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NRF 리테일빅쇼 아시아 퍼시픽 202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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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F 리테일 빅쇼 APAC 2025'의 주요 화두
2025. 06. 18ㅣ 7 min read 글 :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디지털유통팀 이은철 팀장 사진 : 이은철 팀장/NRF APAC
글로벌 리테일 혁신의 진원지, 아시아 유통시장의 4가지 키워드
무한한 가능성 지닌 아시아 소매시장 조망
AI, 글로벌 확장 등 미래 소매전략 공유
인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성공기업 사례 제시
증가하는 젊은층 인구와 중산층 소비력에 힘입어 아시아가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 2025'에서는 현재 아시아 유통시장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과 기술 트렌드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리테일톡 총괄 책임자이자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에서 디지털유통팀을 맡고 있는 이은철 팀장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해온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가 주최하는 'NRF 리테일 빅쇼(Retail’s Big Show)'는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유통 전시 및 컨퍼런스입니다. NRF의 아태 지역 버전인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Retail’s Big Show Asia Pacific)'이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에서도 개최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만큼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NRF 리테일 빅쇼 APAC'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개최됐습니다.
아시아 소매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
6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개최된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 2025'에는 모두 72개국에서 9천여 명(등록 기준)의 글로벌 유통 관계자가 참석해 변화하는 아시아 유통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최신 유통 이슈와 기술 트렌드를 조망하는 발표들이 이어졌습니다.
'NRF 2025 APAC'의 주제는 ‘무한한 소매업(Retail Unlimited)'이었어요. 2024년 슬로건 '성공을 위한 빠른 경로(Fast Track Your Success)'가 성장의 '속도'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리테일의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둔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NRF 매튜 셰이(Matthew Shay) 회장은 개막식에서 "채널 간 경계, 브랜드와 소비자간 경계 등 유통환경을 둘러싼 경계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유통업계에 무한한 기회, 혁신,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최신 유통 트렌드를 조망하는 29개의 주제발표가 이어졌어요. 이번 'NRF APAC 2025'에서 언급된 주요 화두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아시아 유통시장의 4가지 키워드
1. 글로벌 유통의 중심, 아시아 : 소매혁신 주도
미국발 관세인상을 비롯해 불안정한 국제정세, 글로벌 소비침체, 소매 판도를 바꾸는 기술의 등장 등 현재 글로벌 소매시장은 여러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KPMG의 글로벌 소비재 및 유통 부문 대표 이사벨 앨런(Isabelle Allen)은 행사 첫날 기조연설 서두에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연결돼 있지만,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아시아 유통산업은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고 강조했어요.
여러 위기요소에도 아시아 유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낙관적입니다. 앨런 대표는 "리테일의 미래가 아시아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아시아 유통시장은 가능성과 낙관적인 전망이 넘치는 지역"이라고 말했어요. 실제 아시아 유통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혁신을 주도해왔습니다.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라이브커머스를 탄생시켰고, 광군제와 같은 새로운 판매방식도 개척했죠. 상거래와 결제,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슈퍼 앱(Super App)'이라는 개념의 진원지도 아시아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규제 압박을 다소 완화하고 있는 데 반해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circularity) 영역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쇼핑방식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처음 시작된 지역은 아시아입니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초저가 플랫폼들의 글로벌 세력 확장은 여러 부정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입니다. 필리핀의 식음료 브랜드인 졸리비(Jollibee)는 아시아 외 지역에 1,600개 매장을 열었고, 말레이시아의 미스터 DIY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 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올리브영도 K뷰티 붐을 타고 미국에 법인을 설립, 1호점 론칭을 준비하고 있죠.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1% 성장한 반면, 아태 지역 소매시장은 3% 성장했으며, 2024년부터 2029년까지 글로벌 소매판매 성장분의 64%를 아시아 시장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이렇듯 미국과 유럽의 유통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아태 지역은 중산층 증가,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인터넷과 SNS 연결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의 다양한 혁신기업들과 사례들을 통해 아시아 소매시장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 모든 것의 중심, AI : 가능성만큼 리스크 관리 필요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NRF에 이어 이번 NRF 아태 버전에서도 AI는 모든 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연단에 올라선 한 발표자는 "발표 시작 후 10분 동안 'AI'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 스스로 놀랍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어요.
소매업계에서 AI는 고객의 결정을 분석하고, 지출 이력을 추적하며, 데이터를 해석해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탁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이번 전시 부스에도 다양한 수준의 AI 기능이 탑재된 솔루션들이 선보였고, 발표장에서도 다양한 AI 도입 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소매기업 알파마트(Alfamart)는 로열티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1989년에 설립된 알파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 2천 개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인도네시아 유통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도 1,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알파마트는 2016년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자사 멤버십 프로그램을 데이터 엔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일본의 CRM 기업 글로벌 로열티 인도네시아를 인수한 뒤 분사시켜 비즈니스 속도를 높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알파마트는 로열티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현재 소매업을 넘어 디지털 금융사업까지 확대한 알파마트는 AI를 활용해 사업 영역별 시너지를 높이고 있죠. AI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알파마트의 접근방식은 신중합니다. 이번 NRF 아태 행사에 발표자로 나선 알파마트 CEO 라이언 알폰스 칼로(Ryan Alfons Kaloh)는 “소매업체가 AI기술을 도입할 때는 기업가 정신과 기술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또한 데이터는 미래에 그 기업의 지적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통제권과 분석을 외부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어요.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자사 운영방침과 기술 역량에 따라 보호해야 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우리나라 롯데쇼핑도 AI 도입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롯데그룹 김상현 대표이사(부회장)는 행사 첫날 싱가포르 최대 유통기업인 페어프라이스(FairPrice) 그룹 CEO 비풀 차울라(Vipul Chawla)와의 대담에서 “롯데그룹은 AI를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뒤 "4,200만 명의 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한 개인화된 마케팅을 제안할 수 있고 효율적인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운영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가전매장인 롯데 하이마트 매장에서 AI를 활용해 고객의 구매조건에 따라 제품 선택을 도와주는 경험설계 사례도 공유했습니다.
롯데그룹 김상현 대표이사(부회장)는 페어프라이스그룹 CEO 비풀 차울라와의 대담에서 롯데쇼핑의 AI 도입현황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AI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AI가 직원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 어센틱 브랜즈 그룹은 누군가 직원채용을 건의하면 먼저 ‘AI가 할 수 없는 일인가’를 되묻는다고 합니다. KPMG 이사벨 앨런은 "미래는 지능형 경제(intelligent economies)로 재편될 것이고, 지능형 리테일러(intelligent retailer)가 그 안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어요.
AI는 이미 소매기업에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AI는 소매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판매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2025년에는 대화형 커머스가 더욱 진화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유통업체와 고객 간 새로운 방식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할 전망입니다.
3. 해외 진출과 로컬라이제이션 : think local, act global
유통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로컬에 맞춰 생각하고 글로벌하게 행동하는 것(think local, act global)'이 소매기업의 성공기준이 됐습니다. 북미 중심으로 개최됐던 NRF 리테일 빅쇼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지역을 확대한 배경도 '유통의 세계화, 현지화'에 있어요.
행사 두 번째 날, 성공적인 로컬 전략을 공유한 곳은 2010년 설립된 미국 브랜드 관리 및 라이선싱 기업 어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이었습니다. 어센틱 브랜즈 그룹은 리복(Reebok), 노티카(Nautica), 테드베이커(Ted Baker) 등 5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전세계 2만 9천 개 매장에서 연 매출 320억 달러(한화 약 44조 원)를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입니다. 어센트 브랜즈 그룹을 세계 2위의 IP 라이선싱 기업으로 성장시킨 제이미 솔터(Jamie Salter) 회장은 "브랜드를 인수할 때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어요. 실제 어센틱이 지난 5월 리바이스 스트라우스로부터 3억 1,100만 달러에 인수한 '도커스(Dockers)'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매출의 53%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고 강조했어요. 어센틱 역시 기술과 디지털화를 통해 자산을 경량화하고 글로벌 운영을 효율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센틱은 현재 15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리복, 노티카 등 50여 개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어센틱 그룹은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발표장에 함께 나온 어센틱 아시아태평양 대표 웨슬리 추(Wesley Chu)는 최근 어센틱은 아시아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며 "유럽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고 고객도 유사하다면, 동남아시아는 10개의 국가, 10개의 통화, 10개의 문화가 있는 지역이므로 지역에 현장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어센틱의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이 데이터 기반 전략과 지역 맞춤형 전략 실행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4. 떠오르는 Z세대 : 밀레니얼은 '브랜드 퍼스트', Z세대는 '트렌드 퍼스트’
아시아는 Z세대 영향력이 그 어느 곳보다 큰 지역입니다. 중국에만 3억 명의 Z세대가 있고, 동남아시아에는 2억 7천만 명이 있으며, 이들이 유통을 재편하고 있죠.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Bain) 인도의 시암 우니크리슈난(Shyam Unnikrishnan) 대표는 Z세대를 “디지털에 훨씬 더 능숙하고, 온라인 소비에 더 많이 지출하는 세대”로 설명하며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패션품목을 구매하는 소비자 2억 명 중 약 6천만~7천만 명, 즉 30% 정도가 Z세대이며, 이들의 구매액이 전체 거래액(GMV)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덧붙였어요.
SNS 인플루언서 영향을 많이 받는 Z세대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기술, 데이터, 개인화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와 관련해 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인도의 민트라(Myntra)의 사례가 공유됐어요.
민트라는 월마트 산하의 플립카트(Flipkart)가 보유한 인도의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Z세대 트렌드에 특화된 콘텐츠 커머스 전략을 통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플랫폼에는 나이키, 리바이스, 푸마, H&M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5천 개 이상 취급하고 있죠. 민트라의 난디타 시나(Nandita Sinha) 최고경영자는 "Z세대는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 집단"이라며 "가장 먼저 Z세대의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밀레니얼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의 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패션 플랫폼 '민트라'
난디타 시나에 따르면 밀레니얼이 브랜드 중심의 소비패턴을 보인다면(brand-first), Z세대는 트렌드 퍼스트(trend-first) 즉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를 하며 브랜드 충성도가 약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인도의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Z세대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는 트렌드를 쫓고, 글로벌과 로컬 소셜 미디어에서 영감을 받으며, 그 안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를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러한 아시아 Z세대의 트렌드 지향 소비는 동시에 가치지향 소비패턴으로 이어집니다. 트렌드는 일시적입니다. 게다가 유행 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Z세대는 트렌드를 수용하기 전에 그 가치를 먼저 따지는데요. 즉 트렌드에 이끌리지만, 동시에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 Z세대 소비자층의 특성입니다.
Z세대의 두 번째 특징은 '굉장히' 커뮤니티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Z세대에게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스크롤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들의 커뮤니티와 취향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브랜드부터 트렌드 탐색,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되죠. 제품을 구입할 때도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나 온라인 인맥의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고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Z세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소통이 필수입니다. 틱톡이나 위챗 같은 소셜 플랫폼이 강력한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렇듯 인플루언서 기반 커머스와 실시간 상호작용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Z세대 세 번째 특징은 ‘참여’ 욕구가 높다는 점이예요. 그들은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Z세대와의 소통방식 역시 기존 쇼핑여정에서 벗어나 훨씬 더 ‘참여 기반’으로 설계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 역시 중요한 요소이며, 그들은 구매결정을 이해 유명 인플루언서 피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결정과 판단을 참고합니다.
마지막으로 Z세대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웰니스’입니다. 특히 뷰티 같은 카테고리를 구입할 때 이들은 단순히 미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죠. 단기적인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뷰티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아시아 진출 성공 사례 : 월마트 중국, 슈퍼센터 실패 뒤의 샘스클럽 성공
행사 마지막 날인 6월 5일 키노트 발표에서는 12년간 샘스클럽(Sam’s Club) 중국 대표로 근무했던 글로벌 에센스 컨설팅의 앤드류 마일스(Andrew Miles)가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발표했어요. 앤드류 마일스는 "처음 사업에 합류한 2012년만 해도 샘스클럽은 중국에 단 6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트업이었지만, 지금은 매장이 56개로 늘었고, 중국 최대의 옴니채널 소매업체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어요. 당시 중국 시장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소비자들이 '쓰나미'라 표현될 정도로 급증하던 시기였고, 이는 샘스클럽에 기회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채널 점유율이 높아지며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되는 추세였죠. 샘스클럽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저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매일저가격(Everyday Low Price)'이라는 일관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뒀어요. 이를 통해 회원들이 샘스클럽의 가치를 인식하고 1년 후 회원권을 자발적으로 갱신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마일스는 "중국 소비자 아무도 회원제를 원하지 않았어요. 쇼핑하러 매장에 가기 위해 왜 돈을 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샘스클럽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EDLP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중국에서 86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어요. 지난해에 약 1,000억 위안(한화 약 19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 연간 회비 수익이 22억 위안(한화 약 420억)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옴니채널 리테일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초부터 도입한 ‘클라우드 비즈니스' 덕입니다. 지역별로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스토어를 만들고 가장 인기 있는 1천 개의 SKU만 취급하면서 1시간 이내에 집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였죠. 이 클라우드 모델의 도입은 샘스클럽 비즈니스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어요. 마일스는 “소매업에서는 접근성이 쇼핑 빈도를 높입니다. 쇼핑 빈도는 추가 지출을 유도하고, 추가 지출은 회원권 갱신에 결정적 역할을 하죠. 접근성 측면에서 클라우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밝혔어요. 현재 샘스클럽은 지역 거점별로 약 500여 개의 가상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샘스클럽은 중국에서 성공적인 옴니채널 소매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글, 아마존의 최신 소매기술 시연
한편, 전시관에는 240여 개의 유통 관련 기술 및 서비스 기업들의 부스가 마련됐는데요. 기업 중에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구글 부스에서는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AI 에이전트가 어떻게 고객 서비스 문의를 처리하고, 사람 개입 없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시연해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현지 싱가포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웹서비스 부스에서는 신체 스캔 기술을 포함한 최신 리테일 기술들이 시연됐어요.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주요 혁신 기업들을 소개하는 'NRF 아태 이노베이터 쇼케이스(NRF APAC Innovators Showcase)'도 함께 진행됐어요. AI 기반의 초개인화를 통해 소셜미디어 스타일의 참여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챗랩스(ChatLabs)', 보이스 커머스 플랫폼 기업 '앨리스AI(Alice AI)', AI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숨은 수요를 예측하는 스타일루미아(Stylumia), 스마트 미러를 통해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펄포AR(Pulpo AR), AI 기반 재고·가격 최적화 솔루션 기업 리테일이규제큐션ai(retailexecution.ai) 등 소비자 쇼핑방식과 소매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소매 혁신 기술들이 선보였습니다.
전시관 내 아마존 부스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선보인 elo
아시아 소매시장의 기회와 국내 소매기업의 과제
전세계 인구의 55%가 거주하는 데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는 아시아는 글로벌 소매 성장의 중심지이자 무한한 기회가 존재하는 지역입니다. 이번 'NRF 아시아 퍼시픽 2025'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화두 외에도 지속가능성 등 유통산업의 미래 방향성이 제시됐어요. 변화에 발맞춰 아시아 유통시장은 AI 기반의 기술혁신, 데이터 활용, ESG 실천, Z세대 맞춤형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특화된 로컬 실행력이 필수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기업들 역시 AI 기술과 데이터 역량 내재화, 개인화 및 옴니채널 전략 강화, ESG 기반 공급망 혁신, 그리고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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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6. 18ㅣ 7 min read
글 :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디지털유통팀 이은철 팀장
사진 : 이은철 팀장/NRF APAC
글로벌 리테일 혁신의 진원지,
아시아 유통시장의 4가지 키워드
증가하는 젊은층 인구와 중산층 소비력에 힘입어 아시아가 글로벌 리테일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3일부터 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 2025'에서는 현재 아시아 유통시장을 둘러싼 주요 쟁점들과 기술 트렌드들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리테일톡 총괄 책임자이자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에서 디지털유통팀을 맡고 있는 이은철 팀장이 현장에서 직접 취재해온 내용을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가 주최하는 'NRF 리테일 빅쇼(Retail’s Big Show)'는 매년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규모의 유통 전시 및 컨퍼런스입니다.
NRF의 아태 지역 버전인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Retail’s Big Show Asia Pacific)'이 지난해부터 싱가포르에서도 개최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만큼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아시아 지역의 위상과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시아 소매시장의
무한한 가능성에 주목
6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개최된 'NRF 리테일 빅쇼 아시아 퍼시픽 2025'에는 모두 72개국에서 9천여 명(등록 기준)의 글로벌 유통 관계자가 참석해 변화하는 아시아 유통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했습니다.

행사 기간 동안 최신 유통 이슈와 기술 트렌드를 조망하는 발표들이 이어졌습니다.
'NRF 2025 APAC'의 주제는 ‘무한한 소매업(Retail Unlimited)'이었어요.
2024년 슬로건 '성공을 위한 빠른 경로(Fast Track Your Success)'가 성장의 '속도'에 주목했다면 올해는 리테일의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둔 것인데요.
이와 관련해 NRF 매튜 셰이(Matthew Shay) 회장은 개막식에서 "채널 간 경계, 브랜드와 소비자간 경계 등 유통환경을 둘러싼 경계가 끊임없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유통업계에 무한한 기회, 혁신,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최신 유통 트렌드를 조망하는 29개의 주제발표가 이어졌어요. 이번 'NRF APAC 2025'에서 언급된 주요 화두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아시아 유통시장의 4가지 키워드
1. 글로벌 유통의 중심, 아시아
: 소매혁신 주도
미국발 관세인상을 비롯해 불안정한 국제정세, 글로벌 소비침체, 소매 판도를 바꾸는 기술의 등장 등 현재 글로벌 소매시장은 여러 불확실성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KPMG의 글로벌 소비재 및 유통 부문 대표 이사벨 앨런(Isabelle Allen)은 행사 첫날 기조연설 서두에서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 연결돼 있지만, 민족주의와 보호무역주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아시아 유통산업은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에 있다.”고 강조했어요.
여러 위기요소에도 아시아 유통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낙관적입니다. 앨런 대표는 "리테일의 미래가 아시아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아시아 유통시장은 가능성과 낙관적인 전망이 넘치는 지역"이라고 말했어요.
실제 아시아 유통기업들은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혁신을 주도해왔습니다. 쇼핑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라이브커머스를 탄생시켰고, 광군제와 같은 새로운 판매방식도 개척했죠. 상거래와 결제, 엔터테인먼트를 통합한 '슈퍼 앱(Super App)'이라는 개념의 진원지도 아시아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이 지속가능성에 대한 규제 압박을 다소 완화하고 있는 데 반해 지속가능성과 순환경제(circularity) 영역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쇼핑방식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라이브커머스가 처음 시작된 지역은 아시아입니다.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초저가 플랫폼들의 글로벌 세력 확장은 여러 부정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입니다.
필리핀의 식음료 브랜드인 졸리비(Jollibee)는 아시아 외 지역에 1,600개 매장을 열었고, 말레이시아의 미스터 DIY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 지역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올리브영도 K뷰티 붐을 타고 미국에 법인을 설립, 1호점 론칭을 준비하고 있죠.
유로 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체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1% 성장한 반면, 아태 지역 소매시장은 3% 성장했으며, 2024년부터 2029년까지 글로벌 소매판매 성장분의 64%를 아시아 시장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이렇듯 미국과 유럽의 유통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아태 지역은 중산층 증가, 급속한 도시화 그리고 인터넷과 SNS 연결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번 행사에서는 아시아의 다양한 혁신기업들과 사례들을 통해 아시아 소매시장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2. 모든 것의 중심, AI
: 가능성만큼 리스크 관리 필요
지난 1월 뉴욕에서 열린 NRF에 이어 이번 NRF 아태 버전에서도 AI는 모든 대화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연단에 올라선 한 발표자는 "발표 시작 후 10분 동안 'AI'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이 스스로 놀랍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였어요.
소매업계에서 AI는 고객의 결정을 분석하고, 지출 이력을 추적하며, 데이터를 해석해 개인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데에 탁월하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입니다.
이번 전시 부스에도 다양한 수준의 AI 기능이 탑재된 솔루션들이 선보였고, 발표장에서도 다양한 AI 도입 사례가 공유됐습니다.
일례로 인도네시아 소매기업 알파마트(Alfamart)는 로열티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1989년에 설립된 알파마트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만 2천 개의 편의점과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인도네시아 유통시장에서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에도 1,6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죠. 알파마트는 2016년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해 자사 멤버십 프로그램을 데이터 엔진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2019년에는 일본의 CRM 기업 글로벌 로열티 인도네시아를 인수한 뒤 분사시켜 비즈니스 속도를 높였습니다.
인도네시아 알파마트는 로열티 프로그램과 공급망 관리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현재 소매업을 넘어 디지털 금융사업까지 확대한 알파마트는 AI를 활용해 사업 영역별 시너지를 높이고 있죠.
AI 도입과 활용에 적극적이지만, 알파마트의 접근방식은 신중합니다.
이번 NRF 아태 행사에 발표자로 나선 알파마트 CEO 라이언 알폰스 칼로(Ryan Alfons Kaloh)는 “소매업체가 AI기술을 도입할 때는 기업가 정신과 기술을 희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또한 데이터는 미래에 그 기업의 지적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통제권과 분석을 외부업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어요.AI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자사 운영방침과 기술 역량에 따라 보호해야 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던졌죠.
우리나라 롯데쇼핑도 AI 도입 사례를 공유했습니다.
롯데그룹 김상현 대표이사(부회장)는 행사 첫날 싱가포르 최대 유통기업인 페어프라이스(FairPrice) 그룹 CEO 비풀 차울라(Vipul Chawla)와의 대담에서 “롯데그룹은 AI를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힌 뒤 "4,200만 명의 회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한 개인화된 마케팅을 제안할 수 있고 효율적인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운영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했어요.
이어 가전매장인 롯데 하이마트 매장에서 AI를 활용해 고객의 구매조건에 따라 제품 선택을 도와주는 경험설계 사례도 공유했습니다.
롯데그룹 김상현 대표이사(부회장)는 페어프라이스그룹 CEO 비풀 차울라와의 대담에서 롯데쇼핑의 AI 도입현황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AI 적용범위가 확대되면서 AI가 직원 업무를 대체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기업 어센틱 브랜즈 그룹은 누군가 직원채용을 건의하면 먼저 ‘AI가 할 수 없는 일인가’를 되묻는다고 합니다.
KPMG 이사벨 앨런은 "미래는 지능형 경제(intelligent economies)로 재편될 것이고, 지능형 리테일러(intelligent retailer)가 그 안에서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어요.
AI는 이미 소매기업에 깊숙히 침투해 있습니다. AI는 소매기업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더 효과적으로 판매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하며, 2025년에는 대화형 커머스가 더욱 진화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유통업체와 고객 간 새로운 방식의 상호작용을 가능케 할 전망입니다.
3. 해외 진출과 로컬라이제이션
: think local, act global
유통의 세계화가 가속화되면서 '로컬에 맞춰 생각하고 글로벌하게 행동하는 것(think local, act global)'이 소매기업의 성공기준이 됐습니다. 북미 중심으로 개최됐던 NRF 리테일 빅쇼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지역을 확대한 배경도 '유통의 세계화, 현지화'에 있어요.
행사 두 번째 날, 성공적인 로컬 전략을 공유한 곳은 2010년 설립된 미국 브랜드 관리 및 라이선싱 기업 어센틱 브랜즈 그룹(Authentic Brands Group)이었습니다.
어센틱 브랜즈 그룹은 리복(Reebok), 노티카(Nautica), 테드베이커(Ted Baker) 등 50여 개의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전세계 2만 9천 개 매장에서 연 매출 320억 달러(한화 약 44조 원)를 벌어들이고 있는 기업입니다. 어센트 브랜즈 그룹을 세계 2위의 IP 라이선싱 기업으로 성장시킨 제이미 솔터(Jamie Salter) 회장은 "브랜드를 인수할 때의 중요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라고 설명했어요.
실제 어센틱이 지난 5월 리바이스 스트라우스로부터 3억 1,100만 달러에 인수한 '도커스(Dockers)'는 미국 브랜드이지만, 매출의 53%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어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라고 강조했어요. 어센틱 역시 기술과 디지털화를 통해 자산을 경량화하고 글로벌 운영을 효율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센틱은 현재 150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하는데 이를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리복, 노티카 등 50여 개 패션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어센틱 그룹은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 전략에 대해 공유했습니다.
발표장에 함께 나온 어센틱 아시아태평양 대표 웨슬리 추(Wesley Chu)는 최근 어센틱은 아시아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며 "유럽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고 고객도 유사하다면, 동남아시아는 10개의 국가, 10개의 통화, 10개의 문화가 있는 지역이므로 지역에 현장 인력을 더 많이 배치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어센틱의 성공적인 글로벌 확장이 데이터 기반 전략과 지역 맞춤형 전략 실행에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4. 떠오르는 Z세대
: 밀레니얼은 '브랜드 퍼스트',
Z세대는 '트렌드 퍼스트’
아시아는 Z세대 영향력이 그 어느 곳보다 큰 지역입니다. 중국에만 3억 명의 Z세대가 있고, 동남아시아에는 2억 7천만 명이 있으며, 이들이 유통을 재편하고 있죠.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Bain) 인도의 시암 우니크리슈난(Shyam Unnikrishnan) 대표는 Z세대를 “디지털에 훨씬 더 능숙하고, 온라인 소비에 더 많이 지출하는 세대”로 설명하며 "인도에서 온라인으로 패션품목을 구매하는 소비자 2억 명 중 약 6천만~7천만 명, 즉 30% 정도가 Z세대이며, 이들의 구매액이 전체 거래액(GMV)의 약 25%를 차지한다고 덧붙였어요.
SNS 인플루언서 영향을 많이 받는 Z세대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기술, 데이터, 개인화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와 관련해 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인도의 민트라(Myntra)의 사례가 공유됐어요.
민트라는 월마트 산하의 플립카트(Flipkart)가 보유한 인도의 패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Z세대 트렌드에 특화된 콘텐츠 커머스 전략을 통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입니다. 플랫폼에는 나이키, 리바이스, 푸마, H&M 등 젊은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5천 개 이상 취급하고 있죠. 민트라의 난디타 시나(Nandita Sinha) 최고경영자는 "Z세대는 인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비자 집단"이라며 "가장 먼저 Z세대의 소비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밀레니얼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인도의 Z세대를 성공적으로 공략한 패션 플랫폼 '민트라'
난디타 시나에 따르면 밀레니얼이 브랜드 중심의 소비패턴을 보인다면(brand-first), Z세대는 트렌드 퍼스트(trend-first) 즉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를 하며 브랜드 충성도가 약한 것이 특징입니다. 그는 "인도의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브랜드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 있음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었어요. 하지만 Z세대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는 트렌드를 쫓고, 글로벌과 로컬 소셜 미디어에서 영감을 받으며, 그 안에서 나타나는 트렌드를 매우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어요.
이러한 아시아 Z세대의 트렌드 지향 소비는 동시에 가치지향 소비패턴으로 이어집니다. 트렌드는 일시적입니다. 게다가 유행 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Z세대는 트렌드를 수용하기 전에 그 가치를 먼저 따지는데요. 즉 트렌드에 이끌리지만, 동시에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 Z세대 소비자층의 특성입니다.
Z세대의 두 번째 특징은 '굉장히' 커뮤니티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Z세대에게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스크롤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들의 커뮤니티와 취향을 발견하는 곳입니다. 브랜드부터 트렌드 탐색, 라이프스타일이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되죠. 제품을 구입할 때도 신뢰하는 인플루언서나 온라인 인맥의 콘텐츠에서 영감을 받고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Z세대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소통이 필수입니다. 틱톡이나 위챗 같은 소셜 플랫폼이 강력한 유통 채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렇듯 인플루언서 기반 커머스와 실시간 상호작용은 소비자들이 상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Z세대 세 번째 특징은 ‘참여’ 욕구가 높다는 점이예요. 그들은 단지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Z세대와의 소통방식 역시 기존 쇼핑여정에서 벗어나 훨씬 더 ‘참여 기반’으로 설계돼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진정성 역시 중요한 요소이며, 그들은 구매결정을 이해 유명 인플루언서 피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의 결정과 판단을 참고합니다.
마지막으로 Z세대 사이에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웰니스’입니다. 특히 뷰티 같은 카테고리를 구입할 때 이들은 단순히 미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가장 좋은 모습으로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죠. 단기적인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진정한 자신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뷰티 트렌드가 바뀌고 있습니다.
아시아 진출 성공 사례
: 월마트 중국, 슈퍼센터 실패 뒤의 샘스클럽 성공
행사 마지막 날인 6월 5일 키노트 발표에서는 12년간 샘스클럽(Sam’s Club) 중국 대표로 근무했던 글로벌 에센스 컨설팅의 앤드류 마일스(Andrew Miles)가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발표했어요.
앤드류 마일스는 "처음 사업에 합류한 2012년만 해도 샘스클럽은 중국에 단 6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트업이었지만, 지금은 매장이 56개로 늘었고, 중국 최대의 옴니채널 소매업체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어요.
당시 중국 시장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소비자들이 '쓰나미'라 표현될 정도로 급증하던 시기였고, 이는 샘스클럽에 기회였어요.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 채널 점유율이 높아지며 오프라인 매장이 축소되는 추세였죠. 샘스클럽은 온라인 소매업체들의 저가격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들에게 '매일저가격(Everyday Low Price)'이라는 일관된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뒀어요. 이를 통해 회원들이 샘스클럽의 가치를 인식하고 1년 후 회원권을 자발적으로 갱신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죠.
마일스는 "중국 소비자 아무도 회원제를 원하지 않았어요. 쇼핑하러 매장에 가기 위해 왜 돈을 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했죠."
하지만 샘스클럽은 중국 소비자들에게 EDLP 가치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중국에서 860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했어요. 지난해에 약 1,000억 위안(한화 약 19조 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 가운데 연간 회비 수익이 22억 위안(한화 약 420억)입니다.
오프라인 기반의 샘스클럽이 중국에서 옴니채널 리테일러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17년 초부터 도입한 ‘클라우드 비즈니스' 덕입니다. 지역별로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스토어를 만들고 가장 인기 있는 1천 개의 SKU만 취급하면서 1시간 이내에 집을 배송해주는 서비스였죠. 이 클라우드 모델의 도입은 샘스클럽 비즈니스에 큰 전환점을 가져왔어요.
마일스는 “소매업에서는 접근성이 쇼핑 빈도를 높입니다. 쇼핑 빈도는 추가 지출을 유도하고, 추가 지출은 회원권 갱신에 결정적 역할을 하죠. 접근성 측면에서 클라우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라고 밝혔어요.
현재 샘스클럽은 지역 거점별로 약 500여 개의 가상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샘스클럽은 중국에서 성공적인 옴니채널 소매기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구글, 아마존의
최신 소매기술 시연
한편, 전시관에는 240여 개의 유통 관련 기술 및 서비스 기업들의 부스가 마련됐는데요.
기업 중에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구글 부스에서는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AI 에이전트가 어떻게 고객 서비스 문의를 처리하고, 사람 개입 없이 맞춤형 추천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시연해 노동력 부족현상을 겪고 있는 현지 싱가포르에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아마존 웹서비스 부스에서는 신체 스캔 기술을 포함한 최신 리테일 기술들이 시연됐어요.
이번 행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주요 혁신 기업들을 소개하는 'NRF 아태 이노베이터 쇼케이스(NRF APAC Innovators Showcase)'도 함께 진행됐어요. AI 기반의 초개인화를 통해 소셜미디어 스타일의 참여형 플랫폼을 제공하는 '챗랩스(ChatLabs)', 보이스 커머스 플랫폼 기업 '앨리스AI(Alice AI)', AI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숨은 수요를 예측하는 스타일루미아(Stylumia), 스마트 미러를 통해 가상체험을 제공하는 펄포AR(Pulpo AR), AI 기반 재고·가격 최적화 솔루션 기업 리테일이규제큐션ai(retailexecution.ai) 등 소비자 쇼핑방식과 소매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소매 혁신 기술들이 선보였습니다.
아시아 소매시장의 기회와
국내 소매기업의 과제
전세계 인구의 55%가 거주하는 데다 중산층이 빠르게 늘고 있는 아시아는 글로벌 소매 성장의 중심지이자 무한한 기회가 존재하는 지역입니다.
이번 'NRF 아시아 퍼시픽 2025'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화두 외에도 지속가능성 등 유통산업의 미래 방향성이 제시됐어요. 변화에 발맞춰 아시아 유통시장은 AI 기반의 기술혁신, 데이터 활용, ESG 실천, Z세대 맞춤형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특화된 로컬 실행력이 필수 경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통기업들 역시 AI 기술과 데이터 역량 내재화, 개인화 및 옴니채널 전략 강화, ESG 기반 공급망 혁신, 그리고 현지화 전략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확장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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