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미국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변화가 글로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
2024.11.13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글로벌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
- 트럼프 2기, 수입관세 높이고 법인세 인하
- 전미소매협회 '관세 인상시, 상품가격 최대 55%↑'
- 중국산 비율 높은 월마트, 아마존에도 부정적 영향
- 수입업체들, 재고 확보에 총력
- 관세 인상 현실화 돼도 체감은 2026년 후반 이후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직을 공식 수행하게 되는데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미국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변화가 글로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외신들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해 Q&A 방식으로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Q 1. 소비시장 관련해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유통 및 소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관세 인상입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서는 60~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어요. 지난 수세기 동안 보지 못한 최대의 인상폭인데요. 이를 통해 미국 내 제조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다른 국가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Q 2. 관세 인상이 왜 문제가 되나요?
관세는 제품이 국경을 넘을 때 부과되는 세금을 말해요. 관세에는 수입세, 수출세, 통과세 등 세 종류가 있는데 트럼프 당선자가 인상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수입관세입니다.
즉,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수입업체가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에요. 당연히 미국 기업이 세금을 내게 됩니다. 표면상으로는 미국 수입업체가 지불하는 세금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따져봐야 하는데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첫 번째, 수입업체가 마진을 줄여 관세 인상분을 모두 흡수하는 경우입니다. 당장의 파급력은 적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해당 업체와 산업계가 심각한 경영 악화에 직면할 수 있겠죠.
두 번째는 협상을 통해 현지 생산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역시 해당 업체가 마진 압박에 처하게 되고 결국 다음 계약 때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는 수입업체가 가격에 반영하는 경우입니다. 관세 인상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죠.
미국 신발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 협회의 책임자 맷 프리스트(Matt Priest)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1기 집권시에도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당시 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그 비용을 흡수한 소매업체는 극히 일부였으며, 대부분 소매업체들은 신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했다”고 밝혔어요. 결국 세 번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이죠.
이처럼 급격한 관세 인상은 미국 소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공산이 큽니다. 특히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현재 간신히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통 및 소비재 업계는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요.
Q 3. 관세 인상이 상품 가격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미국 소매업체들로 구성된 '전미소매협회(NRF)'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예상이나 한 듯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입관세 인상으로 예측되는 영향(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어요.
보고서는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될 경우 수입상품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이고, 이는 곧 일상 소비재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그 결과 미국 가구당 연간 4,600달러(약 650만 원)에서 최대 7,600달러(약 1,100만 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대선공약으로 언급한 관세 인상 내용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A, B로 나눠 분석했어요.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전체적을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20% 인상에 중국 수입제품 100% 추가 인상한 경우로 설정하고 현재 상황과 비교했어요. 조사대상 품목은 미국 가구가 공통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의류, 신발, 가구, 가전 및 가정용품, 장난감, 여행용품 등 6개 카테고리입니다.
- 그림 1 : 시나리오별 주요 품목 관세 인상률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주 :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관세를 2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100% 추가 인상한 경우
우선 시나리오 A에 따르면, 의류에 부과되는 관세가 평균 14.7%에서 37.5%로 상승하게 되고, 그 영향으로 가격이 12.5% 오르게 됩니다. 인상률을 최대치로 적용한 시나리오 B로 갈 경우 관세는 평균 56% 급상승하고 가격도 20.6%가 인상돼요. 쉽게 말하면 100달러짜리 코트가 관세 인상 후에는 112~121달러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장난감류는 인상폭이 더욱 가파릅니다. 보고서에서는 시나리오 A 경우 장난감 판매가는 36.3%, B로 갈 경우에는 55.8%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변화가 전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이미 몇년간 지속된 고물가로 소비재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자칫 개별 산업군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생활비 위기'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부족한 예산을 아껴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비자들 역시 이중 부담을 안게 됩니다.
- 그림 2. 시나리오별 가격 인상률 및 구매력 감소금액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주 :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관세를 2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100% 추가 인상한 경우
Q 4. 소매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상품 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되면 한정된 예산으로 가계를 꾸려야 하는 소비자들은 최소한의 필수재만 구입하고 주머니를 더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지겠죠.
이미 장기화되는 경기불황과 고물가로 고급 슈퍼마켓을 이용하던 미국 중산층까지 월마트와 알디로 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월마트 실적이 최근 크게 개선됐고, 주가도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죠.
하지만, 계획안대로 관세가 인상될 경우 중국 소싱 비중이 큰 월마트와 코스트코, 타깃 같은 할인업태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초저가 플랫폼인 테무,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은 물론이고, 중국 판매자 비중이 높은 아마존도 마찬가지입니다.
NRF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나리오 A대로 진행될 경우 구매량을 21.9%, B로 갈 경우 32.6%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특히 미국의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타깃의 전 임원인 크리스 월튼은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소매기업의 비용 구조에 엄청난 격변을 가져올 것"이라며 "공급망 재편에 투입되는 비용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매 기업에 긍정적인 정책도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는데요. 대선에서 이를 15%까지 추가 인하하겠다고 공언했어요. 이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특히 소매업체와 같은 저마진 구조 기업들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미소매협회는 트럼프 정부가 계획대로 관세 인상을 추진할 경우 미국 소매매장에서 판매하는 장난감 가격이 최대 55.8% 인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어요.
Q 5.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입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이미 발 빠른 수입업체들은 총력을 동원해 재고 확보에 나섰어요.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일부 수입업체들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중국 협력업체에 연락해 가능한 모든 생산시설을 가동해 제품 추가 생산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특히 1월에는 설을 맞아 장기 휴가에 돌입하는 중국 생산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업체들은 더욱 서두르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한 차례 미중 무역갈등을 겪은 수입업체들은 그동안 베트남이나 인도 등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국가로 생산공장을 분산해 왔지만, 여전히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 수입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리 관세를 높인다고 해도 공장 설비를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 공장이나 거래처를 여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관세를 피한 만큼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장난감 수입업체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것은 우리에게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도전"이라며 "베트남이나 멕시코, 인도 생산 인프라로는 중국의 생산력을 모두 커버하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또 내년 휴가 시즌에 월마트에 납품할 완구 제품에 대한 계약이 이미 끝났고, 납품가도 정해졌는데 그 전에 관세가 인상되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으로 제조사나 수입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길 것을 기대하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생산기지 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가파른 관세 인상 정책이 추진될 경우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비용구조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자 구매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미국 및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으로 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중 상당수가 다시 미국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 조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역시 직격탄을 맞는 것은 중국입니다. NRF 보고서는 관세가 인상될 경우 의류, 신발, 장난감 등에 대한 중국의 대미 수출이 70~8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 그림 3. 관세 인상시 예상되는 품목별 가격 인상폭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Q 6. 관세 인상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내 관련 단체와 언론들은 관세 인상의 부작용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을 사전에 적극 방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요.
일부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계획이 중국 등 경쟁국을 위협하기 위한 용도이며 공약대로 100%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또 법률 전문가들은 무리한 관세 인상은 법정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 국민들의 저항도 예상됩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테무와 쉬인이 단기간에 가장 급성장한 국가가 미국입니다. 그만큼 가격소비 지향이 강한 미국에서 소비재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수입관세를 매우 유용한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관세 인상 계획이 백지화되기를 기대하기보다 미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관세 인상 현실화 돼도
체감은 2026년 후반 이후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에도 높은 폭으로 관세를 인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서는 인상 폭에 대한 이견은 있어도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중국 외 어떤 국가가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될지, 어떤 품목에 부과될지, 또 언제 시작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며, 아직 확정된 바도 없습니다.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관세 인상이 실제 추진된다고 해도 필요한 조사와 법적 요건을 갖추는 데에만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2026년 후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는 올리고, 법인세는 낮추고 규제는 완화함으로써 미국 경제와 기업을 더욱 강건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초래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 미국은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조정할 수 있나요?미국은 232조와 301조에 따라 대통령이 상원이나 하원의 승인 없이도 관세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집권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였어요. 하지만, 특정 법적 절차나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미비할 경우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232조 :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에 속하며,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 301조 : 무역법(Trade Act of 1974)에 속하며, 미국에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하는 국가에 대해 대통령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국가의 특정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301조에 포함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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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3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이
글로벌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
지난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식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대통령직을 공식 수행하게 되는데요.
강경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후 미국 정책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변화가 글로벌 유통 및 소비재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외신들의 분석과 전망을 종합해 Q&A 방식으로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Q 1. 소비시장 관련해 트럼프 정부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가요?
유통 및 소비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은 관세 인상입니다.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공약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서는 60~10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웠어요. 지난 수세기 동안 보지 못한 최대의 인상폭인데요. 이를 통해 미국 내 제조산업을 활성화하고,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다른 국가는 물론,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Q 2. 관세 인상이 왜 문제가 되나요?
즉,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수입업체가 미국 정부에 내는 세금이에요. 당연히 미국 기업이 세금을 내게 됩니다. 표면상으로는 미국 수입업체가 지불하는 세금이지만,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는 따져봐야 하는데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첫 번째, 수입업체가 마진을 줄여 관세 인상분을 모두 흡수하는 경우입니다. 당장의 파급력은 적겠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해당 업체와 산업계가 심각한 경영 악화에 직면할 수 있겠죠.
두 번째는 협상을 통해 현지 생산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 경우 역시 해당 업체가 마진 압박에 처하게 되고 결국 다음 계약 때 단가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 번째는 수입업체가 가격에 반영하는 경우입니다. 관세 인상이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셈이죠.
미국 신발 유통업체 및 소매업체 협회의 책임자 맷 프리스트(Matt Priest)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 1기 집권시에도 중국 수입제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당시 이익 감소를 감수하고 그 비용을 흡수한 소매업체는 극히 일부였으며, 대부분 소매업체들은 신발 가격을 인상해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했다”고 밝혔어요. 결국 세 번째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이죠.
이처럼 급격한 관세 인상은 미국 소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공산이 큽니다. 특히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현재 간신히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물가가 다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통 및 소비재 업계는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어요.
Q 3. 관세 인상이 상품 가격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미국 소매업체들로 구성된 '전미소매협회(NRF)'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을 예상이나 한 듯 투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입관세 인상으로 예측되는 영향(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어요.보고서는 관세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모두 전가될 경우 수입상품 가격이 크게 인상될 것이고, 이는 곧 일상 소비재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고 분석했어요. 그 결과 미국 가구당 연간 4,600달러(약 650만 원)에서 최대 7,600달러(약 1,100만 원)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보고서는 트럼프가 대선공약으로 언급한 관세 인상 내용을 토대로 시나리오를 A, B로 나눠 분석했어요.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전체적을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20% 인상에 중국 수입제품 100% 추가 인상한 경우로 설정하고 현재 상황과 비교했어요. 조사대상 품목은 미국 가구가 공통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의류, 신발, 가구, 가전 및 가정용품, 장난감, 여행용품 등 6개 카테고리입니다.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주 :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관세를 2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100% 추가 인상한 경우
장난감류는 인상폭이 더욱 가파릅니다. 보고서에서는 시나리오 A 경우 장난감 판매가는 36.3%, B로 갈 경우에는 55.8%가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어요.
미국 언론들은 이 같은 변화가 전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지만 이미 몇년간 지속된 고물가로 소비재 가격이 많이 올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인상은 자칫 개별 산업군의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생활비 위기'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부족한 예산을 아껴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소비자들 역시 이중 부담을 안게 됩니다.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주 : 시나리오 A는 수입제품 관세를 1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60% 추가 인상한 경우, 시나리오 B는 수입제품 관세를 20% 인상하고 중국 수입제품은 100% 추가 인상한 경우
Q 4. 소매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이미 장기화되는 경기불황과 고물가로 고급 슈퍼마켓을 이용하던 미국 중산층까지 월마트와 알디로 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월마트 실적이 최근 크게 개선됐고, 주가도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죠.
하지만, 계획안대로 관세가 인상될 경우 중국 소싱 비중이 큰 월마트와 코스트코, 타깃 같은 할인업태들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초저가 플랫폼인 테무,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은 물론이고, 중국 판매자 비중이 높은 아마존도 마찬가지입니다.
NRF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시나리오 A대로 진행될 경우 구매량을 21.9%, B로 갈 경우 32.6% 줄일 것이라고 분석했는데요. 특히 미국의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소매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타깃의 전 임원인 크리스 월튼은 미국 경제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이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소매기업의 비용 구조에 엄청난 격변을 가져올 것"이라며 "공급망 재편에 투입되는 비용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은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매 기업에 긍정적인 정책도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법인세를 35%에서 21%로 낮췄는데요. 대선에서 이를 15%까지 추가 인하하겠다고 공언했어요. 이는 기업의 세 부담을 줄여 특히 소매업체와 같은 저마진 구조 기업들의 수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Q 5.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수입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이미 발 빠른 수입업체들은 총력을 동원해 재고 확보에 나섰어요.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일부 수입업체들은 트럼프가 당선되자마자 중국 협력업체에 연락해 가능한 모든 생산시설을 가동해 제품 추가 생산을 주문했다고 합니다. 특히 1월에는 설을 맞아 장기 휴가에 돌입하는 중국 생산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업체들은 더욱 서두르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한 차례 미중 무역갈등을 겪은 수입업체들은 그동안 베트남이나 인도 등 인건비가 저렴한 다른 국가로 생산공장을 분산해 왔지만, 여전히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이 중국 수입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아무리 관세를 높인다고 해도 공장 설비를 이전하는 데 드는 비용, 공장이나 거래처를 여러 국가에서 운영하는 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관세를 피한 만큼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 장난감 수입업체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서 생산라인을 철수하는 것은 우리에게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도전"이라며 "베트남이나 멕시코, 인도 생산 인프라로는 중국의 생산력을 모두 커버하기 어렵다"고 말했어요. 또 내년 휴가 시즌에 월마트에 납품할 완구 제품에 대한 계약이 이미 끝났고, 납품가도 정해졌는데 그 전에 관세가 인상되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도 덧붙였죠.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으로 제조사나 수입업체들이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길 것을 기대하지만, 이러한 이유들로 생산기지 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듯 가파른 관세 인상 정책이 추진될 경우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비용구조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자 구매패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이는 곧 미국 및 중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으로 그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품목 중 상당수가 다시 미국으로 재수출되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높은 관세 조치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역시 직격탄을 맞는 것은 중국입니다. NRF 보고서는 관세가 인상될 경우 의류, 신발, 장난감 등에 대한 중국의 대미 수출이 70~80%가량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자료 : 전미소매협회 ‘Estimated Impacts of Proposed Tariffs on Imports’
Q 6. 관세 인상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가요?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 내 관련 단체와 언론들은 관세 인상의 부작용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을 사전에 적극 방어하는 분위기가 역력한데요.일부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계획이 중국 등 경쟁국을 위협하기 위한 용도이며 공약대로 100% 추진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또 법률 전문가들은 무리한 관세 인상은 법정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 국민들의 저항도 예상됩니다. 중국산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테무와 쉬인이 단기간에 가장 급성장한 국가가 미국입니다. 그만큼 가격소비 지향이 강한 미국에서 소비재 가격 인상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수입관세를 매우 유용한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인상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업계는 관세 인상 계획이 백지화되기를 기대하기보다 미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관세 인상 현실화 돼도
체감은 2026년 후반 이후
트럼프 1기 집권 당시에도 높은 폭으로 관세를 인상했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에서는 인상 폭에 대한 이견은 있어도 인상 자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중국 외 어떤 국가가 관세 인상 대상에 포함될지, 어떤 품목에 부과될지, 또 언제 시작될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며, 아직 확정된 바도 없습니다.
글로벌 경제 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는 “관세 인상이 실제 추진된다고 해도 필요한 조사와 법적 요건을 갖추는 데에만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체감하게 되는 시기는 빨라야 2026년 후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관세는 올리고, 법인세는 낮추고 규제는 완화함으로써 미국 경제와 기업을 더욱 강건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은 미국의 관세 인상이 초래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참고 : 미국은 대통령 권한으로 관세를 올리거나 조정할 수 있나요?
미국은 232조와 301조에 따라 대통령이 상원이나 하원의 승인 없이도 관세를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집권시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도 무역법 301조에 따른 조치였어요. 하지만, 특정 법적 절차나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미비할 경우 법적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232조 :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of 1962)에 속하며,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 301조 : 무역법(Trade Act of 1974)에 속하며, 미국에 불공정 무역 관행을 하는 국가에 대해 대통령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해당 국가의 특정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도 301조에 포함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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