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min read]인터뷰-쿠시먼&웨이크필드 김성순 부대표

최근 성수, 한남, 도산 등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형성, 발전하는 신흥상권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사무실에서 김성순 부대표를 만나...

Interview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김성순 부대표 - 오프라인 상권 트렌드


2025. 10. 22ㅣ 5 min read
글 : 윤은영 편집장(editor@retail-trend.co.kr)



“상권의 가장 강력한 앵커는 
'사람'입니다

  • 세대처럼 상권도 시대에 따라 변모
  • 상권 공식 새로 쓰는 성수, 도산, 한남
  • 상권을 움직이는 새로운 축, 외국인과 Z세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김성순 부대표는 IFC몰, 디타워, 아브뉴프랑, 성수낙낙 등 국내의 굵직굵직한 상업시설 개발에 참여한 상업용 부동산 기획 컨설턴트입니다. 업계에 상권 및 상업시설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어요. 
최근 성수, 한남, 도산 등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형성, 발전하는 신흥상권이 부상하고 있는데요.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사무실에서 김성순 부대표를 만나 변화하는 상권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김성순 부대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전략마케팅팀, 삼일PwC회계법인 컨설턴트를 거쳐 2008년부터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부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IFC, 디타워, 아브뉴프랑, 파라다이스시티, 성수낙낙 등 복합 상업시설의 기획과 운영 컨설팅에 참여했으며, 애플, 블루보틀, 세포라 등 글로벌 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비롯해 펜디, 반클리프아펠, 자라 H&M 등 브랜드 플래그십 오픈 전략을 총괄했습니다. 저서로 지난 6월 발간한 '서울의 하이스트리트'가 있습니다.   



Q. 최근 주요 상권에 나타난 변화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 꼽을 만한 변화는 해외 관광객이 상권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해외 관광객이 모여드는 곳에는 K패션·K뷰티는 물론, K클리닉까지 'K웨이브'의 영향력 아래 다양한 브랜드와 서비스 시설이 밀집해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브랜드들이 백화점 의존도를 탈피했다는 점입니다. 과거 백화점이 브랜드를 알리는 등용문 역할을 했다면, 최근 패션 부문에서는 무신사, 지그재그, 29CM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뷰티 영역에서는 올리브영이 그 역할을 대체하기 시작했죠. 브랜드들은 이런 플랫폼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 오프라인 상권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자사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매장들을 직접 찾는 방문객들이 늘면서 상권이 더 활성화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무신사나 올리브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하나의 채널처럼 유기적으로 운영하면서 온라인에 친숙한 2030 세대를 자연스럽게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Q. 최근 발간하신 저서에서는 한국의 대표 상권을 '메가 하이스트리트'와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구분하셨는데요. 그 기준과 의미가 궁금합니다.

우리가 세대를 구분해 분석하는 이유가 기성세대와 다른 젊은 세대의 문화·행동·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권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발달한 상권에는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가 조성됩니다. 미국 뉴욕의 5번가나 일본 오모테산도, 우리나라의 명동, 강남이 대표적인 하이스트리트죠. 이들 상권은 크고 작은 패션, 뷰티, 카페, 레스토랑 등이 밀집해 있고, 유명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금융기관, 기업들이 들어선다는 공통된 특징을 띱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전통적인 모습의 하이스트리트와는 다른 형태의 하이스트리트가 등장했습니다. 과거에는 거리 축을 따라 점포가 연속적으로 확산되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개성 있는 매장들이 곳곳에 불규칙하게 생겨나며 새로운 동선을 만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명동·홍대·강남처럼 대규모 상업시설과 브랜드가 집중된 기존 상권을 ‘메가 하이스트리트’, 성수·한남·도산처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신흥 상권을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구분했습니다. 단순히 '올드'와 '뉴'의 구분이라기보다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여전히 강력한 힘을 내뿜는 상권과 젊은 감성과 실험적 콘텐츠로 부상하는 상권을 구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메가 하이스트리트 상권인 명동과 네오 하이스트리트 상권인 성수동


Q. 일반적으로 상권은 어떤 단계를 거치며 발전하는지 궁금합니다. 

상권은 시대와 호흡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합니다. 사람에게 성장 단계가 있듯, 상권에도 유아기·청소년기·성년기·노년기에 이르는 생애주기가 존재하죠. 상권 유아기는 보통 식음료(F&B) 시설로 형성됩니다. 특히 '카페 없이 뜨는 상권은 없다'는 말이 있듯 카페는 상권 형성 초기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앵커역할을 하죠. 
이렇게 일정 수준의 유동인구가 확보되면 패션과 화장품 매장이 들어서며 상권은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더 성숙해지면 국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진입하며 성년기에 접어듭니다. 이 단계에서는 상권의 경제적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초기 상권을 이끌었던 소규모 매장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에는 임대료가 최고 수준에 이르며 상권이 정점을 맞습니다. 애플스토어나 삼성스토어 같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 샤넬·디올·구찌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상권의 ‘완성기’로 불리죠. 그러나 이 단계에 도달하는 상권은 많지 않으며, 임대료 상승이 되려 부메랑이 되어 급격히 쇠퇴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애플 플래그십 입점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되며 활력을 잃은 가로수길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 그림 1. 상권의 생애주기

자료 :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가장 강력한 앵커는 
Z세대와 해외 관광객 


Q. 요즘 상업시설에서 가장 집객력 높은 앵커(Anchor)는 무엇인가요? 

트렌드 사이클도 짧아지고 취향이 세분화되면서 과거처럼 모든 상권, 모든 시설에서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앵커가 등장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리테일의 기능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에서 경험과 연결을 위한 플랫폼으로 진화함에 따라 앵커에 대한 개념도 달라졌죠. 백화점, 대형마트 등 전통 판매시설 중심이었던 앵커 1.0시대에서, SPA 브랜드와 초대형 파사드로 상징되는 2.0시대, 체험형 카테고리킬러가 팬덤을 형성하던 3.0시대를 지나 이제는 기술, 예술, 엔터테인먼트가 융합된 앵커 4.0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과거 앵커란 개념은 큰 면적을 차지하며 집객을 주도하던 핵심 테넌트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그 개념을 훨씬 넘어섭니다. 브랜드는 물론, 디벨로퍼, 투자자, 건물주, 그리고 방문객까지 이 다섯 주체가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최고의 앵커 역할을 하죠. 
그 중에서도 진정한 앵커의 본질을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상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앵커는 외국인과 Z세대입니다. 이들은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또다른 '방문객'들을 끌어들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6대 상권인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의 공통점은 외국인과 Z세대가 주 방문객이라는 점입니다. 


Q. 말씀하신 6대 상권 외에 최근 부상하는 곳이 있나요?

네오 하이스트리트로 불리는 성수·한남·도산 상권이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북촌과 용산 지역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요즘 상권의 활성화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흐름이 강한데, 북촌은 ‘K건축’이 지닌 한국적 미감을 드러내며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고, 용산은 용리단길을 중심으로 한 식음료 시설이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K건축’의 매력을 드러내며 외국인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북촌 상권


Q. 오프라인 시설 가운데 최근 가장 높은 집객력을 보여준 곳은 더현대 서울인데요. 그 성공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체험형 콘텐츠, 쾌적한 공간 설계, 그리고 유연한 MD 전략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하층에 대규모 팝업스토어 공간을 넓게 할애하고 신규 브랜드나 온라인 인기 브랜드들을 유치함으로써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항상 새롭고 변화하는 느낌을 주면서 젊은층이 가장 좋아하는 대형 쇼핑시설이 됐죠. 더현대가 들어서기 전 여의도는 주거시설과 금융 중심의 오피스 상권이었고, 소매 매장은 지원시설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하루 유동인구 10만 명이 넘는 광역형 상권으로 거듭났죠. 
과거와 달리 패션·뷰티 브랜드들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지면서 최근 브랜드들은 굳이 백화점 정규매장 입점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핫스팟 중심의 한정적 팝업 운영을 통해 희소성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강하죠. 이런 브랜드들이 더현대에 모이면서, 젊은 고객층 방문이 늘고,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다시 입점하는 선순환이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차별화된 콘텐츠와 시설을 선보인 '더현대 서울'과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


오프라인 경쟁력은
유연성, 큐레이션, 기술결합으로 


Q. 고전하고 있는 오프라인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리테일 업계 전반이 거대한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더현대 서울’의 성공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 트렌드에 맞게 유연한 MD 전략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처럼 카테고리를 선 긋듯이 운영하는 방식은 이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집객이 어려운 지방의 쇼핑시설들은 입점 문턱을 낮추고, 팝업 형태로 브랜드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쇼핑시설 안에서도 식음료 매장이나 체험 중심의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신규 브랜드를 선보이며 화제성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구조상 유연함이 전제돼야 하고, 동시에 쾌적한 환경과 경험적 요소가 뒷받침돼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는 큐레이션(Curation) 기능입니다. 앞으로 오프라인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바로 신뢰 기반의 큐레이션입니다. 고객들 점점 온라인에 노출되는 수많은 상품과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고 신뢰도 역시 낮아지고 있습니다. 오프라인은 고객에게 ‘검증된 제안’을 제공함으로써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공간이며, 기술과의 결합으로 큐레이션은 더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 '다이마루' 백화점 도쿄점에 위치한 체험형 매장 '아스미세(asumise)'는 AI 카메라를 설치해 방문 고객의 연령, 성별, 체류시간 등을 분석하고 그 데이터를 상품구색과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객 반응도 좋아 매장 규모도 4배로 확대되었죠. 
또 다른 예로 미국의 온라인 식료품 주문 및 배송 플랫폼인 '인스타카트'는 AI 기반 상품 인식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카트를 통해 고객의 구매 이력과 장바구니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장 내서 관련 상품이나 프로모션을 실시간으로 추천합니다. 
이처럼 기술과 데이터, 그리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큐레이션이야말로 앞으로 오프라인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Q. 전세계 여러 상권을 직접 보고 연구하셨을 텐데요, 부대표님이 보시기에 모든 요소가 가장 잘 갖춰진 이상적인 하이스트리트는 어디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이상적인 상권이란 존재하기 어렵지만, 각 나라마다 그 나라의 도시 문화를 대표하는 상권들이 존재합니다. 미국 뉴욕5번가나 일본 도쿄의 오모테산도, 긴자거리 같은 곳이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와 중소형 브랜드들, F&B 시설들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상권입니다. 뉴욕의 5번가는 매출 기준으로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상권으로 꼽히며, 오모테산도는 골목마다 개성있는 부티크 브랜드들이 위치해 있어 '걷는 즐거움'을 주는 거리로 유명하죠. 

각 나라의 대표 상권은 해당 지역의 DNA를 담아내며 생동하는 유기체로 진화합니다. 특히 하이스트리트는 각 도시의 경제, 사회, 문화적 특성이 반영돼 있죠. 메가 하이스트리트는 도시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용적으로 연결하며 도시에 활력을 주고, 네오 스트리트는 선택적 연결을 통해 독자적인 문화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렇듯 시대의 흐름과 함께 진화하는 상권의 맥락 속에서 자사 브랜드 역시 방문객이 머물고 싶어하는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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