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채 4년이 안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샵사이다'가 '넥스트쉬인'으로 불리며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패션 모델을 지향하는 샵사이다는 한국에 글로벌...
Issue | Z세대의 '쉬인', '샵사이다' 분석 |
2024. 06. 19ㅣ 5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4년차 패스트패션 '샵사이다',
'넥스트 쉬인'으로 급부상
- '스마트패션' 지향하는 'Z세대의 쉬인'
- 글로벌 최초 팝업, 한국에 론칭
- 8개 무드로 제안하는 큐레이션의 성공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전세계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은 일명 '알-테-쉬'라 불리는 알리(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이며 이들은 압도적인 속도와 가격을 무기로 소매 선진시장이라 자부하는 미국과 유럽을 선 공략하는 대범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습니다.
중요한 것은 '알-테-쉬'가 절대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르고 저렴한 중국의 생산 인프라에 AI가 동원된 첨단기술을 입히고 SNS를 홍보무대로 백분 활용하는 '제 2, 제 3의 알테쉬'는 앞으로 끊임없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것도 점점 진화한 형태로 말이죠.
이미 '제2의 쉬인'으로 불리는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이 기업은 쉬인보다 훨씬 친-한국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넥스트 쉬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기업 '사이다(Cider)'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업 4년차 사이다,
쉬인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다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가 패스트패션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이 말은 쉬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최근 이 타이틀은 다른 업체가 넘겨 받았습니다.
설립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사이다(Cider)'라는 기업인데요. 우리나라에는 사이다가 운영하는 온라인플랫폼 명칭인 '샵사이다(ShopCider)'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9월 '샵사이다'를 론칭한 두 명의 젊은 창업가, 펜코 린(좌)과 유 오펠(우)
사이다 창업자는 전 블루밍데일스 바이어이자 현재 최고 패션 책임자를 맡고 있는 펜코 린(Fenco Lin), 전 우버이츠 임원이자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유 오펠(Yu Oppel)을 포함해 모두 4명입니다. 펜코 린은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경영인 30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당시 29세였습니다.
2020년 9월, 직원 10명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이다는 창업 1년 만인 2021년 9월, 1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하면서 1억 4천만 달러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2년 뒤인 2022년 5월에는 직원 수가 50배로 늘어났고, 현재 전세계 137개 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빠른 성장세에 비해 사이다가 쉬인에 비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사이다가 철저히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전략을 펴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최신 유행을 찾는 Z세대들에게 샵사이다는 쉬인 이상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가격대 역시 만 원 이하의 티셔츠부터 3만 원짜리 파티 원피스, 4만 원짜리 겨울 점퍼 등 쉬인 만큼 저렴한 가격입니다.
사이다를 이해하기 위한 5가지 키워드
사이다는 몇 년 앞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쉬인의 성공 전략은 따르되 허점은 피해가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사이다의 가파른 성장을 가능케 했던 5가지 요소를 살펴봤습니다.
1. Mood
8가지 무드를 제안하다
'사이다(Cider)'는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감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죠.
샵사이다가 패션을 제안하는 방식은 바로 이런 기분이나 분위기, 즉 무드(mood)입니다. 스스로를 '당신 옷장의 즐거운 시간(Happy Hour)'이라고 부르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으로 덮인 즐거운 순간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죠.
샵사이다 메인 화면에서 '기분을 선택하세요(Pick A Mood)'라는 메뉴 버튼을 클릭하면 모두 8개의 '기분 모드'가 드러납니다.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부터 쿨(Cool), 귀여움(Cute), 우아함(Elegant), 자유로움(Free), 섹시(Sexy), 그런지(Grunge), K팝(K-pop)까지 8가지 무드 앞에는 모두 '느껴보세요(feel)'가 붙습니다. 각 무드별로 샵사이다가 제안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 아이템을 통해 고객들은 선택한 기분을 만끽하게 됩니다.
8가지 무드 가운데 '우아함(Elegant)' 메뉴에서 제안된 상품들.
2. K POP
블랙핑크의 옷장을 훔치다
앞에서 설명한 8가지 무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K팝'입니다.
사이다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샵사이다 제품의 디자인은 서울을 포함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파리, 상하이 등 글로벌 패션 도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유행에 가장 민감한 4개 도시의 스타일과 문화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으로 글로벌을 연결하는 것이 샵사이다의 핵심 상품전략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 대한 사이다의 애정은 남다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샵사이다가 제안하는 8가지 무드 중 하나가 바로 'K팝'인데요. 분위기나 기분을 상징하는 다른 단어와도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사이다의 창업자들은 K팝의 열혈 팬일까요? 적어도 그들은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샵사이다 플랫폼에서는 '블랙핑크' 제니부터 '아이브' 장원영, '에스파'의 카리나 등을 뮤즈로 삼아 K팝 스타들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실제 이들은 종종 샵사이다 옷을 입고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샵사이다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사이다는 세계 첫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론칭할 도시로 서울을 택했습니다. 2023년 7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에 글로벌 최초 팝업스토어를 론칭한 데 이어 지난 5월부터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샵사이다 'K POP' 무드에서는 한국 아이돌들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한국에 선보인 샵사이다 팝업 스토어
3. Pop Up
오프라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다
사이다는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채널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사이다가 각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은 각 지역의 취향을 파악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향후 구축하게 될 상설 매장의 완성도 높은 설계를 위한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뉴욕 소호거리에 선보인 샵사이다 팝업 스토어는 샵사이다의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알린 계기가 됐어요.
샵사이다 고객의 약 70%가 Z세대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500만 명에 이르죠. 샵사이다는 약 200㎡ 규모로 조성된 팝업 스토어를 Z세대 취향에 맞춰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매장 입구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합니다. 시그니처인 빨간 사과의 단면 형태를 띤 매장 입구로 들어가면 사이다가 제안하는 무드에 맞게 큐레이션된 옷을 자유롭게 입어볼 수 있었어요. 사이다의 대표 무드 외에도 지역 니즈를 고려해 뉴욕시티 캡슐 콜렉션을 함께 선보였습니다. Z세대는 옷을 착용한 뒤 SNS 채널을 통해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해 매장에는 대형 거울을 비치하고 1인용 피팅룸 외에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피팅시설도 구비했어요.
뉴욕 소호에서 운영한 샵사이다 팝업스토어
4. CiderGang
틱톡에서 얻은 힘, '사이다강'으로 키우다
사이다 역시 다른 C커머스와 마찬가지로 '틱톡'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은 대부분 패스트패션 기업이 유사하지만, 사이다는 더 적극적입니다. 소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사이다강(CiderGang)'이라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충성도 높은 팬들을 하나로 아우릅니다. 팬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디스코드 등 다양한 소셜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서로의 패션 스타일과 트렌드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사이다는 이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고, 제품과 서비스에도 적극 반영하죠. 사이다강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 한정판 제품이나 특별 혜택을 제공하며 이들의 참여와 활동을 더욱 부추기기도 합니다.
Z세대가 주고객인 사이다는 'CiderGang'라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지원합니다.
5. Smart Fashion
우리는 쉬인과 다르다
앞에서 말했듯이 쉬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사이다는 쉬인의 약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디자인 도용, 노동력 착취 등 쉬인이 공격받고 있는 지점들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을 촘촘히 짜두었죠.
회사 측에 따르면 사이다는 매달 몇 백만 벌의 의류를 판매합니다. 과잉 생산 및 판매에 따르는 의류 쓰레기 양산이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하지만, 사이다는 자신들은 '스마트패션'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며, 선주문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소량만 생산한 뒤 고객들의 피드백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실시간 주문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과잉 재고로 인한 환경오염의 여지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동시에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는 쉬인의 생산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2022년 8월에는 d2w(Die-to-wafer) 생분해성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모든 주문건수에 친환경 포장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브랜드 '#RecycledCider' 를 론칭하기도 했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설치할 때도 해체 및 조립을 통해 다른 매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쉬인이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비난받고 있는 점을 의식해 주요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도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트렌디 패션의 장벽을 없애다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을 위한' 의류를 판매한다는 것이 사이다의 모토입니다.
그 일환으로 사이다는 2021년 10월부터 '커브앤플러스(Curve & Plus)'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카테고리는 체격이 큰 고객들을 위한 빅사이즈 의류와 다양한 소재의 옷을 제공합니다. XXS 사이즈부터 4XL까지 갖추고 있어 고객들은 체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아이템을 찾을 수 있어요.
샵사이다 서비스는 6월 현재, 137개국으로 확대돼 이제 웬만한 곳에서는 샵사이다 제품을 주문해 받아볼 수 있습니다.
2027년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 규모는 약 1,850억 원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자라, H&M, 아소스, 쉬인 등 시장의 상위 기업들과 비교해 사이다의 전략이나 제품이 획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타깃인 젊은 세대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스타일과 보상, 그리고 속도를 희생하지 않는 롱테일 전략으로 현재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스럽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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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06. 19ㅣ 5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4년차 패스트패션 '샵사이다',
'넥스트 쉬인'으로 급부상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전세계 유통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들은 일명 '알-테-쉬'라 불리는 알리(AliExpress), 테무(Temu), 쉬인(Shein)이며 이들은 압도적인 속도와 가격을 무기로 소매 선진시장이라 자부하는 미국과 유럽을 선 공략하는 대범한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쳤습니다.
중요한 것은 '알-테-쉬'가 절대 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빠르고 저렴한 중국의 생산 인프라에 AI가 동원된 첨단기술을 입히고 SNS를 홍보무대로 백분 활용하는 '제 2, 제 3의 알테쉬'는 앞으로 끊임없이 등장할 것입니다. 그것도 점점 진화한 형태로 말이죠.
이미 '제2의 쉬인'으로 불리는 업체가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이 기업은 쉬인보다 훨씬 친-한국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넥스트 쉬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패스트 패션기업 '사이다(Cider)'가 그 주인공입니다.
사업 4년차 사이다,
쉬인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다
'들어본 적도 없는 회사가 패스트패션 산업을 뒤흔들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이 말은 쉬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최근 이 타이틀은 다른 업체가 넘겨 받았습니다.
설립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사이다(Cider)'라는 기업인데요. 우리나라에는 사이다가 운영하는 온라인플랫폼 명칭인 '샵사이다(ShopCider)'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9월 '샵사이다'를 론칭한 두 명의 젊은 창업가, 펜코 린(좌)과 유 오펠(우)
사이다 창업자는 전 블루밍데일스 바이어이자 현재 최고 패션 책임자를 맡고 있는 펜코 린(Fenco Lin), 전 우버이츠 임원이자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유 오펠(Yu Oppel)을 포함해 모두 4명입니다. 펜코 린은 2022년 포브스가 선정한 '30세 이하 경영인 30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어요. 당시 29세였습니다.
2020년 9월, 직원 10명으로 사업을 시작한 사이다는 창업 1년 만인 2021년 9월, 10억 달러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에 등극하면서 1억 4천만 달러 투자유치에 성공했습니다. 2년 뒤인 2022년 5월에는 직원 수가 50배로 늘어났고, 현재 전세계 137개 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패스트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빠른 성장세에 비해 사이다가 쉬인에 비해 우리에게 낯선 이유는 사이다가 철저히 Z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전략을 펴기 때문입니다. 예산은 부족하지만 최신 유행을 찾는 Z세대들에게 샵사이다는 쉬인 이상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습니다. 가격대 역시 만 원 이하의 티셔츠부터 3만 원짜리 파티 원피스, 4만 원짜리 겨울 점퍼 등 쉬인 만큼 저렴한 가격입니다.
사이다를 이해하기 위한 5가지 키워드
사이다는 몇 년 앞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쉬인의 성공 전략은 따르되 허점은 피해가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사이다의 가파른 성장을 가능케 했던 5가지 요소를 살펴봤습니다.
1. Mood
8가지 무드를 제안하다
'사이다(Cider)'는 시원하고 달콤한 청량감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죠.
샵사이다가 패션을 제안하는 방식은 바로 이런 기분이나 분위기, 즉 무드(mood)입니다. 스스로를 '당신 옷장의 즐거운 시간(Happy Hour)'이라고 부르며, 고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으로 덮인 즐거운 순간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두죠.
샵사이다 메인 화면에서 '기분을 선택하세요(Pick A Mood)'라는 메뉴 버튼을 클릭하면 모두 8개의 '기분 모드'가 드러납니다.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부터 쿨(Cool), 귀여움(Cute), 우아함(Elegant), 자유로움(Free), 섹시(Sexy), 그런지(Grunge), K팝(K-pop)까지 8가지 무드 앞에는 모두 '느껴보세요(feel)'가 붙습니다. 각 무드별로 샵사이다가 제안하는 다양한 스타일의 패션 아이템을 통해 고객들은 선택한 기분을 만끽하게 됩니다.
8가지 무드 가운데 '우아함(Elegant)' 메뉴에서 제안된 상품들.
2. K POP
블랙핑크의 옷장을 훔치다
앞에서 설명한 8가지 무드에서 눈에 띄는 것은 'K팝'입니다.
사이다는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샵사이다 제품의 디자인은 서울을 포함해 뉴욕, 로스앤젤레스, 파리, 상하이 등 글로벌 패션 도시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요. 유행에 가장 민감한 4개 도시의 스타일과 문화를 반영한 패션 아이템으로 글로벌을 연결하는 것이 샵사이다의 핵심 상품전략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에 대한 사이다의 애정은 남다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샵사이다가 제안하는 8가지 무드 중 하나가 바로 'K팝'인데요. 분위기나 기분을 상징하는 다른 단어와도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사이다의 창업자들은 K팝의 열혈 팬일까요? 적어도 그들은 K팝 스타들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샵사이다 플랫폼에서는 '블랙핑크' 제니부터 '아이브' 장원영, '에스파'의 카리나 등을 뮤즈로 삼아 K팝 스타들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실제 이들은 종종 샵사이다 옷을 입고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샵사이다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사이다는 세계 첫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론칭할 도시로 서울을 택했습니다. 2023년 7월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서울'에 글로벌 최초 팝업스토어를 론칭한 데 이어 지난 5월부터는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에서도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샵사이다 'K POP' 무드에서는 한국 아이돌들의 패션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한국에 선보인 샵사이다 팝업 스토어
3. Pop Up
오프라인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다
사이다는 한국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채널을 테스트하고 있어요. 사이다가 각국의 주요 도시를 돌며 팝업 스토어를 선보이는 것은 각 지역의 취향을 파악하고,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향후 구축하게 될 상설 매장의 완성도 높은 설계를 위한 의도도 깔려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미국 뉴욕 소호거리에 선보인 샵사이다 팝업 스토어는 샵사이다의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알린 계기가 됐어요.
샵사이다 고객의 약 70%가 Z세대입니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도 500만 명에 이르죠. 샵사이다는 약 200㎡ 규모로 조성된 팝업 스토어를 Z세대 취향에 맞춰 소셜 미디어에 최적화된 공간으로 구성했어요.
매장 입구부터 인스타그래머블합니다. 시그니처인 빨간 사과의 단면 형태를 띤 매장 입구로 들어가면 사이다가 제안하는 무드에 맞게 큐레이션된 옷을 자유롭게 입어볼 수 있었어요. 사이다의 대표 무드 외에도 지역 니즈를 고려해 뉴욕시티 캡슐 콜렉션을 함께 선보였습니다. Z세대는 옷을 착용한 뒤 SNS 채널을 통해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해 매장에는 대형 거울을 비치하고 1인용 피팅룸 외에 여러 명이 함께 들어갈 수 있는 피팅시설도 구비했어요.
뉴욕 소호에서 운영한 샵사이다 팝업스토어
4. CiderGang
틱톡에서 얻은 힘, '사이다강'으로 키우다
사이다 역시 다른 C커머스와 마찬가지로 '틱톡'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략은 대부분 패스트패션 기업이 유사하지만, 사이다는 더 적극적입니다. 소셜 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사이다강(CiderGang)'이라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충성도 높은 팬들을 하나로 아우릅니다. 팬들은 인스타그램, 틱톡, 디스코드 등 다양한 소셜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서로의 패션 스타일과 트렌드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사이다는 이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 피드백을 수집하고, 제품과 서비스에도 적극 반영하죠. 사이다강 회원들만 대상으로 한 한정판 제품이나 특별 혜택을 제공하며 이들의 참여와 활동을 더욱 부추기기도 합니다.
Z세대가 주고객인 사이다는 'CiderGang'라는 브랜드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들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지원합니다.
5. Smart Fashion
우리는 쉬인과 다르다
앞에서 말했듯이 쉬인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른 사이다는 쉬인의 약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환경오염, 디자인 도용, 노동력 착취 등 쉬인이 공격받고 있는 지점들을 사전에 방어하기 위한 전략들을 촘촘히 짜두었죠.
회사 측에 따르면 사이다는 매달 몇 백만 벌의 의류를 판매합니다. 과잉 생산 및 판매에 따르는 의류 쓰레기 양산이 우려되는 부분인데요.
하지만, 사이다는 자신들은 '스마트패션' 사업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며, 선주문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즉 소량만 생산한 뒤 고객들의 피드백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는 실시간 주문생산 시스템이기 때문에 과잉 재고로 인한 환경오염의 여지를 사전에 예방하면서 동시에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는 쉬인의 생산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한 2022년 8월에는 d2w(Die-to-wafer) 생분해성 소재의 포장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부터 모든 주문건수에 친환경 포장방식을 적용하기 시작했어요.
재활용 소재로 제작한 브랜드 '#RecycledCider' 를 론칭하기도 했죠.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설치할 때도 해체 및 조립을 통해 다른 매장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쉬인이 투명하지 못한 경영으로 비난받고 있는 점을 의식해 주요 공급업체에 대한 정보도 홈페이지를 통해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트렌디 패션의 장벽을 없애다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을 위한' 의류를 판매한다는 것이 사이다의 모토입니다.
그 일환으로 사이다는 2021년 10월부터 '커브앤플러스(Curve & Plus)' 코너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 카테고리는 체격이 큰 고객들을 위한 빅사이즈 의류와 다양한 소재의 옷을 제공합니다. XXS 사이즈부터 4XL까지 갖추고 있어 고객들은 체형에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아이템을 찾을 수 있어요.
샵사이다 서비스는 6월 현재, 137개국으로 확대돼 이제 웬만한 곳에서는 샵사이다 제품을 주문해 받아볼 수 있습니다.
2027년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 규모는 약 1,850억 원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자라, H&M, 아소스, 쉬인 등 시장의 상위 기업들과 비교해 사이다의 전략이나 제품이 획기적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주타깃인 젊은 세대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한 스타일과 보상, 그리고 속도를 희생하지 않는 롱테일 전략으로 현재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디스럽터'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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