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컬리를 론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뷰티 1, 2위 사업자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와 로레알(Loreal) 그룹 그리고 국내 1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Sulwhasoo)가 모두 입점했습니다. 단 기간에 이렇게 유명 브랜드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군이었어요. 브랜드들 역시 늘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발굴하고 싶은 니즈가 있잖아요. 컬리에는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모여있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그 점을 매력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용품 시장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브랜드는 '해피콜'이지만, 컬리에서는 르크루제나 스타우브 같은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이 더 잘 팔리죠.
▪ A/B 테스트 통한 치열한 검증하지만, 뷰티컬리 론칭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컬리는 워낙 식품으로 견고한 성장을 하고 있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한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고객들의 반응도 우려됐고, 내부 직원들의 반대도 있었죠. 그래서 정식으로 론칭하기 전에 A/B테스트를 여러 차례 거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논의와 검증단계를 거쳤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 테스트를 해보니 식품 경우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들이 가장 잘 팔리는 반면, 뷰티제품은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잘 팔렸고, 그에 맞게 상품소싱이 이루어졌죠.
▪ 폐기율 1% 유지하는 고도의 상품 압축보통 온라인 채널은 진열면적의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컬리의 상품운영 정책은 큐레이션에 기반해 압축된 품목만 가져가는 것입니다. 마치 코스트코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죠. 컬리는 매주 대표님 주재로 상품위원회를 여는데 하나의 상품을 다룰지 말지에 대한 논쟁이 길게는 3개월이 걸릴 때도 있어요. 물류 인프라와 인력 등 컬리가 보유한 자원을 고려했을 때 효율을 위해서는 큐레이션에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상품 하나하나 신중히 입점시키다 보니 폐기율도 현저히 낮죠. 보통 오프라인 매장 경우 폐기로스가 3~4% 정도인데 컬리는 1%대에요. 더 이상 고객들은 여러 개의 쇼핑 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한두 개 앱을 애용하죠. 어떻게 보면 이제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고객들을 사로잡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고객 확보 비용도 훨씬 높아졌죠. 이미 컬리 고객이 천만 명이 넘은 상황에서 신규 고객유치에 힘을 쏟기보다 기존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잘 파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어요. 이를 통해 객단가가 높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그 다음 단계는 고객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
정리 · 사진 : 윤은영 책임에디터
‘매스(mass)'가 사라진 시대,
스케일업을 위한 돌파구는?
지난 6월 8~9일 양일간 김소희 트렌드랩(dailytrend.co.kr)에서 주최하는 ‘넥스트 커머스 2023’ 컨퍼런스에 다녀왔어요.
‘매스가 사라진 시대의 스케일업’을 주제로 한 김소희 대표의 발표를 시작으로 뷰티컬리, 롯데마트 보틀벙커 등 최근 유통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오간 자리였습니다.
성장을 고민하는 독자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을 간단히 정리해 드립니다.
Part 1. “매스의 달콤함은 잊으세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전달된 핵심 메시지에요. 김소희 트렌드랩의 김소희 대표는 이제 똑 같은 제품을 찍어내 수만 명에게 판매하던, 달콤한 매스(mass)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효과적인 디비전 추가와 새로운 고객군 확보를 통해 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어요.
김소희트렌드랩 김소희 대표
기존 사업에 새로운 디비전(division; 사업분야)을 추가하는 방식과 기존 디비전을 유지한 상태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방식이죠. 이 두 가지 방식을 보여주는 각각의 가장 좋은 사례는 에르메스(Hermes)와 크록스(Crocs)에요.
에르메스는 2020년 1월 에르메스 뷰티를 론칭했어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에르메스 백은 쉽게 살 수 없지만, 10만 원짜리 립스틱 한두 개 정도 살 수 있는 사람은 많아요. 효과적인 디비전 추가라고 할 수 있죠.
그런가 하면 신발업체 크록스는 기존 사업을 유지한 채 고객군을 확장하는 데 성공하고 있어요.
에르메스와 크록스 같은 기업들은 왜 이러한 전략 변화를 꾀하고 있는 걸까요?
▪ 일본 호시노리조트의 ‘스몰 매스’ 전략
과거에는 매스(mass) 시장이 곧 밸류(value) 시장이었어요.즉 타깃시장의 크기가 수익을 담보해줬죠. 하지만 지난 몇 년 사이 이 매스 시장을 지탱했던 중산층들은 저가 시장으로 이동했어요. 매스가 사라지고, 시장은 초고가와 초저가로 양분됐죠.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기업들은 효과적인 디비전을 추가하는 것에서 답을 찾고 있어요.
일본에 '호시노리조트'라는 기업이 있어요. 하루 숙박에 60~70만 원, 심지어 100만 원을 넘기도 해요. 흥미롭게도 호시노리조트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로 꼽혀요.
고가의 리조트가 어떻게 폭넓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지난해 호시노리조트는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어요.
"우리는 앞으로 6개의 스몰 매스(small mass)를 공약하겠다"고 선언했죠.
즉, MZ세대, 실버세대, 애견족, 비즈니스 회원 등 타깃을 세분화해서 각각의 타깃 니즈에 맞는 리조트를 개발하겠다는 비전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이 전략은 매우 유효했어요.
▪ 갭, 브랜드 공유로 새로운 수익 창출
또 다른 예를 볼까요?호시노리조트가 B2C 사업을 세분화했다면 기존 B2C에서 B2B로 영역을 확장하는 기업들도 있어요.
2021년 갭(GAP)은 소매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함께 '갭홈(Gap Home)'이라는 홈데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갭홈은 월마트 독점으로 판매되었죠. 갭은 자사 브랜드 파워를 다른 기업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디비전을 추가하는 데는 자원이 많이 투입되죠.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사업에 큰돈을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를 동반해요.
하지만, 우리는 에코시스템 안에서 효과적인 디비전을 추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그리고 작업단계에서 발생하는 복잡성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도구 '챗GPT'가 있죠.
이제 제품 하나를 만들어 수만 명에게 판매하는 매스 시대는 끝났어요.
초고가와 초저가로 양분된 시장에서 회사가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틈새를 발견해 스몰 매스로 키우는 전략으로 성장을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Part 2. 롯데마트 보틀벙커, 취향의 매스화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잠실 제타플렉스에 와인 전문매장 ‘보틀벙커(Bottle Bunker)’를 론칭했어요.
슈퍼마켓 면적과 맞먹는 400평 규모에 무려 5천 종의 와인을 선보이고 다양한 부대 서비스를 제공해서 화제몰이에 성공했죠.
롯데마트 강혜원 주류 부문장은 “와인은 소비재가 아니라 경험재”라며 “와인에 대한 독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어요.
보틀벙커는 '어른들의 궁극적인 놀이터'를 지향하는 와인 전문매장이에요.
하지만, 400평에 이르는 공간을 와인으로만 채우는 것은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위스키, 증류주, 한국 전통주 등 다양한 주종을 구비했고, 그에 맞는 안주와 요리들도 함께 구성했어요.
론칭 전 다양한 프리미엄 와인들을 소싱하기 위해 수입업체들과의 미팅에도 상당히 공을 들였죠. 마트는 효율만 우선시한다고 생각해 입점을 꺼리는 업체들도 있었는데 그분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방에 위치한 본사까지 찾아가 보틀벙커의 취지와 진정성을 설명드리기도 했어요.
▪ 와인은 소비재 아닌 ‘경험재’
보틀벙커가 꿈꾸는 비전은 '와인의 일상화'에요.
와인을 특별한 날, 특별한 장소에서만 마시는 주류로 생각한다면, 와인 시장은 커질 수도 없고, 대중들도 와인과 친해지기 어려울 거에요.
집에서 늘 먹는 음식을 먹을 때도 와인을 곁들이면 식사가 더 풍성해질 수 있죠. 그래서 일상 속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을 매칭시키는 부분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고, '푸드페어링' 콘텐츠에 담겨 있어요.
저는 와인은 소비재가 아니라 경험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음 코너에도 굉장히 투자를 많이 했어요. 굳이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QR코드만 스캔하면 와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볼 수 있고, '테이스팅 탭' 코너에는 주력으로 팔고 있는 80개의 와인을 시음할 수 있어요.
한 병에 100만 원짜리 프리미엄 와인도 잔으로 구입해 경험해볼 수 있죠. 이런 부분들이 고객분들의 니즈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 주류 데이터 테스트베드
보틀벙커는 롯데쇼핑 주류 카테고리의 데이터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요.
보틀벙커가 취급하는 와인 종류는 약 5천 종 정도에요. 롯데마트가 500~1천 종, 롯데슈퍼가 100~200종을 취급하죠.
보틀벙커에서 판매해본 뒤, 대중적인 채널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들면 마트나 슈퍼에서 판매하게 되는 식이에요. 여기에는 판매량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들이 반영됩니다.
데이터는 고객별 큐레이션을 고도화하는 데에도 활용됩니다. 매장에서의 고객 구매패턴과 보틀벙커 앱의 고객여정별 정보가 결합되면서 큐레이션은 더욱 정교해질 거에요.
Part 3. 뷰티컬리, 고객 기반의 카테고리 확장
컬리는 지난해 11월 ‘뷰티컬리’를 론칭하면서 식료품 전문몰 ‘마켓컬리’에 이어 또 하나의 버티컬 플랫폼을 추가했어요. 천경원 뷰티컬리 그룹장은 “온라인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오프라인보다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며 “컬리는 기존 고객들의 충성도와 객단가를 높이는 것이 매출 확대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뷰티컬리 론칭의 배경을 밝혔어요.
뷰티컬리를 론칭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뷰티 1, 2위 사업자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와 로레알(Loreal) 그룹 그리고 국내 1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Sulwhasoo)가 모두 입점했습니다.
단 기간에 이렇게 유명 브랜드들을 유치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컬리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군이었어요.
브랜드들 역시 늘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발굴하고 싶은 니즈가 있잖아요. 컬리에는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고객들이 모여있다 보니 명품 브랜드들이 그 점을 매력적으로 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주방용품 시장에서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브랜드는 '해피콜'이지만, 컬리에서는 르크루제나 스타우브 같은 고가의 브랜드 제품들이 더 잘 팔리죠.
▪ A/B 테스트 통한 치열한 검증
하지만, 뷰티컬리 론칭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컬리는 워낙 식품으로 견고한 성장을 하고 있던 기업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한다는 시도 자체가 쉽지 않았어요. 고객들의 반응도 우려됐고, 내부 직원들의 반대도 있었죠.
그래서 정식으로 론칭하기 전에 A/B테스트를 여러 차례 거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적으로도 치열한 논의와 검증단계를 거쳤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 테스트를 해보니 식품 경우 컬리에서만 판매하는 상품들이 가장 잘 팔리는 반면, 뷰티제품은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잘 팔렸고, 그에 맞게 상품소싱이 이루어졌죠.
▪ 폐기율 1% 유지하는 고도의 상품 압축
보통 온라인 채널은 진열면적의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컬리의 상품운영 정책은 큐레이션에 기반해 압축된 품목만 가져가는 것입니다. 마치 코스트코와 같은 오프라인 매장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판매한다는 생각으로 운영하죠.
컬리는 매주 대표님 주재로 상품위원회를 여는데 하나의 상품을 다룰지 말지에 대한 논쟁이 길게는 3개월이 걸릴 때도 있어요. 물류 인프라와 인력 등 컬리가 보유한 자원을 고려했을 때 효율을 위해서는 큐레이션에 치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에요.
상품 하나하나 신중히 입점시키다 보니 폐기율도 현저히 낮죠. 보통 오프라인 매장 경우 폐기로스가 3~4% 정도인데 컬리는 1%대에요.
더 이상 고객들은 여러 개의 쇼핑 앱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한두 개 앱을 애용하죠. 어떻게 보면 이제 온라인 채널은 오프라인 채널보다 고객들을 사로잡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고객 확보 비용도 훨씬 높아졌죠.
이미 컬리 고객이 천만 명이 넘은 상황에서 신규 고객유치에 힘을 쏟기보다 기존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잘 파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어요. 이를 통해 객단가가 높아지고 수익성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그 다음 단계는 고객 확대로 이어질 것입니다.
고객의 호의에 정서적으로 보상하라
김소희 대표는 고객 확대를 통한 스케일업을 위해서는 고객과 정서적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금액 면에서 회사에 기여하는 고객뿐 아니라 우리 브랜드에 호의를 갖고 있는 고객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고물가와 자산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어요. 2023년은 소비자들의 한정된 가처분 소득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기업은 새로운 디비전(사업 영역) 추가와 새로운 고객군 확보라는 두 개의 방향 가운데 자사에 효과적인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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