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리가 기획한 오프라인 행사, 무엇이 달랐나
1. Branding + Design
사실 규모 면에서 보면 참가업체 수만 수백 개에 이르는 다른 식품전과 비교해 매우 작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CJ제일제당, 풀무원, 청정원 등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90% 이상이 중소 제조사입니다. 대부분 고객 인지도가 낮아 회사 이름과 제품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죠.
그런데 컬리 푸드페스타에서는 거의 모든 업체의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볐습니다. 컬리는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브랜딩과 디자인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도 얼마든지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부스별로 각사의 브랜딩을 입히되 전체적으로 컬리의 디자인과 컬러톤을 녹인 전시공간은 고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2. instagramable & engagement
컬리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망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론칭 초기, ‘강남주부가 쓰는 식품 전문몰’로 버즈 마케팅을 하고,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그러한 욕망을 읽는 눈이 있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채널에서 고객들이 욕망하는 것은 ‘경험’과 ‘과시’, 그리고 ‘참여’입니다. 컬리는 곳곳에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 이러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감각적으로 세팅된 공간에서 광고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인증컷을 찍는 경험, 고객들은 컬리의 ‘세련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며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부스마다 진행된 시음, 시식행사들도 고객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했죠. 고객들은 기꺼이 줄을 서 행사에 참여했고, 이러한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3. Kurly Only
컬리 푸드페스타는 ‘컬리 베스트 존’과 ‘컬리 온리 존’으로 구분됩니다. 베스트 존에는 CJ제일제당, 청정원, 하겐다즈, 조선호텔 김치, 풀무원, 존쿡델리미트 등 컬리 고객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 53개로 채워졌고, 컬리 온리 존은 미자언니네, 외할머니댁, 최현석의 쵸이닷, 그릭데이, 강남면옥, 넥스트키친 등 컬리에서 ‘컬리스(Kurly’s)’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업체 35개 사를 모아놨습니다.
다른 유통사들과 마찬가지로 컬리 역시 향후 PB 비중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컬리 온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신뢰를 심어주는 작업은 컬리의 성장과 직결된 일인 것입니다.
실제 지역 맛집과 생산 장인들을 발굴해 상품화한 것은 경쟁사들에 비해 구색이 부족한 컬리가 선택한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김슬아 대표는 “맛은 90% 살리고, 가격은 70%대로 판매한다는 원칙 아래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이런 기준으로 개발해 성공한 사례가 ‘최현성의 쵸이닷’과 ‘강남면옥’입니다.
컬리의 3가지 전략 변화
이번 컬리 푸드페스타는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한다’는 B2C 관점의 목적 외에 컬리의 파트너사나 입점 희망업체들에게 컬리의 철학과 가치, 그리고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컬리 푸드페스타 옆에서는 파트너사를 포함,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식품 컨퍼런스가 함께 개최됐습니다.
컨퍼런스에는 CJ제일제당 최자은 마케팅본부장,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와 같은 외부인사도 있었지만, 김슬아 대표, 류형규 최고기술책임자, 서귀생 커머스 본부장 등 컬리의 임직원, 그리고 샐러드판다 김성학 대표,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 등 컬리 파트너사들이 연사로 나섰습니다.
컬리의 임직원들은 컬리가 내세우는 가치, 경쟁력,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현재 컬리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이나 전략을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 페스타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에서 김슬아 대표는 컬리가 지향하는 에코시스템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1. ‘컨티뉴어티’와 ‘익스텐션’으로 배송 정책의 유연성 확보
컬리의 새벽배송 정책은 단순 명료합니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달 오전 7시 전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11-7'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다 보니 놓치는 수요가 발생했죠.
예를 들어 11시 전에 재고가 품절되는 경우 컬리는 주문하려는 고객에게 "제품이 품절되었습니다. 11시에 다시 주문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문을 거절당한 고객 증 다시 오는 비율은 현저히 낮았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방침을 바꿔 "주문하시는 제품은 내일 새벽이 아닌, 모레 새벽에 배송됩니다. 그래도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컨티뉴어티(continuity), 즉 주문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언뜻 보면 차이가 크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 주문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게 컬리 측의 설명입니다.
곧 도입 예정인 익스텐션(extension)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특정 지역에 차량과 배송인력이 충분히 확보된 경우 해당 지역
고객에게 "11시가 넘었지만, 지금 주문해도 내일 아침 7시 전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문을 유도하는 전략이죠. 이렇게 추가 주문을 통해 비용효율 극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컬리는 이 두 개의 전략 보완으로 배송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2. 데이터 서비스 등 B2B 사업모델 시동
조만간 컬리도 협력업체 대상의 데이터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스타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에서 컬리의 류형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컬리가 구축한 수요 예측 시스템과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곧 데이터를 토대로 협력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상품, 판매, 재고, 고객 특성에 대한 데이터 서비스화를 추진한다는 건데요.
아마존, 월마트를 비롯, 많은 유통사들이 판매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를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이는 곧 데이터 기반의 광고모델인 리테일미디어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상품 수가 적은 컬리몰에서 리테일미디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상품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컬리 역시 데이터 서비스에 이어 리테일미디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알고리즘 개선 통해 큐레이션 고도화
그동안 컬리가 소위 '엣지'있는 프리미엄 식품몰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취급상품 수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입니다. 적은 상품에 집중해 패키징과 상세 페이지에 공을 들이는 방식으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였죠.
하지만, 몇 백 개에서 시작한 컬리 취급상품 수는 이제 3만 개가 넘어갑니다. SKU가 수천 개일 때까지만 해도 메인 화면만 잘 구성해서 제안하면, 그 안에서 판매가 잘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상품 수가 늘면서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 구입률이 하락하고,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메인 화면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의미죠.
류형규 CTO에 따르면 조만간 컬리 메인 화면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적용된 개인별 맞춤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과거 메인화면은 엠디의 추천을 포함해 고객 모두에게 동일한 상품이 제안됐다면 이제 새로운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 선호도가 반영된 최적의 화면이 노출되는 것이죠.
- 컬리의 류형규 최고기술책임자가 컬리의 새로운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IPO 연기한 컬리의 복안은?
일각에서는 이번 컬리의 첫 오프라인 행사가 고객과 파트너사, 그리고 투자자 모두에게 컬리의 건재함을 알리는 한편, B2B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 가동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익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죠.
코로나 기간, 폭주하는 주문량에 재고가 바닥나는 상황을 맞기도 한 컬리는 덕분에 회사 규모도 급성장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255억 원이었던 컬리 매출액은 지난해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4년간 378% 성장한 수치입니다(그림 1 참고).
문제는 그 만큼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 1천억 이었던 영업적자는 지난해 2,289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그림 2 참고). 자금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는 시장여건상 보류한 상태입니다. 대신 추가 투자금 약 1,200억 원을 수혈받았지만, 컬리의 재정을 보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외부 투자가 늘며, 컬리의 상징과도 같은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5%로 줄었다는 점도 리스크입니다.
자료 : 컬리 사업보고서
게다가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46.3%까지 치솟았지만, 2021년 24.4%, 지난해 15.5%로 감소했습니다(그림 3 참고). 물론 식품은 여전히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편이고 그만큼 성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쿠팡의 기세, 더디지만 무겁게 다지며 올라오고 있는 SSG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 등의 저력을 고려할 때 컬리가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온라인으로 식품 구입시 이용하는 채널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60.3%가 네이버, 쿠팡 등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컬리가 속한 온라인 식품 전문몰은 점유율 11%에 불과해 이 시장 안에서 파이를 키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그림 5 참고).
지난해 11월부터 ‘뷰티컬리’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 카테고리의 온라인 성장률 역시 2021년부터 역신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컬리에게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그림 4 참고).
자료 : 통계청
자료 : 통계청
그림 5 : 온라인으로 식품구입시 이용하는 채널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
주 : 2022년 온라인 전문쇼핑몰에 네이버, 11번가 추가됨,
2019년 온라인전문쇼핑몰로 집계되었던 롯데닷컴, 현대H몰 등 매출은 2022년 마트, 백화점 외 부문으로 집계.
컬리는 분명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혁신한 대표주자입니다. 먹을거리에 있어 컬리가 보여준 뚝심과 철학,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한 거침없는 성장세는 기존 식품 유통업계 전통강자들을 당황케 했죠.
하지만, 컬리가 지금까지 내세운 철학과 가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지금의 적자 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페스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컬리에게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500만 명이었던 컬리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도 76%가 넘습니다. 한번 유입된 고객을 락인하는 힘이 어느 업체보다 강하죠(그림 6, 7 참고).
자료 : 컬리 제공
자료 : 컬리 제공
컬리는 지난해 11월 객단가와 마진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화장품몰인 ‘뷰티컬리’를 론칭했습니다. 론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뷰티 1, 2위 사업자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와 로레알(Loreal) 그룹 그리고 국내 1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Sulwhasoo)가 모두 입점한 것은 컬리가 가진 고객층 때문입니다.
컬리가 강력한 팬덤과 프리미엄 포지션을 기반으로 카테고리와 수익모델을 확장하면서 흑자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IPO가 연기된 상황에서 컬리가 어떤 복안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올 하반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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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은영 책임에디터 (eyyoon@korcham.net)
카테고리와 채널 확대하며
영역 넓혀가는 컬리
지난주 온라인 쇼핑몰 '컬리(KURLY)'가 창립 8년 만에 첫 오프라인 행사를 열었습니다.
컬리 측에 따르면, 7월 6~9일까지 4일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컬리 푸드페스타'에 약 2만 명이 다녀갔다고 합니다.
단 85개 업체, 그것도 대부분 중소 제조사가 참여한 행사 규모를 감안하면 흥행에 대성공한 셈입니다.
컬리 푸드페스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전달해 드립니다.
유통업계 이슈 메이커 '컬리'
컬리는 확실히 유통업계 이슈 메이커입니다. 새벽배송으로 온라인 식품시장의 배송 패러다임을 바꿔 놓더니 전지현에 이어 뷰티컬리 광고모델로 최정상의 셀럽 제니를 발탁하며, 담대한 행보를 보였죠. 이번 페스타 역시 연일 밀려드는 관람객과 언론 보도로 화제몰이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초 기업공개(IPO) 연기로 자칫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 있었던 컬리는 이렇게 다시 존재감을 과시했습니다.
컬리가 기획한 오프라인 행사, 무엇이 달랐나
1. Branding + Design
사실 규모 면에서 보면 참가업체 수만 수백 개에 이르는 다른 식품전과 비교해 매우 작은 수준입니다. 게다가 CJ제일제당, 풀무원, 청정원 등 몇 개 업체를 제외하면 90% 이상이 중소 제조사입니다. 대부분 고객 인지도가 낮아 회사 이름과 제품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죠.
그런데 컬리 푸드페스타에서는 거의 모든 업체의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볐습니다. 컬리는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브랜딩과 디자인에 따라 중소기업 제품도 얼마든지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부스별로 각사의 브랜딩을 입히되 전체적으로 컬리의 디자인과 컬러톤을 녹인 전시공간은 고객들에게 몰입감 있는 관람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2. instagramable & engagement
컬리는 현대 소비자들의 욕망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론칭 초기, ‘강남주부가 쓰는 식품 전문몰’로 버즈 마케팅을 하고,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한 것도 그러한 욕망을 읽는 눈이 있기 때문이죠.
오프라인 채널에서 고객들이 욕망하는 것은 ‘경험’과 ‘과시’, 그리고 ‘참여’입니다. 컬리는 곳곳에 인스타그래머블한(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적합한) 공간을 만들어 이러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켰습니다.
감각적으로 세팅된 공간에서 광고모델처럼 포즈를 취하며 인증컷을 찍는 경험, 고객들은 컬리의 ‘세련된 프리미엄’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며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부스마다 진행된 시음, 시식행사들도 고객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했죠. 고객들은 기꺼이 줄을 서 행사에 참여했고, 이러한 과정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3. Kurly Only
컬리 푸드페스타는 ‘컬리 베스트 존’과 ‘컬리 온리 존’으로 구분됩니다. 베스트 존에는 CJ제일제당, 청정원, 하겐다즈, 조선호텔 김치, 풀무원, 존쿡델리미트 등 컬리 고객들에게 인기있는 브랜드 53개로 채워졌고, 컬리 온리 존은 미자언니네, 외할머니댁, 최현석의 쵸이닷, 그릭데이, 강남면옥, 넥스트키친 등 컬리에서 ‘컬리스(Kurly’s)’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는 브랜드 업체 35개 사를 모아놨습니다.
다른 유통사들과 마찬가지로 컬리 역시 향후 PB 비중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고객들에게 컬리 온리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신뢰를 심어주는 작업은 컬리의 성장과 직결된 일인 것입니다.
실제 지역 맛집과 생산 장인들을 발굴해 상품화한 것은 경쟁사들에 비해 구색이 부족한 컬리가 선택한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김슬아 대표는 “맛은 90% 살리고, 가격은 70%대로 판매한다는 원칙 아래 상품을 발굴하고 있다”고 강조했죠. 이런 기준으로 개발해 성공한 사례가 ‘최현성의 쵸이닷’과 ‘강남면옥’입니다.
컬리의 3가지 전략 변화
이번 컬리 푸드페스타는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식문화 경험을 제공한다’는 B2C 관점의 목적 외에 컬리의 파트너사나 입점 희망업체들에게 컬리의 철학과 가치, 그리고 비전을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컬리 푸드페스타 옆에서는 파트너사를 포함,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식품 컨퍼런스가 함께 개최됐습니다.
컨퍼런스에는 CJ제일제당 최자은 마케팅본부장,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와 같은 외부인사도 있었지만, 김슬아 대표, 류형규 최고기술책임자, 서귀생 커머스 본부장 등 컬리의 임직원, 그리고 샐러드판다 김성학 대표, 프릳츠의 김병기 대표 등 컬리 파트너사들이 연사로 나섰습니다.
컬리의 임직원들은 컬리가 내세우는 가치, 경쟁력, 향후 비전 등에 대해 발표했는데요. 이를 통해 현재 컬리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이나 전략을 미리 엿볼 수 있었습니다.
1. ‘컨티뉴어티’와 ‘익스텐션’으로 배송 정책의 유연성 확보
컬리의 새벽배송 정책은 단순 명료합니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달 오전 7시 전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11-7' 전략을 강하게 고수하다 보니 놓치는 수요가 발생했죠.
예를 들어 11시 전에 재고가 품절되는 경우 컬리는 주문하려는 고객에게 "제품이 품절되었습니다. 11시에 다시 주문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발신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주문을 거절당한 고객 증 다시 오는 비율은 현저히 낮았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방침을 바꿔 "주문하시는 제품은 내일 새벽이 아닌, 모레 새벽에 배송됩니다. 그래도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컨티뉴어티(continuity), 즉 주문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언뜻 보면 차이가 크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 주문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게 컬리 측의 설명입니다.
곧 도입 예정인 익스텐션(extension)은 반대의 경우입니다. 특정 지역에 차량과 배송인력이 충분히 확보된 경우 해당 지역
고객에게 "11시가 넘었지만, 지금 주문해도 내일 아침 7시 전에 받으실 수 있습니다. 주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를 보내 주문을 유도하는 전략이죠. 이렇게 추가 주문을 통해 비용효율 극대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컬리는 이 두 개의 전략 보완으로 배송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입니다.
2. 데이터 서비스 등 B2B 사업모델 시동
조만간 컬리도 협력업체 대상의 데이터 서비스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페스타와 함께 열린 컨퍼런스에서 컬리의 류형규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컬리가 구축한 수요 예측 시스템과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 뒤 "곧 데이터를 토대로 협력사들이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습니다. 상품, 판매, 재고, 고객 특성에 대한 데이터 서비스화를 추진한다는 건데요.
아마존, 월마트를 비롯, 많은 유통사들이 판매 데이터와 고객 인사이트를 유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이는 곧 데이터 기반의 광고모델인 리테일미디어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상품 수가 적은 컬리몰에서 리테일미디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여부는 미지수이지만, 상품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만큼 컬리 역시 데이터 서비스에 이어 리테일미디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알고리즘 개선 통해 큐레이션 고도화
그동안 컬리가 소위 '엣지'있는 프리미엄 식품몰로 포지셔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취급상품 수가 현저히 적었기 때문입니다. 적은 상품에 집중해 패키징과 상세 페이지에 공을 들이는 방식으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였죠.
하지만, 몇 백 개에서 시작한 컬리 취급상품 수는 이제 3만 개가 넘어갑니다. SKU가 수천 개일 때까지만 해도 메인 화면만 잘 구성해서 제안하면, 그 안에서 판매가 잘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상품 수가 늘면서 메인 화면에 노출된 상품 구입률이 하락하고, 검색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었습니다. 메인 화면 만족도가 떨어졌다는 의미죠.
류형규 CTO에 따르면 조만간 컬리 메인 화면은 새로운 알고리즘이 적용된 개인별 맞춤 페이지가 제공됩니다. 과거 메인화면은 엠디의 추천을 포함해 고객 모두에게 동일한 상품이 제안됐다면 이제 새로운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 선호도가 반영된 최적의 화면이 노출되는 것이죠.
IPO 연기한 컬리의 복안은?
일각에서는 이번 컬리의 첫 오프라인 행사가 고객과 파트너사, 그리고 투자자 모두에게 컬리의 건재함을 알리는 한편, B2B 비즈니스 모델을 본격 가동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수익개선이 시급한 상황이기도 하죠.
코로나 기간, 폭주하는 주문량에 재고가 바닥나는 상황을 맞기도 한 컬리는 덕분에 회사 규모도 급성장했습니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255억 원이었던 컬리 매출액은 지난해 2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4년간 378% 성장한 수치입니다(그림 1 참고).
문제는 그 만큼 적자 폭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2019년 1천억 이었던 영업적자는 지난해 2,289억 원으로 불어났습니다(그림 2 참고). 자금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는 시장여건상 보류한 상태입니다. 대신 추가 투자금 약 1,200억 원을 수혈받았지만, 컬리의 재정을 보조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외부 투자가 늘며, 컬리의 상징과도 같은 창업자 김슬아 대표의 지분이 5%로 줄었다는 점도 리스크입니다.
그림 1 : 연도별 컬리 매출액
그림 2 : 연도별 컬리 영업이익
자료 : 컬리 사업보고서
게다가 국내 온라인 식품 시장의 성장률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46.3%까지 치솟았지만, 2021년 24.4%, 지난해 15.5%로 감소했습니다(그림 3 참고). 물론 식품은 여전히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편이고 그만큼 성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쿠팡의 기세, 더디지만 무겁게 다지며 올라오고 있는 SSG닷컴과 현대식품관 투홈 등의 저력을 고려할 때 컬리가 지금까지와 같은 성장률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실제 온라인으로 식품 구입시 이용하는 채널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 60.3%가 네이버, 쿠팡 등에서 구입하고 있습니다. 컬리가 속한 온라인 식품 전문몰은 점유율 11%에 불과해 이 시장 안에서 파이를 키우기도 만만치 않습니다(그림 5 참고).
지난해 11월부터 ‘뷰티컬리’를 통해 판매하고 있는 화장품 카테고리의 온라인 성장률 역시 2021년부터 역신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컬리에게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그림 4 참고).
그림 3 : 연도별 식품 온라인 시장 규모
자료 : 통계청
그림 4 : 연도별 화장품 온라인 시장 규모
자료 : 통계청
그림 5 : 온라인으로 식품구입시 이용하는 채널
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
주 : 2022년 온라인 전문쇼핑몰에 네이버, 11번가 추가됨,
2019년 온라인전문쇼핑몰로 집계되었던 롯데닷컴, 현대H몰 등 매출은 2022년 마트, 백화점 외 부문으로 집계.
컬리는 분명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혁신한 대표주자입니다. 먹을거리에 있어 컬리가 보여준 뚝심과 철학, 그리고 이를 발판으로 한 거침없는 성장세는 기존 식품 유통업계 전통강자들을 당황케 했죠.
하지만, 컬리가 지금까지 내세운 철학과 가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 지금의 적자 구조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번 페스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컬리에게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 자산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 500만 명이었던 컬리의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200만 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신규 고객의 재구매율도 76%가 넘습니다. 한번 유입된 고객을 락인하는 힘이 어느 업체보다 강하죠(그림 6, 7 참고).
그림 6 : 연도별 컬리 회원 수
자료 : 컬리 제공
그림 7 : 연도별 컬리 신규고객의 재구매율
자료 : 컬리 제공
컬리는 지난해 11월 객단가와 마진을 동시에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화장품몰인 ‘뷰티컬리’를 론칭했습니다. 론칭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글로벌 뷰티 1, 2위 사업자인 에스티로더(Estee Lauder)와 로레알(Loreal) 그룹 그리고 국내 1위 프리미엄 브랜드인 설화수(Sulwhasoo)가 모두 입점한 것은 컬리가 가진 고객층 때문입니다.
컬리가 강력한 팬덤과 프리미엄 포지션을 기반으로 카테고리와 수익모델을 확장하면서 흑자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IPO가 연기된 상황에서 컬리가 어떤 복안으로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올 하반기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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