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스토어 역사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임시매장’이라는 의미 그대로의 팝업스토어는 13세기 유럽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팝업스토어는 매출과 효율 면에서 획기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졌고, 상업 발달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현대식 의미의 팝업스토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어요.
2002년 미국 할인매장 타깃(Target)이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맨해튼 첼시 부두의 보트를 임대해 선물용 상품들을 판매한 것을 그 효시로 봅니다. ‘타깃 홀리데이 보트’라는 이 팝업 행사는 기대 이상으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타깃이 적극적인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데 촉매제가 됐어요.

- 최초의 현대식 팝업스토어로 알려진 타깃의 '타깃 홀리데이 보트', 컨셉에 맞춰 직원들도 선원 복장을 했어요.
팝업스토어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기업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인 ‘꼼데갸르송(COMME des GARÇONS)입니다. 꼼데갸르송의 팝업스토어가 이슈가 된 것은 '게릴라식 팝업' 전략 때문이었어요.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해 2011년까지 전세계 도시를 옮겨 다니며 37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요. 당시 꼼데갸르송의 게릴라숍 운영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매장 오픈에 투입되는 비용은 2천 달러를 넘지 않을 것,
둘째, 매장 인테리어에 해당 지역의 고유 색을 반영할 것,
셋째,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닌 브랜드 팬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방문객을 제한할 것,
넷째, 운영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을 것.
이 같은 원칙 하에 약 8년에 걸쳐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꼼데갸르송은 이를 통해 단단한 팬덤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어요.

- 일본 패션 브랜드 꼼데갸르송은 전세계 주요 도시를 옮겨가며 매장을 여는 '게릴라식 팝업스토어'를 전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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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데갸르송은 당시 팝업스토어 설치 비용을 최소화해 투자효율을 눂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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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순수 온라인쇼핑몰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물리적인 공간을 찾기 시작하면서 팝업스토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30초 광고를 통해서도 충분히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었지만, 상품과 브랜드가 넘치는 지금은 짧은 광고만으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의도한 컨셉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물성을 느낄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이 필수가 되었죠.
보통 팝업스토어라고 하면 화려한 컨셉과 몰입도 높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지금 형태의 모습을 떠올리게 경우가 많을 텐데요. 지금의 모습은 시기별로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 모습입니다(그림 2 참고).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목적은 매출 향상이었어요. '얼마나 팔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지표였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장소도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대형 상업시설이었죠.
그러다 2020년 4월 성수동에 개점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기점으로 팝업스토어 목적에 변화가 생깁니다. 판매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기능에 더 무게를 두면서 '팝업스토어 2.0 시대'가 열렸어요. 이 시기부터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에 더해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가가 팝업스토어의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자료 : 트렌드랩506
2024년 올해는 팝업스토어 진화단계에서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맞은 해입니다. 바야흐로 팝업스토어가 브랜드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팝업스토어 3.0 시대'로 접어든 것이죠.
판매량과 방문객수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어요.
팝업스토어 초기,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패션기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제조사, 서비스기업, 심지어 공공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는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갈 것입니다.
팝업 성공률을 높이는 세 가지 원칙
팝업스토어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수요가 늘면서 비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대식 팝업스토어의 등장 초기, 꼼데갸르송의 팝업스토어 구축비는 300만 원이 넘지 않았지만, 이제 웬만한 팝업스토어 설치비는 최소 1억 원 수준입니다. 인기 상권에서 관심 좀 끌었던 대규모 팝업스토어의 예산은 10억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웬만한 소형 매장의 1년 임대료와 운영비에 맞먹는 금액을 한달 남짓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에 쏟아 붇는 셈이니 그 만큼 최고의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인데요.
성공하는 팝업스토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1. 명확한 목표 설정
- 목표는 좁고 구체적으로
모든 사업이 그렇듯 팝업스토어의 제1 성공원칙은 운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입니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쌓고, 매출도 확보하고, 고객 마음까지 얻겠다는 넓고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너무 많은 목표를 안고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오히려 그 어떤 것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새겨야 합니다.
특히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깊은 고민 없이 “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는 목표에 따라 타깃 상권, 매장 형태,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이 달라져요. 따라서 최우선 목표 하나를 명확히 세워야 그 목표에 맞게 전략을 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이슈가 될 정도의 확실한 경험 공간을 설계해야 합니다. 운영 기간도 다른 팝업스토어에 비해 좀더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죠.
매출을 올리고 싶은 브랜드라면, 성수동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곳보다는 쇼핑이 주목적인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내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이 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듯 목표가 명확하면 핵심 성과 지표(KPI) 수립도 쉬워집니다.
인지도 확보가 목표였다면, 성과 지표는 방문객 수가 1순위가 될 것이고, 매출 확보가 목표였다면 성과 지표는 매출이 되겠죠.
만약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팝업스토어 행사 후 브랜드 파워(BPI) 변화나 소비자가 생산한 콘텐츠 수 등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행사 기간 현장을 찾는 입장객 수에 주목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팝업스토어를 경험하고 나서는 사람들의 반응(reaction)입니다. 즉, 팝업스토어가 개별 고객들에게 어떤 인상적인 경험을 남겼는지가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이에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2. 각인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 시그니처 컷은 무엇인가
많은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지만, 이를 실제 구현해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대체로 경험은 매우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협업 관계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그 개념이 완벽히 일치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팝업스토어 전문가들은 팝업 컨셉을 언어로만 소통하기보다 시그니처 이미지 혹은 시그니처 컷이라고 부를 만한 구체적인 공간을 그려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시그니처 컷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떠올리게 되는 단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말해요.
예를 들어 하나금융 ‘트래블로그’의 비행기 탑승구나 선양소주 ‘플롭 선양’의 배 타는 장면은 독특한 컨셉과 몰입의 경험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 하나금융의 팝업스토어 ‘트래블로그’의 출입구는 비행기 탑승구를 연상시키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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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양소주의 ‘플롭선양’ 팝업스토어는 방문객들이 실제 보트를 타는 경험을 제공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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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 있는 팝업스토어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최근 다시 찾고 싶은 팝업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지난해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8%로 가장 높았어요(그림 3 참고).
물론 ‘팬덤’에 근간을 두고 운영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설계한 팝업스토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오직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 창출을 중심에 두고 기획했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나 엔터테이너에 관심이 있는 팬층은 물론, 그렇지 않은 방문객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 그림 3 : 다시 방문하고 싶은 팝업스토어 유형

자료 : 트랜드랩506
한 예로, 지난해 가을 성수동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팝업스토어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단 6일 만에 누적 방문자수가 10만 명을 넘었어요.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었죠.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세븐틴이 새롭게 출시하는 앨범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에 맞춘 컨셉으로 디자인되었고, 매장에서는 신규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리스닝 룸, 세븐틴 멤버들이 직접 쓴 손글씨 메모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채워 오프라인 공간의 장점을 살렸어요.
세븐틴 스트리트의 팝업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체 6주에 걸친 앨범 홍보 과정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일관성 있게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팝업과 온라인 티저를 연계하고, 방문객들이 만든 콘텐츠들을 활용해 바이럴 효과도 높였죠.
보통 팝업스토어를 독립된 일회성 마케팅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비자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대부분의 사례는 넓은 범위의 마케팅 캠페인 연장선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지난해 성공적인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 역시 오늘부터 압구정동에서 새로운 세븐틴 스트리트가 열린다고 하니 팝업스토어 트렌드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방문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 ‘세븐틴 스트리트', 지난해 성공적인 성수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는 압구정동에서 개최됩니다.
3. 팬덤을 만드는 디테일
- 대기시간도 기억에 남게
팝업스토어에서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팝업스토어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죠.
하지만, 팝업스토어 방문 후 오히려 실망하거나 심지어 안티로 돌아서는 소비자도 있어요. 그 이유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입니다(그림 4 참고).
소비자들이 해당 팝업스토어 방문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단순히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뿐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오픈런이나 긴 대기줄 같이 마케터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들은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실망스런 경험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자료 : 트랜드랩506
이런 점을 알고 먼저 대비한 기업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6월, 성수동에서 ‘새우깡 어드벤쳐 in 고래섬’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농심은 현장에서 10~20분간 기다려야 하는 방문객들에게 새우깡의 시그니처 컬러로 제작한 오렌지 우산과 자사 브랜드 생수인 백산수를 나눠줬어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했던 방문객들에게 브랜드의 진심이 전달됐고, 기업과 팬은 더욱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게 되었죠. 이 외에도 농심은 팝업스토어 운영을 맡은 크루들이 자사 제품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상품과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어요.

- 자사 브랜드 새우깡을 주제로 팝업스토어를 전개한 농심은 대기하는 고객들에게 새우깡 시그니처 컬러로 제작된 오렌지 우산과 백산수를 선물했어요.
해외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서울의 팝업의 힘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열망과 애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당분간 팝업스토어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큰 고민없이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개성없는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입니다. 해당 브랜드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결과도 초래하죠. 소비자들이 '지루하고 재미없어'라고 느끼는 순간, 힘들게 쌓아올린 브랜드력은 사라지고, 오직 가격으로만 경쟁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어요.
한국의 팝업스토어는 이제 전세계 소비자들이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팝업은 더 이상 국내 소비자만을 위한 채널이 아닌 겁니다. 유통산업에 한류가 있다면 바로 팝업스토어가 아닐까요?
지속가능한 모델을 고민하면서 글로벌 소비자 수요까지 품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의 다음 단계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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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6ㅣ 7 min read글 : 트렌드랩506 이정민 대표
팬덤을 만드는 팝업은
세 가지가 다르다
성수, 익선, 신촌 등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모여드는 지역에는 어김없이 팝업스토어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팝업스토어 열풍은 침체된 오프라인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는데요.
단 기간에 매출을 높이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성공률을 높이려면 세심한 기획이 필요합니다.
최근 팝업스토어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발간한 트렌드랩506 이정민 대표가 성공하는 팝업스토어 기획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알려드립니다.
팝업스토어(Pop-up Store)
2024년 현재 한국에서는 하루 평균 약 1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방문객들을 맞고 있습니다.
성수동 로컬잡지 ‘성수교과서’에 따르면, 이번주(10월 14~20일) 성수동에만 45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린다고 하니 가히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라 할 만합니다. 전국 쇼핑몰과 백화점은 물론, 북촌과 서촌, 익선동, 연남동, 도산공원, 가로수길 등 2030이 몰리는 상권 중 팝업스토어가 없는 곳을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이렇다 보니 ‘팝업스토어도 이제 식상하다’, ‘끝물이다’라는 이야기도 슬슬 나오고 있죠. 실제 온라인 상에 표출되는 팝업스토어 관련 감정어에는 부정적 언어를 언급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요(그림 1 참고).
또 단 기간 운영되다 보니 쓰레기 발생 등 비판적 시선도 존재합니다. 비용 역시 최근 크게 상승하면서 투자 대비 효과에 대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죠.
팝업스토어는 정말 저무는 트렌드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팝업스토어 역할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오프라인 유통업계에 등장할까요?
자료 : 썸트렌드 네이버 블로그 문서 분석(키워드 : 팝업스토어, 팝업, popup + 부정어 조합)
조사기간 : 2014. 01~2024. 05
판매→홍보→경험공간으로 진화
팝업스토어 역사는 꽤 오래 되었습니다.
‘임시매장’이라는 의미 그대로의 팝업스토어는 13세기 유럽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시작됐어요. 당시 팝업스토어는 매출과 효율 면에서 획기적인 형태로 받아들여졌고, 상업 발달과 함께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현대식 의미의 팝업스토어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였어요.
2002년 미국 할인매장 타깃(Target)이 연말 홀리데이 시즌을 맞아 맨해튼 첼시 부두의 보트를 임대해 선물용 상품들을 판매한 것을 그 효시로 봅니다. ‘타깃 홀리데이 보트’라는 이 팝업 행사는 기대 이상으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고 이후 타깃이 적극적인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데 촉매제가 됐어요.
팝업스토어 대중화에 가장 기여한 기업은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인 ‘꼼데갸르송(COMME des GARÇONS)입니다. 꼼데갸르송의 팝업스토어가 이슈가 된 것은 '게릴라식 팝업' 전략 때문이었어요. 2004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 시작해 2011년까지 전세계 도시를 옮겨 다니며 37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는데요. 당시 꼼데갸르송의 게릴라숍 운영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매장 오픈에 투입되는 비용은 2천 달러를 넘지 않을 것,
둘째, 매장 인테리어에 해당 지역의 고유 색을 반영할 것,
셋째, 패션업계 종사자가 아닌 브랜드 팬들만 이용할 수 있도록 방문객을 제한할 것,
넷째, 운영 기간은 1년을 넘지 않을 것.
이 같은 원칙 하에 약 8년에 걸쳐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꼼데갸르송은 이를 통해 단단한 팬덤을 구축했을 뿐 아니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브랜드라는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어요.
최근 순수 온라인쇼핑몰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물리적인 공간을 찾기 시작하면서 팝업스토어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던 과거에는 30초 광고를 통해서도 충분히 브랜드를 인지시킬 수 있었지만, 상품과 브랜드가 넘치는 지금은 짧은 광고만으로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브랜드가 의도한 컨셉과 가치를 알리기 위해서는 물성을 느낄 수 있는 오프라인 접점이 필수가 되었죠.
보통 팝업스토어라고 하면 화려한 컨셉과 몰입도 높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지금 형태의 모습을 떠올리게 경우가 많을 텐데요. 지금의 모습은 시기별로 단계를 거치며 진화한 모습입니다(그림 2 참고).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팝업스토어의 가장 큰 목적은 매출 향상이었어요. '얼마나 팔았는가'가 가장 중요한 지표였고,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장소도 백화점이나 쇼핑몰 등 대형 상업시설이었죠.
그러다 2020년 4월 성수동에 개점한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기점으로 팝업스토어 목적에 변화가 생깁니다. 판매보다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기능에 더 무게를 두면서 '팝업스토어 2.0 시대'가 열렸어요. 이 시기부터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에 더해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가가 팝업스토어의 지표로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자료 : 트렌드랩506
2024년 올해는 팝업스토어 진화단계에서 또 하나의 분기점을 맞은 해입니다. 바야흐로 팝업스토어가 브랜드력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는 '팝업스토어 3.0 시대'로 접어든 것이죠. 판매량과 방문객수뿐 아니라 어떤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것인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어요.
팝업스토어 초기, 가장 선도적으로 도입했던 패션기업뿐 아니라 최근에는 제조사, 서비스기업, 심지어 공공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팝업스토어는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갈 것입니다.
팝업 성공률을 높이는 세 가지 원칙
팝업스토어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수요가 늘면서 비용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습니다.
현대식 팝업스토어의 등장 초기, 꼼데갸르송의 팝업스토어 구축비는 300만 원이 넘지 않았지만, 이제 웬만한 팝업스토어 설치비는 최소 1억 원 수준입니다. 인기 상권에서 관심 좀 끌었던 대규모 팝업스토어의 예산은 10억 원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웬만한 소형 매장의 1년 임대료와 운영비에 맞먹는 금액을 한달 남짓 운영되는 팝업스토어에 쏟아 붇는 셈이니 그 만큼 최고의 효과를 기대하기 마련인데요.
성공하는 팝업스토어를 만들기 위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1. 명확한 목표 설정
- 목표는 좁고 구체적으로
모든 사업이 그렇듯 팝업스토어의 제1 성공원칙은 운영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는 것입니다.
팝업스토어를 기획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도 쌓고, 매출도 확보하고, 고객 마음까지 얻겠다는 넓고 높은 목표를 세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이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너무 많은 목표를 안고 시작한 팝업스토어는 오히려 그 어떤 것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새겨야 합니다.
특히 최근 많은 브랜드들이 팝업스토어 시장에 뛰어들다 보니, 깊은 고민 없이 “우리도 한번 해볼까”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하지만, 팝업스토어는 목표에 따라 타깃 상권, 매장 형태, 운영 방식 등 모든 것이 달라져요. 따라서 최우선 목표 하나를 명확히 세워야 그 목표에 맞게 전략을 짜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예를 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이슈가 될 정도의 확실한 경험 공간을 설계해야 합니다. 운영 기간도 다른 팝업스토어에 비해 좀더 길게 가져가는 것이 좋겠죠.
매출을 올리고 싶은 브랜드라면, 성수동과 같이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곳보다는 쇼핑이 주목적인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내에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이 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렇듯 목표가 명확하면 핵심 성과 지표(KPI) 수립도 쉬워집니다.
인지도 확보가 목표였다면, 성과 지표는 방문객 수가 1순위가 될 것이고, 매출 확보가 목표였다면 성과 지표는 매출이 되겠죠.
만약 팬덤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팝업스토어 행사 후 브랜드 파워(BPI) 변화나 소비자가 생산한 콘텐츠 수 등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팝업스토어를 전개하는 대부분 기업들이 행사 기간 현장을 찾는 입장객 수에 주목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팝업스토어를 경험하고 나서는 사람들의 반응(reaction)입니다. 즉, 팝업스토어가 개별 고객들에게 어떤 인상적인 경험을 남겼는지가 가장 중요한 성공 기준이에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험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2. 각인되는 브랜드 경험 디자인
- 시그니처 컷은 무엇인가
많은 기업들이 팝업스토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지만, 이를 실제 구현해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작업이 아닙니다.
대체로 경험은 매우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기 때문에 협업 관계자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그 개념이 완벽히 일치되기 어렵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팝업스토어 전문가들은 팝업 컨셉을 언어로만 소통하기보다 시그니처 이미지 혹은 시그니처 컷이라고 부를 만한 구체적인 공간을 그려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시그니처 컷은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모든 사람들이 떠올리게 되는 단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말해요.
예를 들어 하나금융 ‘트래블로그’의 비행기 탑승구나 선양소주 ‘플롭 선양’의 배 타는 장면은 독특한 컨셉과 몰입의 경험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몰입감 있는 팝업스토어 콘텐츠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최근 다시 찾고 싶은 팝업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지난해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찾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28%로 가장 높았어요(그림 3 참고).
물론 ‘팬덤’에 근간을 두고 운영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만족도가 높은 것은 당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설계한 팝업스토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오직 그곳에서만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 경험 창출을 중심에 두고 기획했기 때문에 해당 브랜드나 엔터테이너에 관심이 있는 팬층은 물론, 그렇지 않은 방문객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자료 : 트랜드랩506
한 예로, 지난해 가을 성수동에서 열린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팝업스토어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단 6일 만에 누적 방문자수가 10만 명을 넘었어요. 네 명 중 한 명은 외국인이었죠.
‘세븐틴 스트리트 인 성수’는 세븐틴이 새롭게 출시하는 앨범 ‘세븐틴스 헤븐(SEVENTEENTH HEAVEN)’에 맞춘 컨셉으로 디자인되었고, 매장에서는 신규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리스닝 룸, 세븐틴 멤버들이 직접 쓴 손글씨 메모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채워 오프라인 공간의 장점을 살렸어요.
세븐틴 스트리트의 팝업 효과가 더욱 극대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전체 6주에 걸친 앨범 홍보 과정의 일환으로 기획되어 일관성 있게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팝업과 온라인 티저를 연계하고, 방문객들이 만든 콘텐츠들을 활용해 바이럴 효과도 높였죠.
보통 팝업스토어를 독립된 일회성 마케팅 활동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비자들에게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낸 대부분의 사례는 넓은 범위의 마케팅 캠페인 연장선에서 기획되었습니다.
지난해 성공적인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 역시 오늘부터 압구정동에서 새로운 세븐틴 스트리트가 열린다고 하니 팝업스토어 트렌드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방문해보실 것을 권합니다.
3. 팬덤을 만드는 디테일
- 대기시간도 기억에 남게
팝업스토어에서 몰입감 있는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해당 기업이나 브랜드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이것이 팝업스토어의 궁극적 목표이기도 하죠.
하지만, 팝업스토어 방문 후 오히려 실망하거나 심지어 안티로 돌아서는 소비자도 있어요. 그 이유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해 불만족스러웠던 경험입니다(그림 4 참고).
소비자들이 해당 팝업스토어 방문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단순히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뿐 아니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오픈런이나 긴 대기줄 같이 마케터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들은 사실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실망스런 경험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자료 : 트랜드랩506
이런 점을 알고 먼저 대비한 기업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 6월, 성수동에서 ‘새우깡 어드벤쳐 in 고래섬’이라는 팝업스토어를 진행한 농심은 현장에서 10~20분간 기다려야 하는 방문객들에게 새우깡의 시그니처 컬러로 제작한 오렌지 우산과 자사 브랜드 생수인 백산수를 나눠줬어요.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기다려야 했던 방문객들에게 브랜드의 진심이 전달됐고, 기업과 팬은 더욱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게 되었죠. 이 외에도 농심은 팝업스토어 운영을 맡은 크루들이 자사 제품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도록 상품과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어요.
해외관광객까지 끌어들이는
서울의 팝업의 힘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열망과 애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만큼, 당분간 팝업스토어 열풍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큰 고민없이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는 개성없는 팝업스토어는 소비자들의 피로도만 높일 뿐입니다. 해당 브랜드뿐 아니라 산업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결과도 초래하죠. 소비자들이 '지루하고 재미없어'라고 느끼는 순간, 힘들게 쌓아올린 브랜드력은 사라지고, 오직 가격으로만 경쟁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어요.
한국의 팝업스토어는 이제 전세계 소비자들이 꼭 방문해야 할 명소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팝업은 더 이상 국내 소비자만을 위한 채널이 아닌 겁니다. 유통산업에 한류가 있다면 바로 팝업스토어가 아닐까요?
지속가능한 모델을 고민하면서 글로벌 소비자 수요까지 품을 수 있는 팝업스토어의 다음 단계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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