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무신사(MUSINSA)'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
Issue | 무신사 스탠다드가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하는 4가지 방법 |
2024. 07. 03ㅣ 7 min read글, 사진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쇼핑몰로 들어간 '무신사 스탠다드',
고객·채널 확대하며
유니클로 자리 넘본다
- 숍인숍 중심으로 오프라인 거점 확대
- ‘1020 남성’에서 ‘3050’, ‘여성’, ‘키즈’로 타깃 확대
- 상품력으로 SPA 경쟁에 본격 가세
'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무신사(MUSINSA)'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신사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 끈끈한 커뮤니티가 강력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마케팅을 접목하면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과정을 교과서처럼 보여줬습니다.
무신사가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이었어요. 당시 클럽장이었던 조만호 대표는 말 그대로 '무진장 신발 사진'을 많이 올리며, 패션 덕후들을 끌어모았죠. 그 후 서비스 유료화가 부메랑이 되면서 프리챌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무신사는 현재 매출 1조 원을 바라보는 패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 1천억 원이 조금 넘었던 무신사 매출액(연결 기준)은 2023년 말 기준 9,931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5년 만에 9배 넘게 성장했죠. 같은 기간 국내 패션시장 성장률이 14.6%(트렌드리서치)에 머무른 점을 감안하면 무신사의 성장세가 얼마나 파죽지세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020 남성'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타깃을 대상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습니다. 그만큼 젊은 남성층에게 무신사는 그들의 패션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어요.
하지만, 영원히 '1020 남성'만의 브랜드로 머물 수는 없습니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타깃을 확대하고 채널을 넓혀야 하죠. 그 전략의 중심에 자사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가 있습니다.
무신사는 지금 자체상품 브랜드명이자 오프라인 매장 명칭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발판 삼아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종합 패션기업'으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4가지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무신사는 PB '무신사 스탠다드'를 발판삼아 종합 패션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어요.
자료 : 무신사
Part 1. 무신사 스탠다드의 4가지 핵심전략
POINT 1. PB의 '독립 브랜드'화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베이직한 디자인,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표방하며 2017년 8월 론칭됐어요.
PB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무신사 주 타깃의 니즈에도 맞는 방향이었죠. 개성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은 무신사 플랫폼 성격상 균형을 맞춰 줄 베이직한 스타일의 브랜드가 필요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한 지 8년 만에 무신사가 PB개발에 나선 이유는 생산부터 유통, 가격까지 직접 통제 가능한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고객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어요. 대부분 온-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이 자사 상품을 개발, 확대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생산 방식은 일반 패션 브랜드보다 자라나 쉬인과 같은 SPA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한 번에 대량 생산하기보다 소량 생산 후 판매율에 따라 리오더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며 효율화를 꾀하죠. 남은 재고는 시의 적절하게 기획전을 열어 소진함으로써 악성재고를 차단하는 전략도 SPA와 동일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어떤 옷과도 어울리는 베이직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1020 남성층에게 무신사는 그들의 패션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론칭 2년 만인 2019년 일명 '모나미룩'으로 불리며 특유의 스타일로 유명세를 떨쳤어요. 흰티에 검은 계열의 슬랙스가 모나미 볼펜을 닮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별칭이었죠.
이렇게 가성비 좋은 기본 아이템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매출 537억 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2,054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선보이며, 독립 패션 브랜드로서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자료 : 무신사 2023 사업보고서(별도회계 기준)
주 : 무신사 수익원 가운데 '제품 매출' 기준
POINT 2. 디테일과 원단으로 승부한 상품력
무신사 스탠다드 전략은 단순했어요. 'PB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편견은 확실하게 극복한다'
보통 SPA 브랜드들이 품질 면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는 높은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으로 상품력을 끌어올렸어요. 무신사 스탠다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거칠게 옷을 입는 세대인 1020 핵심 타깃층에게 가격대비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슬랙스(바지) 제품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슬랙스는 실용도 높은 TR원단을 사용해요. TR원단은 내구성이 좋고, 부드러우면서도 흡습성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보풀이 많이 일어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보풀현상을 줄이고 원단 품질을 높이기 위해 완성 가공단계에서 일반적인 공정보다 5단계의 공정을 더 추가했어요. 균일하고 질 높은 원단염색을 위해 원료염 방식(섬유가 직조되기 전 원료 형태에서 염색)을 적용하고, 원단의 표면 잔털을 없애면서 촉감과 광택을 향상시키는 모소 가공(Singeing)을 2회 진행했어요. 또 KD 장비로 표면을 고르게 하고, 스폰징 가공(Sponging) 방식을 적용, 인위적인 광택을 제거하면서 수축률을 최소화하는 등 무신사 스탠다드의 TR원단은 무려 9가지 공정 과정을 거쳐 생산됐어요.
무신사는 9단계의 가공공정을 거쳐 보풀을 줄이고 품질을 높인 TR원단으로 슬랙스를 제작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착용 편의성을 높여주는 디테일에도 신경썼습니다. 상의를 바지 안으로 넣어 입다 보면 밖으로 웃옷이 삐져나오곤 하는데요. 이렇게 상의 밑단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도록 허리 안단에 실리콘 프린팅 처리한 웨이스트 밴드를 적용했어요. 실리콘 재질이 옷감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죠. 또 지퍼나 훅도 일본 YKK사의 제품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상의 밑단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도록 허리 안단에 실리콘 프린팅 처리한 웨이스트 밴드를 적용했어요.
POINT 3. 오프라인 확대하며 옴니채널 강화
2021년 5월, 오프라인 1호점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6월말 기준 매장 수를 11개로 늘렸어요.
오프라인 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예요. 따라서 고객들이 무신사 스탠다드의 다양한 상품을 접해볼 수 있도록 모든 매장이 통일감 있는 상품 라인업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단독매장 강남점의 오픈 둘째날 모습과 매장 내부의 미디어월 (사진 : 무신사)
지난해까지 서울 홍대, 강남, 대구 동성로, 성수, 명동 등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단독매장을 선보였던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부터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내 숍인숍 입점으로 출점 전략을 선회했어요.
기존 1020 남성 중심에서 30대 이상 직장인, 여성, 가족 단위 고객으로 타깃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매출도 확대하기 위해서죠. 쇼핑몰이나 백화점 입장에서도 젊은층 고객 유입을 위해 무신사 스탠다드 입점에 공들이는 곳이 늘고 있어요.
실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들은 오픈 날마다 '오픈 런' 광경을 연출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개점한 대구동성로점 경우 3일 만에 3억 8천만 원을 기록했고, 4월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점 역시 일주일 만에 3.3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무신사 측은 "대구동성로점은 무신사 스탠다드 개점으로 침체됐던 상권이 다시 부활하며 일대 레스토랑과 카페 매출까지 동반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어요.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수원점 개점일 모습
그림 3 : 무신사 스탠다드 11개점 출점 현황
자료 : 무신사
POINT 4. 커뮤니티 DNA는 우리의 본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무신사는 태생적으로 '소통 DNA'를 갖고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 후기는 물론, 패션 커뮤니티, 각종 블로그, 유튜브 등 SNS 댓글까지 일일이 정독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살피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합니다.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대표적인 예가 여성용 슬랙스에 뒷주머니를 만든 거예요. 일반적으로 여성 슬랙스는 전체적인 라인을 중시하기 때문에 팬츠의 뒷주머니는 디자인용으로만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신사 스탠다드는 첫 여성 슬랙스를 출시할 때부터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뒷주머니를 제작해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성과 편의성을 추가했어요.
이 외에도 허리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엘라스틱 밴드가 겉에서 보이지 않도록 히든 밴딩 디자인으로 제작한 것,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무탠픽업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모두 고객의견이 출발이었습니다.
여성 슬랙스에도 뒷주머니 기능을 넣어 실용성을 높였고, 허리길이를 조절하는 밴드를 보이지 않게 처리했어요.
성장 계기 마련해 준
세 번의 터닝 포인트
출시된 지 7년 된 무신사 스탠다드가 대기업 브랜드 매출 규모를 넘보기까지는 세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2019년, '모나미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10~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모던 스타일 붐을 일으킨 것.
두 번째는 2021년 5월, 온라인으로 구입하기 전에 실제 입어보고 싶다는 지속적인 고객 요청에 대한 답으로 오프라인 1호점을 오픈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2023년 9월 개최한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올해 7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나 유명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제작해왔던 대형 스포츠 행사의 단복을 캐주얼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맡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3년 9월 개최한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올해 7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제공합니다.
상품력 앞세워
SPA 시장에 본격 가세
무신사 매출 규모는 2019년 첫번째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두 배 성장한 이후로도 매년 40%가 넘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연결 기준). 하지만, 2021년까지 흑자경영을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2022년과 202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어요.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최근 2년간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며, "무신사 사업만 놓고 보면 여전히 흑자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 하반기에도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포함, 숍인숍 확대에 주력해 연말까지 30호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오프라인 채널 확대와 함께 SPA 브랜드 경쟁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입니다.
현재 SPA 시장은 자라, 유니클로, H&M과 같은 전통 강자들 속에서 토종기업 탑텐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최근 쉬인, 샵사이다 같은 중국의 초저가 브랜드들까지 가세하면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유행을 많이 타는 트렌디함보다 베이직한 디자인에,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라나 쉬인보다는 유니클로에 가까운데요. 무신사 스탠다드가 질 좋은 소재와 튼튼한 마감으로 롱런 브랜드로 자리잡은 유니클로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오프라인 영역에서 얼마나 고객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지 그 성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 무신사 2023 사업보고서(연결회계 기준)
자료 : 무신사 2023 사업보고서(연결회계 기준)
Part 2.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
매장탐방
쇼핑몰에서 만난 '무탠다드'
3040 주부도 "살 거 많네"
지난 4월 19일 개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은 롯데몰 수원점에 이은 여덟 번째 매장입니다.
수원 지역은 거주 인구가 120만 명에 이르는 광역도시인 만큼 고객 수요 또한 많습니다. 10대부터 40대까지 구매력 큰 인구 비중도 높아 무신사 스탠다드로서는 매력적인 상권이죠. 실제 개점 후 10일 간 5억 원 매출을 올렸어요.
약 1,330㎡(약 403평) 규모의 스타필드 수원점은 무신사 스탠다드 최초로 여성, 키즈, 스포츠, 뷰티 등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의 전 라인업이 선보인 매장이에요. 다른 매장보다 1.3배 많은 아이템을 진열했고, 매장 근무인력도 42명에 이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은 최초로 제품 풀라인이 선보인 매장입니다.
매장에는 고객들이 제품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해두었습니다. 상품별로 소재, 컬러, 스타일링 등 정보를 볼 수 있는 POP를 곳곳에 부착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POP를 활용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스토어의 정보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메탈 소재를 활용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고객 취향별, 사이즈별로 진열했어요.
스타필드 수원점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매장 입구 전면은 여성의류와 유니섹스 의류를 배치했어요. 이미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에 친숙한 10~30대 타깃의 남성의류는 매장 안쪽에 진열했죠.
개점한 지 한 달이 지난 스타필드 수원점의 일평균 방문객은 6,900명입니다. 방문 당일 매장에서는 30~40대 주부와 50대 이상의 남성 고객을 다수 볼 수 있었어요. 숍인숍 출점을 통해 타깃 확대를 꾀하고자 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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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7. 03ㅣ 7 min read
글, 사진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쇼핑몰로 들어간 '무신사 스탠다드',
고객·채널 확대하며
유니클로 자리 넘본다
'커뮤니티 커머스'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무신사(MUSINSA)'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무신사는 공통의 관심사로 묶인 끈끈한 커뮤니티가 강력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마케팅을 접목하면서 커머스로 이어지는 과정을 교과서처럼 보여줬습니다.
무신사가 온라인 커뮤니티 '프리챌'에 둥지를 튼 것은 2001년이었어요. 당시 클럽장이었던 조만호 대표는 말 그대로 '무진장 신발 사진'을 많이 올리며, 패션 덕후들을 끌어모았죠. 그 후 서비스 유료화가 부메랑이 되면서 프리챌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무신사는 현재 매출 1조 원을 바라보는 패션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2018년 1천억 원이 조금 넘었던 무신사 매출액(연결 기준)은 2023년 말 기준 9,931억 원으로 커졌습니다. 5년 만에 9배 넘게 성장했죠. 같은 기간 국내 패션시장 성장률이 14.6%(트렌드리서치)에 머무른 점을 감안하면 무신사의 성장세가 얼마나 파죽지세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020 남성'이라는 극히 제한적인 타깃을 대상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랍습니다. 그만큼 젊은 남성층에게 무신사는 그들의 패션 문화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어요.
하지만, 영원히 '1020 남성'만의 브랜드로 머물 수는 없습니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타깃을 확대하고 채널을 넓혀야 하죠. 그 전략의 중심에 자사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가 있습니다.
무신사는 지금 자체상품 브랜드명이자 오프라인 매장 명칭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발판 삼아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 '종합 패션기업'으로 변모하는 중입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요? 4가지 관점에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무신사는 PB '무신사 스탠다드'를 발판삼아 종합 패션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어요.
그림 1 : 무신사 주요 연혁
Part 1. 무신사 스탠다드의 4가지 핵심전략
POINT 1. PB의 '독립 브랜드'화
무신사의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는 베이직한 디자인,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표방하며 2017년 8월 론칭됐어요.
PB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무신사 주 타깃의 니즈에도 맞는 방향이었죠. 개성 강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은 무신사 플랫폼 성격상 균형을 맞춰 줄 베이직한 스타일의 브랜드가 필요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한 지 8년 만에 무신사가 PB개발에 나선 이유는 생산부터 유통, 가격까지 직접 통제 가능한 브랜드를 확보함으로써 고객 니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였어요. 대부분 온-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이 자사 상품을 개발, 확대하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생산 방식은 일반 패션 브랜드보다 자라나 쉬인과 같은 SPA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한 번에 대량 생산하기보다 소량 생산 후 판매율에 따라 리오더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생산 물량을 유연하게 조절하며 효율화를 꾀하죠. 남은 재고는 시의 적절하게 기획전을 열어 소진함으로써 악성재고를 차단하는 전략도 SPA와 동일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어떤 옷과도 어울리는 베이직한 디자인을 추구합니다.
1020 남성층에게 무신사는 그들의 패션문화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론칭 2년 만인 2019년 일명 '모나미룩'으로 불리며 특유의 스타일로 유명세를 떨쳤어요. 흰티에 검은 계열의 슬랙스가 모나미 볼펜을 닮았다고 해서 만들어진 별칭이었죠.
이렇게 가성비 좋은 기본 아이템으로 포지셔닝에 성공한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1년 매출 537억 원에서 2년 만인 지난해 2,054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선보이며, 독립 패션 브랜드로서의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어요.
그림 2 : 무신사 스탠다드 매출 규모 추이
주 : 무신사 수익원 가운데 '제품 매출' 기준
POINT 2. 디테일과 원단으로 승부한 상품력
무신사 스탠다드 전략은 단순했어요. 'PB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편견은 확실하게 극복한다'
보통 SPA 브랜드들이 품질 면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지만, 무신사 스탠다드는 높은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으로 상품력을 끌어올렸어요. 무신사 스탠다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거칠게 옷을 입는 세대인 1020 핵심 타깃층에게 가격대비 높은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아이템이 슬랙스(바지) 제품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슬랙스는 실용도 높은 TR원단을 사용해요. TR원단은 내구성이 좋고, 부드러우면서도 흡습성이 좋은 장점이 있지만, 보풀이 많이 일어나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보풀현상을 줄이고 원단 품질을 높이기 위해 완성 가공단계에서 일반적인 공정보다 5단계의 공정을 더 추가했어요. 균일하고 질 높은 원단염색을 위해 원료염 방식(섬유가 직조되기 전 원료 형태에서 염색)을 적용하고, 원단의 표면 잔털을 없애면서 촉감과 광택을 향상시키는 모소 가공(Singeing)을 2회 진행했어요. 또 KD 장비로 표면을 고르게 하고, 스폰징 가공(Sponging) 방식을 적용, 인위적인 광택을 제거하면서 수축률을 최소화하는 등 무신사 스탠다드의 TR원단은 무려 9가지 공정 과정을 거쳐 생산됐어요.
무신사는 9단계의 가공공정을 거쳐 보풀을 줄이고 품질을 높인 TR원단으로 슬랙스를 제작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착용 편의성을 높여주는 디테일에도 신경썼습니다. 상의를 바지 안으로 넣어 입다 보면 밖으로 웃옷이 삐져나오곤 하는데요. 이렇게 상의 밑단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도록 허리 안단에 실리콘 프린팅 처리한 웨이스트 밴드를 적용했어요. 실리콘 재질이 옷감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죠. 또 지퍼나 훅도 일본 YKK사의 제품을 사용해 내구성을 높였습니다.
상의 밑단이 쉽게 빠져나오지 않도록 허리 안단에 실리콘 프린팅 처리한 웨이스트 밴드를 적용했어요.
POINT 3. 오프라인 확대하며 옴니채널 강화
2021년 5월, 오프라인 1호점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을 선보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4년 6월말 기준 매장 수를 11개로 늘렸어요.
오프라인 매장은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주 목적이예요. 따라서 고객들이 무신사 스탠다드의 다양한 상품을 접해볼 수 있도록 모든 매장이 통일감 있는 상품 라인업과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단독매장 강남점의 오픈 둘째날 모습과 매장 내부의 미디어월 (사진 : 무신사)
지난해까지 서울 홍대, 강남, 대구 동성로, 성수, 명동 등 주로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 단독매장을 선보였던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해부터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 내 숍인숍 입점으로 출점 전략을 선회했어요.
기존 1020 남성 중심에서 30대 이상 직장인, 여성, 가족 단위 고객으로 타깃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매출도 확대하기 위해서죠. 쇼핑몰이나 백화점 입장에서도 젊은층 고객 유입을 위해 무신사 스탠다드 입점에 공들이는 곳이 늘고 있어요.
실제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들은 오픈 날마다 '오픈 런' 광경을 연출하며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9월 개점한 대구동성로점 경우 3일 만에 3억 8천만 원을 기록했고, 4월 오픈한 스타필드 수원점 역시 일주일 만에 3.3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무신사 측은 "대구동성로점은 무신사 스탠다드 개점으로 침체됐던 상권이 다시 부활하며 일대 레스토랑과 카페 매출까지 동반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어요.
무신사 스탠다드 롯데몰 수원점 개점일 모습
그림 3 : 무신사 스탠다드 11개점 출점 현황
자료 : 무신사
POINT 4. 커뮤니티 DNA는 우리의 본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탄생한 무신사는 태생적으로 '소통 DNA'를 갖고 있어요. 지금도 여전히 무신사 온라인 스토어 후기는 물론, 패션 커뮤니티, 각종 블로그, 유튜브 등 SNS 댓글까지 일일이 정독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살피고, 그 결과를 제품에 반영합니다.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대표적인 예가 여성용 슬랙스에 뒷주머니를 만든 거예요. 일반적으로 여성 슬랙스는 전체적인 라인을 중시하기 때문에 팬츠의 뒷주머니는 디자인용으로만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무신사 스탠다드는 첫 여성 슬랙스를 출시할 때부터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뒷주머니를 제작해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성과 편의성을 추가했어요.
이 외에도 허리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엘라스틱 밴드가 겉에서 보이지 않도록 히든 밴딩 디자인으로 제작한 것,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받아볼 수 있도록 '무탠픽업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모두 고객의견이 출발이었습니다.
여성 슬랙스에도 뒷주머니 기능을 넣어 실용성을 높였고, 허리길이를 조절하는 밴드를 보이지 않게 처리했어요.
성장 계기 마련해 준
세 번의 터닝 포인트
출시된 지 7년 된 무신사 스탠다드가 대기업 브랜드 매출 규모를 넘보기까지는 세 번의 터닝포인트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2019년, '모나미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10~20대 남성들을 중심으로 모던 스타일 붐을 일으킨 것.
두 번째는 2021년 5월, 온라인으로 구입하기 전에 실제 입어보고 싶다는 지속적인 고객 요청에 대한 답으로 오프라인 1호점을 오픈한 것.
그리고 세 번째는 2023년 9월 개최한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올해 7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나 유명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이 제작해왔던 대형 스포츠 행사의 단복을 캐주얼 브랜드인 무신사 스탠다드가 맡게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2023년 9월 개최한 항저우아시아경기대회에 이어 올해 7월 개최되는 파리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우리나라 대표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제공합니다.
상품력 앞세워
SPA 시장에 본격 가세
무신사 매출 규모는 2019년 첫번째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두 배 성장한 이후로도 매년 40%가 넘는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연결 기준). 하지만, 2021년까지 흑자경영을 기록하던 영업이익은 2022년과 202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어요. 이에 대해 무신사 측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최근 2년간 신규 사업과 해외 사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며, "무신사 사업만 놓고 보면 여전히 흑자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올 하반기에도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을 포함, 숍인숍 확대에 주력해 연말까지 30호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어요. 오프라인 채널 확대와 함께 SPA 브랜드 경쟁에도 본격 뛰어들 계획입니다.
현재 SPA 시장은 자라, 유니클로, H&M과 같은 전통 강자들 속에서 토종기업 탑텐이 두각을 보이고 있고, 최근 쉬인, 샵사이다 같은 중국의 초저가 브랜드들까지 가세하면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유행을 많이 타는 트렌디함보다 베이직한 디자인에, 고품질 합리적인 가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무신사 스탠다드는 자라나 쉬인보다는 유니클로에 가까운데요. 무신사 스탠다드가 질 좋은 소재와 튼튼한 마감으로 롱런 브랜드로 자리잡은 유니클로를 대체할 수 있을까요?
그 답은 오프라인 영역에서 얼마나 고객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을지 그 성과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4 : 무신사 매출액 추이
자료 : 무신사 2023 사업보고서(연결회계 기준)
그림 5 : 무신사 영업이익 추이
자료 : 무신사 2023 사업보고서(연결회계 기준)
Part 2.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
매장탐방
쇼핑몰에서 만난 '무탠다드'
3040 주부도 "살 거 많네"
지난 4월 19일 개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은 롯데몰 수원점에 이은 여덟 번째 매장입니다.
수원 지역은 거주 인구가 120만 명에 이르는 광역도시인 만큼 고객 수요 또한 많습니다. 10대부터 40대까지 구매력 큰 인구 비중도 높아 무신사 스탠다드로서는 매력적인 상권이죠. 실제 개점 후 10일 간 5억 원 매출을 올렸어요.
약 1,330㎡(약 403평) 규모의 스타필드 수원점은 무신사 스탠다드 최초로 여성, 키즈, 스포츠, 뷰티 등 무신사 스탠다드 제품의 전 라인업이 선보인 매장이에요. 다른 매장보다 1.3배 많은 아이템을 진열했고, 매장 근무인력도 42명에 이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스타필드 수원점은 최초로 제품 풀라인이 선보인 매장입니다.
매장에는 고객들이 제품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여러 장치를 해두었습니다. 상품별로 소재, 컬러, 스타일링 등 정보를 볼 수 있는 POP를 곳곳에 부착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POP를 활용해 자세한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스토어의 정보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메탈 소재를 활용해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연출하고, 고객 취향별, 사이즈별로 진열했어요.
스타필드 수원점은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은 점을 감안해 매장 입구 전면은 여성의류와 유니섹스 의류를 배치했어요. 이미 무신사 스탠다드 브랜드에 친숙한 10~30대 타깃의 남성의류는 매장 안쪽에 진열했죠.
개점한 지 한 달이 지난 스타필드 수원점의 일평균 방문객은 6,900명입니다. 방문 당일 매장에서는 30~40대 주부와 50대 이상의 남성 고객을 다수 볼 수 있었어요. 숍인숍 출점을 통해 타깃 확대를 꾀하고자 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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