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소매업계 역시 갈수록 원료, 인건비, 물류비가 상승하며 수익을 압박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일본 식품 소매기업들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았을까요? ....

2025. 08. 20ㅣ 7 min read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치열한 경쟁과 고물가로 매출 및 이익확보가 어려워진 시기, 일본 식품 소매기업들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았을까요?....
초경쟁 시대, 생존 키워드는 ‘상품력’
‘SPA화’ 확대하는 일본의 슈퍼마켓들

- 소매-제조 일체화로 독창성과 수익 확보
- 로피아, 상품력과 현장 중심주의로 급성장
- 교무슈퍼, PB 기반으로 압도적인 저가 실현
일본 식품 소매시장은 각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전통강자들이 점차 세력을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체 소매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소매기업들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일본 간사이 지역 매장을 방문해 직접 취재한 생생한 정보들을 전달해 드립니다.
일본 소매시장은 2022년 2월 0.9% 역성장한 이후 40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일본 소매판매액 평균 성장률은 약 2.5%로 코로나 이전인 2016~2019년 평균 성장률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하지만 일본 소매업계 역시 갈수록 원료, 인건비, 물류비가 상승하며 수익을 압박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고물가로 매출 및 이익확보가 어려워진 시기, 일본 식품 소매기업들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았을까요?

자료 : Trading Economics
소매-제조 일체화하는
SPA형 상품개발로 '탈 경쟁' 노린다
최근 일본 식품 소매업계 화두는 '식품의 SPA화'입니다. '제조 직매형 의류 전문점'이라는 뜻의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일본 패션기업 '유니클로'가 처음 모델을 확립한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개념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데 최근 일본 식품업계에 'SPA'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획단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한 기업이 관리하며 제조 - 소매 일체화 모델을 추구한다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요. 업계에서는 의류 대신에 푸드라는 넣어 'SPF(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food)'라고도 합니다.
SPA에서 핵심은 소매기업이 제조까지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에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인 PB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기존의 PB 개발방식은 브랜드 네이밍과 제품 컨셉 등 상품기획은 소매업체가 담당하지만 실제 생산은 협력 제조사에 의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품질과 생산공정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데 반해 안정적인 제품 출시와 빠른 라인업 확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SPA는 제조 인프라를 소매기업이 직접 갖추고 상품기획은 물론 원재료 조달부터 품질, 원가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모델입니다. 패션업계의 유니클로나 자라식 상품개발이 식품 분야에 적용된 것으로, 상품의 차별화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른 경쟁점에서도 유사한 상품을 발견하기 쉬운 PB와 달리 SPA는 자사만의 독창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초 경쟁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탈 경쟁' 전략인 셈이죠.
최근 일본 소매업계에서는 이 SPA형 상품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후 소개해드릴 '로피아'는 모기업 하에 자체 제조공장만 26개점을 확보하고, 원료소싱부터 생산과정 전체를 직접 관리합니다. 우리에게 '업무슈퍼'라고 잘 알려진 일본의 '교무슈퍼' 역시 SPA형 모델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에요.
두 기업 모두 독창적인 상품과 압도적인 저가격으로 고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두 기업의 전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그림 2 : SPA형 상품개발과 PB 개발의 차이

자료 : 리테일톡
Case 1. '기세가 강하다' 로피아

높은 성장성으로 일본 소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피아'
로피아(Lopia) 매장 수는 135개에 불과하지만, 일본 식품 소매업계 화제성 면에서는 지난해 8월에 소개해드린 기업 '오케이(OK)'와 쌍벽을 이루는 기업입니다.
로피아 매출은 2024년 2월기 기준, 3,200억 엔(한화 약 3조) 정도로, 업계에서 1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률입니다. 전년대비 성장률 18.7%로 매출 상위 30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로피아는 신선식품 부문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 1위를 기록했어요.
로피아는 빠른 성장과 강한 집객력으로 출점하는 매장마다 주목받으며 현재 일본 소매업계에서 오케이와 함께 '가장 기세 강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러한 로피아의 성장 원천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SPA형 모델, 즉 '소매-제조 일체화' 전략과 '현장 우선주의'에 있습니다. 100% 매장 주도에 의한 제조 소매 모델이야말로 로피아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자료 : 리테일톡

전략 1. 소매-제조 일체화
자체 제조공장만 26개
로피아의 전신은 '정육점'입니다. 1971년 4월,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정육 매장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슈퍼마켓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출점 지역도 넓혀가며 현재 135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로피아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력'에 있습니다. '상품력이 좋다'는 말은 곧 고객에게 선택받는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로피아의 상품력은 단순히 저렴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회전율 높고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데 있습니다.
또한 고가의 덩어리육이나 프리미엄 제철과일과 같이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는 로스에 따른 손실 우려로 잘 취급하지 않는 제품들도 대량 진열해서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습니다. 가공식품 역시 자체 공장을 통해 독자상품을 확대하고 있어요.
 지역의 전통 느낌이 물씬 나는 매장 인테리어
| 로피아는 제조 인프라를 기반으로 소매-제조 일체화를 지향합니다. |
이것이 가능한 배경은 로피아 모기업인 OCI 그룹이 차례차례 흡수한 26개 농수축산 전문기업, 제조공장, 상사가 로피아의 상품력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식품 생산 및 공급업체인 '로피아 팜', 젖소를 직접 사육하는 낙농업체 '사이토 목장', 프리미엄 열대과일 생산 및 소싱업체 '파인프룻오오기미' 등 그룹 산하의 생산 및 제조사만 20여 개가 넘고, PB 개발사인 '마이셀라', 식품 원재료 및 제품 수출입 기업 '유라스' 등과도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로피아는 NB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PB 구성비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며 소매-제조 모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로피아의 이런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로피아의 최종 목표는 'NB 제로화'에 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 그림 4. 로피아의 SPA형 모델이 가능한 OIC 그룹 구조

자료 : OIC
전략 2. 100% 현장주의
상품력을 극대화하는 '현장력'
오사카베이타워 1층에 위치한 '로피아 오사카베이점'을 방문했을 때의 첫 인상은 매우 '로컬 지향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지역상품을 강조한 POP, 바로 옆 농장에서 수확한 듯 신선한 농산품, 지역 문화를 반영한 벽면 일러스트 등 매장 전체가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는데요. 특히 매대마다 표시된 '아삭아삭 맛있는 레터스', '바삭, 과즙 가득 참을 수 없어!', '먹을 수 있는데 버리는 건 아깝잖아요! 그래서 가져왔어요', '얇게 썰려 있어 불이 빨리 통하고 조리도 간편!'과 같은 재미있는 문구가 시선을 머물게 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데 버리는 건 아깝잖아요"라고 적힌 POP 문구
|  "얇게 썰어 불이 잘 전달되고 조리가 간편하다"고 강조한 문구
|
오사카 베이타워점의 매장면적은 약 2천㎡(620평)으로 카테고리별 매장 구성비를 보면 신선식품이 25%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요. 중앙 평대진열을 최소화하고 주 통로를 따라 벽면진열한 점이 색다릅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만큼 다른 로피아 매장에 비해 신선식품, 특히 정육 진열면적을 줄이고 유동인구를 위한 일배와 조리식품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벽면에 색채감 있게 그려진 일러스트나 '야채는 선도'와 같은 로피아식 캐치프레이즈, 천장을 활용한 달리는 기차 연출 등 로피아만의 독특한 매장연출은 마치 오사카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의 작은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쇼핑경험과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매장을 다 돌고 나면 농산 코너, 정육 코너, 선어 코너 등 부문 하나하나가 개별 매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는 로피아의 ‘개점주의(個店主義)’ 운영 철학을 이해하고 나면 납득이 갑니다.

주통로를 따라 벽면에 신선식품을 진열했어요. | 
매장 천장에 설치된 달리는 기차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
로피아는 매장이 주도하는 '100% 현장 중심주의'를 표방합니다. 로피아의 상품력이 더 강화되는 배경이기도 한데요.
일본 슈퍼마켓에서 상품 운영은 본사 MD가 개발하거나 소싱한 상품을 각 점포가 받아 점장 권한 하에 판매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반해 로피아는 정육·선어·청과·가공·조리식품 등 각 부문별 책임자(Chief)가 부문장을 맡아 직접 매입도 하고, 판매가격도 결정합니다. 심지어 부문장이 직접 PB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기도 합니다.
부문장이 점포 운영뿐 아니라 상품매입, 가격책정, 상품개발, 직원교육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부문 하나하나가 마치 매장처럼 운영되죠.
실제 로피아의 각 매장 코너에는 개인 상점처럼 상호가 붙어 있어요. 청과코너의 '야오모노야 아즈마(동쪽 청과점)', 정육코너의 '니쿠노 로피아(고기의 로피아)', 고치소 마르셰(진수성찬 마켓) 식입니다.

청과 매장명 '야오모노 가게 아오즈마' | 
매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로피아 PB |
한편, 부문별 독립경영에 바탕을 둔 로피아의 '개점주의'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평균 연령대가 30대 초반이고, 성과 중심주의로 운영되는 만큼 직원들의 성취욕은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만, 인재양성 교육은 아직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죠. 현장 중심주의와 소매-제조 일체화를 지향하며 성장해온 로피아가 현재의 전략을 고수하며 진화한 SPA형 식품 유통업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Case 2. '압도적 저가격' 교무슈퍼

'교무(업무)슈퍼' 오사카 닛폰바시점 외관.
일본 고베물산이 운영하는 '교무슈퍼'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식품의 제조-판매 일체화를 실현한 대표적인 소매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음 그대로 '업무슈퍼(業務スーパー)'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교무슈퍼는 직관적인 이름 그대로 설립 초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소용 식자재 매장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도 애용하는 슈퍼마켓입니다.
수치가 보여주는 교무슈퍼의 성장세는 압도적입니다. 최근 수년간 일본 소매업 평균 성장률이 2~3%인데 반해 교무슈퍼는 거의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가 발발해 모든 소매기업이 고전한 2020년에도 교무슈퍼는 21.2%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7.6%로 유사 업태를 표방한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성장과 이익을 모두 달성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자료 : 리테일톡

자료 : 고베물산 애뉴얼리포트
주 : 각 연도 10월 기준
전략 1. 독자적인 상품구색
겹치는 PB는 개발하지 않는다
매장 내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박스째 진열하며, 핵심 아이템 2천~3천 개를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교무슈퍼 전략은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와 유사합니다. 알디처럼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더 강한 소매기업이죠.
일본 소매업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슈퍼마켓 기업들은 업태를 뛰어넘어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 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교무슈퍼는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PB를 자산 삼아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왔어요.
교무슈퍼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34.5%입니다. 이중 10.8%는 고베물산이 운영하는 26개 제조공장에서 개발한 상품, 나머지는 해외에서 직수입하는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교무슈퍼 PB는 저가와 대용량, 품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높은 '가성비'에 있어요. 하지만 최근 밀가루, 육류, 기름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고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베물산은 원재료 배합이나 대체재료 마련 등을 통해 고품질, 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장기적으로 PB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무슈퍼의 영업이익률은 7.6%로 높은 수준입니다. | 교무슈퍼의 전략과 매장 포맷은 독일 알디와 유사합니다.
|

자료 : 고베물산 애뉴얼리포트
주 : 각 연도 10월 기준
전략 2. 부가가치 PB 개발
간편식, 건강 지향 등 트렌드 반영
교무슈퍼는 상품개발시 저가격, 고품질과 함께 '온리원'을 중시합니다.
경쟁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PB를 개발해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해 왔죠. 하지만, 교무슈퍼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늘면서 새롭게 출시한 상품도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상품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교무슈퍼는 부가가치 PB개발을 늘리는 방향으로 PB 전략을 수정했어요. 새로운 부가가치의 방향성 중 하나는 간편식 확대입니다. 맞벌이 가구 및 1인가구 증가, 고령화 등을 배경으로 간단히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전략입니다.
그 외에도 '건강 지향', '맛 지향', '한정판' 등 기존 가성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PB개발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교무슈퍼는 더이상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맛, 기능, 고급스러움 면에서 탁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제조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 
매장 내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제품도 박스째 진열합니다. |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유통업이 제조업의 역할까지 흡수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제조업계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제조업계 역시 최근 D2C몰을 강화하며 자체 유통채널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죠. 앞으로 유통과 제조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면서 두 산업 간 역할 재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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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8. 20ㅣ 7 min read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초경쟁 시대, 생존 키워드는 ‘상품력’
‘SPA화’ 확대하는 일본의 슈퍼마켓들
일본 식품 소매시장은 각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전통강자들이 점차 세력을 확대하며 치열한 경쟁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전체 소매시장이 정체된 가운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는 소매기업들의 전략은 무엇일까요. 일본 간사이 지역 매장을 방문해 직접 취재한 생생한 정보들을 전달해 드립니다.
일본 소매시장은 2022년 2월 0.9% 역성장한 이후 40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1년간 일본 소매판매액 평균 성장률은 약 2.5%로 코로나 이전인 2016~2019년 평균 성장률보다 오히려 높습니다. 하지만 일본 소매업계 역시 갈수록 원료, 인건비, 물류비가 상승하며 수익을 압박하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고물가로 매출 및 이익확보가 어려워진 시기, 일본 식품 소매기업들은 어디에서 활로를 찾았을까요?
자료 : Trading Economics
소매-제조 일체화하는
SPA형 상품개발로 '탈 경쟁' 노린다
최근 일본 식품 소매업계 화두는 '식품의 SPA화'입니다. '제조 직매형 의류 전문점'이라는 뜻의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는 일본 패션기업 '유니클로'가 처음 모델을 확립한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된 개념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인데요.
그런데 최근 일본 식품업계에 'SPA'란 키워드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품의 기획단계부터 생산, 판매까지 한 기업이 관리하며 제조 - 소매 일체화 모델을 추구한다는 개념을 차용한 것인데요. 업계에서는 의류 대신에 푸드라는 넣어 'SPF(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food)'라고도 합니다.
SPA에서 핵심은 소매기업이 제조까지 직접 관여한다는 점이에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인 PB와 유사한 개념이지만,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기존의 PB 개발방식은 브랜드 네이밍과 제품 컨셉 등 상품기획은 소매업체가 담당하지만 실제 생산은 협력 제조사에 의뢰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품질과 생산공정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인데 반해 안정적인 제품 출시와 빠른 라인업 확장이 가능합니다.
반면, SPA는 제조 인프라를 소매기업이 직접 갖추고 상품기획은 물론 원재료 조달부터 품질, 원가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모델입니다. 패션업계의 유니클로나 자라식 상품개발이 식품 분야에 적용된 것으로, 상품의 차별화와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른 경쟁점에서도 유사한 상품을 발견하기 쉬운 PB와 달리 SPA는 자사만의 독창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초 경쟁시대를 이겨내기 위한 '탈 경쟁' 전략인 셈이죠.
최근 일본 소매업계에서는 이 SPA형 상품개발을 진행하는 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이후 소개해드릴 '로피아'는 모기업 하에 자체 제조공장만 26개점을 확보하고, 원료소싱부터 생산과정 전체를 직접 관리합니다. 우리에게 '업무슈퍼'라고 잘 알려진 일본의 '교무슈퍼' 역시 SPA형 모델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기업이에요.
두 기업 모두 독창적인 상품과 압도적인 저가격으로 고객들의 지지를 받고 있죠. 두 기업의 전략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 리테일톡
Case 1. '기세가 강하다' 로피아
높은 성장성으로 일본 소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로피아'
로피아(Lopia) 매장 수는 135개에 불과하지만, 일본 식품 소매업계 화제성 면에서는 지난해 8월에 소개해드린 기업 '오케이(OK)'와 쌍벽을 이루는 기업입니다.
로피아 매출은 2024년 2월기 기준, 3,200억 엔(한화 약 3조) 정도로, 업계에서 15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주목해야 할 것은 성장률입니다. 전년대비 성장률 18.7%로 매출 상위 30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로피아는 신선식품 부문에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전년대비 매출 성장률 1위를 기록했어요.
로피아는 빠른 성장과 강한 집객력으로 출점하는 매장마다 주목받으며 현재 일본 소매업계에서 오케이와 함께 '가장 기세 강한 기업'으로 꼽히고 있어요.
이러한 로피아의 성장 원천은 바로 앞에서 언급한 SPA형 모델, 즉 '소매-제조 일체화' 전략과 '현장 우선주의'에 있습니다. 100% 매장 주도에 의한 제조 소매 모델이야말로 로피아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모습입니다.
자료 : 리테일톡
전략 1. 소매-제조 일체화
자체 제조공장만 26개
로피아의 전신은 '정육점'입니다. 1971년 4월, 가나가와현 후지사와시에 정육 매장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슈퍼마켓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출점 지역도 넓혀가며 현재 135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로피아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력'에 있습니다. '상품력이 좋다'는 말은 곧 고객에게 선택받는 상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로피아의 상품력은 단순히 저렴한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면서도 회전율 높고 이익까지 확보할 수 있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는 데 있습니다.
또한 고가의 덩어리육이나 프리미엄 제철과일과 같이 일반적인 슈퍼마켓에서는 로스에 따른 손실 우려로 잘 취급하지 않는 제품들도 대량 진열해서 고객들의 선택권을 넓히고 있습니다. 가공식품 역시 자체 공장을 통해 독자상품을 확대하고 있어요.
지역의 전통 느낌이 물씬 나는 매장 인테리어
이것이 가능한 배경은 로피아 모기업인 OCI 그룹이 차례차례 흡수한 26개 농수축산 전문기업, 제조공장, 상사가 로피아의 상품력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식품 생산 및 공급업체인 '로피아 팜', 젖소를 직접 사육하는 낙농업체 '사이토 목장', 프리미엄 열대과일 생산 및 소싱업체 '파인프룻오오기미' 등 그룹 산하의 생산 및 제조사만 20여 개가 넘고, PB 개발사인 '마이셀라', 식품 원재료 및 제품 수출입 기업 '유라스' 등과도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습니다.
로피아는 NB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상태에서 제조 인프라를 바탕으로 PB 구성비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며 소매-제조 모델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로피아의 이런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로피아의 최종 목표는 'NB 제로화'에 있다고 평하기도 합니다.
자료 : OIC
전략 2. 100% 현장주의
상품력을 극대화하는 '현장력'
오사카베이타워 1층에 위치한 '로피아 오사카베이점'을 방문했을 때의 첫 인상은 매우 '로컬 지향적'이라는 것이었어요. 지역상품을 강조한 POP, 바로 옆 농장에서 수확한 듯 신선한 농산품, 지역 문화를 반영한 벽면 일러스트 등 매장 전체가 역동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는데요. 특히 매대마다 표시된 '아삭아삭 맛있는 레터스', '바삭, 과즙 가득 참을 수 없어!', '먹을 수 있는데 버리는 건 아깝잖아요! 그래서 가져왔어요', '얇게 썰려 있어 불이 빨리 통하고 조리도 간편!'과 같은 재미있는 문구가 시선을 머물게 했습니다.
"먹을 수 있는데 버리는 건 아깝잖아요"라고 적힌 POP 문구
"얇게 썰어 불이 잘 전달되고 조리가 간편하다"고 강조한 문구
오사카 베이타워점의 매장면적은 약 2천㎡(620평)으로 카테고리별 매장 구성비를 보면 신선식품이 25%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요. 중앙 평대진열을 최소화하고 주 통로를 따라 벽면진열한 점이 색다릅니다.
복합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만큼 다른 로피아 매장에 비해 신선식품, 특히 정육 진열면적을 줄이고 유동인구를 위한 일배와 조리식품을 강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벽면에 색채감 있게 그려진 일러스트나 '야채는 선도'와 같은 로피아식 캐치프레이즈, 천장을 활용한 달리는 기차 연출 등 로피아만의 독특한 매장연출은 마치 오사카 도심 한복판에서 지역의 작은 축제를 즐기고 있는 듯한 쇼핑경험과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매장을 다 돌고 나면 농산 코너, 정육 코너, 선어 코너 등 부문 하나하나가 개별 매장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이는 로피아의 ‘개점주의(個店主義)’ 운영 철학을 이해하고 나면 납득이 갑니다.
주통로를 따라 벽면에 신선식품을 진열했어요.
매장 천장에 설치된 달리는 기차가 색다른 경험을 제공합니다.
로피아는 매장이 주도하는 '100% 현장 중심주의'를 표방합니다. 로피아의 상품력이 더 강화되는 배경이기도 한데요.
일본 슈퍼마켓에서 상품 운영은 본사 MD가 개발하거나 소싱한 상품을 각 점포가 받아 점장 권한 하에 판매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에 반해 로피아는 정육·선어·청과·가공·조리식품 등 각 부문별 책임자(Chief)가 부문장을 맡아 직접 매입도 하고, 판매가격도 결정합니다. 심지어 부문장이 직접 PB상품을 기획하고 개발하기도 합니다.
부문장이 점포 운영뿐 아니라 상품매입, 가격책정, 상품개발, 직원교육 등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 부문 하나하나가 마치 매장처럼 운영되죠.
실제 로피아의 각 매장 코너에는 개인 상점처럼 상호가 붙어 있어요. 청과코너의 '야오모노야 아즈마(동쪽 청과점)', 정육코너의 '니쿠노 로피아(고기의 로피아)', 고치소 마르셰(진수성찬 마켓) 식입니다.
청과 매장명 '야오모노 가게 아오즈마'
매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로피아 PB
한편, 부문별 독립경영에 바탕을 둔 로피아의 '개점주의'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평균 연령대가 30대 초반이고, 성과 중심주의로 운영되는 만큼 직원들의 성취욕은 다른 기업에 비해 높지만, 인재양성 교육은 아직 취약하다는 지적도 있죠. 현장 중심주의와 소매-제조 일체화를 지향하며 성장해온 로피아가 현재의 전략을 고수하며 진화한 SPA형 식품 유통업 모델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Case 2. '압도적 저가격' 교무슈퍼
'교무(업무)슈퍼' 오사카 닛폰바시점 외관.
일본 고베물산이 운영하는 '교무슈퍼' 역시 인수합병을 통해 식품의 제조-판매 일체화를 실현한 대표적인 소매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자음 그대로 '업무슈퍼(業務スーパー)'라는 명칭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교무슈퍼는 직관적인 이름 그대로 설립 초기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업소용 식자재 매장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일반 소비자들도 애용하는 슈퍼마켓입니다.
수치가 보여주는 교무슈퍼의 성장세는 압도적입니다. 최근 수년간 일본 소매업 평균 성장률이 2~3%인데 반해 교무슈퍼는 거의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가 발발해 모든 소매기업이 고전한 2020년에도 교무슈퍼는 21.2%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영업이익률도 7.6%로 유사 업태를 표방한 기업들에 비해 높은 수준입니다.
성장과 이익을 모두 달성한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자료 : 리테일톡
자료 : 고베물산 애뉴얼리포트
주 : 각 연도 10월 기준
전략 1. 독자적인 상품구색
겹치는 PB는 개발하지 않는다
매장 내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박스째 진열하며, 핵심 아이템 2천~3천 개를 업계 최저가 수준으로 판매한다는 점에서 교무슈퍼 전략은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와 유사합니다. 알디처럼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더 강한 소매기업이죠.
일본 소매업계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슈퍼마켓 기업들은 업태를 뛰어넘어 드럭스토어나 편의점 등 식품을 강화하고 있는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교무슈퍼는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PB를 자산 삼아 순조롭게 사업을 확대해왔어요.
교무슈퍼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34.5%입니다. 이중 10.8%는 고베물산이 운영하는 26개 제조공장에서 개발한 상품, 나머지는 해외에서 직수입하는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교무슈퍼 PB는 저가와 대용량, 품질을 모두 만족시키는 높은 '가성비'에 있어요. 하지만 최근 밀가루, 육류, 기름 등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러한 정책을 고수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고베물산은 원재료 배합이나 대체재료 마련 등을 통해 고품질, 저가격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면서 장기적으로 PB 매출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무슈퍼의 영업이익률은 7.6%로 높은 수준입니다.
자료 : 고베물산 애뉴얼리포트
주 : 각 연도 10월 기준
전략 2. 부가가치 PB 개발
간편식, 건강 지향 등 트렌드 반영
교무슈퍼는 상품개발시 저가격, 고품질과 함께 '온리원'을 중시합니다.
경쟁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PB를 개발해 가격경쟁을 피하면서 충성고객을 확보해 왔죠. 하지만, 교무슈퍼 전략을 벤치마킹하는 기업이 늘면서 새롭게 출시한 상품도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상품이 돼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교무슈퍼는 부가가치 PB개발을 늘리는 방향으로 PB 전략을 수정했어요. 새로운 부가가치의 방향성 중 하나는 간편식 확대입니다. 맞벌이 가구 및 1인가구 증가, 고령화 등을 배경으로 간단히 조리해 바로 먹을 수 있는 상품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반영한 전략입니다.
그 외에도 '건강 지향', '맛 지향', '한정판' 등 기존 가성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PB개발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교무슈퍼는 더이상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인식 하에 맛, 기능, 고급스러움 면에서 탁월한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제조 생산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제품들도 눈에 띕니다.
매장 내 불필요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고, 제품도 박스째 진열합니다.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유통업이 제조업의 역할까지 흡수하며 진화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러한 흐름에 제조업계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요. 제조업계 역시 최근 D2C몰을 강화하며 자체 유통채널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죠. 앞으로 유통과 제조의 경계가 더욱 희미해지면서 두 산업 간 역할 재편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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