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엔데믹과 함께 맞이한 올해 상반기는 고금리, 고물가 속에 전체 소매시장이...
Issue | 2023 하반기에 주목해야 할 6가지 소매업계 이슈 |
2023. 07. 04ㅣ 7 min read
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2023년 하반기 주요 화두는
‘디지털 재설계’, ‘비용 효율화’, ‘챗GPT 정복’
- 2023년 상반기 소매시장 약 3.4% 성장
- 화두는 '디지털', '비용관리', '생성형 AI', 'PB'
-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 키워야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엔데믹과 함께 맞이한 올해 상반기는 고금리, 고물가 속에 전체 소매시장이 전년대비 3.5% 성장했어요(1~5월 통계청 기준). 수치만 보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4%를 웃돌았던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다행히 6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심리지수도 13개월만에 '낙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려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올 하반기에 소매 및 소비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6가지 이슈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지난 6월 28~30일까지 코엑스에서 유통산업연합회가 주최하는 ‘제11회 유통산업주간’이 개최됐어요.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올 하반기 유통산업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미나도 함께 진행됐는데요.
커니, BCG코리아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비롯, 업계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최근 유통업계를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였어요.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주요 이슈 중심으로 전달해 드릴게요.
- 이날 기조강연 연사로 참석한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엔데믹시대 유통시장의 변화와 대응전략'에 대해 발표했어요.
1. 엔데믹 시대, 달라진 소비패턴에 대응하라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달라진 소비패턴은 엔데믹 이후 고착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따라서 어떤 변화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엔데믹 시대의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로 다음 6가지를 꼽았어요.
첫째, '플렉스'를 외치던 가심비 소비에서 가격대비 실제 사용 빈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른 바 '가실비'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가실비' 소비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효용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면 거리낌 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걸 말해요. 70만원이 넘는 다이슨 에어랩이 인기있는 이유에요.
둘째, '한정판', '오픈런'으로 대변되는 '득템' 욕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스토리에 열광해 해당 브랜드의 한정판을 구입하고, 명품보다는 희소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입니다.
셋째,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그 시간이 주는 안락함을 알게 됐고, 불필요한 대화나 관계를 기피하게 됐죠. 이로 인해 택시 서비스에는 '조용히 가주세요'라는 옵션이 생겼고, 무인매장도 급격히 늘고 있어요.
넷째,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어요.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여가시간을 확보한 소비자들은 와인, 골프, 여행, 미술 등 하나의 취미활동에 깊이 빠졌고, 자연스럽게 취미활동에 지출하는 비용도 늘어났어요.
다섯 번째, 새로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어요. 집 안에만 오래 머물던 소비자들은 이제 집 밖을 나서 새로운 공간, 새로운 체험을 찾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온라인 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고 있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나이보다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브랜드나 디자인, 패키지를 선호하는 '네버랜드 신드롬(Neverland Syndrome)'입니다. 4050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아모레 설화수가 광고모델로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발탁한 것도 네버랜드 신드롬 소비성향을 반영한 마케팅이에요.
이 여섯 가지 소비 트렌드가 갑자기 등장한 현상은 아니지만, 갈수록 강해지면서 올 하반기 유통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이므로 상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참고하세요.
2. 디지털, 실패하고 있다면 판을 새로 짜라
코로나 기간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로 가파르게 이동한 것입니다.
2018~2020년 사이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7%가 감소한 데 비해 온라인 채널의 결제 건수는 102%나 증가했어요(그림 2 참고). 온라인 채널이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1%로, 전문소매점 시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아요(그림 1 참고).
자료 : 통계청
자료 : 한국은행
유통, 소비재 업계의 전통 강자들이 그동안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기대만큼 성공률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첫째, 고객들에게 그 앱이나 서비스를 꼭 써야만 하는 이유를 주지 못했어요. 공인인증 단계를 없앤 '토스'나 동네 직거래 기능을 도입한 '당근마켓'과 같이 기존 업체가 제공하지 않았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어야 고객은 움직이거든요.
둘째,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에요. 앱이나 커머스를 론칭하고 나면, 앱 다운로드 수나 월별 방문자 수 같은 단기 지표에만 연연해 정말로 중요한 고객유지(retention) 관리 지표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죠.
세 번째는 온-오프 조직간의 갈등입니다.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면서 매출 실적이 어디로 잡히느냐를 비롯해 갈등 유발 소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 부분을 조직적으로 잘 융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마지막은 기업 자체에 디지털 DNA가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였어요. 디지털 채널은 기획, 콘텐츠, 마케팅 방향 등 모든 것이 기존 오프라인과 다른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데 그 부분을 간과한 기업들이 많았죠.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가장 선도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기업으로 올리브영을 꼽았어요. 올리브영이 옴니채널 고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오프라인 담당 조직간의 적극적인 협업, 리뷰 콘텐츠 강화 등 디지털 속성 이해, 입점 브랜드에 대한 디지털 마케팅 지원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었어요. 그 결과 2018년 8%에 불과했던 온라인 채널 매출 비중이 2021년에는 21%까지 늘어났어요. 매출액 규모로 보면 54.3%가 증가했어요.
기존의 오프라인 업태들이 일제히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디지털 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에요. 더불어 데이터 기반의 분석작업이나 디지털 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온-오프를 아우르는 MD체계 고도화를 통해 리테일의 본원적 역량인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3. 'Chat GPT'를 정복하라
하반기 주요 이슈로 모든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생성형 AI'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이미 유통업계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지금까지와는 한차원 다른 활용방안들을 제시해주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손쉬운 방식으로요.
특히 온라인 채널들 경우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대응, 상품 추천,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고객만족 제고와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죠.
영국의 패션 온라인쇼핑몰 '잘란도(Zalando)'는 고객경험을 높이기 위해 챗GPT를 가장 발빠르게 적용한 기업이에요.
지난 4월 잘란도는 챗GPT와 연동되는 '가상 패션 비서(virtual fashion assistant)'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고객이 정형화된 단어가 아닌, 자신만의 패션용어로 질문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질문해도 그에 맞는 정보탐색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고객이 "7월에 산토리니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데 무엇을 입고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면 생성형 AI 가상 비서가 산토리니의 7월 날씨까지 감안해 TPO에 맞는 옷과 함께 코디하기 좋은 액세서리를 추천해주는 식이죠.
평소 그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스타일, 사이즈가 모두 결합되어 개인 니즈에 딱 맞는 제안을 해요. 구매전환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 지난 4월, 영국 패션 온라인기업 ‘잘란도’는 챗GPT를 결합한 가상 패션비서를 선보였어요.
챗GPT가 획기적인 이유 중 하나는 플러그인 기능 때문이에요. 플러그인 기능이란 사용자가 챗GPT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은 뒤 API로 연결된 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해요.
즉, 챗GPT 안에서 검색부터 쇼핑, 예약 등 다양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익스피디아, 인스타카트, 쇼피파이 등 이미 약 80여 개 기업들이 챗GPT와 플러그인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에요.
그림 3 : Chat GPT 도입 이후 고객 여정의 변화
자료 : 커니
4. 비용구조를 혁신하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해진 덕목은 바로 '체력'입니다. 즉, 유동성 확보와 변동비 절감을 통해 어떤 대외적 위기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에요.
비용절감 측면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마케팅 영역입니다.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마케팅비 절감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작업은 성과가 측정되지 않는 광고나 마케팅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성과형 광고들의 진단을 통해 비효율을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강조했어요.
이어 "실제 기업이 지향하는 타깃이나 마케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대상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새고 있는 마케팅 비용만 없애도 전체적으로 20%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코스트 구조를 정립한 경우 매출도 소폭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림 4 : 해외 글로벌 유통기업 비용절감 사례
자료 : 커니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이니셔티브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마존은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효율이 나지 않는 '아마존고(Amazon Go)' 매장 8개점을 폐점했어요. 또 연초 1만 8천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추가로 9천 명을 해고할 방침임을 알렸죠.
그런가 하면, 자체적인 운영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비용절감을 이뤄낸 사례도 있어요.
글로벌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제품 모듈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어요. 매스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의 모듈 디자인을 통해 생산 밸류 체인을 단축시킨 결과였죠.
이 외에도 일렉트로룩스는 디지털 제조 및 공급망 통합과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변동비를 연평균 3% 줄일 수 있었습니다.
5. 가치소비의 시대, PB 비중 더 커진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이어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PB(Private Brand : 자사 브랜드)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소비시장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그로서리 부문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5% 수준이예요(그림 5 참고).
영국 50%, 네덜란드 43%, 포르투갈 38%, 프랑스 35%와 같이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곧 그만큼 잠재 성장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자료 : Statista
주 : 2020년, 그로서리 기준
PB는 경제사이클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즉,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죠. 경제가 성장기에 있는 이머징 국가 경우 여전히 NB를 선호하는 과시형 소비가 우세하지만, 이미 오래 전 저성장기에 접어든 유럽 국가에서는 합리적 소비패턴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PB상품 비중이 높아요. 알디 경우 PB 매출 비중이 70%를 넘죠.
BCG코리아 김연희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도 PB를 단순 저가상품이 아니라 고객들의 프리미엄 니즈까지 충족시키며 타사와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PB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NB 만큼의 수익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것은 PB제조사와의 협업입니다.
김연희 대표는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효율을 달성한 알디의 사례를 소개했어요.
알디는 협력사 여러 곳이 동일한 원재료를 필요로 할 때 이를 공동 소싱해주기도 하고, 협력사들이 알디 매장에 최적화된 패키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정보를 모두 제공합니다. 판매 데이터나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투자도 하죠. 한 마디로 알디는 보기 드물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유통사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연희 대표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PB는 아직 성장 여지가 많지만, 협력사와의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이는 시장의 리더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6. 물류의 복잡성에 대비하라
이커머스 경쟁의 축이 배송으로 옮겨지면서 물류 기능은 업계 주도권을 갖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역량이 되었습니다.
콜로세움의 박진수 대표는 이커머스 트렌드 변화에 따른 물류업계의 해결과제를 네 가지로 설명했어요.
첫째, 이커머스의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되면서 관리해야 할 SKU 수도 증가했어요. 특히 여러가지 샘플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뷰티 쇼핑몰 경우 고객마다 선택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물류센터 내 재고관리 및 입출고 난이도가 현저히 올라가요. 이 외에도 특수 제작된 패키지 제품 등 고객을 위한 강력한 서비스가 추가될수록 물류 파트 고민은 늘어가죠.
두 번째는 해외 역직구 거래가 늘면서 글로벌 현지 플랫폼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통관, 인증, 임가공 등 물류단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어났어요. 이렇게 파편화된 업무를 신속하게 실수없이 처리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죠.
세 번째는 무료반품 및 환불 등 고객 친화적 배송정책이 확산되면서 폐기 및 반품관리 등에 대한 추가 부담이 늘어났어요.
마지막으로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 배송옵션이 갈수록 다양화되면서 배송 비용도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반품은 별도의 배송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물류 복잡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중소형 셀러들이 늘어나면서 물류에 대한 니즈는 더욱 복잡, 다양해지고 있어요.
이에 대해 박진수 대표는 "이커머스 업계 니즈에 따라 물류업계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AI가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하반기, 위기 이후 기회에 대비해야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하반기를 맞았어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 실질소득 하락,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지금은 시장에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 돌파의 새로운 동인들도 등장하고 있어요.
어떤 대외적 변화에도 지탱할 수 있는 유동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 이후의 기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 Retail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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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2023년 하반기 주요 화두는
‘디지털 재설계’, ‘비용 효율화’, ‘챗GPT 정복’
2023년 하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엔데믹과 함께 맞이한 올해 상반기는 고금리, 고물가 속에 전체 소매시장이 전년대비 3.5% 성장했어요(1~5월 통계청 기준). 수치만 보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4%를 웃돌았던 평균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그리 긍정적인 상황은 아닙니다.
다행히 6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고, 소비심리지수도 13개월만에 '낙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려요.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올 하반기에 소매 및 소비재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6가지 이슈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지난 6월 28~30일까지 코엑스에서 유통산업연합회가 주최하는 ‘제11회 유통산업주간’이 개최됐어요.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올 하반기 유통산업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세미나도 함께 진행됐는데요.
커니, BCG코리아 등 글로벌 컨설팅 기업을 비롯, 업계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최근 유통업계를 둘러싼 주요 이슈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였어요.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종합해 주요 이슈 중심으로 전달해 드릴게요.
1. 엔데믹 시대, 달라진 소비패턴에 대응하라
코로나 팬데믹을 계기로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에 많은 변화가 있었죠.
달라진 소비패턴은 엔데믹 이후 고착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요.
따라서 어떤 변화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해요.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엔데믹 시대의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로 다음 6가지를 꼽았어요.
첫째, '플렉스'를 외치던 가심비 소비에서 가격대비 실제 사용 빈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른 바 '가실비'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가실비' 소비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효용가치가 크다고 생각하면 거리낌 없이 비용을 지출하는 걸 말해요. 70만원이 넘는 다이슨 에어랩이 인기있는 이유에요.
둘째, '한정판', '오픈런'으로 대변되는 '득템' 욕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브랜드의 스토리에 열광해 해당 브랜드의 한정판을 구입하고, 명품보다는 희소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소비성향입니다.
셋째,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은 그 시간이 주는 안락함을 알게 됐고, 불필요한 대화나 관계를 기피하게 됐죠. 이로 인해 택시 서비스에는 '조용히 가주세요'라는 옵션이 생겼고, 무인매장도 급격히 늘고 있어요.
넷째,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어났어요.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여가시간을 확보한 소비자들은 와인, 골프, 여행, 미술 등 하나의 취미활동에 깊이 빠졌고, 자연스럽게 취미활동에 지출하는 비용도 늘어났어요.
다섯 번째, 새로운 공간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어요. 집 안에만 오래 머물던 소비자들은 이제 집 밖을 나서 새로운 공간, 새로운 체험을 찾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온라인 기업들도 오프라인 매장을 선보이고 있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나이보다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브랜드나 디자인, 패키지를 선호하는 '네버랜드 신드롬(Neverland Syndrome)'입니다. 4050세대를 주 타깃으로 하는 아모레 설화수가 광고모델로 블랙핑크 멤버 '로제'를 발탁한 것도 네버랜드 신드롬 소비성향을 반영한 마케팅이에요.
이 여섯 가지 소비 트렌드가 갑자기 등장한 현상은 아니지만, 갈수록 강해지면서 올 하반기 유통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요소이므로 상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에 참고하세요.
2. 디지털, 실패하고 있다면 판을 새로 짜라
코로나 기간 가장 큰 변화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채널로 가파르게 이동한 것입니다.
2018~2020년 사이 오프라인 결제 건수는 7%가 감소한 데 비해 온라인 채널의 결제 건수는 102%나 증가했어요(그림 2 참고). 온라인 채널이 전체 소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1%로, 전문소매점 시장을 제외하면 가장 높아요(그림 1 참고).
그림 1 : 국내 유통시장 규모
자료 : 통계청
그림 2 : 결제 건수 변화 추이
자료 : 한국은행
유통, 소비재 업계의 전통 강자들이 그동안 디지털라이제이션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해왔지만, 기대만큼 성공률을 보여주지는 못했어요.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첫째, 고객들에게 그 앱이나 서비스를 꼭 써야만 하는 이유를 주지 못했어요. 공인인증 단계를 없앤 '토스'나 동네 직거래 기능을 도입한 '당근마켓'과 같이 기존 업체가 제공하지 않았던 차별화된 서비스가 있어야 고객은 움직이거든요.
둘째, 지나치게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기 때문이에요. 앱이나 커머스를 론칭하고 나면, 앱 다운로드 수나 월별 방문자 수 같은 단기 지표에만 연연해 정말로 중요한 고객유지(retention) 관리 지표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죠.
세 번째는 온-오프 조직간의 갈등입니다.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면서 매출 실적이 어디로 잡히느냐를 비롯해 갈등 유발 소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에요. 이 부분을 조직적으로 잘 융합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죠.
마지막은 기업 자체에 디지털 DNA가 부족한 데서 오는 문제였어요. 디지털 채널은 기획, 콘텐츠, 마케팅 방향 등 모든 것이 기존 오프라인과 다른 패러다임으로 움직이는데 그 부분을 간과한 기업들이 많았죠.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가장 선도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오프라인 기업으로 올리브영을 꼽았어요. 올리브영이 옴니채널 고도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온-오프라인 담당 조직간의 적극적인 협업, 리뷰 콘텐츠 강화 등 디지털 속성 이해, 입점 브랜드에 대한 디지털 마케팅 지원 등 전방위적인 노력이 있었어요. 그 결과 2018년 8%에 불과했던 온라인 채널 매출 비중이 2021년에는 21%까지 늘어났어요. 매출액 규모로 보면 54.3%가 증가했어요.
기존의 오프라인 업태들이 일제히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디지털 전략을 다시 세우는 것은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에요. 더불어 데이터 기반의 분석작업이나 디지털 테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물론, 온-오프를 아우르는 MD체계 고도화를 통해 리테일의 본원적 역량인 상품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입니다.
3. 'Chat GPT'를 정복하라
하반기 주요 이슈로 모든 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생성형 AI'를 빼놓을 수 없어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이 이미 유통업계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었지만, 생성형 AI는 지금까지와는 한차원 다른 활용방안들을 제시해주고 있어요. 그것도 아주 손쉬운 방식으로요.
특히 온라인 채널들 경우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대응, 상품 추천, 다양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고객만족 제고와 마케팅 효과 극대화를 꾀하고 있죠.
영국의 패션 온라인쇼핑몰 '잘란도(Zalando)'는 고객경험을 높이기 위해 챗GPT를 가장 발빠르게 적용한 기업이에요.
지난 4월 잘란도는 챗GPT와 연동되는 '가상 패션 비서(virtual fashion assistant)'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고객이 정형화된 단어가 아닌, 자신만의 패션용어로 질문하거나 자신의 개인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질문해도 그에 맞는 정보탐색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고객이 "7월에 산토리니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리는데 무엇을 입고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하면 생성형 AI 가상 비서가 산토리니의 7월 날씨까지 감안해 TPO에 맞는 옷과 함께 코디하기 좋은 액세서리를 추천해주는 식이죠.
평소 그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스타일, 사이즈가 모두 결합되어 개인 니즈에 딱 맞는 제안을 해요. 구매전환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챗GPT가 획기적인 이유 중 하나는 플러그인 기능 때문이에요. 플러그인 기능이란 사용자가 챗GPT를 통해 원하는 정보를 얻은 뒤 API로 연결된 타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말해요.
즉, 챗GPT 안에서 검색부터 쇼핑, 예약 등 다양한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게 되는 거에요. 익스피디아, 인스타카트, 쇼피파이 등 이미 약 80여 개 기업들이 챗GPT와 플러그인 파트너십을 맺은 상태에요.
그림 3 : Chat GPT 도입 이후 고객 여정의 변화
자료 : 커니
4. 비용구조를 혁신하라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해진 덕목은 바로 '체력'입니다. 즉, 유동성 확보와 변동비 절감을 통해 어떤 대외적 위기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에요.
비용절감 측면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부분은 마케팅 영역입니다.
커니 안태희 파트너는 "마케팅비 절감을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작업은 성과가 측정되지 않는 광고나 마케팅비를 최소화하는 것이며, 두 번째는 성과형 광고들의 진단을 통해 비효율을 찾아내는 작업"이라고 강조했어요.
이어 "실제 기업이 지향하는 타깃이나 마케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 대상에 광고비를 지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으로 새고 있는 마케팅 비용만 없애도 전체적으로 20%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에요. 이런 과정을 통해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코스트 구조를 정립한 경우 매출도 소폭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그림 4 : 해외 글로벌 유통기업 비용절감 사례
산업
기업
Key Lever
주요내용
유통 /
소비재
오프라인 점포 폐점
뉴욕 등 총 8곳 폐점
운송 모드 최적화
전환으로, 운송 비용 8% 절감
인력감축
빅데이터 기반 SKU 최적화
4천2백 명 추가 감축 예정
가전
밸류체인 단축화
멕시코 생산 거점으로 이전
식품
비용 절감 추진
유리보틀 활용
자료 : 커니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글로벌 유통기업들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가지 이니셔티브들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마존은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효율이 나지 않는 '아마존고(Amazon Go)' 매장 8개점을 폐점했어요. 또 연초 1만 8천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추가로 9천 명을 해고할 방침임을 알렸죠.
그런가 하면, 자체적인 운영 혁신을 통해 획기적으로 비용절감을 이뤄낸 사례도 있어요.
글로벌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룩스(Electrolux)는 제품 모듈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어요. 매스 상품과 프리미엄 상품의 모듈 디자인을 통해 생산 밸류 체인을 단축시킨 결과였죠.
이 외에도 일렉트로룩스는 디지털 제조 및 공급망 통합과 같은 노력을 통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변동비를 연평균 3% 줄일 수 있었습니다.
5. 가치소비의 시대, PB 비중 더 커진다
기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 이어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PB(Private Brand : 자사 브랜드) 확대에 나서면서 국내 소비시장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그로서리 부문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5% 수준이예요(그림 5 참고).
영국 50%, 네덜란드 43%, 포르투갈 38%, 프랑스 35%와 같이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이는 곧 그만큼 잠재 성장력을 내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림 5 : 국가별 PB 상품 비중
자료 : Statista
주 : 2020년, 그로서리 기준
PB는 경제사이클과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요. 즉, 지금과 같은 경기 불황기에 가성비 높은 PB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죠. 경제가 성장기에 있는 이머징 국가 경우 여전히 NB를 선호하는 과시형 소비가 우세하지만, 이미 오래 전 저성장기에 접어든 유럽 국가에서는 합리적 소비패턴이 자리 잡았기 때문에 PB상품 비중이 높아요. 알디 경우 PB 매출 비중이 70%를 넘죠.
BCG코리아 김연희 대표는 "이제 우리나라도 PB를 단순 저가상품이 아니라 고객들의 프리미엄 니즈까지 충족시키며 타사와 차별화하는 방향으로 개발되어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낮은 가격으로 PB를 판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NB 만큼의 수익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가격 경쟁력과 차별화를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무엇보다 전제돼야 할 것은 PB제조사와의 협업입니다.
김연희 대표는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사 대비 높은 효율을 달성한 알디의 사례를 소개했어요.
알디는 협력사 여러 곳이 동일한 원재료를 필요로 할 때 이를 공동 소싱해주기도 하고, 협력사들이 알디 매장에 최적화된 패키지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세세한 정보를 모두 제공합니다. 판매 데이터나 고객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도 하고, 필요한 경우 투자도 하죠. 한 마디로 알디는 보기 드물게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은' 유통사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연희 대표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PB는 아직 성장 여지가 많지만, 협력사와의 상생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 없이는 시장의 리더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6. 물류의 복잡성에 대비하라
이커머스 경쟁의 축이 배송으로 옮겨지면서 물류 기능은 업계 주도권을 갖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역량이 되었습니다.
콜로세움의 박진수 대표는 이커머스 트렌드 변화에 따른 물류업계의 해결과제를 네 가지로 설명했어요.
첫째, 이커머스의 큐레이션 기능이 강화되면서 관리해야 할 SKU 수도 증가했어요. 특히 여러가지 샘플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뷰티 쇼핑몰 경우 고객마다 선택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물류센터 내 재고관리 및 입출고 난이도가 현저히 올라가요. 이 외에도 특수 제작된 패키지 제품 등 고객을 위한 강력한 서비스가 추가될수록 물류 파트 고민은 늘어가죠.
두 번째는 해외 역직구 거래가 늘면서 글로벌 현지 플랫폼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통관, 인증, 임가공 등 물류단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가 늘어났어요. 이렇게 파편화된 업무를 신속하게 실수없이 처리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죠.
세 번째는 무료반품 및 환불 등 고객 친화적 배송정책이 확산되면서 폐기 및 반품관리 등에 대한 추가 부담이 늘어났어요.
마지막으로 당일배송, 새벽배송, 익일배송 등 배송옵션이 갈수록 다양화되면서 배송 비용도 증가하고 있어요. 특히 반품은 별도의 배송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물류 복잡성이 커질 수밖에 없죠.
중소형 셀러들이 늘어나면서 물류에 대한 니즈는 더욱 복잡, 다양해지고 있어요.
이에 대해 박진수 대표는 "이커머스 업계 니즈에 따라 물류업계도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결국 AI가 이러한 복잡성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어요.
하반기, 위기 이후 기회에 대비해야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복귀했지만, 여러가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하반기를 맞았어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하락, 실질소득 하락,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 증가, 고물가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등 지금은 시장에 긍정적 요인보다 부정적 요인이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 돌파의 새로운 동인들도 등장하고 있어요.
어떤 대외적 변화에도 지탱할 수 있는 유동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위기 이후의 기회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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