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을 쫓지 않고, 의류의 기본 기능에 충실해온 유니클로의 전략은 경기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고객의 선택을 받아 왔어요.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은 전년대비 12.2%라는 성장률과 함께 또 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2025. 02. 05ㅣ 7 min read
글 : 권윤정 일본유통 전문 기자
일본 Z세대 “빈티지가 멋있다”
유니클로, 새옷 같은 ‘헌옷’ 판매

- 패스트패션 시장 커지며 환경문제 이슈
- 유니클로, 헌옷 수거해 리메이크 거쳐 판매
- Z세대, 메루카리 등 중고 플랫폼 이용 즐겨
패스트패션에 이어 울트라 패스트패션까지 등장하면서 값싼 의류를 구입한 뒤 단기간 착용하고 폐기하는 소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과잉생산, 대량폐기로 이어지며, 환경과 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는데요.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한 기업과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본에서는 최근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메루카리(mercari) 등 온라인 중고 플랫폼을 통해 헌옷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한 일본 Z세대 사이에서는 최근 '유행 타지 않는 빈티지 옷이 멋있다'는 조류까지 확산되면서 중고의류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지속가능한 의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유행을 쫓지 않고, 의류의 기본 기능에 충실해온 유니클로의 전략은 경기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고객의 선택을 받아 왔어요.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지난해 8월, 전년대비 12.2%라는 성장률과 함께 또 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패스트 리테일링의 강력한 성장은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유니클로의 선전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특히 유니클로의 해외사업은 전년대비 19.1% 성장하며 그룹 내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어요.
- 그림 1 : 패스트 리테일링 매출 및 영업이익
자료 : 패스트리테일링 연간보고서, 8월 기준
자료 : 패스트리테일링 연간보고서
주 : 국내사업은 일본 내 사업을 의미, 8월 기준
유니클로가 일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기능성이라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해 기본 아이템을 생산하는 전략이 지금과 같은 불황기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자라나 쉬인 등 경쟁사들이 최신 유행을 발빠르게 출시해 저가에 대량 판매하는 전략으로 의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유니클로는 흔들림 없이 자사의 사업 가치와 모델을 지켜왔어요.

- 유니클로는 기본에 충실한 전략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왔습니다.
'Re.유니클로' 프로젝트
유니클로는 2020년부터 순환형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리·유니클로(Re.UNIQLO)' 이니셔티브를 전개해 왔어요.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이것이 리·유니클로 사업의 목표이고, 그 일환이 ‘헌옷’ 즉 중고의류 판매입니다. 
- 자사의 중고의류를 재손질해 매장에서 판매하고 유니클로.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치토세다이점(Setagaya Chitosedai). 3천㎡에 달하는 이 매장의 입구 근처에는 낯선 유니클로 태그가 달린 셔츠와 티셔츠가 진열돼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다른 유니클로 매장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 진열된 상품은 모두 유니클로가 수거한 뒤 재가공해서 판매하는 ‘헌옷’들입니다. 누군가 입었던 옷들이지만, 유니클로의 손을 거쳐 새 옷과 다름없는 상태로 탈바꿈했죠. 사용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치토세다이점처럼 현재 유니클로가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곳은 모두 3개점입니다.유니클로의 '중고의류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도쿄 하라주쿠에서 12일간 중고의류 팝업매장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치토세다이점을 포함해 3개점에서 상설 운영되고 있어요.

유니클로가 수선한 의류는 어디에서 확보한 것일까요.
유니클로는 매장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 왔어요. 수거한 옷들 가운데 재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옷들은 세탁과 염색, 재가공을 거쳐 재판매하는 것이죠. 현재 의류 수거함은 일본 전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매장에서 수거한 의류는 바로 전국 각지의 위탁업체 거점으로 운반되고 그 중 재사용이 가능한 의류는 전부 골라 냅니다. 매장에서 수거한 옷들 중에는 타사 제품도 섞여 있는데요.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유니클로 제품을 선별하고, 셔츠, 바지, 아우터 등 의류 종류별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소재와 오염 상태를 체크해 중고의류로 재사용이 가능한지 판단하죠.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중고의류로 판매되는 것은 아니예요. 의류 상태에 따라 가공해서 중고의류로 판매할지, 난민에게 지원할지 결정하고 그외 의류는 소재를 분해해 단열재 등으로 활용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고의류용’으로 분류된 의류는 재판매를 위한 세탁이나 재염색 공정으로 넘어가 새로운 의류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현재 유니클로 중고의류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이렇게 세탁을 거쳐 깨끗해진 기본 상품과 염색 및 가공으로 리메이크한 제품 두 종류로 구성됩니다. 기본 상품은 신상품 대비 약 50% 할인된 가격에, 염색 가공 제품은 신상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어요.
유니클로는 중고의류를 판매하기 전부터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방안들을 실천했어요. 그 일환으로 옷 수선이나 리디자인 작업을 맡길 수 있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RE.UNIQLO STUDIO)’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영국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점에 처음 선보인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는 바지기장 조절을 포함해 간단한 수선 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요구에 맞게 옷을 개조해주는 리메이크(remake) 서비스도 제공하는 업사이클링 수선코너예요.
2025년 1월말 기준, 일본 내 15개점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57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 고객의 옷을 수선 및 재가공해주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
수요, 공급예측 어려운 중고의류
모든 순환형 비즈니스가 그렇듯 유니클로의 중고의류 사업 역시 순탄하지 않습니다.
중고의류 판매는 유니클로가 2017년부터 야심차게 추구해온 ‘정보 제조 소매업’ 모델에서 벗어나 있어요. 유니클로의 ‘정보 제조 소매업’은 전세계 판매 동향과 소비자 요구를 취합해 AI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을 필요한 만큼 생산해 적시에 공급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기획, 생산, 물류, 판매 전 과정에서 로스를 최소화하고 고객 중심의 고품질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소매업을 추구하죠.
하지만 중고의류는 수급량과 품질 예측이 어렵습니다.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확보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죠. 예를 들어 올해 1월 들어 기온이 급감하면서 고객들은 두터운 겨울 옷을 찾지만, 정작 수거되는 옷들은 대부분 현재 입지 않는 여름이나 가을 옷들이죠.
여기에 ‘메루카리’나 ‘세컨드 스트리트’ 같은 중고 전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메루카리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유니클로입니다. 이렇듯 강력한 경쟁 플랫폼들이 있음에도 유니클로 매장의 수거함까지 옷을 가져가 무상으로 기부하는 고객들에게는 별도의 혜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료 : 야노경제연구소(2024~2026 추정)
주 : 어패럴 의류, 어패럴 잡화(가방, 구두, 넥타이 등), 보석, 시계 등 대상
수익 확보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새 제품처럼 세탁이나 재염색을 해도 누군가 입었던 옷이니 새 제품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 매장에서 2,990엔에 판매되는 긴팔 셔츠 경우, 재염색한 제품은 2,000엔, 세탁한 제품은 1,200엔에 판매합니다. 헌옷이라 원자재 비용은 들지 않지만, 재염색 등 공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만큼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렇듯 분명한 한계점들이 존재하지만, 유니클로의 중고의류 프로젝트는 단기간의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경영, 즉 순환형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일본 무인양품 역시 2015년부터 수거한 옷을 다른 색으로 염색한 후 새로운 상품처럼 재생해 판매하는 '리 무지(ReMUJ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패스트패션 기업인 H&M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염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본 패션업계의 중고의류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중고시장 향후 2년간 16% 성장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의류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며, 전 세계 온실 배출량의 2~8%를 차지합니다. 패스트패션 시장이 확대되며 의류 가격은 내려갔지만,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고 이는 심각한 환경 및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는 업계의 자정 노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중고의류 시장규모는 1조 4,900억 엔으로, 2024년대비 16% 증가할 전망입니다.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중고 의류시장이지만, 의류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중고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일본에서 ‘새 것 같은 헌 옷’ 인기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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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05ㅣ 7 min read
글 : 권윤정 일본유통 전문 기자
일본 Z세대 “빈티지가 멋있다”
유니클로, 새옷 같은 ‘헌옷’ 판매
패스트패션에 이어 울트라 패스트패션까지 등장하면서 값싼 의류를 구입한 뒤 단기간 착용하고 폐기하는 소비자들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과잉생산, 대량폐기로 이어지며, 환경과 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있는데요. 문제 의식을 갖기 시작한 기업과 소비자들이 늘면서 일본에서는 최근 중고 의류를 판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메루카리(mercari) 등 온라인 중고 플랫폼을 통해 헌옷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한 일본 Z세대 사이에서는 최근 '유행 타지 않는 빈티지 옷이 멋있다'는 조류까지 확산되면서 중고의류 시장은 더욱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지속가능한 의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유행을 쫓지 않고, 의류의 기본 기능에 충실해온 유니클로의 전략은 경기 호황과 불황에 관계없이 고객의 선택을 받아 왔어요.
유니클로 모기업인 패스트 리테일링(Fast Retailing)은 지난해 8월, 전년대비 12.2%라는 성장률과 함께 또 다시 사상 최고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패스트 리테일링의 강력한 성장은 매출의 85%를 차지하는 유니클로의 선전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특히 유니클로의 해외사업은 전년대비 19.1% 성장하며 그룹 내 가장 높은 성과를 거뒀어요.
자료 : 패스트리테일링 연간보고서, 8월 기준
자료 : 패스트리테일링 연간보고서
주 : 국내사업은 일본 내 사업을 의미, 8월 기준
유니클로가 일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기능성이라는 제품의 본질에 집중해 기본 아이템을 생산하는 전략이 지금과 같은 불황기 소비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자라나 쉬인 등 경쟁사들이 최신 유행을 발빠르게 출시해 저가에 대량 판매하는 전략으로 의류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꿨지만, 유니클로는 흔들림 없이 자사의 사업 가치와 모델을 지켜왔어요.
유니클로는 2020년부터 순환형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리·유니클로(Re.UNIQLO)' 이니셔티브를 전개해 왔어요.'Re.유니클로' 프로젝트
“옷을 최대한 오래 입고, 버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이것이 리·유니클로 사업의 목표이고, 그 일환이 ‘헌옷’ 즉 중고의류 판매입니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유니클로 치토세다이점(Setagaya Chitosedai).
3천㎡에 달하는 이 매장의 입구 근처에는 낯선 유니클로 태그가 달린 셔츠와 티셔츠가 진열돼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다른 유니클로 매장과 다를 바 없지만, 이곳에 진열된 상품은 모두 유니클로가 수거한 뒤 재가공해서 판매하는 ‘헌옷’들입니다. 누군가 입었던 옷들이지만, 유니클로의 손을 거쳐 새 옷과 다름없는 상태로 탈바꿈했죠. 사용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치토세다이점처럼 현재 유니클로가 중고의류를 판매하는 곳은 모두 3개점입니다.
유니클로의 '중고의류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도쿄 하라주쿠에서 12일간 중고의류 팝업매장을 운영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치토세다이점을 포함해 3개점에서 상설 운영되고 있어요.
유니클로는 매장에 수거함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을 모아 왔어요. 수거한 옷들 가운데 재상품화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옷들은 세탁과 염색, 재가공을 거쳐 재판매하는 것이죠. 현재 의류 수거함은 일본 전 매장에서 운영되고 있어요.
매장에서 수거한 의류는 바로 전국 각지의 위탁업체 거점으로 운반되고 그 중 재사용이 가능한 의류는 전부 골라 냅니다. 매장에서 수거한 옷들 중에는 타사 제품도 섞여 있는데요.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유니클로 제품을 선별하고, 셔츠, 바지, 아우터 등 의류 종류별로 분류합니다. 그리고 소재와 오염 상태를 체크해 중고의류로 재사용이 가능한지 판단하죠.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모두 중고의류로 판매되는 것은 아니예요. 의류 상태에 따라 가공해서 중고의류로 판매할지, 난민에게 지원할지 결정하고 그외 의류는 소재를 분해해 단열재 등으로 활용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고의류용’으로 분류된 의류는 재판매를 위한 세탁이나 재염색 공정으로 넘어가 새로운 의류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현재 유니클로 중고의류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이렇게 세탁을 거쳐 깨끗해진 기본 상품과 염색 및 가공으로 리메이크한 제품 두 종류로 구성됩니다. 기본 상품은 신상품 대비 약 50% 할인된 가격에, 염색 가공 제품은 신상품과 비슷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어요.
유니클로는 중고의류를 판매하기 전부터 옷을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방안들을 실천했어요. 그 일환으로 옷 수선이나 리디자인 작업을 맡길 수 있는 ‘리·유니클로 스튜디오(RE.UNIQLO STUDIO)’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10월 영국 런던의 리젠트 스트리트점에 처음 선보인 ‘리·유니클로 스튜디오’는 바지기장 조절을 포함해 간단한 수선 서비스는 물론 고객의 요구에 맞게 옷을 개조해주는 리메이크(remake) 서비스도 제공하는 업사이클링 수선코너예요.
2025년 1월말 기준, 일본 내 15개점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57개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수요, 공급예측 어려운 중고의류
모든 순환형 비즈니스가 그렇듯 유니클로의 중고의류 사업 역시 순탄하지 않습니다.
중고의류 판매는 유니클로가 2017년부터 야심차게 추구해온 ‘정보 제조 소매업’ 모델에서 벗어나 있어요. 유니클로의 ‘정보 제조 소매업’은 전세계 판매 동향과 소비자 요구를 취합해 AI 기반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소비자 니즈에 맞춘 상품을 필요한 만큼 생산해 적시에 공급하는 모델을 말합니다.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 기획, 생산, 물류, 판매 전 과정에서 로스를 최소화하고 고객 중심의 고품질 제품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지속 가능한 소매업을 추구하죠.
하지만 중고의류는 수급량과 품질 예측이 어렵습니다. 고객 수요에 맞는 상품을 적시에 확보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죠. 예를 들어 올해 1월 들어 기온이 급감하면서 고객들은 두터운 겨울 옷을 찾지만, 정작 수거되는 옷들은 대부분 현재 입지 않는 여름이나 가을 옷들이죠.
여기에 ‘메루카리’나 ‘세컨드 스트리트’ 같은 중고 전문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메루카리에서 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유니클로입니다. 이렇듯 강력한 경쟁 플랫폼들이 있음에도 유니클로 매장의 수거함까지 옷을 가져가 무상으로 기부하는 고객들에게는 별도의 혜택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료 : 야노경제연구소(2024~2026 추정)
주 : 어패럴 의류, 어패럴 잡화(가방, 구두, 넥타이 등), 보석, 시계 등 대상
수익 확보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새 제품처럼 세탁이나 재염색을 해도 누군가 입었던 옷이니 새 제품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 매장에서 2,990엔에 판매되는 긴팔 셔츠 경우, 재염색한 제품은 2,000엔, 세탁한 제품은 1,200엔에 판매합니다. 헌옷이라 원자재 비용은 들지 않지만, 재염색 등 공정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는데 그 만큼 이익을 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렇듯 분명한 한계점들이 존재하지만, 유니클로의 중고의류 프로젝트는 단기간의 이익보다 지속가능한 경영, 즉 순환형 비즈니스 구축을 위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일본 무인양품 역시 2015년부터 수거한 옷을 다른 색으로 염색한 후 새로운 상품처럼 재생해 판매하는 '리 무지(ReMUJI)'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패스트패션 기업인 H&M도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염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본 패션업계의 중고의류 비즈니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일본 중고시장 향후 2년간 16% 성장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의류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물을 많이 소비하는 산업이며, 전 세계 온실 배출량의 2~8%를 차지합니다. 패스트패션 시장이 확대되며 의류 가격은 내려갔지만,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고 이는 심각한 환경 및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는 업계의 자정 노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중고의류 시장규모는 1조 4,900억 엔으로, 2024년대비 16% 증가할 전망입니다.
아직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은 중고 의류시장이지만, 의류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는 기업들이 중고시장에 속속 진출하면서 일본에서 ‘새 것 같은 헌 옷’ 인기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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