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9일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은 올해 유통업계 결산하고 내년도 전망해보는 세미나를 개최....
Issue | 2024 리테일리포트 - ① 글로벌 유통전망 |
2023. 12. 06ㅣ 5 min read정리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2024년 글로벌 유통시장을
움직이는 4가지 핵심 테마
지난 11월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 모습
- 글로벌 유통시장, 성장둔화 국면 진입
- 리테일미디어, PB확대로 수익확보
- 편의와 효율성 제고 위해 리테일테크 투자
지난 11월 2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2024년 향방을 가늠해 보는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500석을 꽉 채운 참석자들은 마지막 연사의 발표순서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세미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불확실성이 산재한 2024년을 대비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높은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의 안태희 파트너는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2024년은 쉽지 않은 해가 되겠지만, 혁신 기술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발표 : 커니 안태희 파트너
국내외 유통시장은 최근 몇 년간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크게 위축되었고, 그 반사 이익을 온라인 채널이 가져가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엔데믹 시대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성장세마저 정체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그림 1 참고).
- 그림 1 : 국내 온 - 오프라인 매출 증감율 추이
자료 : 커니
출혈 경쟁 마무리하고
수익 도모할 때
글로벌 유통 상황도 유사합니다.오프라인 채널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향후 연평균 2%대 성장률이 전망되며, 온라인 채널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던 시절을 마감하고 앞으로 3~4년간 성장률 7%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월마트 등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구조적 체력을 닦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수익성 기반의 성장(Profitable Growth)' 전략은 구체적으로 4가지 테마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수익 기반 성장을 위한 4가지 전략
| 수익과 비용혁신“리테일미디어와 PB 강화로 수익 제고” |
첫 번째 전략은 '수익과 비용혁신(Revenue&Cost Innovation)'입니다.
팬데믹 기간과 엔데믹 기간 초반, 주요 선도기업들의 운영전략은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이니셔티브들을 추진했다면 최근 1년간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단기 이니셔티브를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활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수익과 비용혁신을 위한 첫 번째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규 수익원은 '리테일미디어'라 불리는 광고사업입니다. 아마존은 광고 비즈니스인 리테일미디어 솔루션 도입을 통해 조 단위의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2022년 아마존 광고매출은 약 40조 원에 이릅니다. 실제 아마존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들은 매출의 10~15% 정도를 아마존 광고비로 집행하고 있는데 그만큼 리테일미디어가 비용대비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월마트 역시 2022년 리테일미디어 사업으로 전년대비 130% 성장한 3.6조 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월마트는 온라인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와 계산대, 쇼핑카트 등을 활용해 제품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으며, 고객 반응을 체크하며 '테스트&런' 과정을 통해 광고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테일미디어는 기존 오프라인 광고사업과 달리 데이터 기반의 맞춤광고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과의 거래 데이터가 쌓이고 셀러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정확도도 올라가 갈수록 강력하고 정교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온라인 광고사업은 투자비가 크지 않은 수익성 높은 사업인 만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통사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 유통사 입장에서는 리테일미디어가 잠재력 높은 신규 수익원이지만, 브랜드 기업이나 제조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월마트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와 쇼핑카트 등을 활용해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매출 및 수익 확보의 두 번째 이니셔티브는 PB(Private Brand) 강화입니다.
상품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PB확대는 유통업체들의 오래된 숙제이자 고민입니다. 미국의 흐름을 보면 과거 NB(National Brand)와 PB 성장세가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최근 1년 사이 PB가 굉장히 확대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 경우 우수한 PB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매출의 22.1%까지 PB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타깃은 식품뿐 아니라 유아용 의류, 홈인테리어에 특화한 브랜드 등 총 30여 개 PB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품 차별화를 위해 유명 브랜드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진행시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림 2 : 미국 시장의 PB vs NB 성장률(%)
자료: IRI POS Data, Coresight Research
주 : F&B 기준
세 번째 이니셔티브는 포맷 혁신입니다.글로벌 선도기업들의 포맷 혁신은 '지역화'와 '수익 제고'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2016년 12월 론칭한 아마존고는 유통업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사례 중 하나였죠. 정확도가 굉장히 높은 '저스트 워크아웃'이라는 기술을 적용한 무인매장으로, 론칭 초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올해 뉴욕, 시애틀 등 대도시에 소재한 8개 매장을 폐점하기에 이르렀죠.아마존고 실패의 원인은 유통업의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 중 하나인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후 도심 외곽지역으로 출점하면서 주차장과 서비스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식료품 구색을 강화하며 포맷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입지, 상권별 포맷 다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경우 도심 상권에 맞게 매장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 '7카페(7 Cafe)'를 운영하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식료품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 비즈니스 상권에서는 마이크로(초소형) 포맷으로 회사 건물 내 출점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세븐일레븐이 호주 오피스 건물에 출점한 초소형 포맷.마지막으로 수익 개선을 위해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시기 부분에 있어 과거와 다른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요. 마케팅 예산과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한 번의 강력한 마케팅으로 효과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와 협업해 진행한 디올의 패션쇼, 제주 신라호텔과 손잡고 팝업 스토어를 론칭한 샤넬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마케팅 영역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변화는 효율 높은 성과형 광고 집행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기업 컨설팅을 진행하며 마케팅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면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런 부분들만 덜어내도 마케팅 예산의 10~15% 정도가 절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해외진출“시장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로 공략하라” |
두 번째 테마는 해외시장 개척입니다.
소비재 기업들 경우 한류에 힘입어 다수의 성공 사례가 나온 것에 비해 유통기업들 경우 아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해당 시장에 맞는 '프로덕트 마켓 핏(PMF ; Product Market Fit)',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적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로벌 진출 사례들을 보면 PMF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스타벅스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대성공했지만, 호주시장에서는 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호주 고객들 경우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커피보다 훨씬 더 강한 맛을 선호하는 데다 단골 카페에 방문해 바리스타와 얘기하며 교류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포맷과는 '핏(Fit)'이 맞지 않았던 거죠.
반면 미국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나 일본에 진출한 풀무원 '두부바'라는 제품은 PMF를 잘 찾아 성공한 사례입니다.반면 유통사 경우 해외진출에 신중한 편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30여 년 동안 유통업을 영위하면서 실제 진출한 국가는 20여 개국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아마존은 '프로덕 마켓 핏'을 신중히 고려해 성공 가능성 높은 국가 중심으로만 투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과 대조되는 방식의 해외확장 사례는 쉬인입니다. 온라인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은 중국 광저우 기반의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AI 기술을 결합해 민첩성과 효율을 갖춘 기업입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2년 기준, 매출 규모 35조 원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을 모색할 때에는 자사의 사업 단계에 맞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초기인 경우 지금까지 말씀드린 시장 적합성을 잘 고려해 어떤 상품으로 어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잘 판단해 일단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효하고, 사업이 성장기에 있을 경우에는 운영 효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되지 않도록 브랜딩 투자가 필요합니다.
| D2C 채널 구축“종착역은 커넥티드 커머스” |
2024년 글로벌 기업들의 세 번째 주요 전략은 D2C(Dircet to Consumer) 채널 확대입니다. D2C 채널은 브랜딩을 높이고, 고객경험을 향상시키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에게 많은 장점을 제공합니다.
자사몰을 구축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판매하는 시도는 많은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고, 이미 교훈을 주는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후로 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D2C 영역에 진출했죠.
그러나 최근 D2C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우 쿠팡이나 뷰티 카테고리의 올리브영과 같이 강력한 유통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투입해 자사몰을 운영하기보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편이 집객이나 매출 상승에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D2C에 진출하는 브랜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해졌습니다. 그 만큼 비용대비 효과를 얻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D2C 운영으로 오히려 수익이 악화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D2C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D2C 시장은 2021~2024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하며 미국 전체 이커머스 성장률보다 2배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의 D2C 전략은 궁극적으로 고객의 모든 접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커머스를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D2C 진출을 포기하기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 커니
D2C 채널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일본의 맞춤형 정장 플랫폼 기업인 '패브릭 도쿄(Fabric Tokyo)'입니다.패브릭 도쿄는 온라인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각 채널의 특징을 잘 접목해 성공한 사례입니다.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신체 치수를 정확히 측정하고, 다양한 원단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고객의 오프라인 경험은 앱을 통해 데이터로 관리되며, 자사몰을 통한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패브릭 도쿄는 고객 데이터 확보와 알고리즘 개발 솔루션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패브릭 도쿄는 온라인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각 채널의 특징을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입니다.
| 리테일테크“고객에게는 편의성, 기업은 효율성” |
글로벌 기업들의 리테일테크 혁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주문부터 결제, 배송에 이르는 모든 접점에 편리함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회사 관점에서 물류센터 운영을 포함해 뒷단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무인결제 시스템, VR피팅룸 등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개발과 함께 물류센터 자동화, AI 기술을 활용한 수요예측, 재고관리 고도화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상피팅 기술을 가진 '지킷(Zeekit)', 자율주행 기술업체 '크루즈(Cruise)', 대화형 디자인 툴 기술을 보유한 '보트목(Botmock)' 등 테크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리테일테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 원'이라는 손바닥 인식 결제 시스템, 차세대 가정용 AI로봇 개발 등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월마트가 선보인 가상 피팅 기술.
최근에는 유통기업뿐 아니라 D2C 채널이 증가하면서 소비재 기업들도 리테일테크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나이키랜드(Nike Land)'를 론칭하고 신제품 홍보 및 제품 판매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이슈의 중심에 있는 리테일테크는 단연 생성AI입니다. 생성AI를 활용한 챗봇 기술은 과거의 정형화된 솔루션에서 벗어나 맥락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경험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영국 잘란도가 대표적인 예이며, 까르푸도 콘텐츠가 결합된 대화형 쇼핑 챗봇 'Hopla'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한 글로벌 소매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꾀하기 위해 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신시장 개척, 마케팅 혁신, 리테일 테크 개발 등 다방면의 투자와 시도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글로벌 선도사례들을 참고해 자사 상황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2024년 기업 경영과 새로운 기회 포착에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 Retai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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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06ㅣ 5 min read정리 : 윤은영 책임 에디터(eyyoon@korcham.net)
2024년 글로벌 유통시장을
움직이는 4가지 핵심 테마
지난 11월 2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 모습
지난 11월 2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유통업계를 결산하고 2024년 향방을 가늠해 보는 '2024 유통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습니다. 500석을 꽉 채운 참석자들은 마지막 연사의 발표순서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세미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불확실성이 산재한 2024년을 대비하는 업계 종사자들의 높은 열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글로벌 컨설팅 기업 커니(Kearney)의 안태희 파트너는 “고금리,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며 2024년은 쉽지 않은 해가 되겠지만, 혁신 기술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화두를 던졌습니다.
발표 : 커니 안태희 파트너
국내외 유통시장은 최근 몇 년간 격변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오프라인 유통채널은 크게 위축되었고, 그 반사 이익을 온라인 채널이 가져가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엔데믹 시대로 진입하면서 온라인 성장세마저 정체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그림 1 참고).
자료 : 커니
글로벌 유통 상황도 유사합니다.출혈 경쟁 마무리하고
수익 도모할 때
오프라인 채널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 향후 연평균 2%대 성장률이 전망되며, 온라인 채널 역시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던 시절을 마감하고 앞으로 3~4년간 성장률 7%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온-오프라인 채널 모두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전략은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 확보로 모아지고 있습니다.
아마존, 월마트 등 선도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위해 구조적 체력을 닦고 있는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수익성 기반의 성장(Profitable Growth)' 전략은 구체적으로 4가지 테마 아래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4년 수익 기반 성장을 위한 4가지 전략
수익과 비용혁신
“리테일미디어와 PB 강화로 수익 제고”
첫 번째 전략은 '수익과 비용혁신(Revenue&Cost Innovation)'입니다.
팬데믹 기간과 엔데믹 기간 초반, 주요 선도기업들의 운영전략은 비용 효율화를 추구하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이니셔티브들을 추진했다면 최근 1년간은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단기 이니셔티브를 통해 매출을 올리거나 비용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활동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수익과 비용혁신을 위한 첫 번째 이니셔티브는 새로운 수익원 발굴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규 수익원은 '리테일미디어'라 불리는 광고사업입니다. 아마존은 광고 비즈니스인 리테일미디어 솔루션 도입을 통해 조 단위의 신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2022년 아마존 광고매출은 약 40조 원에 이릅니다. 실제 아마존에 입점해 있는 판매자들은 매출의 10~15% 정도를 아마존 광고비로 집행하고 있는데 그만큼 리테일미디어가 비용대비 효과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월마트 역시 2022년 리테일미디어 사업으로 전년대비 130% 성장한 3.6조 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월마트는 온라인쇼핑몰뿐 아니라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와 계산대, 쇼핑카트 등을 활용해 제품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으며, 고객 반응을 체크하며 '테스트&런' 과정을 통해 광고사업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테일미디어는 기존 오프라인 광고사업과 달리 데이터 기반의 맞춤광고로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과의 거래 데이터가 쌓이고 셀러들의 참여가 많아질수록 정확도도 올라가 갈수록 강력하고 정교한 플랫폼으로 기능하게 됩니다. 온라인 광고사업은 투자비가 크지 않은 수익성 높은 사업인 만큼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통사들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 유통사 입장에서는 리테일미디어가 잠재력 높은 신규 수익원이지만, 브랜드 기업이나 제조사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상승하며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월마트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매대와 쇼핑카트 등을 활용해 광고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매출 및 수익 확보의 두 번째 이니셔티브는 PB(Private Brand) 강화입니다.
상품 차별화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PB확대는 유통업체들의 오래된 숙제이자 고민입니다. 미국의 흐름을 보면 과거 NB(National Brand)와 PB 성장세가 비슷한 추이를 보이다가 최근 1년 사이 PB가 굉장히 확대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국 유통업체 타깃(Target) 경우 우수한 PB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체 매출의 22.1%까지 PB 점유율을 높였습니다.
타깃은 식품뿐 아니라 유아용 의류, 홈인테리어에 특화한 브랜드 등 총 30여 개 PB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품 차별화를 위해 유명 브랜드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격적으로 진행시켜 성공사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림 2 : 미국 시장의 PB vs NB 성장률(%)
자료: IRI POS Data, Coresight Research주 : F&B 기준
세 번째 이니셔티브는 포맷 혁신입니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포맷 혁신은 '지역화'와 '수익 제고'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2016년 12월 론칭한 아마존고는 유통업계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사례 중 하나였죠. 정확도가 굉장히 높은 '저스트 워크아웃'이라는 기술을 적용한 무인매장으로, 론칭 초기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방문을 유도하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올해 뉴욕, 시애틀 등 대도시에 소재한 8개 매장을 폐점하기에 이르렀죠.
아마존고 실패의 원인은 유통업의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 중 하나인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데 있었습니다.
아마존은 이를 반면교사 삼아 이후 도심 외곽지역으로 출점하면서 주차장과 서비스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식료품 구색을 강화하며 포맷을 정비하고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입지, 상권별 포맷 다변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 경우 도심 상권에 맞게 매장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 '7카페(7 Cafe)'를 운영하고,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식료품을 확대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호주 비즈니스 상권에서는 마이크로(초소형) 포맷으로 회사 건물 내 출점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익 개선을 위해 마케팅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을 넘어 마케팅을 진행하는 방식이나 시기 부분에 있어 과거와 다른 모습들을 보이고 있는데요. 마케팅 예산과 횟수를 줄이는 대신 한 번의 강력한 마케팅으로 효과와 효율을 동시에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화여대와 협업해 진행한 디올의 패션쇼, 제주 신라호텔과 손잡고 팝업 스토어를 론칭한 샤넬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마케팅 영역에서 관찰되는 또 다른 변화는 효율 높은 성과형 광고 집행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기업 컨설팅을 진행하며 마케팅 집행 내역을 들여다보면 비효율적인 요소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그런 부분들만 덜어내도 마케팅 예산의 10~15% 정도가 절감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해외진출
“시장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로 공략하라”
두 번째 테마는 해외시장 개척입니다.
소비재 기업들 경우 한류에 힘입어 다수의 성공 사례가 나온 것에 비해 유통기업들 경우 아직 성공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해당 시장에 맞는 '프로덕트 마켓 핏(PMF ; Product Market Fit)', 즉 제품이나 서비스의 시장 적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글로벌 진출 사례들을 보면 PMF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요. 스타벅스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대성공했지만, 호주시장에서는 시장 안착에 실패했습니다. 호주 고객들 경우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커피보다 훨씬 더 강한 맛을 선호하는 데다 단골 카페에 방문해 바리스타와 얘기하며 교류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의 포맷과는 '핏(Fit)'이 맞지 않았던 거죠.
반면 미국에 진출한 CJ제일제당의 '비비고만두'나 일본에 진출한 풀무원 '두부바'라는 제품은 PMF를 잘 찾아 성공한 사례입니다.반면 유통사 경우 해외진출에 신중한 편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30여 년 동안 유통업을 영위하면서 실제 진출한 국가는 20여 개국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아마존은 '프로덕 마켓 핏'을 신중히 고려해 성공 가능성 높은 국가 중심으로만 투자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존과 대조되는 방식의 해외확장 사례는 쉬인입니다. 온라인 패스트패션 기업인 쉬인은 중국 광저우 기반의 생산라인을 확보하고 AI 기술을 결합해 민첩성과 효율을 갖춘 기업입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2022년 기준, 매출 규모 35조 원을 달성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을 모색할 때에는 자사의 사업 단계에 맞춘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 초기인 경우 지금까지 말씀드린 시장 적합성을 잘 고려해 어떤 상품으로 어떤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를 잘 판단해 일단 성공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주효하고, 사업이 성장기에 있을 경우에는 운영 효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브랜드 이미지가 노후화되지 않도록 브랜딩 투자가 필요합니다.
D2C 채널 구축
“종착역은 커넥티드 커머스”
2024년 글로벌 기업들의 세 번째 주요 전략은 D2C(Dircet to Consumer) 채널 확대입니다. D2C 채널은 브랜딩을 높이고, 고객경험을 향상시키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사에게 많은 장점을 제공합니다.
자사몰을 구축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판매하는 시도는 많은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고, 이미 교훈을 주는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전후로 많은 소비재 기업들이 D2C 영역에 진출했죠.
그러나 최근 D2C 환경은 녹록치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우 쿠팡이나 뷰티 카테고리의 올리브영과 같이 강력한 유통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투입해 자사몰을 운영하기보다 플랫폼에 입점하는 편이 집객이나 매출 상승에 유리한 측면도 있습니다.
D2C에 진출하는 브랜드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쟁도 심해졌습니다. 그 만큼 비용대비 효과를 얻기 어려워졌고 그 결과 D2C 운영으로 오히려 수익이 악화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D2C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D2C 시장은 2021~2024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하며 미국 전체 이커머스 성장률보다 2배 높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의 D2C 전략은 궁극적으로 고객의 모든 접점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커넥티드 커머스를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D2C 진출을 포기하기보다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 : 커니
D2C 채널을 전략적으로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일본의 맞춤형 정장 플랫폼 기업인 '패브릭 도쿄(Fabric Tokyo)'입니다.
패브릭 도쿄는 온라인 사업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각 채널의 특징을 잘 접목해 성공한 사례입니다.
오프라인 매장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신체 치수를 정확히 측정하고, 다양한 원단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입니다. 고객의 오프라인 경험은 앱을 통해 데이터로 관리되며, 자사몰을 통한 재구매로 이어집니다. 패브릭 도쿄는 고객 데이터 확보와 알고리즘 개발 솔루션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며 고도화시켜 나가고 있습니다.
패브릭 도쿄는 온라인에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각 채널의 특징을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입니다.
리테일테크
“고객에게는 편의성, 기업은 효율성”
글로벌 기업들의 리테일테크 혁신은 두 가지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주문부터 결제, 배송에 이르는 모든 접점에 편리함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회사 관점에서 물류센터 운영을 포함해 뒷단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월마트는 무인결제 시스템, VR피팅룸 등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개발과 함께 물류센터 자동화, AI 기술을 활용한 수요예측, 재고관리 고도화 등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한 가상피팅 기술을 가진 '지킷(Zeekit)', 자율주행 기술업체 '크루즈(Cruise)', 대화형 디자인 툴 기술을 보유한 '보트목(Botmock)' 등 테크 기업들을 연이어 인수하며 리테일테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아마존 원'이라는 손바닥 인식 결제 시스템, 차세대 가정용 AI로봇 개발 등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월마트가 선보인 가상 피팅 기술.
최근에는 유통기업뿐 아니라 D2C 채널이 증가하면서 소비재 기업들도 리테일테크 기술을 접목하고 있는데요. 일례로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에 '나이키랜드(Nike Land)'를 론칭하고 신제품 홍보 및 제품 판매뿐 아니라 고객과의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이슈의 중심에 있는 리테일테크는 단연 생성AI입니다. 생성AI를 활용한 챗봇 기술은 과거의 정형화된 솔루션에서 벗어나 맥락 이해를 기반으로 보다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경험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영국 잘란도가 대표적인 예이며, 까르푸도 콘텐츠가 결합된 대화형 쇼핑 챗봇 'Hopla'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글로벌 유통기업들은 성장 정체 국면에 진입한 글로벌 소매시장에서 지속 성장을 꾀하기 위해 비용 절감은 물론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 신시장 개척, 마케팅 혁신, 리테일 테크 개발 등 다방면의 투자와 시도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글로벌 선도사례들을 참고해 자사 상황에 맞게 적용함으로써 2024년 기업 경영과 새로운 기회 포착에 도움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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