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n read]100호 특집 인터뷰

 단국대 정연승 교수는 "현재 국내 유통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내수시장의 축소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Interview단국대 정연승 교수 - 한국 유통의 미래


2025. 11. 19ㅣ 5 min read
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AI 주도권이 승패 가르는
 ‘넥스트 쿠팡’ 시대를 준비하라

  • 수요 감소가 모든 위기의 원인 
  • ‘빅3 구도’ 무너지고 ‘빅2 체제’로 압축 
  • AI 주도권이 향후 승패 결정


유통정책 제안, 산학협력 등 국내 유통업계 발전을 위해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국대 경영학부 정연승 교수를 만나 '한국유통의 미래'를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정연승 교수는 "현재 국내 유통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은 내수시장의 축소에 있다"고 지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정연승 교수
현재 단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26대 한국유통학회 회장, 제14대 서비스마케팅학회 회장을 역임한 데 이어 지난 9월 차차기 한국경영학회 회장으로 선임됐습니다. 주요 저서로 『마케팅 관리』, 『49가지 마케팅의 법칙』, 『파이브 포스』, 『2018, 인구변화가 대한민국을 바꾼다』 등이 있습니다.



Q1. 현재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이나 이슈는 무엇인가요?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에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맞물리면서 한국의 내수시장은 과거와 같은 성장 궤적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적 수축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시장 수축은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압박과 위기 요인으로 작용하며 경쟁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죠. 더욱이 이러한 현상은 단기간에 해소될 사안이 아니라 향후 장기화되고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우려가 더욱 큰 상황이에요. 
이렇듯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시장에서 확실한 포지셔닝을 구축한 업태나 업체가 유리합니다. 성장 국면에서는 다양한 업태와 기업이 공생 가능했지만, 수요감소 시대에는 가치 제안이 명확한 기업이 고객의 선택을 받습니다. 최근 초저가 업태인 다이소가 급성장하는 이유죠. 
주목해야 할 점은 소비자들이 단순한 저가를 선호하는 아니라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는 점입니다.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고 인식할 때 선택하는 것이지, 무조건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가격 대비 가치, 즉 '가성비 소비' 개념은 다이소 같은 저가 채널뿐 아니라 모든 업태, 모든 카테고리에 적용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스몰 럭셔리'라는 테마로 부담 가능한 가격대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구입함으로써 작은 사치로 만족감을 얻는 소비 경향도 확산되고 있죠. 


Q2. 시장축소로 인한 기업의 어려움을 지적하셨는데요. 최근 오프라인 기업뿐 아니라 온라인 기업들의 경영악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본질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요? 

앞서 언급했듯, 수요 감소로 인한 출혈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면서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며 매출이 꾸준히 성장했기 때문에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투자를 기반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격적인 진입으로 경쟁이 격화된 데다 온라인 전환이 이미 상당 부분 이뤄지면서 매출이 예년처럼 급증하지 않고, 동시에 투자 유치도 어려워지자 경영 부담이 불가피해진 상황입니다. 결국 이는 이커머스 업계 전체의 위기라기보다 선두 기업을 제외한 다수 사업자들의 구조적 어려움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합니다. 


Q3.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통환경에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국내 유통시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업태별로 ‘빅3’ 구도가 뚜렷했습니다. 그런데 전체 시장규모는 줄고 중국 기업들의 공세까지 더해지며 '빅3’체제가 무너지고 ‘빅2’ 구도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편의점은 GS25와 CU, 이커머스는 쿠팡과 네이버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죠. 이러한 과정은 시장 축소와 출혈 경쟁이 지속되면서 다수 기업이 회복하기 어려운 경영 악화 국면에 빠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경쟁이 극심한 환경에서는 기업이 미래를 위한 고민과 투자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빅2’ 체제로의 재편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습니다. 경쟁강도가 다소 완화되면서 기업들이 숨을 고르고 고객 관리, 운영 효율화, 내실 강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경쟁기업이 줄었다고 해서 단기적 매출이나 마진 확대를 노리는 방향으로 접근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Q4.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근 혁신적 행보를 보인 소매기업을 꼽는다면 어디인가요? 

올리브영을 꼽고 싶습니다. 올리브영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언급되는 것이 바로 MD 조직의 역량입니다. 올리브영의 MD는 단순한 바이어가 아닙니다.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발굴해 인큐베이팅하는 일종의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트렌드 분석 단계에서부터 상품개발, 마케팅, 판매에 이르기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죠. 이러한 역량이 축적되면서 인디 브랜드 발굴은 물론 PB 개발까지 능동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백화점과 원브랜드숍이 주도하던 시장이 올리브영 중심의 ‘뷰티&헬스 스토어’ 체제로 이동하는 등 국내 뷰티 시장의 중심축도 변화했습니다. 올리브영은 코스맥스·콜마 등 주요 ODM 업체들과의 효율적인 협업을 통해 한국 뷰티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기업이기도 합니다. 저는 올리브영이 K-뷰티에 기대어 성장한 것이 아니라, K-뷰티 산업 자체의 진화를 견인한 주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즉, 유통과 제조를 동시에 혁신하고, 카테고리 자체의 경쟁력을 세계 1등 수준으로 높인 기업이죠. 무신사 역시 혁신적인 소매기업이지만, 인구 감소와 경기 둔화 속에서 가성비 소비가 확산된 구조적 변화의 수혜를 받은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올리브영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Q5. 내수시장 축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는 어디에서 활로를 모색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 해답을 '한류'라는 테마에서 찾고 싶습니다. K뷰티, K푸드와 같이 K리테일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제품은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밀리고, 글로벌 브랜드와 비교하면 인지도에서도 불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이 결합되면서 우리만의 개성과 스토리가 부각되고 차별화된 이미지로 포지셔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야말로 한류가 일종의 브랜드가 된 셈이죠. 그 영향으로 해외 관광객이 늘고, K뷰티∙K푸드를 구입하기 위해 올리브영이나 다이소, 편의점 등을 찾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나 일부 기업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유통 전체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K-리테일만의 고유성, 독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제품은 꼭 그곳에서 사야 제대로 산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적용한 첨단매장 포맷도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내수시장 한계로 해외진출을 시도하는 유통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류는 ‘유통의 글로벌화’에도 큰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Q6. 마지막으로 유통업계에 향후 예상되는 변화는 무엇이며, 대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으로 AI 기술이 유통 밸류체인 전체에서 핵심 도구로 활용될 것은 명확합니다. 특히 ‘에이전트 AI 시대’가 본격화되면 국내 이커머스 판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마켓, 네이버, 쿠팡으로 이어지는 순수 온라인 커머스 중심의 성장 구조를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트 AI가 소비자 접점을 장악하게 되면, 그 뒷단을 어느 업체가 선도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존 B2C 플랫폼의 질서 자체가 완전히 재편될 가능성이 있어요. 즉, ‘넥스트 쿠팡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국내 유통업계에 아직 AI 주도권을 확실히 쥔 플레이어는 없습니다. 쿠팡 역시 승자가 아닌 ‘도전자’로 출발선에 다시 서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죠. 결국 AI 기술을 누가 더 빠르고 정교하게 구축하고, 그 주도권을 갖게 되느냐가 향후 유통 시장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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