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지난 2월초 미국 진출 소식을 알렸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법인을 설립했고, 곧 부지 선정을 거쳐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2025. 02. 26ㅣ 7 min read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미국 진출 선언한 올리브영,
K-뷰티 혁신 이어갈까

- 올영 스토리, 하버드 MBA 교재로 발간
- MD역량, 옴니채널, 고객경험 혁신이 성공비결
- 미국 진출 앞둔 올리브영의 과제는?
해외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지난 2월 초 미국 진출 소식을 알렸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법인을 설립했고, 곧 부지 선정을 거쳐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때 맞춰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경영 혁신 수업에서 올리브영 사례를 토론 주제(Olive Young: Formulating Beauty Innovation)로 다루고 교재로도 발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이 한국의 뷰티기업 사례를 수업 주제로 다룬 것은 2006년 11월 아모레퍼시픽(From Local to Global Beauty) 이후 올리브영이 두 번째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업의 케이스 스터디는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전략과 혁신 사례를 다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글로벌 3대 MBA로 꼽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20년 만에 한국의 뷰티 기업에 주목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2024년, 뷰티 시장 역신장 속
올리브영은 25% 성장
2024년 국내 화장품 시장은 2.4% 역신장했습니다(통계청 소매판매액 기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 위주로 소비한 결과입니다.
뷰티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올리브영은 지난해에도 고성장세를 이어나가 2024년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대비 약 25% 성장한 4조 8천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2020년 1조 8,700억 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4년 만에 2.6배 커졌습니다. 경쟁사들이 연이어 매장을 축소하고 사업을 철수하던 시기였어요.
- 그림 1. 전체 뷰티시장 성장률 vs 올리브영 성장률

자료 : CJ올리브영
주 : 거래액 기준
알려진 바와 같이 1999년 드럭스토어 포맷으로 1호점을 선보인 이후 오랜기간 고전하던 올리브영이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것은 헬스앤뷰티 스토어로 방향을 선회하고 매장 경험을 혁신한 이후입니다.
트렌드를 리드하는 MD구성, 매스 시장을 노린 거품 없는 가격대, 젊은층 감성에 부합하는 매장 인테리어와 서비스, 눈치 볼 필요없이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제품 등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올리브영의 성공비결인데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주목한 것은 이러한 실행을 가능케 한 올리브영의 핵심 역량과 조직 문화입니다.

자료 : CJ올리브영 공시자료, 2024년은 추정치

자료 : CJ올리브영
하버드 MBA가 꼽은 올리브영 핵심 역량 세 가지
1. MD 조직의 힘
기능과 책임의 확장
유통의 꽃은 'MD(Merchandiser)'라는 말도 있지만, 올리브영에서 MD 직군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올리브영 입지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국내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명품 브랜드도 매장에 입점해 있지만, 2000년대 원브랜드 숍이 인기를 끌던 시기에는 브랜드 제조사들이 자사 소매채널에 집중하기 위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모두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구색 다양화를 위해 올리브영이 택한 전략은 PB상품 개발이었어요. 이후 시장에 경쟁력 있는 인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회사 규모도 커지면서 MD 전략을 다변화했죠.
그 과정에서 늘어간 역할과 책임만큼 올리브영 MD의 역량도 커졌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고객이 찾게 만드는 제품을 개발하고 소싱하는 작업을 통해 올리브영 MD 조직의 맷집도 강해졌다고 할 수 있죠.
올리브영 전체 취급 아이템은 약 2만 개. 제품 카테고리별로 구성된 올리브영 MD 조직은 담당 제품군별로 소비자 선호도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장기적, 전략적인 관점에서 관리합니다.
단순히 브랜드사가 제안하는 제품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리드하죠. 가격설정, 재고관리는 물론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진열, 마케팅, 단종 여부까지 결정합니다. 경력 1~2년차 MD도 수십억 상당의 재고를 관리하도록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죠.
올리브영에서 MD는 바이어뿐 아니라 상품 전략가이자 기획자인 셈입니다.

- 올리브영 MD들은 '클린 뷰티', '슬로우 에이징' 같은 개념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며 뷰티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은 MD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MD 커뮤니티'와 'MD 아카데미'라는 두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MD 커뮤니티에서는 신상품 출시 전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인 MD 아카데미를 통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습니다. 각 MD들이 치열하게 쌓은 경험 노하우는 이 두 개의 채널을 통해 공유되고 확장되며, 브랜드사에게도 전파됩니다.
올리브영 MD는 매년 브랜드사와 함께 진행하는 '전략미팅' 자리에서 데이터 기반의 시장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발표하는데요. 이런 지원은 브랜드들이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현재 올리브영은 뷰티 브랜드사들이 입점을 희망하는 일순위 플랫폼인데요. 올리브영 MD가 새로운 파트너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품질과 시장성입니다. 해당 제품이 고객에게 어필할 만한 충분한 매력과 차별화된 가치를 갖췄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매출 확대와 성장을 위해 투자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 브랜드를 우선 고려합니다.
인지도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앞의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고 성장에 대한 비전과 확장 의지가 있는 경우라면 인지도 낮은 신생 브랜드와도 협업합니다. 실제 입점 브랜드의 5개 중 4개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죠.
올리브영은 전국 매장 네트워크와 온라인몰, 그리고 역직구몰인 글로벌 몰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브랜드를 키웁니다. 롬앤, 토리든 등이 올리브영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옴니채널 혁신
민첩하고 경계없는 온-오프 통합
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의 옴니채널 전략은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과업이지만, 여전히 삐거덕거리며 불완전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에 비해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혁신은 업계에서 인정할 정도로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죠. 밖으로는 고객에게 온-오프 경계없는 쇼핑경험을 제공해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진 쇼핑 여정을 완성하고 안으로는 온-오프 조직이 유기적으로 통합돼 운영 시너지를 극대화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전국 1,37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주문 대응을 위한 도심 물류 창고로 활용하고, 140억 원을 투자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 2018년 업계 최초로 3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3시간 이내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고, 매장에서 직접 픽업도 가능한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는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하는 데 큰 기폭제가 됐어요. 실제 올리브영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에서 2023년 25%로 증가했습니다.

자료 : CJ올리브영

자료 : CJ올리브영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T 역량도 강화했는데요. 올리브영 테크 블로그에 따르면, 2021년 7명이었던 개발조직 인력은 현재 2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2022년에는 AI 회사 로켓뷰를 인수, 독자적인 제품추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구매 전환율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제품 추천뿐 아니라 트렌드 예측, 재고 관리를 개선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했는데요. 예를 들어, 온라인몰 내 '실패한 쿼리(고객이 검색한 키워드에 대한 결과값이 없는 경우)'를 분석해 숨겨진 고객 수요를 찾아내고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도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매장 내 고객 행동을 통해 수집한 인사이트를 온라인 전략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크로스 전략으로 올리브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간의 쇼핑경험상 간극을 좁히면서 동시에 두 채널의 트랙픽과 매출을 모두 향상시켰습니다.
1,500만 명에 이르는 올리브영 멤버십 회원은 온-오프 통합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리브영이 360도 고객 관점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한국 2030 여성의 약 90%가 가입돼 있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400만 명이 넘는 올리브영 회원 데이터는 타깃 행동과 니즈를 분석하는 데 있어 최적의 자산입니다.

- 지난 1월 개장한 올리브영 ‘경산 물류센터’에서 로봇을 이용해 상품을 담고 있는 모습.
3. 고객경험 혁신
고객에게 쇼핑 자율권 부여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꼽은 올리브영의 세 번째 핵심역량은 고객경험 혁신입니다.
"올리브영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주세요"라는 멘트로 대변되는 올리브영의 자율형 쇼핑은 이전까지 밀착 접객이 당연시되던 뷰티 소매업계에 변화를 준 혁신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화장품은 직원의 설명과 안내가 필요한 품목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인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죠.

- 올리브영은 매장에서 고객들이 마음껏 체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율형 쇼핑공간을 추구합니다.
올리브영은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고객들이 자유롭게 매장을 돌며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어요. 고객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고, 트렌드와 카테고리 중심으로 제품을 진열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고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죠. 예를 들어, 립스틱 매대에는 매트(matte), 글로시(glossy), 듀이(dewy) 타입 등 다양한 텍스처별로 채험해 볼 수 있도록 진열하고,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하는 립 제품 등 이색 아이템까지 구비해 고객에게 1천여 가지가 넘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고객에게 최대한 쇼핑의 자율권을 부여한 발견형 쇼핑은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뷰티 소매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
통일된 매장 디자인을 구축하는 데에도 전사 차원의 상당한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전국 매장 어디에서나 고객들에게 일관된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죠. 일관된 매장 포맷, 집기와 상품 배치, 동선 등은 고객들에게 친숙하고 안정적인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마케팅 효과도 높였습니다.
기술 혁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매대의 전자 가격표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온라인몰 상품 상세 페이지로 연결되는 ‘전자라벨-NFC 기반 상품 탐색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상품 정보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재고수량까지 알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재고, 판매, 고객 상담을 진행해요. 제품 정보뿐 아니라 외국어 번역 서비스도 제공해 해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상권에서 도움을 받고 있죠.

- 올리브영 매장에서 고객이 ‘전자라벨-NFC 기반 상품 탐색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올리브영 성공의 숨은 공로,
탄탄한 제조기반과 한류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이 3가지 핵심 역량 외에 올리브영 성장을 견인한 2가지 외적 요소를 꼽았어요.
먼저 우수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r) 업체들의 등장입니다.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와 같은 화장품 ODM 업체들은 단순 제조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국내 중소 브랜드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 제품을 생산합니다.
이렇듯 탄탄한 제조 인프라 덕에 생산 역량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사들이 혁신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고, 다양한 컨셉의 인디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죠. 유명 브랜드보다는 중소 브랜드사와의 협업이 성공의 열쇠였던 올리브영에게 이는 큰 메리트로 작용했어요.
두 번째는 사그라지지 않는 한류입니다.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한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K-푸드와 K-뷰티로 열기가 이어졌어요. 코로나 기간 OTT와 SNS를 통해 한국의 뷰티 세계를 접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올리브영 매장으로 몰려 들었죠. 올리브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관광상권영업팀을 신설, 해외 관광객 비중이 높은 매장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올리브영 글로벌몰 회원 수는 245만 명이며, 현재 약 15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몰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미국입니다. 올리브영은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시장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 자료 : CJ올리브영
미국 진출, 성공을 위한 조건은?
이달 초 올리브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소비시장인 미국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구체적인 진출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1호점 출점을 위한 부지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는데요.
이미 한국 뷰티기업들의 해외진출 교두보가 되고 있는 아마존, 오프라인 뷰티 채널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울타(Ulta)와 세포라(Sephora) 사이에서 올리브영은 어떤 포지셔닝과 전략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특히 울타와 세포라는 미국 Z세대들이 선호하는 뷰티 쇼핑 채널로 꼽히고 있어 미국에 매장을 출점할 경우 올리브영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입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해 매장을 10개까지 늘렸지만, 한한령 등 당시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20년 철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미국 진출 방식에 신중한 입장인데요.
올리브영은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 온라인 채널로 우선 접근하는 방식, 기존의 글로벌 몰을 활성화하는 방식 등 여러 옵션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경우 올리브영의 상징적인 '뷰티 놀이터' 컨셉을 선보이고 현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지만, 높은 운영비와 현지의 제약사항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미국 현지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소싱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미국 내 급증하고 있는 K-뷰티 수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올리브영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뷰티 산업은 부상하고 있는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죠.
올리브영이 미국 진출을 발판 삼아 글로벌 뷰티와 웰니스 분야에서도 혁신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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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02. 26ㅣ 7 min read
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eyyoon@korcham.net)
미국 진출 선언한 올리브영,
K-뷰티 혁신 이어갈까
해외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지난 2월 초 미국 진출 소식을 알렸습니다.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법인을 설립했고, 곧 부지 선정을 거쳐 1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때 맞춰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경영 혁신 수업에서 올리브영 사례를 토론 주제(Olive Young: Formulating Beauty Innovation)로 다루고 교재로도 발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올리브영 명동타운점.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이 한국의 뷰티기업 사례를 수업 주제로 다룬 것은 2006년 11월 아모레퍼시픽(From Local to Global Beauty) 이후 올리브영이 두 번째입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수업의 케이스 스터디는 세계 수준의 비즈니스 전략과 혁신 사례를 다루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글로벌 3대 MBA로 꼽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20년 만에 한국의 뷰티 기업에 주목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2024년, 뷰티 시장 역신장 속
올리브영은 25% 성장
2024년 국내 화장품 시장은 2.4% 역신장했습니다(통계청 소매판매액 기준).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 소비자들이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재 위주로 소비한 결과입니다.
뷰티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올리브영은 지난해에도 고성장세를 이어나가 2024년 올리브영 매출은 전년대비 약 25% 성장한 4조 8천 원 규모로 추정됩니다. 2020년 1조 8,700억 원이었던 매출 규모는 4년 만에 2.6배 커졌습니다. 경쟁사들이 연이어 매장을 축소하고 사업을 철수하던 시기였어요.
자료 : CJ올리브영
주 : 거래액 기준
알려진 바와 같이 1999년 드럭스토어 포맷으로 1호점을 선보인 이후 오랜기간 고전하던 올리브영이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것은 헬스앤뷰티 스토어로 방향을 선회하고 매장 경험을 혁신한 이후입니다.
트렌드를 리드하는 MD구성, 매스 시장을 노린 거품 없는 가격대, 젊은층 감성에 부합하는 매장 인테리어와 서비스, 눈치 볼 필요없이 마음껏 체험해 볼 수 있는 시제품 등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올리브영의 성공비결인데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주목한 것은 이러한 실행을 가능케 한 올리브영의 핵심 역량과 조직 문화입니다.
자료 : CJ올리브영 공시자료, 2024년은 추정치
자료 : CJ올리브영
하버드 MBA가 꼽은 올리브영 핵심 역량 세 가지
1. MD 조직의 힘
기능과 책임의 확장
유통의 꽃은 'MD(Merchandiser)'라는 말도 있지만, 올리브영에서 MD 직군의 역할은 막중합니다.
올리브영 입지가 높아지면서 지금은 국내 유명 브랜드뿐 아니라 해외 명품 브랜드도 매장에 입점해 있지만, 2000년대 원브랜드 숍이 인기를 끌던 시기에는 브랜드 제조사들이 자사 소매채널에 집중하기 위해 올리브영에서 제품을 모두 철수하기도 했습니다.
선택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구색 다양화를 위해 올리브영이 택한 전략은 PB상품 개발이었어요. 이후 시장에 경쟁력 있는 인디 브랜드들이 등장하고 회사 규모도 커지면서 MD 전략을 다변화했죠.
그 과정에서 늘어간 역할과 책임만큼 올리브영 MD의 역량도 커졌습니다. 악조건 속에서 고객이 찾게 만드는 제품을 개발하고 소싱하는 작업을 통해 올리브영 MD 조직의 맷집도 강해졌다고 할 수 있죠.
올리브영 전체 취급 아이템은 약 2만 개. 제품 카테고리별로 구성된 올리브영 MD 조직은 담당 제품군별로 소비자 선호도와 시장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장기적, 전략적인 관점에서 관리합니다.
단순히 브랜드사가 제안하는 제품만 들여다 보는 것이 아니라 트렌드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선도적으로 출시함으로써 시장을 리드하죠. 가격설정, 재고관리는 물론 판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제품진열, 마케팅, 단종 여부까지 결정합니다. 경력 1~2년차 MD도 수십억 상당의 재고를 관리하도록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죠.
올리브영에서 MD는 바이어뿐 아니라 상품 전략가이자 기획자인 셈입니다.
올리브영은 MD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MD 커뮤니티'와 'MD 아카데미'라는 두 가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MD 커뮤니티에서는 신상품 출시 전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교육 프로그램인 MD 아카데미를 통해 선배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습니다. 각 MD들이 치열하게 쌓은 경험 노하우는 이 두 개의 채널을 통해 공유되고 확장되며, 브랜드사에게도 전파됩니다.
올리브영 MD는 매년 브랜드사와 함께 진행하는 '전략미팅' 자리에서 데이터 기반의 시장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발표하는데요. 이런 지원은 브랜드들이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자원이 됩니다.
현재 올리브영은 뷰티 브랜드사들이 입점을 희망하는 일순위 플랫폼인데요. 올리브영 MD가 새로운 파트너사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품질과 시장성입니다. 해당 제품이 고객에게 어필할 만한 충분한 매력과 차별화된 가치를 갖췄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매출 확대와 성장을 위해 투자할 여력과 의지가 있는 브랜드를 우선 고려합니다.
인지도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지만, 앞의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고 성장에 대한 비전과 확장 의지가 있는 경우라면 인지도 낮은 신생 브랜드와도 협업합니다. 실제 입점 브랜드의 5개 중 4개는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죠.
올리브영은 전국 매장 네트워크와 온라인몰, 그리고 역직구몰인 글로벌 몰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하고 브랜드를 키웁니다. 롬앤, 토리든 등이 올리브영을 통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르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2. 옴니채널 혁신
민첩하고 경계없는 온-오프 통합
오프라인 소매기업들의 옴니채널 전략은 20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과업이지만, 여전히 삐거덕거리며 불완전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그에 비해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혁신은 업계에서 인정할 정도로 성공 모델로 꼽히고 있죠. 밖으로는 고객에게 온-오프 경계없는 쇼핑경험을 제공해 이전보다 훨씬 편리해진 쇼핑 여정을 완성하고 안으로는 온-오프 조직이 유기적으로 통합돼 운영 시너지를 극대화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전국 1,37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주문 대응을 위한 도심 물류 창고로 활용하고, 140억 원을 투자해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를 구축, 2018년 업계 최초로 3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3시간 이내 원하는 장소에서 받아볼 수 있고, 매장에서 직접 픽업도 가능한 올리브영의 '오늘드림' 서비스는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하는 데 큰 기폭제가 됐어요. 실제 올리브영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0%에서 2023년 25%로 증가했습니다.
자료 : CJ올리브영
자료 : CJ올리브영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IT 역량도 강화했는데요. 올리브영 테크 블로그에 따르면, 2021년 7명이었던 개발조직 인력은 현재 20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2022년에는 AI 회사 로켓뷰를 인수, 독자적인 제품추천 시스템을 개발해 적용한 결과 구매 전환율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제품 추천뿐 아니라 트렌드 예측, 재고 관리를 개선하는 데에도 AI를 활용했는데요. 예를 들어, 온라인몰 내 '실패한 쿼리(고객이 검색한 키워드에 대한 결과값이 없는 경우)'를 분석해 숨겨진 고객 수요를 찾아내고 신제품 개발과 브랜드 도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매장 내 고객 행동을 통해 수집한 인사이트를 온라인 전략에 반영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크로스 전략으로 올리브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채널간의 쇼핑경험상 간극을 좁히면서 동시에 두 채널의 트랙픽과 매출을 모두 향상시켰습니다.
1,500만 명에 이르는 올리브영 멤버십 회원은 온-오프 통합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올리브영이 360도 고객 관점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합니다. 한국 2030 여성의 약 90%가 가입돼 있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400만 명이 넘는 올리브영 회원 데이터는 타깃 행동과 니즈를 분석하는 데 있어 최적의 자산입니다.
3. 고객경험 혁신
고객에게 쇼핑 자율권 부여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꼽은 올리브영의 세 번째 핵심역량은 고객경험 혁신입니다.
"올리브영입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불러주세요"라는 멘트로 대변되는 올리브영의 자율형 쇼핑은 이전까지 밀착 접객이 당연시되던 뷰티 소매업계에 변화를 준 혁신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화장품은 직원의 설명과 안내가 필요한 품목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풍부한 경험과 지식이 쌓인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제품을 스스로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죠.
올리브영은 '발견형 쇼핑(Discovery shopping)'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고객들이 자유롭게 매장을 돌며 제품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어요. 고객이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도록 했고, 트렌드와 카테고리 중심으로 제품을 진열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쉽게 찾고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죠. 예를 들어, 립스틱 매대에는 매트(matte), 글로시(glossy), 듀이(dewy) 타입 등 다양한 텍스처별로 채험해 볼 수 있도록 진열하고,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하는 립 제품 등 이색 아이템까지 구비해 고객에게 1천여 가지가 넘는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고객에게 최대한 쇼핑의 자율권을 부여한 발견형 쇼핑은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뷰티 소매업계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습니다.
통일된 매장 디자인을 구축하는 데에도 전사 차원의 상당한 투자가 진행됐습니다. 전국 매장 어디에서나 고객들에게 일관된 쇼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였죠. 일관된 매장 포맷, 집기와 상품 배치, 동선 등은 고객들에게 친숙하고 안정적인 쇼핑경험을 제공하고 마케팅 효과도 높였습니다.
기술 혁신에도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1월에는 매대의 전자 가격표시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온라인몰 상품 상세 페이지로 연결되는 ‘전자라벨-NFC 기반 상품 탐색 서비스’를 도입했어요. 상품 정보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재고수량까지 알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들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재고, 판매, 고객 상담을 진행해요. 제품 정보뿐 아니라 외국어 번역 서비스도 제공해 해외 관광객 비중이 높은 상권에서 도움을 받고 있죠.
올리브영 성공의 숨은 공로,
탄탄한 제조기반과 한류
하버드 경영대학원은 이 3가지 핵심 역량 외에 올리브영 성장을 견인한 2가지 외적 요소를 꼽았어요.
먼저 우수한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er) 업체들의 등장입니다.
코스맥스나 한국콜마와 같은 화장품 ODM 업체들은 단순 제조를 넘어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며 국내 중소 브랜드뿐 아니라 주요 글로벌 기업 제품을 생산합니다.
이렇듯 탄탄한 제조 인프라 덕에 생산 역량이 부족한 중소 브랜드사들이 혁신적이면서도 품질 좋은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고, 다양한 컨셉의 인디 브랜드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죠. 유명 브랜드보다는 중소 브랜드사와의 협업이 성공의 열쇠였던 올리브영에게 이는 큰 메리트로 작용했어요.
두 번째는 사그라지지 않는 한류입니다.
K-팝과 K-드라마에서 시작한 한류는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며, 자연스럽게 K-푸드와 K-뷰티로 열기가 이어졌어요. 코로나 기간 OTT와 SNS를 통해 한국의 뷰티 세계를 접한 세계 각국의 소비자들은 엔데믹으로 전환되자 올리브영 매장으로 몰려 들었죠. 올리브영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관광상권영업팀을 신설, 해외 관광객 비중이 높은 매장들을 별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올리브영 글로벌몰 회원 수는 245만 명이며, 현재 약 15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는 글로벌 몰에서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은 미국입니다. 올리브영은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차세대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시장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 : 자료 : CJ올리브영
미국 진출, 성공을 위한 조건은?
이달 초 올리브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뷰티 소비시장인 미국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구체적인 진출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고, 1호점 출점을 위한 부지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는데요.
이미 한국 뷰티기업들의 해외진출 교두보가 되고 있는 아마존, 오프라인 뷰티 채널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울타(Ulta)와 세포라(Sephora) 사이에서 올리브영은 어떤 포지셔닝과 전략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요? 특히 울타와 세포라는 미국 Z세대들이 선호하는 뷰티 쇼핑 채널로 꼽히고 있어 미국에 매장을 출점할 경우 올리브영의 가장 직접적인 경쟁상대가 될 것입니다.
올리브영은 지난 2013년 중국 상하이에 진출해 매장을 10개까지 늘렸지만, 한한령 등 당시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2020년 철수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미국 진출 방식에 신중한 입장인데요.
올리브영은 매장을 출점하는 방식, 온라인 채널로 우선 접근하는 방식, 기존의 글로벌 몰을 활성화하는 방식 등 여러 옵션 사이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오프라인 매장 경우 올리브영의 상징적인 '뷰티 놀이터' 컨셉을 선보이고 현지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지만, 높은 운영비와 현지의 제약사항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미국 현지인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 소싱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미국 내 급증하고 있는 K-뷰티 수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올리브영이라는 점입니다. 게다가 최근 미국 뷰티 산업은 부상하고 있는 웰니스 트렌드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죠.
올리브영이 미국 진출을 발판 삼아 글로벌 뷰티와 웰니스 분야에서도 혁신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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