무인매장

     


2. 가상·증강현실 기술
쇼핑 몰입감과 경험 극대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은 물리적 공간의 한계를 해소하고, 쇼핑의 몰입감을 높여주는 기술들입니다. 
최근에는 VR, AR, MR을 아우르는 ‘XR(eXtended Reality ; 확장현실) 기술’이 등장했어요.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을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면서 나온 용어로, 비전프로 출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죠. 확장현실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실제 만지거나 착용한 것 같은 현실감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의 몰입감과 경험 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점입니다. 

최근에는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커뮤니티를 구축하거나 대체불가능토큰(NFT)을 발행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구매를 유도하는 인지·구매 검토 과정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 쇼핑객이 자신의 사진을 올리면 AI로 사진을 분석해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현실에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메타버스 게임플랫폼인 로블록스에 아이템을 판매하는 ‘월마트랜드(Walmart Land)’와 가상코인을 벌 수 있는 ‘유니버스 오브 플레이(Walmart’s Universe of Play)’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월마트가 선보인 가상 피팅 시스템 


3. 라스트마일 배송 기술
배달 로봇 이어 드론 테스트 

라스트마일 배송은 물류와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안전성, 편의성, 속도 면에서 모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채널 비중이 확대되며 라스트마일 배송 기술은 변화된 유통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기술이 되었어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미국의 CB 인사이츠(CB Insights)는 라스트마일 배송 기술 혁신을 자율 배송시스템, 이동 중 제조(En-route manufacturing), 이동형 로봇 매장(Robotic stores on Wheels), 락커 및 보관 시스템, 디지털 트윈 영역으로 구분해 소개한 바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라스트마일 배송은 가장 직접적으로 유통업체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는 영역이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물류 단계에서 비용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영역입니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체들은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인 배송서비스를 위해 라스트마일 기술에 투자하고 있어요. 

아마존은 항공 주문처리 센터와 모바일 주문처리 센터를 통합하고 경로에 따른 다양한 위치에서 로봇으로 배송하는 시스템 특허를 출원했어요. 아마존은 2019년부터 배달용 자율주행 로봇인 '아마존 스카우트'를 활용 라스트마일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사람 걸음과 비슷한 속도로 운행되는 아마존 스카우트는 걸거리의 장애물을 피해 최종 고객에게 제품을 전달해요. 테스트 후 시애틀을 시작으로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 ‘프라임에어(Prime Air)’도 테스트하고 있어요. 현재 7개주 36개 매장에 적용 중이며, 대량 배송을 위한 테스트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도 2019년부터 실외 자율주행배달 로봇 ‘딜리(Dilly) 드라이브’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있습니다. 

  • 아마존의 드론배송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에어'



4. 고객분석/대응 기술
상품추천 방식의 진화

POS, 카드결제 내역, 모바일 결제 내역, 바코드, RFID와 각종 센서 데이터 등 전체 공급망상에서 확보할 수 있는 고객 데이터는 무궁무진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활용하는 것입니다. 
최근 고객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떻게 연결해 최종 서비스를 데이터화 할 것인지에 대해 구축자의 의도를 AI 기술, 머신러닝, 클러스터 등으로 구현합니다. 

쿠팡은 플랫폼에서 상품을 추천할 때 '러닝투랭크(Learning to Rank)'라는 머신러닝 기법을 사용합니다. 러닝투랭크는 추천 순위를 결정할 때 한 가지 모델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델의 성능과 필요에 따라 각각 다른 가중치를 부여하고,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해서 최종 추천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멀티 연결을 통해 고객이 원래 사려고 하는 상품뿐 아니라 최근 인기있는 상품이나 연관상품 등을 추천할 수 있죠.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커머스에서의 상품 추천은 과거 단순 상품데이터 기반의 추천에서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개인화 추천까지 해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요. 

머신러닝 기반의 상품추천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 역시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인 아마존이죠. 방대하게 쌓인 아마존닷컴의 구매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시킨 후 고객의 행동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라 페이지별 노출상품을 구성합니다. 
고객 나이, 거주지, 성별, 취향 등을 모두 고려한 상품 추천이 이루어지죠. 아마존은 인공지능,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경쟁업체들의 가격, 주문내역, 예상 이익률, 웹사이트 활동 등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판매가를 10분마다 최적화하는 다이나믹 프라이싱 정책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리테일테크, 가능성 확인
수익성 확보가 과제

국내외 유통사들이 리테일테크 영역에 힘을 쏟는 이유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위주였던 유통산업이 온라인과 디지털로 대표되는 신유통 시대로 변모하고 있는 시대에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으로 유통시장에서는 고객의 편의성 증대와 고객경험 충족을 통해 고객 감동을 제공해야만 생존이 가능한데, 이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바로 신기술이기 때문이죠. 

리테일테크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기술력을 강조하는 유통기업과 플랫폼들이 사업모델로서의 가능성만 제시했을 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익성'을 검증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전통 유통포맷에 익숙한 소비자가 거부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죠. 
업계 일각에서는 리테일테크가 소리만 요란할 뿐, 알맹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리테일테크는 이미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거라는 점입니다. 

유통기업들에게 리테일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전략입니다. 최근 챗GPT의 폭발적인 성장처럼 AI가 적용된 플랫폼과 물류센터는 엄청난 혁신과 효율성을 가져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으로 다가올 유통산업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유통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가까운 방법은 유통산업 관련기술들이 어떤 방향으로 개발되고 발전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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