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까지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9% 성장하는 데 그쳤어요. 평균 3%를 기록한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소비시장은 뒷걸음질쳤다고 볼 수 ....
Issue | '하반기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응방안' 세미나 |
2024. 06. 26ㅣ 7 min read
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하반기 소비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7가지 이슈
- 상반기 소매시장 성장률, 물가인상률 아래
- 고물가 속 내식수요 증가, 근린형 업태 선호
- 기회의 시장, 액티브 시니어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에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까지 더해져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습니다. 하반기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요.
리테일톡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6월 19일, '하반기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어요.
리테일톡 창간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는 커니 안태희 파트너, 칸타 심영훈 본부장,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 마크로밀엠브레인 윤덕환 이사, 유로모니터 문경선 총괄 등 국내 소비시장 분석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고물가-초저가 시대를 맞아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업들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9% 성장하는 데 그쳤어요. 평균 3%를 기록한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소비시장은 뒷걸음칠 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태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라인을 포함한 무점포소매업이 8.6% 성장했지만, 전체 소매시장의 36%나 차지하고 있는 전문 소매점 시장은 3.8% 역신장했습니다. 면세점 시장이 전년대비 15.4% 증가했지만, 시장 규모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습니다. 편의점 성장세도 4.2%로 주춤해졌고, 백화점 성장도 2.1% 성장에 머물렀어요. 그런 가운데 대형마트가 5.6% 성장으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렇듯 수치로 확인된 업태별 실적은 다양한 소비 행태 변화에 기인합니다. 리테일톡 세미나에서 언급된 소비시장의 주요 이슈들 가운데 7가지를 꼽아 전달해 드립니다.
자료 : 통계청
1. 프리미엄 수요 노리는
'매스 프리미엄' 시장의 창출
고성장을 지속하던 온라인 채널까지 한 자릿수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소매시장 정체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엔데믹 이후 소비시장에 훈풍을 불러왔던 '보복소비'와 '플렉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알뜰소비와 가성비 트렌드가 자리 잡았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조각구매', 비용을 반씩 부담하는 '반반구매', 필요한 기간이나 수량만 구입하는 '필요구매' 등 다양한 형태의 알뜰소비가 확산,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성향은 때 맞춰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들을 만나며 극대화됐어요. 특히 MZ 세대들이 급속도로 구매 채널을 갈아타기 시작했죠.
자료 : 통계청, 산업통상자원부
이번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커니의 안태희 파트너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물가 현상을 겪은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다양한 대응 전략들을 공유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역슈링크 전략입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용량이나 부피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사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보다 용량 감소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오래 전부터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기업들의 꼼수로 여기며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죠.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들을 SNS에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고, 프랑스 까르푸와 같은 해외 유통사들은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단속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슈링크플레이션과 정 반대되는 개념으로 제품을 혁신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즉 가격을 동결한 채 제품의 용량이나 수량을 확대하거나 혹은 가격인상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용량이나 수량을 늘리는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출시를 말하는데요. 극도의 가성비를 제공하면서 제품 판매량 증가를 통해 이익을 보전하는 전략이죠.
고물가 트렌드에 맞춘 또 다른 제품 혁신 사례는 특화 PB 개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월 월마트가 론칭한 신규 PB '베터굿즈(bettergoods)'입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고소득층 신규 고객들을 상당수 확보한 월마트가 고객들을 락인하기 위해 프리미엄 식품 PB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인데요. 품질은 프리미엄급이지만, 가격대는 대부분 5달러 이하인 제품들을 통해 홀푸드마켓이나 웨그먼즈를 애용했던 고객들의 프리미엄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입니다.
그림 3 : 월마트 PB현황 및 베터굿즈 론칭
자료 : 커니
2. 내식 소비 증가,
근린형 업태의 부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체 소매시장은 1.9% 성장에 그쳤지만, 식품 및 일상용품 구매액은 전년대비 9% 증가했습니다.
절약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매액이 9%나 증가한 이유는 식료품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내식소비 증가로 장바구니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즉 외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재료나 밀키트를 구입,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죠.
실제 칸타가 지난 1년간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식품 중에서는 냉동식품(23%)과 소스 양념류(20%)의 성장폭이 가장 높게 나타났어요. 내식 수요 증가는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편의점들이 쌀,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 취급을 늘리고 있고, 온라인 채널에 밀려 고전하던 대형마트 업계의 1~4월 매출이 전년대비 5.6% 증가한 것도 늘어나는 내식 수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업형 슈퍼, 조합슈퍼, 중대형, 슈퍼 식자재, 개인 소형 슈퍼 등 근린형 채널의 이용률도 늘고 있습니다. 칸타에 따르면 소비재 시장의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가구(20세 이상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 경우 근린형 채널이 차지하는 구매액 비중이 39%로, 성인가구를 제외한 평균 35.7%보다 3.3%P 높았어요.
그림 4 : 성인 가구의 근린형 채널 이용현황
자료 : 칸타 월드패널
주 : 성인 가구는 20세 이상 3인 이상 가족으로 구성, CRP는 고객수*구매빈도
기간 : 2023/03/27 ~ 2024/03/24
3. 기회의 시장, 액티브 시니어
칸타의 심영훈 본부장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가구 그룹으로 액티브시니어 그룹을 지목했습니다.
55~65세의 액티브 시니어 가구는 구매력이나 객수 면에서 기업들의 좋은 타깃입니다. 가구당 연간 구매액을 보더라도 1~2인 가구나 미성년자와 부모로 이루어진 가구보다 높습니다.
심영훈 본부장은 "과거 시니어 세대는 소비지출 여력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재산, 건강, 학습 등 모든 면에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노후준비도 여유있게 해놓은 경우가 많다"며 "이렇듯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소비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세대가 시니어층으로 편입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선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들은 여전히 재래시장 이용률이 높지만, 현대식 유통채널과 온라인 채널 이용률이 점차 늘고 있고, 다른 가구에 비해 신선식품 구매액 비중이 월등히 높아 소비재 구매액의 46.3%를 신선식품 구입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시니어 가구를 제외한 전체 가구의 신선식품 구매액 비중인 34.6%보다 11.7%P나 높은 수치입니다. 심 본부장은 "시니어 시장을 연구할 때, 일본이나 유럽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 소비, 정치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료 : 칸타 월드패널
주 : 시니어 가구는 55세 이상 1~2인 가구, CRP는 고객수*구매빈도
기간 : 2023/03/27 ~ 2024/03/24
4. 오프라인의 생존법, PB·식품강화
로열티의 힘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어요.
지금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고물가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한정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지출할 것인가'입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싸면 언제든 다른 채널로, 혹은 브랜드로 전환할 의향이 있어요.
실제 닐슨아이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금이라도 더 절약할 수 있거나 원하는 상품이 있을 경우 매장이나 채널을 바꿀 용의가 있다'라는 응답이 77%였어요. 글로벌 소비자의 72%보다 높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자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핵심 타깃의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는 것이 관건인데요. 특히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의 고민이 깊습니다.
(그림 6)를 보시면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오프라인 점포 수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2020년 3.4개였던 평균 이용 점포 수는 매년 감소하다가 결국 올해를 기점으로 3개 이하로 떨어졌어요. 소비자들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매장을 바꿀 용의가 있지만 정작 이용하는 점포 수는 줄었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기대하는 요소가 명확해지고, 그 부분을 충족시킨다고 인식되는 매장만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한번 각인된 매장의 이미지는 일정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집객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어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매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박춘남 전무는 오프라인 채널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핵심 관리해야 할 항목으로 PB(유통업체 자사상품) 확대, 상품구색 최적화, 적정시점의 프로모션, 그리고 식품 강화를 꼽았어요. 특히 PB는 일상용품 카테고리에서 가성비 리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고, 대형마트 경우 매출 점유율이 8.5%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시장 기준으로 보면, 아직 4%대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에요.
박춘남 전무는 "'소비자는 변한다'는 것이 기본 명제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변하지 않는 기본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따라서 각각의 상품과 채널에 대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그 기대와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고물가 시대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자료 : 닐슨아이큐
5. 고물가 시대 히트상품 키워드
S.A.V.E.
닐슨아이큐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1분기 기준) 10억 원 이상 매출이 증가한 브랜드 수는 전체 3.5%에 불과했어요(오프라인 기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줄이고, 절약구매와 계획구매 패턴을 보이면서 그만큼 히트상품도 탄생하기 어려워졌죠.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는 있기 마련입니다.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는 이러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속성을 S.A.V.E.로 정의했어요.
먼저 S는 건강, 즉 웰니스(Sound Wellness) 관련 상품을 의미합니다. 코로나 이후 건강은 소비자들의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고, 과거와 달리 신체적인 건강 외에 정신적인 안정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1년간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단백질 바나 단백질 음료, 그리고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면 수면 및 스트레스 케어 상품 매출이 상승했어요. 닐슨아이큐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단백질 음료는 지난해 35.8%의 성장세를 보여줬어요.
두 번째 A는 라이프스타일별 특화상품(Adaptation of Lifestyle)입니다.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맞춰 시니어를 위한 필수 소비재나 소용량 제품, 미니 가전 매출이 상승하고 있어요. 특히 환자 대용식 시장 규모는 70% 가까이 성장하기도 했어요.
세 번째는 소비 양극화에 맞춰 가격 차별화(Variation of Price)에 대응한 상품입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소비를 꾀하다 보면 가성비가 중요한 카테고리가 있고 기꺼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저가형 대용량 샴푸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나란히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네 번째는 정교한 맞춤형(Elaboration) 상품들이에요. 개인별 맞춤형을 통해 '편리함'이라는 니즈를 만족시킨 상품들로, 스틱 형태의 숙취해소 제품, 로봇 청소기, 일회 사용기준으로 포장된 조미료나 세제, 게임용 키보드 등이 지난 1년간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여줬어요.
이렇듯 SAVE 요소를 만족시키는 제품들이 하반기에도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7 : 성장하는 브랜드의 속성 S.A.V.E.
자료 : 닐슨아이큐
6. '가격' 어떤 가치보다도 우위
고물가 시대,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세미나의 네 번째 연사로 나선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윤덕환 이사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소비 행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어요.
4050세대 역시 65.4%가 향후 한국사회에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장기불황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금을 최대한 아껴 고물가 상황을 돌파하려는 소비자들의 태도는 가격 이외의 다른 요소는 모두 뒤덮을 만큼 강력한데요. 일례로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등 최근 이슈가 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기만 하다면' 계속 이용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엠브레인 설문 결과 최근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일부 품목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71% 소비자가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뉴스를 접한 이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이용 의향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상관없이 계속 이용하겠다는 소비자가 24%에 이르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용 빈도가 높은 소비자일수록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는 점이예요. 2~3개월에 한번 이용하는 소비자 경우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28.6%인데 비해 한 달에 2회 이상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품질 이슈가 있어도 계속 이용하겠다는 답변이 40%에 이르렀습니다.
윤덕환 이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경우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지만, 현재 가격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어떠한 이슈도 최대한 지출을 아껴 고물가 상황을 돌파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림 8 : 안전 이슈를 접한 후 중국 이커머스 이용 의향
자료 : 마크로밀엠브레인
7. 밸류 해커', 1030 세대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유로모니터 문경선 총괄은 기업들이 차세대 소비자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1030세대의 소비 행태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짠테크의 고수라는 의미에서 '밸류 해커(Value Hacker)'라고도 불리는 1030 소비층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출은 최소화하면서도 혜택은 최대한 확보하는 소비를 추구합니다.
동시에 이들은 '선(先)소비', '후(後)계획'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4050세대가 여전히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잣대에 맞춰 소비를 계획하고 미리 짜놓은 예산 안에서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한 데 비해 1030 세대는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일단 지출하고 남은 돈으로 계획 세워 소비하는 식이죠.
1030세대 소비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업 중 하나가 주류 시장입니다. 2022년부터 위스키가 급성장했는데요. 약 10여 년간 매출이 곤두박칠치던 위스키 시장이 급반전한 계기는 1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하이볼 열풍이었어요. 값비싼 고급 주류로 인식되었던 위스키가 하이볼과 어울리는 주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위스키가 출시되며 시장이 급속히 커졌죠. 하이볼 열풍은 하이볼 캔제품 출시로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1030 세대가 현재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 지출로 최대 만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는 까다로운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문경선 총괄은 "지금까지는 1030세대가 돈을 쓰고 싶은 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맞춰 마케팅해왔다면, 지금은 그들이 돈을 쓸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반기, 성장보다는 수익관리
하반기 소비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시장 지표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우선인 시기이기도 하죠.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역사상 최악의 소비환경에서 태동한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가 소매업의 가장 근본 가치를 실현해 지금은 전세계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애용하는 소매기업이 됐듯, 생존력 강한 유통기업 혹은 브랜드는 항상 위기 속에서 등장해 지속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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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하반기 소비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7가지 이슈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3고 현상'에 저출산, 고령화, 1인가구 증가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까지 더해져 유통 및 소비재 기업들의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습니다. 하반기를 맞이하는 기업들의 마음도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요.
리테일톡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6월 19일, '하반기 소비 트렌드 변화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어요.
리테일톡 창간 1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번 세미나에는 커니 안태희 파트너, 칸타 심영훈 본부장,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 마크로밀엠브레인 윤덕환 이사, 유로모니터 문경선 총괄 등 국내 소비시장 분석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고물가-초저가 시대를 맞아 달라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기업들의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국내 소매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9% 성장하는 데 그쳤어요. 평균 3%를 기록한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소비시장은 뒷걸음칠 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업태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온라인을 포함한 무점포소매업이 8.6% 성장했지만, 전체 소매시장의 36%나 차지하고 있는 전문 소매점 시장은 3.8% 역신장했습니다. 면세점 시장이 전년대비 15.4% 증가했지만, 시장 규모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했습니다. 편의점 성장세도 4.2%로 주춤해졌고, 백화점 성장도 2.1% 성장에 머물렀어요. 그런 가운데 대형마트가 5.6% 성장으로 비교적 선전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렇듯 수치로 확인된 업태별 실적은 다양한 소비 행태 변화에 기인합니다. 리테일톡 세미나에서 언급된 소비시장의 주요 이슈들 가운데 7가지를 꼽아 전달해 드립니다.
그림 1 : 1~4월 업태별 성장률
자료 : 통계청
1. 프리미엄 수요 노리는
'매스 프리미엄' 시장의 창출
고성장을 지속하던 온라인 채널까지 한 자릿수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소매시장 정체현상은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엔데믹 이후 소비시장에 훈풍을 불러왔던 '보복소비'와 '플렉스'가 사라진 자리에는 알뜰소비와 가성비 트렌드가 자리 잡았습니다.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는 '조각구매', 비용을 반씩 부담하는 '반반구매', 필요한 기간이나 수량만 구입하는 '필요구매' 등 다양한 형태의 알뜰소비가 확산, 고착화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성비 추구 성향은 때 맞춰 한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 초저가 이커머스들을 만나며 극대화됐어요. 특히 MZ 세대들이 급속도로 구매 채널을 갈아타기 시작했죠.
그림 2 : 기간별 온-오프라인 성장률
자료 : 통계청, 산업통상자원부
이번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커니의 안태희 파트너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물가 현상을 겪은 글로벌 선진기업들의 다양한 대응 전략들을 공유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역슈링크 전략입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 대신 용량이나 부피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사실 슈링크플레이션은 소비자가 가격 인상보다 용량 감소를 더 쉽게 받아들인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오래 전부터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하지만, 최근 고물가 현상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이를 기업들의 꼼수로 여기며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죠. 슈링크플레이션 사례들을 SNS에 업로드하고 공유하는 현상도 생겨나고 있고, 프랑스 까르푸와 같은 해외 유통사들은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단속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슈링크플레이션과 정 반대되는 개념으로 제품을 혁신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즉 가격을 동결한 채 제품의 용량이나 수량을 확대하거나 혹은 가격인상률보다 더 높은 비율로 용량이나 수량을 늘리는 '역슈링크플레이션' 제품 출시를 말하는데요. 극도의 가성비를 제공하면서 제품 판매량 증가를 통해 이익을 보전하는 전략이죠.
고물가 트렌드에 맞춘 또 다른 제품 혁신 사례는 특화 PB 개발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4월 월마트가 론칭한 신규 PB '베터굿즈(bettergoods)'입니다. 코로나를 계기로 고소득층 신규 고객들을 상당수 확보한 월마트가 고객들을 락인하기 위해 프리미엄 식품 PB로 차별화를 시도한 것인데요. 품질은 프리미엄급이지만, 가격대는 대부분 5달러 이하인 제품들을 통해 홀푸드마켓이나 웨그먼즈를 애용했던 고객들의 프리미엄 니즈를 충족시키는 전략입니다.
그림 3 : 월마트 PB현황 및 베터굿즈 론칭
자료 : 커니
2. 내식 소비 증가,
근린형 업태의 부상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체 소매시장은 1.9% 성장에 그쳤지만, 식품 및 일상용품 구매액은 전년대비 9% 증가했습니다.
절약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구매액이 9%나 증가한 이유는 식료품 물가가 크게 오른 데다 내식소비 증가로 장바구니 금액이 커졌기 때문이에요. 즉 외식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식재료나 밀키트를 구입,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죠.
실제 칸타가 지난 1년간 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상품 카테고리를 분석한 결과 식품 중에서는 냉동식품(23%)과 소스 양념류(20%)의 성장폭이 가장 높게 나타났어요. 내식 수요 증가는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편의점들이 쌀, 과일, 생선 등 신선식품 취급을 늘리고 있고, 온라인 채널에 밀려 고전하던 대형마트 업계의 1~4월 매출이 전년대비 5.6% 증가한 것도 늘어나는 내식 수요가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업형 슈퍼, 조합슈퍼, 중대형, 슈퍼 식자재, 개인 소형 슈퍼 등 근린형 채널의 이용률도 늘고 있습니다. 칸타에 따르면 소비재 시장의 큰 손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가구(20세 이상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가구) 경우 근린형 채널이 차지하는 구매액 비중이 39%로, 성인가구를 제외한 평균 35.7%보다 3.3%P 높았어요.
그림 4 : 성인 가구의 근린형 채널 이용현황
자료 : 칸타 월드패널
주 : 성인 가구는 20세 이상 3인 이상 가족으로 구성, CRP는 고객수*구매빈도
기간 : 2023/03/27 ~ 2024/03/24
3. 기회의 시장, 액티브 시니어
칸타의 심영훈 본부장은 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가구 그룹으로 액티브시니어 그룹을 지목했습니다.
55~65세의 액티브 시니어 가구는 구매력이나 객수 면에서 기업들의 좋은 타깃입니다. 가구당 연간 구매액을 보더라도 1~2인 가구나 미성년자와 부모로 이루어진 가구보다 높습니다.
심영훈 본부장은 "과거 시니어 세대는 소비지출 여력이 넉넉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의 액티브 시니어들은 재산, 건강, 학습 등 모든 면에서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노후준비도 여유있게 해놓은 경우가 많다"며 "이렇듯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소비시장에 영향력을 미칠 세대가 시니어층으로 편입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선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들은 여전히 재래시장 이용률이 높지만, 현대식 유통채널과 온라인 채널 이용률이 점차 늘고 있고, 다른 가구에 비해 신선식품 구매액 비중이 월등히 높아 소비재 구매액의 46.3%를 신선식품 구입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시니어 가구를 제외한 전체 가구의 신선식품 구매액 비중인 34.6%보다 11.7%P나 높은 수치입니다. 심 본부장은 "시니어 시장을 연구할 때, 일본이나 유럽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 소비, 정치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시니어 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림 5 : 시니어 가구의 구매행태
자료 : 칸타 월드패널
주 : 시니어 가구는 55세 이상 1~2인 가구, CRP는 고객수*구매빈도
기간 : 2023/03/27 ~ 2024/03/24
4. 오프라인의 생존법, PB·식품강화
로열티의 힘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어요.
지금 소비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고물가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어떻게 하면 한정된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배분해 지출할 것인가'입니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싸면 언제든 다른 채널로, 혹은 브랜드로 전환할 의향이 있어요.
실제 닐슨아이큐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금이라도 더 절약할 수 있거나 원하는 상품이 있을 경우 매장이나 채널을 바꿀 용의가 있다'라는 응답이 77%였어요. 글로벌 소비자의 72%보다 높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은 자사의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를 정의하고 어떻게 하면 핵심 타깃의 충성도를 확보할 수 있을지 그 해답을 찾는 것이 관건인데요. 특히 지속적으로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오프라인 채널의 고민이 깊습니다.
(그림 6)를 보시면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오프라인 점포 수가 해마다 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2020년 3.4개였던 평균 이용 점포 수는 매년 감소하다가 결국 올해를 기점으로 3개 이하로 떨어졌어요. 소비자들이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언제든 매장을 바꿀 용의가 있지만 정작 이용하는 점포 수는 줄었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 기대하는 요소가 명확해지고, 그 부분을 충족시킨다고 인식되는 매장만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한번 각인된 매장의 이미지는 일정기간 지속되기 때문에 유통기업들은 집객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어요.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매장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박춘남 전무는 오프라인 채널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핵심 관리해야 할 항목으로 PB(유통업체 자사상품) 확대, 상품구색 최적화, 적정시점의 프로모션, 그리고 식품 강화를 꼽았어요. 특히 PB는 일상용품 카테고리에서 가성비 리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고, 대형마트 경우 매출 점유율이 8.5%에 이릅니다. 우리나라 전체 소비시장 기준으로 보면, 아직 4%대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에요.
박춘남 전무는 "'소비자는 변한다'는 것이 기본 명제처럼 받아들여지지만, 변하지 않는 기본 가치가 있다"고 말하며, "따라서 각각의 상품과 채널에 대해 소비자가 기대하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연구하고, 그 기대와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고물가 시대에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어요.
그림 6 : 연도별 주 이용매장 수
자료 : 닐슨아이큐
5. 고물가 시대 히트상품 키워드
S.A.V.E.
닐슨아이큐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1분기 기준) 10억 원 이상 매출이 증가한 브랜드 수는 전체 3.5%에 불과했어요(오프라인 기준).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줄이고, 절약구매와 계획구매 패턴을 보이면서 그만큼 히트상품도 탄생하기 어려워졌죠.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장하는 브랜드는 있기 마련입니다.
닐슨아이큐 박춘남 전무는 이러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속성을 S.A.V.E.로 정의했어요.
먼저 S는 건강, 즉 웰니스(Sound Wellness) 관련 상품을 의미합니다. 코로나 이후 건강은 소비자들의 가장 우선순위가 되었고, 과거와 달리 신체적인 건강 외에 정신적인 안정을 함께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1년간 부족한 영양을 채울 수 있는 단백질 바나 단백질 음료, 그리고 정신안정에 도움을 주면 수면 및 스트레스 케어 상품 매출이 상승했어요. 닐슨아이큐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단백질 음료는 지난해 35.8%의 성장세를 보여줬어요.
두 번째 A는 라이프스타일별 특화상품(Adaptation of Lifestyle)입니다. 1~2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에 맞춰 시니어를 위한 필수 소비재나 소용량 제품, 미니 가전 매출이 상승하고 있어요. 특히 환자 대용식 시장 규모는 70% 가까이 성장하기도 했어요.
세 번째는 소비 양극화에 맞춰 가격 차별화(Variation of Price)에 대응한 상품입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소비를 꾀하다 보면 가성비가 중요한 카테고리가 있고 기꺼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저가형 대용량 샴푸와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이 나란히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죠.
네 번째는 정교한 맞춤형(Elaboration) 상품들이에요. 개인별 맞춤형을 통해 '편리함'이라는 니즈를 만족시킨 상품들로, 스틱 형태의 숙취해소 제품, 로봇 청소기, 일회 사용기준으로 포장된 조미료나 세제, 게임용 키보드 등이 지난 1년간 의미있는 성장세를 보여줬어요.
이렇듯 SAVE 요소를 만족시키는 제품들이 하반기에도 고객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림 7 : 성장하는 브랜드의 속성 S.A.V.E.
자료 : 닐슨아이큐
6. '가격' 어떤 가치보다도 우위
고물가 시대, 조금이라도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는 생각보다 강합니다.
세미나의 네 번째 연사로 나선 마크로밀엠브레인의 윤덕환 이사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하는 소비 행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2025년에도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어요.
4050세대 역시 65.4%가 향후 한국사회에 경제적으로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은 지금의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장기불황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따라 현금을 최대한 아껴 고물가 상황을 돌파하려는 소비자들의 태도는 가격 이외의 다른 요소는 모두 뒤덮을 만큼 강력한데요. 일례로 발암물질 기준치 초과 등 최근 이슈가 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안전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저렴하기만 하다면' 계속 이용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어요.
엠브레인 설문 결과 최근 중국 온라인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일부 품목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알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 71% 소비자가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뉴스를 접한 이후 중국 온라인 쇼핑몰 이용 의향에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상관없이 계속 이용하겠다는 소비자가 24%에 이르렀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용 빈도가 높은 소비자일수록 계속 이용하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는 점이예요. 2~3개월에 한번 이용하는 소비자 경우 계속 이용할 것이라는 응답이 28.6%인데 비해 한 달에 2회 이상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품질 이슈가 있어도 계속 이용하겠다는 답변이 40%에 이르렀습니다.
윤덕환 이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 경우 안전성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이지만, 현재 가격만큼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소비시장에서는 어떠한 이슈도 최대한 지출을 아껴 고물가 상황을 돌파하려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림 8 : 안전 이슈를 접한 후 중국 이커머스 이용 의향
자료 : 마크로밀엠브레인
7. 밸류 해커', 1030 세대
마지막 연사로 나선 유로모니터 문경선 총괄은 기업들이 차세대 소비자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1030세대의 소비 행태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짠테크의 고수라는 의미에서 '밸류 해커(Value Hacker)'라고도 불리는 1030 소비층은 디지털 네이티브로서의 정보력을 바탕으로 지출은 최소화하면서도 혜택은 최대한 확보하는 소비를 추구합니다.
동시에 이들은 '선(先)소비', '후(後)계획'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는데요. 4050세대가 여전히 사회적 기준에 부합하는 잣대에 맞춰 소비를 계획하고 미리 짜놓은 예산 안에서 소비를 하는 경향이 강한 데 비해 1030 세대는 자신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일단 지출하고 남은 돈으로 계획 세워 소비하는 식이죠.
1030세대 소비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업 중 하나가 주류 시장입니다. 2022년부터 위스키가 급성장했는데요. 약 10여 년간 매출이 곤두박칠치던 위스키 시장이 급반전한 계기는 1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된 하이볼 열풍이었어요. 값비싼 고급 주류로 인식되었던 위스키가 하이볼과 어울리는 주종으로 자리 잡으면서 다양한 가격대의 위스키가 출시되며 시장이 급속히 커졌죠. 하이볼 열풍은 하이볼 캔제품 출시로도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1030 세대가 현재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최소 지출로 최대 만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는 까다로운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문경선 총괄은 "지금까지는 1030세대가 돈을 쓰고 싶은 제품을 개발하고 그에 맞춰 마케팅해왔다면, 지금은 그들이 돈을 쓸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반기, 성장보다는 수익관리
하반기 소비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모든 시장 지표는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가 우선인 시기이기도 하죠.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역사상 최악의 소비환경에서 태동한 독일의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 '알디(Aldi)'가 소매업의 가장 근본 가치를 실현해 지금은 전세계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애용하는 소매기업이 됐듯, 생존력 강한 유통기업 혹은 브랜드는 항상 위기 속에서 등장해 지속 성장을 이뤘다는 점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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