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 패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올 한해 국내 유통 및 소비재 산업에 영향을 미칠 2025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가지를 짚어봅니다.....

Issue | 2025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가지 |
2025. 04. 02ㅣ 7 min read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존재감 없는 미들티어는 사라진다
"압도적으로 싸거나, 대체 불가하거나"

- 소비의 양극화 심화, 중간층의 실종
- 옴니채널 넘어 '유니파이드 커머스' 시대로
- 글로벌 소매 판도 바꾸는 소셜 커머스
- B2B 사업 강화하며 마켓플레이스 확대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글로벌 경제 상황도 소매기업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 패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올 한해 국내 유통 및 소비재 산업에 영향을 미칠 2025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가지를 짚어봅니다.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
Trend 01.
가치채널의 부상 vs 미들티어의 실종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인상 여파까지 겹치며 2025년 글로벌 소매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GEPU 지표는 2024년 10월 223.6에서 2024년 11월 365.2로 63.3% 급등했는데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 그림 1 : 글로벌 경기정책 불안정성 지표 추이

자료 : Economic Policy Uncertainty
불안정한 경제상황은 소비자들을 더욱 방어적이고, 보수적 소비로 이끌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채널을 찾아 꼭 필요한 제품만 구입하며 빠듯한 예산을 관리하죠. 하지만, 특정 채널에서는 눌러 왔던 소비욕구를 분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소매업계에는 '가치 채널의 부상'과 '중간 가격대의 위기'라는 두 가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압도적인 저가격을 내세우는 가치채널의 부상입니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알디(Aldi)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TJ맥스(TJ MAXX)가 대표적인 가치 소매업이죠.
2천 개 내외의 품목을 할인점보다도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알디는 지난해 미국에만 120개 신규점을 오픈하며 미국 내 세 번째로 큰 식료품 소매기업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3월에는 윈딕시(Winn-Dixie) 및 하베이 슈퍼마켓(Harveys Supermarket) 약 400여 개점을 인수했고, 올해 안에 이 중 220개점이 알디 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할 예정입니다.
브랜드 제품을 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역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업태입니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의 대표적인 기업인 TJX는 TJ맥스, TK맥스(영국), 마샬, 홈굿즈 등 다양한 패션 및 가정용품 소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5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6년 이후 회사 규모가 2배로 성장하며 알디와 함께 미국 소매업계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죠. TJX는 2023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 성장했어요.
TJX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기업으로도 꼽히고 있는데요.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들이 관세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피하기 위해 수입 재고를 예정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주문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초과 재고가 시장에 풀리면서 TJ맥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경쟁업체들이 관세를 반영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이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TJ맥스가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죠.
| 
|
가치지향 소비자가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디와 TJ맥스.
이와는 달리 비필수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기업이나 매스 시장을 겨냥한 중간 가격대의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올해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공예 및 미술용품 소매업체인 조안(Joann)이 재정적 어려움 끝에 파산 신청했습니다. 조안은 중간 가격대를 지향하며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제공하는 소매기업이었어요. 중간급 범주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던 백화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는 지난해 실적이 저조한 150개 매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 외에도 지난 몇 년간, 베드앤배스비욘드(Bed Bath&Beyond), 파티 시티(Party City), 라이트에이드(Rite Aid) 등 중간 가격대의 유통업체들이 파산 신청했습니다.
이커머스가 대중화되면서 저가 시장의 강력한 할인도 없고 고가 시장의 차별화된 매력도 없는 매스 유통 시장은 가장 많은 경영 압박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반전에 성공하고 새롭게 도약한 기업도 있습니다. 매스 시장을 타깃으로 한 패션기업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는 2016년 미국 소비자 만족도 지수에서 가장 만족도가 낮은 소매 브랜드로 선정되며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했지만, 2017년 이후 O2O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자료: 플라이휠
주 : 상위 8개 업태 기준
Trend 02. 옴니채널을 넘어 '유니파이드 커머스'로
2025년에도 글로벌 소매시장 성장을 이끄는 채널은 단연 이커머스입니다.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도 약 10.3% 성장하며,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글로벌 소매연구 기관 플라이휠).
- 그림 3 : 글로벌 온 - 오프라인 매출 증감율 추이

자료 : 플라이휠
이커머스 채널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접점을 통합하려는 옴니채널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통 소매기업인 월마트 역시 수년간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한 결과 전체 매출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1%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18%로 확대됐습니다. 월마트는 지난해 자택 배송 서비스(In-home delivery)를 미국 내 1천만 가구로 확대 적용하는 등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에 투자했습니다.
소매기업들의 옴니채널 전략은 브랜드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이어져 발견, 선택, 지불, 주문 및 배송 등 전 여정에 걸쳐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몬데레즈 데어리(Mondelez dairylea)라는 식품기업은 온라인 열차권 판매 플랫폼인 트레인라인(Trainline)과의 협업 마케팅을 전개하며, 테스코 매장에서 QR 코드를 활용해 해당 마케팅 활동을 알렸습니다.
또한 영국 슈퍼마켓 기업 아스다(Asda)와 주류 기업 디아지오(Diageo)는 '디지털 주류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도입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제품 선택과 색다른 쇼핑경험의 기회를 제공했어요.
한편, 옴니채널 전략은 최근 유니파이드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니파이드 커머스(Unified Commerce)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등 모든 판매 채널을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으로 연결해 고객에게 일관되고 매끄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옴니채널이 채널 간 연결에 집중한다면, 유니파이드 커머스는 시스템 구조의 완전한 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 차원 진일보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소비자 측면의 연결 뿐 아니라 백엔드 전체의 통합을 전제로 하죠.
전세계 매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스포츠 소매기업 '나이키'나 '데카트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이키는 매장, 모바일, 웹, SNS를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해 고객이 주문부터 배송방식까지 모든 채널을 오가며 이질감 없이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고객 데이터도 하나로 통합해 고도의 개인화 서비스와 로열티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데카트론 역시 모든 채널의 재고, 주문, 고객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통합 관리하고 있어요.
전세계 매장의 백엔드를 통합한 스포츠 소매기업 데카트론은 매장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고객이 모든 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합된 쇼핑경험을 제공합니다.
고객입장에서 유니파이드 커머스는 모든 채널을 오가며 일관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고, 실시간 재고 확인, 다양한 배송 옵션과 결제 방식으로 쇼핑의 편의성과 만족도가 극대화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매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주문, 재고, 결제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고,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수요 예측, 마케팅, 재고 최적화에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월마트 역시 웹사이트,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의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고객에게 통합된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하고 안으로는 운영 간소화를 통해 효율화를 실현함으로써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Trend 03.
대체 수익원 위한 마켓플레이스 확대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소매기업들은 지난 몇년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규 비즈니스가 광고사업인 리테일 미디어입니다. 2024년 아마존은 글로벌 광고채널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했고, 월마트 경우 수익의 3분의 1이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서 발생했어요.
특히 월마트 경우 아마존에게는 없는 약 5천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활용하며 리테일 미디어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는데요. 월마트의 글로벌 광고수익은 지난해 4분기에 무려 29%나 성장했습니다.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올해 브랜드 마케터의 거의 절반(46%)이 월마트의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인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를 이용했으며, 이는 2023년의 24%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렇듯 리테일 미디어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광고채널입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리테일 미디어 시장 규모는 520억 달러였고, 올해는 이보다 20% 더 성장한 623억 달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028년에는 980억 달러로 현재보다 88.5% 시장이 더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특히 올해 3억 6천만 달러 수준인 오프라인 리테일 광고 시장이 2028년에는 10억 달러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 그림 4 : 미국 리테일미디어 시장 규모 추이

자료 : 이마케터
소매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리테일 미디어는 셀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비즈니스입니다. 생태계 안에 속한 브랜드 수가 많을수록 그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최근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너도나도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테무, 쉬인, 알리 익스프레스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도 모두 마켓플레이스 모델이죠.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켓플레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지난해 기준 60%를 넘었습니다.
글로벌 소매기업들은 광고나 데이터, 물류서비스 대행 등 B2B 사업 외에도 구색 확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3자 판매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공통된 추세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죠. 미국 아마존, 월마트뿐 아니라 영국 테스코, 프랑스 까르푸 역시 최근 마켓플레이스를 별도 론칭했습니다.
최근 몇 달간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바로 테스코입니다. 지난해 6월, 9천 SKU로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한 테스코는 지난 1월 기준 SKU수가 30만 개로 늘어났습니다.

론칭 7개월 만에 취급상품 수가 9천 개에서 30만 개로 확대된 테스코 마켓플레이스.
Trend 04.
틱톡이 주도하는 소셜커머스 돌풍
소셜 커머스는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소매기업과 소비재 기업들은 이전에 없던 규모로 소셜 미디어 채널을 상품 판매에 적극 활용했고 올해도 그 투자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영향력은 Z세대 소비자들에게 더욱 위협적입니다. 신상품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채널을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 Z세대는 틱톡(25%), 유튜브(19%), 매장(13%), 인스타그램(9%) 순이었어요. 밀레니얼 세대 이상 소비자들이 매장(21%)과 텔레비전(15%), 친구(13%) 순으로 상품 정보를 접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검색부터 구매에 이르는 쇼핑의 전 과정을 소셜 미디어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 그림 5 : 세대별 신상품 정보를 주로 접하는 채널

자료 : 플라이휠(식음료 기준)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대부분 소셜 미디어 매체들은 커머스 기능을 접목하고 소셜 커머스 시장을 키우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위협적인 존재는 틱톡입니다. 숏폼이라는 실험적 플랫폼에서 시작한 틱톡은 이제 소셜 커머스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바이럴을 통한 제품 발견에서 인플루언서 중심의 라이브 쇼핑에 이르기까지 틱톡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탐색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와 제품구매 링크가 삽입된 쇼퍼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 특히 Z세대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 역시 틱톡의 강력한 판매 수단입니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 기반 광고 솔루션 '심포니(Symphony)'를 선보였어요. 심포니는 AI 기반의 쇼핑 아바타(AI-powered avatars)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유통업체나 브랜드가 틱톡 플랫폼 내에서 더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2024년 상반기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중국 외 매출이 60% 가까이 증가한 것은 틱톡이 기여한 바가 큽니다. 2024년 틱톡의 미국 내 광고 매출은 약 3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이마케터).
이렇듯 틱톡 영향력이 커지며 소매기업들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리들(Lidl)의 영국 사업부 '리들GB'는 지난 2월 슈퍼마켓 최초로 틱톡샵에 입점했어요. 리들은 틱톡 계정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포함해 모두 3천 개 제품을 틱톡샵에서 판매했는데요. 판매 제품은 단백질 파우더, 초콜릿 바 등 간식과 리들의 대표 PB가 포함됐어요. 리들의 틱톡샵은 시범운영 중이며, 수익금은 영국의 어린이 자선단체에 기부됩니다.

슈퍼마켓 최초로 틱톡샵에 입점한 독일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 리들의 영국 사업부 '리들GB'
2021년 인도네시아와 영국에 첫 론칭한 틱톡샵의 역사는 그 어느 소매기업보다 짧지만, 글로벌 소매 판도를 바꿀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13개국에서 틱톡샵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올해 일본 등 새로운 지역으로 출점을 확대하며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 안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위기요소도 존재합니다. 미국의 틱톡 금지법이 4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틱톡은 1억 7천만 명이 유저를 잃을 위기에 있는데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과 관세 협상을 두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결말 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미국 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틱톡의 인기와 영향력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Trend 05.
에이전트 AI 시대의 초개인화 전략
소매업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전력만큼이나 소매업계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자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예측형 인공지능이 결합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소매업계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매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AI 에이전트(AI Agent)'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혹은 '에이전틱 AI'는 CES 2025에서 엔비디어 젠슨황 CEO가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고, 올해 초 개최된 NRF 2025에서도 논의의 정점에 있었어요. 에이전틱 AI란, 단순한 분석을 넘어 분석된 결과에 따라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인데요. 소매업계에서 에이전틱 AI는 소비자나 소매업체를 대신해 인공지능이 쇼핑, 주문, 재고 관리, 마케팅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검색하고 클릭하며 상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AI가 고민과 판단, 선택까지 직접 해주는 것이죠.
아마존은 기존 음성비서 알렉사(Alexa)를 에이전틱 AI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용자에게 능동적으로 맞춤형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수면 패턴을 분석해 조명을 컨트롤 하거나 식습관을 반영해 레스토랑이나 메뉴를 추천해주는 등 개인형 컨시어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알렉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현재 환청 문제, 응답 속도, 신뢰성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오픈AI는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Operator)’를 공개하고, 이커머스 플레이어 인스타카트, 이베이, 엣시 등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카트 고객이 “이탈리안을 테마로 파티를 열려고 해. 링귀니와 조개 요리 레시피를 추천해주고, 필요한 재료들을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 AI가 알아서 필요한 식재료를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달되도록 도와줍니다.

인스타카트는 오픈AI의 에이전트AI 적용을 시험 중입니다.
향후 에이전트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맥락과 선호를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결제·배송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며, 소매업은 '검색 기반 쇼핑'에서 'AI가 제안하고 실행하는 쇼핑'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Trend 06.
기술 기반의 체험요소 확대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는 반품 급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이 반복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반품과정을 간소화하고 반품비도 따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때문에 매년 반품율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 전자상거래의 평균 반품율은 16.9%로 2019년 8.1%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어요. 100개가 팔리면 그 중 17개는 반품됐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반품된 제품의 80%가 손상되거나 파손된 채 도착하기 때문에 정상상품으로 재판매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반품은 배송, 재입고를 거치는 동안 가치 손실로 인해 소매업체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만듭니다. 반품 문제가 최고조에 이른 2021년 코로나 시기에는 전세계 소매업체들이 반품으로 인해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기도 했죠.
특히 옷이나 신발 등 패션용품과 뷰티제품 반품률이 높은 편인데요. 최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여러 사이즈와 여러 컬러의 옷을 주문한 뒤 마음에 드는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브래키팅(bracketing)' 쇼핑이 늘면서 반품 문제는 더욱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반품율이 높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이즈 오류, 제품설명과 맞지 않는 사양, 기대와 다른 사용감 등입니다.
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강현실, 가상현실, 메타버스, 혼합현실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기반의 체험 요소들은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화장품 기업인 에이본 프로덕트(Avon Products)는 기술 기업인 퍼펙트사(Perfect Corp.)와의 협업을 통해 AI 및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체험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에이본 고객들은 모바일 카메라나 데스크톱 웹캠을 사용해 400개가 넘는 립, 아이,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에이본 측은 이렇듯 고객의 쇼핑여정에 가상체험 기술을 사용한 결과 구매 전환율이 320% 증가하고 평균 구매단가가 33%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이커머스 업계는 반품율 감소와 구매전환율 증가를 위해 체험형 서비스 도입을 늘리고 있어요.
가상 피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요. 업계에 따르면 가상 피팅 시장은 2032년까지 약 4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체험 서비스로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살펴보고 탐색하며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쇼핑 윈도우(interactive shoppable windows) 도입도 늘고 있습니다.
'판매'에서 '연결'로
미래의 소매업은 더 이상 단순한 상거래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유니파이드 커머스, AI 에이전트, 리테일미디어 소셜 커머스 등 지금까지 살펴본 6가지 트렌드를 통해 소매의 기능이 ‘판매’에서 ‘연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기술의 진화로 고객 여정이 유기적으로 엮어지고, 경험의 밀도도 높아지면서 소매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파느냐보다 얼마나 개인화된 경험을 제안할 수 있으며,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정교한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2025. 04. 02ㅣ 7 min read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존재감 없는 미들티어는 사라진다
"압도적으로 싸거나, 대체 불가하거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글로벌 경제 상황도 소매기업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전세계 소비자들의 가치지향 소비 패턴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올 한해 국내 유통 및 소비재 산업에 영향을 미칠 2025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가지를 짚어봅니다.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 6
Trend 01.
가치채널의 부상 vs 미들티어의 실종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발 관세인상 여파까지 겹치며 2025년 글로벌 소매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글로벌 경제정책 불확실성 정도를 나타내는 GEPU 지표는 2024년 10월 223.6에서 2024년 11월 365.2로 63.3% 급등했는데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입니다.
자료 : Economic Policy Uncertainty
불안정한 경제상황은 소비자들을 더욱 방어적이고, 보수적 소비로 이끌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채널을 찾아 꼭 필요한 제품만 구입하며 빠듯한 예산을 관리하죠. 하지만, 특정 채널에서는 눌러 왔던 소비욕구를 분출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소매업계에는 '가치 채널의 부상'과 '중간 가격대의 위기'라는 두 가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먼저 압도적인 저가격을 내세우는 가치채널의 부상입니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알디(Aldi)와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TJ맥스(TJ MAXX)가 대표적인 가치 소매업이죠.
2천 개 내외의 품목을 할인점보다도 2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알디는 지난해 미국에만 120개 신규점을 오픈하며 미국 내 세 번째로 큰 식료품 소매기업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24년 3월에는 윈딕시(Winn-Dixie) 및 하베이 슈퍼마켓(Harveys Supermarket) 약 400여 개점을 인수했고, 올해 안에 이 중 220개점이 알디 매장으로 리뉴얼 오픈할 예정입니다.
브랜드 제품을 정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 역시 최근 부각되고 있는 업태입니다.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의 대표적인 기업인 TJX는 TJ맥스, TK맥스(영국), 마샬, 홈굿즈 등 다양한 패션 및 가정용품 소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세계 5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2016년 이후 회사 규모가 2배로 성장하며 알디와 함께 미국 소매업계 성장주로 주목받고 있죠. TJX는 2023년 역대 최고 매출을 달성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4% 성장했어요.
TJX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기업으로도 꼽히고 있는데요. 백화점 등 기존 유통채널들이 관세인상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피하기 위해 수입 재고를 예정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주문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초과 재고가 시장에 풀리면서 TJ맥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논리입니다. 또한 경쟁업체들이 관세를 반영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이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낮은 가격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TJ맥스가 수혜를 받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죠.
가치지향 소비자가 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알디와 TJ맥스.
이와는 달리 비필수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기업이나 매스 시장을 겨냥한 중간 가격대의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올해도 고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공예 및 미술용품 소매업체인 조안(Joann)이 재정적 어려움 끝에 파산 신청했습니다. 조안은 중간 가격대를 지향하며 다양한 제품과 브랜드를 제공하는 소매기업이었어요. 중간급 범주에 오랫동안 속해 있었던 백화점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중 백화점인 메이시스(Macy's)는 지난해 실적이 저조한 150개 매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어요.
이 외에도 지난 몇 년간, 베드앤배스비욘드(Bed Bath&Beyond), 파티 시티(Party City), 라이트에이드(Rite Aid) 등 중간 가격대의 유통업체들이 파산 신청했습니다.
이커머스가 대중화되면서 저가 시장의 강력한 할인도 없고 고가 시장의 차별화된 매력도 없는 매스 유통 시장은 가장 많은 경영 압박을 받고 있어요.
하지만, 반전에 성공하고 새롭게 도약한 기업도 있습니다. 매스 시장을 타깃으로 한 패션기업 아베크롬비앤피치(Abercrombie & Fitch)는 2016년 미국 소비자 만족도 지수에서 가장 만족도가 낮은 소매 브랜드로 선정되며 소비자들에게 외면 당했지만, 2017년 이후 O2O 마케팅을 강화하고, 제품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자료: 플라이휠주 : 상위 8개 업태 기준
Trend 02.
옴니채널을 넘어 '유니파이드 커머스'로
2025년에도 글로벌 소매시장 성장을 이끄는 채널은 단연 이커머스입니다. 성장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은 올해도 약 10.3% 성장하며,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글로벌 소매연구 기관 플라이휠).
자료 : 플라이휠
이커머스 채널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의 접점을 통합하려는 옴니채널 기업들의 움직임도 더욱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전통 소매기업인 월마트 역시 수년간 옴니채널 전략을 강화한 결과 전체 매출에서 이커머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1%에서 지난해 4분기 기준 18%로 확대됐습니다. 월마트는 지난해 자택 배송 서비스(In-home delivery)를 미국 내 1천만 가구로 확대 적용하는 등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에 투자했습니다.
소매기업들의 옴니채널 전략은 브랜드 기업들과의 협업으로 이어져 발견, 선택, 지불, 주문 및 배송 등 전 여정에 걸쳐 소비자와 연결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몬데레즈 데어리(Mondelez dairylea)라는 식품기업은 온라인 열차권 판매 플랫폼인 트레인라인(Trainline)과의 협업 마케팅을 전개하며, 테스코 매장에서 QR 코드를 활용해 해당 마케팅 활동을 알렸습니다.
또한 영국 슈퍼마켓 기업 아스다(Asda)와 주류 기업 디아지오(Diageo)는 '디지털 주류 디스플레이 스크린'을 도입해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제품 선택과 색다른 쇼핑경험의 기회를 제공했어요.
한편, 옴니채널 전략은 최근 유니파이드 커머스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유니파이드 커머스(Unified Commerce)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물론, 모바일과 소셜 미디어 등 모든 판매 채널을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으로 연결해 고객에게 일관되고 매끄러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옴니채널이 채널 간 연결에 집중한다면, 유니파이드 커머스는 시스템 구조의 완전한 통합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한 차원 진일보한 관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즉 소비자 측면의 연결 뿐 아니라 백엔드 전체의 통합을 전제로 하죠.
전세계 매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한 스포츠 소매기업 '나이키'나 '데카트론'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이키는 매장, 모바일, 웹, SNS를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해 고객이 주문부터 배송방식까지 모든 채널을 오가며 이질감 없이 쇼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고객 데이터도 하나로 통합해 고도의 개인화 서비스와 로열티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데카트론 역시 모든 채널의 재고, 주문, 고객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실시간 통합 관리하고 있어요.
전세계 매장의 백엔드를 통합한 스포츠 소매기업 데카트론은 매장에 마련된 컴퓨터를 통해 고객이 모든 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통합된 쇼핑경험을 제공합니다.
고객입장에서 유니파이드 커머스는 모든 채널을 오가며 일관되고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고, 실시간 재고 확인, 다양한 배송 옵션과 결제 방식으로 쇼핑의 편의성과 만족도가 극대화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소매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주문, 재고, 결제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함으로써 운영 효율성과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고, 실시간 데이터에 기반해 수요 예측, 마케팅, 재고 최적화에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월마트 역시 웹사이트, 모바일 앱, 오프라인 매장의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고객에게 통합된 옴니채널 경험을 제공하고 안으로는 운영 간소화를 통해 효율화를 실현함으로써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Trend 03.
대체 수익원 위한 마켓플레이스 확대
제품 판매를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소매기업들은 지난 몇년간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자원을 집중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신규 비즈니스가 광고사업인 리테일 미디어입니다. 2024년 아마존은 글로벌 광고채널을 통해 50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창출했고, 월마트 경우 수익의 3분의 1이 리테일 미디어 사업에서 발생했어요.
특히 월마트 경우 아마존에게는 없는 약 5천여 개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활용하며 리테일 미디어 사업성과를 올리고 있는데요. 월마트의 글로벌 광고수익은 지난해 4분기에 무려 29%나 성장했습니다. 디지데이(Digiday)에 따르면, 올해 브랜드 마케터의 거의 절반(46%)이 월마트의 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인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를 이용했으며, 이는 2023년의 24%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렇듯 리테일 미디어는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광고채널입니다. 이마케터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리테일 미디어 시장 규모는 520억 달러였고, 올해는 이보다 20% 더 성장한 623억 달러 정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2028년에는 980억 달러로 현재보다 88.5% 시장이 더 팽창할 것이라는 예측인데요. 특히 올해 3억 6천만 달러 수준인 오프라인 리테일 광고 시장이 2028년에는 10억 달러로 두 배 넘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자료 : 이마케터
소매업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리테일 미디어는 셀러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비즈니스입니다. 생태계 안에 속한 브랜드 수가 많을수록 그 수요가 높아질 수밖에 없죠. 최근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너도나도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테무, 쉬인, 알리 익스프레스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도 모두 마켓플레이스 모델이죠.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켓플레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지난해 기준 60%를 넘었습니다.
글로벌 소매기업들은 광고나 데이터, 물류서비스 대행 등 B2B 사업 외에도 구색 확대,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제3자 판매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 공통된 추세입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죠. 미국 아마존, 월마트뿐 아니라 영국 테스코, 프랑스 까르푸 역시 최근 마켓플레이스를 별도 론칭했습니다.
최근 몇 달간 가장 주목받은 사례는 바로 테스코입니다. 지난해 6월, 9천 SKU로 마켓플레이스를 론칭한 테스코는 지난 1월 기준 SKU수가 30만 개로 늘어났습니다.
론칭 7개월 만에 취급상품 수가 9천 개에서 30만 개로 확대된 테스코 마켓플레이스.
Trend 04.
틱톡이 주도하는 소셜커머스 돌풍
소셜 커머스는 더 이상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난해 소매기업과 소비재 기업들은 이전에 없던 규모로 소셜 미디어 채널을 상품 판매에 적극 활용했고 올해도 그 투자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영향력은 Z세대 소비자들에게 더욱 위협적입니다. 신상품 정보를 가장 많이 접하는 채널을 세대별로 조사한 결과 Z세대는 틱톡(25%), 유튜브(19%), 매장(13%), 인스타그램(9%) 순이었어요. 밀레니얼 세대 이상 소비자들이 매장(21%)과 텔레비전(15%), 친구(13%) 순으로 상품 정보를 접하는 것과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Z세대는 검색부터 구매에 이르는 쇼핑의 전 과정을 소셜 미디어 안에서 해결하고 있습니다.
자료 : 플라이휠(식음료 기준)
유튜브(Youtube), 인스타그램(Instagram), 핀터레스트(Pinterest) 등 대부분 소셜 미디어 매체들은 커머스 기능을 접목하고 소셜 커머스 시장을 키우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위협적인 존재는 틱톡입니다. 숏폼이라는 실험적 플랫폼에서 시작한 틱톡은 이제 소셜 커머스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바이럴을 통한 제품 발견에서 인플루언서 중심의 라이브 쇼핑에 이르기까지 틱톡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탐색하고 구매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어요.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와 제품구매 링크가 삽입된 쇼퍼블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 특히 Z세대 구매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라이브 스트리밍(Live streaming) 역시 틱톡의 강력한 판매 수단입니다.
지난해에는 생성형 AI 기반 광고 솔루션 '심포니(Symphony)'를 선보였어요. 심포니는 AI 기반의 쇼핑 아바타(AI-powered avatars) 기능이 포함돼 있으며, 유통업체나 브랜드가 틱톡 플랫폼 내에서 더 인터랙티브한 방식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단입니다.
2024년 상반기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의 중국 외 매출이 60% 가까이 증가한 것은 틱톡이 기여한 바가 큽니다. 2024년 틱톡의 미국 내 광고 매출은 약 3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이마케터).
이렇듯 틱톡 영향력이 커지며 소매기업들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리들(Lidl)의 영국 사업부 '리들GB'는 지난 2월 슈퍼마켓 최초로 틱톡샵에 입점했어요. 리들은 틱톡 계정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을 포함해 모두 3천 개 제품을 틱톡샵에서 판매했는데요. 판매 제품은 단백질 파우더, 초콜릿 바 등 간식과 리들의 대표 PB가 포함됐어요. 리들의 틱톡샵은 시범운영 중이며, 수익금은 영국의 어린이 자선단체에 기부됩니다.
슈퍼마켓 최초로 틱톡샵에 입점한 독일 하드디스카운트 스토어 리들의 영국 사업부 '리들GB'
2021년 인도네시아와 영국에 첫 론칭한 틱톡샵의 역사는 그 어느 소매기업보다 짧지만, 글로벌 소매 판도를 바꿀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13개국에서 틱톡샵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트댄스는 올해 일본 등 새로운 지역으로 출점을 확대하며 디지털 커머스 생태계 안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위기요소도 존재합니다. 미국의 틱톡 금지법이 4월 5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틱톡은 1억 7천만 명이 유저를 잃을 위기에 있는데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과 관세 협상을 두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결말 지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미국 내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틱톡의 인기와 영향력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습니다.
Trend 05.
에이전트 AI 시대의 초개인화 전략
소매업계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전력만큼이나 소매업계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자원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과 예측형 인공지능이 결합되면서 더욱 정교하고 고도화된 방식으로 소매업계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소매업계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2025년에도 'AI 에이전트(AI Agent)'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혹은 '에이전틱 AI'는 CES 2025에서 엔비디어 젠슨황 CEO가 언급하면서 화제가 됐고, 올해 초 개최된 NRF 2025에서도 논의의 정점에 있었어요. 에이전틱 AI란, 단순한 분석을 넘어 분석된 결과에 따라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인데요. 소매업계에서 에이전틱 AI는 소비자나 소매업체를 대신해 인공지능이 쇼핑, 주문, 재고 관리, 마케팅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검색하고 클릭하며 상품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AI가 고민과 판단, 선택까지 직접 해주는 것이죠.
아마존은 기존 음성비서 알렉사(Alexa)를 에이전틱 AI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용자에게 능동적으로 맞춤형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방식인데요. 예를 들어 수면 패턴을 분석해 조명을 컨트롤 하거나 식습관을 반영해 레스토랑이나 메뉴를 추천해주는 등 개인형 컨시어지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새로운 알렉사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현재 환청 문제, 응답 속도, 신뢰성 등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오픈AI는 AI 에이전트 ‘오퍼레이터(Operator)’를 공개하고, 이커머스 플레이어 인스타카트, 이베이, 엣시 등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카트 고객이 “이탈리안을 테마로 파티를 열려고 해. 링귀니와 조개 요리 레시피를 추천해주고, 필요한 재료들을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 AI가 알아서 필요한 식재료를 찾아 장바구니에 담고, 원하는 시간에 집으로 배달되도록 도와줍니다.
인스타카트는 오픈AI의 에이전트AI 적용을 시험 중입니다.
향후 에이전트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사용자의 맥락과 선호를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결제·배송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의 접점을 혁신적으로 재구성하며, 소매업은 '검색 기반 쇼핑'에서 'AI가 제안하고 실행하는 쇼핑'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Trend 06.
기술 기반의 체험요소 확대
이커머스의 가파른 성장 이면에는 반품 급증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이커머스 업체들이 반복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반품과정을 간소화하고 반품비도 따로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때문에 매년 반품율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4년 미국 전자상거래의 평균 반품율은 16.9%로 2019년 8.1%에 비해 두 배나 증가했어요. 100개가 팔리면 그 중 17개는 반품됐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반품된 제품의 80%가 손상되거나 파손된 채 도착하기 때문에 정상상품으로 재판매가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반품은 배송, 재입고를 거치는 동안 가치 손실로 인해 소매업체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게 만듭니다. 반품 문제가 최고조에 이른 2021년 코로나 시기에는 전세계 소매업체들이 반품으로 인해 수천억 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입기도 했죠.
특히 옷이나 신발 등 패션용품과 뷰티제품 반품률이 높은 편인데요. 최근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여러 사이즈와 여러 컬러의 옷을 주문한 뒤 마음에 드는 것만 취하고 나머지는 반품하는 '브래키팅(bracketing)' 쇼핑이 늘면서 반품 문제는 더욱 골칫거리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반품율이 높은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이즈 오류, 제품설명과 맞지 않는 사양, 기대와 다른 사용감 등입니다.
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증강현실, 가상현실, 메타버스, 혼합현실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기반의 체험 요소들은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화장품 기업인 에이본 프로덕트(Avon Products)는 기술 기업인 퍼펙트사(Perfect Corp.)와의 협업을 통해 AI 및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가상 메이크업 체험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에이본 고객들은 모바일 카메라나 데스크톱 웹캠을 사용해 400개가 넘는 립, 아이, 페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에이본 측은 이렇듯 고객의 쇼핑여정에 가상체험 기술을 사용한 결과 구매 전환율이 320% 증가하고 평균 구매단가가 33% 증가했다고 밝혔어요.
이커머스 업계는 반품율 감소와 구매전환율 증가를 위해 체험형 서비스 도입을 늘리고 있어요.
가상 피팅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어요. 업계에 따르면 가상 피팅 시장은 2032년까지 약 4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체험 서비스로 매장에 들어가지 않고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살펴보고 탐색하며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쇼핑 윈도우(interactive shoppable windows) 도입도 늘고 있습니다.
'판매'에서 '연결'로
미래의 소매업은 더 이상 단순한 상거래로 정의되지 않습니다.
유니파이드 커머스, AI 에이전트, 리테일미디어 소셜 커머스 등 지금까지 살펴본 6가지 트렌드를 통해 소매의 기능이 ‘판매’에서 ‘연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기술의 진화로 고객 여정이 유기적으로 엮어지고, 경험의 밀도도 높아지면서 소매업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얼마나 파느냐보다 얼마나 개인화된 경험을 제안할 수 있으며, 생태계 안에서 얼마나 정교한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진 시대입니다.
ⓒ Retail Talk
리테일톡에 게재된 모든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은 리테일톡과 콘텐츠 제휴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