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채널 점유율은 여전히 확대되고 있지만, 성장세는 둔화됐어요. 식품 등 일부 카테고리를 제외하면 이제...
Issue | 투자 혹한기, 니치플레이어 백패커가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결 |
2023. 10. 11ㅣ 5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국내 최대 창작자 플랫폼 구축,
10년 노하우로
해외 시장 나선다
왼쪽부터 (주)백패커 송승훈 CFO, 김동환 대표, 임승현 CSO
- 창작자 생태계 인정받아 200억 시리즈C 투자유치
- 아이디어스+텀블벅 누적 거래액 1조 3천억 돌파
- 올해 6월말 기준 흑자전환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아이템만 좋으면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도 투자 받았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스타트업들에게 지금은 혹독한 겨울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운영하는 ‘백패커’ 는 올해 초 200억 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좀체 돈을 풀지 않는 투자자들이 백패커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백패커 사무실에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자료 : 백패커, 주 : 9월 기준
한적한 뒷골목 공방에서 우연히 나만의 감성에 딱 맞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맛본 적 있는 분이라면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기 위해 검색창을 열어 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사람의 손길이 닿은 핸드메이드(수제품)는 기능적인 쓰임새 외에 아날로그적 감성과 물성으로 소유의 만족감을 줍니다.
백패커가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는 우리나라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온라인 수제품 전문 플랫폼입니다. 서비스 론칭 10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 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200억 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죠. 하지만, 회사 설립 초기 창업자인 김동환 대표가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만 해도 “이 아이템으로 투자받기는 어려울 테니 대출이나 알아보라”는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시장 규모는 작고, 가격 경쟁력이 없다며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죠.
2020년 6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을 인수하고, 2022년 멤버십 기반의 후원 플랫폼 ‘스테디오(Steadio)’를 론칭한 백패커는 이제 ‘창작자들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탄탄하게 구축된 창작자 생태계를 기반으로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핸드메이드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백패커가 냉정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은 가치는 무엇일까요. 백패커의 핵심 경영진인 김동환 대표, 송승훈 CFO, 임승현 CSO를 만나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전달해 드립니다.
<백패커 투자배경 3가지> 창작자 생태계 완성하며 독보적 위상 구축 |
Point 1.
펀딩, 제품판매, 팬 관리까지
탄탄한 창작자 생태계 구축
백패커는 모두 세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4년에 론칭한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Idus)'는 백패커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핸드메이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와 구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수수료와 광고료 기반의 모델입니다.
두 번째 사업모델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이예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자가 텀블벅을 통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원금을 모집합니다. 후원금이 목표치 달성에 성공하면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예요. 김동환 대표는 작가주의를 존중하는 아이디어스의 가치와 순수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텀블벅의 가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2020년 6월 인수했어요.
세 번째 모델은 멤버십 기반의 후원서비스 ‘스테디오(Steadio)’입니다. 아이디어스나 텀블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스테디오에서 자신의 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 회원을 모집하고, 독점 콘텐츠나 강의를 제공합니다.
이 3개의 사업모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해 선순환하며, 백패커의 창작자 에코시스템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텀블벅을 통해 펀딩에 성공하고 제품 론칭의 기회를 얻게 된 작가는 아이디어스에서 작품을 상시 판매하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팬들을 대상으로 ‘스테디오’ 플랫폼에서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며 교류할 수 있어요. 회원들은 아이디어스나 텀블벅을 이용하며 관심을 갖게 된 창작자의 후원자가 되어 정기적인 교류를 하게 됩니다.
즉, 백패커의 창작자 생태계는 그들의 활동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수직통합을 통해 완성됐어요.
미국에는 일찌감치 창작자들을 위한 생태계가 구축되었죠. 핸드메이드 판매를 원하면 ‘엣시(Etsy)’,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론칭할 때는 ‘킥스타터(Kickstarter)’, 멤버십 기반 후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을 때는 ‘패트리온(Patreon)’을 찾아요. 엣시는 2005년, 킥스타터는 2009년, 패트리온은 2013년에 설립됐고, 이 3개의 비즈니스 모델은 각각 다른 회사에서 운영해요.
백패커의 창작자 생태계는 이 3가지 모델을 모두 한 기업이 통합 운영한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백패커의 창작자와 고객은 하나의 아이디로 이 3개 플랫폼을 이용하며 각자의 니즈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Point 2.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사라진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투자의 잣대가 바뀌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수익실현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대기 중이던 IPO 대어들의 상장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은 매출보다 수익 지표를 엄격히 따지기 시작했어요.
백패커가 투자받은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경영지표 호전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스는 꾸준한 외형 성장을 통해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앞두고 있고, 텀블벅도 얼마 전 누적 후원액 3천억 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그림 2 : 아이디어스 누적 거래액 및 텀블벅 누적 후원금
자료 : 백패커
이렇게 외적 볼륨을 키워온 백패커는 2022년부터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재무 건강성 또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백패커 송승훈 CFO는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2020~2021년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였어요. 투자시장도 활황이었고, 그만큼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들은 어떻게 해서든 시장의 1위가 되어 승자독식 체제만 구축하면 수익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믿음으로 투자받은 돈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진 거예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수익을 증명해야 했어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진 만큼, 투자 성과를 명확히 끌어 올릴 수 있는 곳에는 확실하게 투자하되, 투자 대비 효율이 낮거나 불분명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점검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이렇게 손익을 관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12개월간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어요.
인위적인 인력 감축 없이 해낸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커머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점에 백패커가 마케팅 활동을 대폭 축소하고 재점검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400만 명 이상의 지속적인 월 방문자를 비롯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간 핸드메이드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과 함께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온 아이디어스의 진정성을 믿고 꾸준히 이용해주는 회원들 덕분에 백패커의 흑자 전환은 가능했습니다.
Point 3. '작가'와 '팬'의 관계성 구축
일반적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셀러라 칭하는 판매자는 백패커 생태계에서 '작가' 혹은 '창작자'로 불립니다. 고객은 '회원'이나 '팬'으로 불리죠. 거래 당사자들을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자와 판매하는 자로 규정하지 않고, 작가와 팬이라는 관계성을 부여함으로써 상호간에 좀 더 특별한 활동을 이끌어냅니다.
앞에서 설명한 에코시스템의 한 축인 스테디오는 작가가 생산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일정 금액의 정기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수입이 불규칙한 핸드메이드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수입창구는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작가'와 '팬'이라는 백패커 생태계만의 독특한 관계 정립에 있습니다.
스테디오에서 멤버십을 운영하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릅니다. 에세이로 풀어내는 작가가 있고, 제품 만드는 과정을 클래스로 운영하는 작가도 있는가 하면, 멤버십만의 특별한 굿즈를 제작해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경우도 있어요.
백패커는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함께 '소담상회' 라는 오프라인 공간도 운영하고 있어요. 인사동 쌈지길과 홍대 인근 서교동에 위치한 소담상회는 작가분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제품 전시와 판매 공간 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위한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원단이나 포장 자재, 베이킹 도구, 화장품 재료 등을 작가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작가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매가 많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백패커는 이렇듯 작가들의 지속가능한 작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는 회사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인터뷰> “글로벌 1위 창작자 생태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
김동환 대표의 명함에 새겨진 CEO의 약자는 일반적인 'Chief Executive Officer'와 다릅니다.
'Chief Everything Officer',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실제로 김 대표는 창업 초기 부족한 자금으로 회사를 지탱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고 합니다.
김동환 대표에게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지금'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어요. 투자받은 200억 원도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인데 말이죠. 김 대표에게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봤어요.
(주)백패커 김동환 대표
| Q1. 핸드메이드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의대 입학을 목표로 6수한 사촌동생이 있었어요. 매년 대학에 입학은 했는데 의대 미련을 못 버리고 수능시험을 다시 봤어요. 제가 과외지도를 했었기 때문에 그 과정들을 쭉 지켜봤는데, 여섯 번째 입학한 도예과에서 사촌동생이 정착을 하더라고요. 무사히 졸업까지 하더니 홍대 근처에 작업실을 차리고 작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그때 사촌동생을 따라 플리마켓을 다니면서 핸드메이드 시장에 눈을 떴어요. 처음부터 거창한 플랜을 세운 건 아니었고, 대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을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면 괜찮겠다 싶었죠. 나중에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로 범위를 넓히게 됐습니다. |
Q2. 사업 초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창업만 하면 당연히 투자는 바로 받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들을 만나보니 모두 거절하더라구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핸드메이드' 시장이 너무 작다고 생각한 거에요. 이 아이템으로는 투자받기 어려울 것 같으니 대출이나 알아보라는 사람도 있었죠.
투자는 안 들어오고 어떻게든 회사는 운영해야 하니 제 특기를 살려 유료 앱들을 만들어 팔았어요. 그렇게 버티다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포함한 투자자 세 분께 각각 1천만 원씩 투자를 받았습니다. 수없이 거절만 당하던 때여서 장병규 의장님께 왜 저한테 투자하셨냐고 여쭤봤어요. 그 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솔직히 핸드메이드 시장도 잘 모르고, 이 사업이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런데 이 사업이 망해도 당신은 뭐라도 할 것 같아서 투자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의 백패커가 있기까지 초기 투자자 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Q3. 경기불황과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스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비교적 가격대도 높고, 생필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부정적 영향은 없을까요?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는 동안 각광받은 비즈니스는 백엔샵과 같은 초저가 시장과 스몰 럭셔리 시장, 두 분야였어요. 하이엔드 명품을 사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다소 가격대가 높아도 내 취향에 맞고, 나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는 스몰 럭셔리 제품을 구입했죠.
중국의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 티무와 같은 업체들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초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최저가 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몰 럭셔리 시장에 기회는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Q4.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향후 손익관리와 함께 시장 확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국내 핸드메이드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식품, 화장품, 가구, 패션, 아동용품 등 인접시장까지 포함하면 100조 시장으로 커져요. '창작자 생태계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타깃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엣시(Etsy)' 를 뛰어넘는 세계 1위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가 되고, 더 나아가 세계 1위 창작자 생태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시발점으로 올해 1사분기에 글로벌 앱을 론칭하고, 45개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해외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수는 1만여 개이며, 향후 해외 작가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우선 싱가포르, 홍콩을 공략한 뒤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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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결
2023. 10. 11ㅣ 5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국내 최대 창작자 플랫폼 구축,
10년 노하우로
해외 시장 나선다
왼쪽부터 (주)백패커 송승훈 CFO, 김동환 대표, 임승현 CSO
벤처 투자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아이템만 좋으면 수십 억, 많게는 수백 억도 투자 받았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스타트업들에게 지금은 혹독한 겨울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운영하는 ‘백패커’ 는 올해 초 200억 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좀체 돈을 풀지 않는 투자자들이 백패커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백패커 사무실에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자료 : 백패커, 주 : 9월 기준
한적한 뒷골목 공방에서 우연히 나만의 감성에 딱 맞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맛본 적 있는 분이라면 온라인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기 위해 검색창을 열어 본 기억이 있을 거예요.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내는 공산품과 달리 사람의 손길이 닿은 핸드메이드(수제품)는 기능적인 쓰임새 외에 아날로그적 감성과 물성으로 소유의 만족감을 줍니다.
백패커가 운영하는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는 우리나라에서 거래 규모가 가장 큰 온라인 수제품 전문 플랫폼입니다. 서비스 론칭 10년 만에 누적 거래액 1조 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200억 원 투자를 추가로 유치했죠. 하지만, 회사 설립 초기 창업자인 김동환 대표가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만 해도 “이 아이템으로 투자받기는 어려울 테니 대출이나 알아보라”는 말도 들어야 했습니다. 시장 규모는 작고, 가격 경쟁력이 없다며 사업성을 인정받지 못했죠.
2020년 6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을 인수하고, 2022년 멤버십 기반의 후원 플랫폼 ‘스테디오(Steadio)’를 론칭한 백패커는 이제 ‘창작자들의 놀이터’라 불릴 만큼, 탄탄하게 구축된 창작자 생태계를 기반으로 핸드메이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핸드메이드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하는 백패커가 냉정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은 가치는 무엇일까요. 백패커의 핵심 경영진인 김동환 대표, 송승훈 CFO, 임승현 CSO를 만나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전달해 드립니다.
<백패커 투자배경 3가지>
창작자 생태계 완성하며
독보적 위상 구축
Point 1.
펀딩, 제품판매, 팬 관리까지
탄탄한 창작자 생태계 구축
백패커는 모두 세 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4년에 론칭한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Idus)'는 백패커의 중추 역할을 합니다. 핸드메이드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와 구매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수수료와 광고료 기반의 모델입니다.
두 번째 사업모델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텀블벅(Tumblbug)’이예요. 제품이나 서비스 생산자가 텀블벅을 통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후원금을 모집합니다. 후원금이 목표치 달성에 성공하면 제품 제작에 들어가는 방식이예요. 김동환 대표는 작가주의를 존중하는 아이디어스의 가치와 순수예술 창작을 지원하는 텀블벅의 가치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해 2020년 6월 인수했어요.
세 번째 모델은 멤버십 기반의 후원서비스 ‘스테디오(Steadio)’입니다. 아이디어스나 텀블벅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스테디오에서 자신의 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 회원을 모집하고, 독점 콘텐츠나 강의를 제공합니다.
이 3개의 사업모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동해 선순환하며, 백패커의 창작자 에코시스템을 완성합니다. 예를 들어 텀블벅을 통해 펀딩에 성공하고 제품 론칭의 기회를 얻게 된 작가는 아이디어스에서 작품을 상시 판매하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팬들을 대상으로 ‘스테디오’ 플랫폼에서 멤버십 서비스를 운영하며 교류할 수 있어요. 회원들은 아이디어스나 텀블벅을 이용하며 관심을 갖게 된 창작자의 후원자가 되어 정기적인 교류를 하게 됩니다.
즉, 백패커의 창작자 생태계는 그들의 활동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서비스의 수직통합을 통해 완성됐어요.
미국에는 일찌감치 창작자들을 위한 생태계가 구축되었죠. 핸드메이드 판매를 원하면 ‘엣시(Etsy)’, 새로운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론칭할 때는 ‘킥스타터(Kickstarter)’, 멤버십 기반 후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싶을 때는 ‘패트리온(Patreon)’을 찾아요. 엣시는 2005년, 킥스타터는 2009년, 패트리온은 2013년에 설립됐고, 이 3개의 비즈니스 모델은 각각 다른 회사에서 운영해요.
백패커의 창작자 생태계는 이 3가지 모델을 모두 한 기업이 통합 운영한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백패커의 창작자와 고객은 하나의 아이디로 이 3개 플랫폼을 이용하며 각자의 니즈에 맞는 활동을 할 수 있게 됩니다.
Point 2.
영업이익 흑자 전환
시장에 자금 유동성이 사라진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투자의 잣대가 바뀌었습니다.
스타트업의 수익실현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대기 중이던 IPO 대어들의 상장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투자자들은 매출보다 수익 지표를 엄격히 따지기 시작했어요.
백패커가 투자받은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경영지표 호전이 있었습니다.
아이디어스는 꾸준한 외형 성장을 통해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앞두고 있고, 텀블벅도 얼마 전 누적 후원액 3천억 원을 돌파하며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료 : 백패커
이렇게 외적 볼륨을 키워온 백패커는 2022년부터 건강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재무 건강성 또한 관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백패커 송승훈 CFO는 그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어요.
“2020~2021년은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였어요. 투자시장도 활황이었고, 그만큼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기회가 많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들은 어떻게 해서든 시장의 1위가 되어 승자독식 체제만 구축하면 수익화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 믿음으로 투자받은 돈을 마케팅에 쏟아붓고, 개발자를 대거 채용했죠. 그런데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진 거예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수익을 증명해야 했어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진 만큼, 투자 성과를 명확히 끌어 올릴 수 있는 곳에는 확실하게 투자하되, 투자 대비 효율이 낮거나 불분명한 마케팅과 프로모션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점검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이렇게 손익을 관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 12개월간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됐어요.
인위적인 인력 감축 없이 해낸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이커머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시점에 백패커가 마케팅 활동을 대폭 축소하고 재점검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은 400만 명 이상의 지속적인 월 방문자를 비롯한 충성도 높은 고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간 핸드메이드 시장을 확대하려는 노력과 함께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온 아이디어스의 진정성을 믿고 꾸준히 이용해주는 회원들 덕분에 백패커의 흑자 전환은 가능했습니다.
Point 3. '작가'와 '팬'의 관계성 구축
일반적인 마켓플레이스에서 셀러라 칭하는 판매자는 백패커 생태계에서 '작가' 혹은 '창작자'로 불립니다. 고객은 '회원'이나 '팬'으로 불리죠. 거래 당사자들을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자와 판매하는 자로 규정하지 않고, 작가와 팬이라는 관계성을 부여함으로써 상호간에 좀 더 특별한 활동을 이끌어냅니다.
앞에서 설명한 에코시스템의 한 축인 스테디오는 작가가 생산활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일정 금액의 정기수입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수입이 불규칙한 핸드메이드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수입창구는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것은 '작가'와 '팬'이라는 백패커 생태계만의 독특한 관계 정립에 있습니다.
스테디오에서 멤버십을 운영하는 방식은 작가마다 다릅니다. 에세이로 풀어내는 작가가 있고, 제품 만드는 과정을 클래스로 운영하는 작가도 있는가 하면, 멤버십만의 특별한 굿즈를 제작해 회원들에게 보내주는 경우도 있어요.
백패커는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함께 '소담상회' 라는 오프라인 공간도 운영하고 있어요. 인사동 쌈지길과 홍대 인근 서교동에 위치한 소담상회는 작가분들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제품 전시와 판매 공간 뿐만 아니라 작가들을 위한 공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원단이나 포장 자재, 베이킹 도구, 화장품 재료 등을 작가들에게 저렴하게 판매하는 '작가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판매가 많이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는 경우가 많죠.
백패커는 이렇듯 작가들의 지속가능한 작업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어요. 이는 회사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백패커 김동환 대표 인터뷰>
“글로벌 1위 창작자 생태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동환 대표의 명함에 새겨진 CEO의 약자는 일반적인 'Chief Executive Officer'와 다릅니다.
'Chief Everything Officer', 모든 것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의미죠. 실제로 김 대표는 창업 초기 부족한 자금으로 회사를 지탱하기 위해 무엇이든 했다고 합니다.
김동환 대표에게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자 '지금'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어요. 투자받은 200억 원도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인데 말이죠. 김 대표에게 궁금한 몇 가지를 물어봤어요.
(주)백패커 김동환 대표
Q1. 핸드메이드 사업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의대 입학을 목표로 6수한 사촌동생이 있었어요. 매년 대학에 입학은 했는데 의대 미련을 못 버리고 수능시험을 다시 봤어요. 제가 과외지도를 했었기 때문에 그 과정들을 쭉 지켜봤는데, 여섯 번째 입학한 도예과에서 사촌동생이 정착을 하더라고요. 무사히 졸업까지 하더니 홍대 근처에 작업실을 차리고 작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어요.
그때 사촌동생을 따라 플리마켓을 다니면서 핸드메이드 시장에 눈을 떴어요. 처음부터 거창한 플랜을 세운 건 아니었고, 대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을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를 만들면 괜찮겠다 싶었죠. 나중에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로 범위를 넓히게 됐습니다.
Q2. 사업 초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창업만 하면 당연히 투자는 바로 받게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사업계획서를 들고, 투자자들을 만나보니 모두 거절하더라구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핸드메이드' 시장이 너무 작다고 생각한 거에요. 이 아이템으로는 투자받기 어려울 것 같으니 대출이나 알아보라는 사람도 있었죠.
투자는 안 들어오고 어떻게든 회사는 운영해야 하니 제 특기를 살려 유료 앱들을 만들어 팔았어요. 그렇게 버티다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을 포함한 투자자 세 분께 각각 1천만 원씩 투자를 받았습니다. 수없이 거절만 당하던 때여서 장병규 의장님께 왜 저한테 투자하셨냐고 여쭤봤어요. 그 때 그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나는 솔직히 핸드메이드 시장도 잘 모르고, 이 사업이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한 확신은 없다. 그런데 이 사업이 망해도 당신은 뭐라도 할 것 같아서 투자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지금의 백패커가 있기까지 초기 투자자 분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습니다.
Q3. 경기불황과 고물가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스가 판매하는 제품들은 비교적 가격대도 높고, 생필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부정적 영향은 없을까요?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는 동안 각광받은 비즈니스는 백엔샵과 같은 초저가 시장과 스몰 럭셔리 시장, 두 분야였어요. 하이엔드 명품을 사기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다소 가격대가 높아도 내 취향에 맞고, 나에게 특별한 가치를 주는 스몰 럭셔리 제품을 구입했죠.
중국의 알리 익스프레스, 쉬인, 티무와 같은 업체들이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초저가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최저가 시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몰 럭셔리 시장에 기회는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Q4.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향후 손익관리와 함께 시장 확대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국내 핸드메이드 시장은 약 10조 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식품, 화장품, 가구, 패션, 아동용품 등 인접시장까지 포함하면 100조 시장으로 커져요. '창작자 생태계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타깃 시장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미국 '엣시(Etsy)' 를 뛰어넘는 세계 1위 핸드메이드 마켓플레이스가 되고, 더 나아가 세계 1위 창작자 생태계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시발점으로 올해 1사분기에 글로벌 앱을 론칭하고, 45개국에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해외 소비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제품 수는 1만여 개이며, 향후 해외 작가 발굴에도 적극 나설 계획입니다.
우선 싱가포르, 홍콩을 공략한 뒤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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